::::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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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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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속의 보물
제주도 해녀들의 바다 속에는 지상의 공간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 바다 밑에는 길도 있고 골짜기도 있고, 산도 있고 들도 있다. 동대문 남대문의 서울 거리가 펼쳐지는가 하면, 한 굽이 돌아들 때마다 낯익은 동네와 골목들이 나온다. 그녀들은 그곳 어딘가에 저마다 자기만의 비밀스런 공간을 지니고 산다. 조상 대대로 전해온 그 바위는 아무도 모르게 장녀에게만 상속된다. 그것도 그녀가 늙어서 더이상 물질을 할 수 없을 때,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주고 오직 맏딸에게만 알려주고 간다는 것이다.
평소에 그녀들은 그 근처에 얼씬도 않는다. 집안에 큰 경사가 있을 때, 혹은 가장 소중한 사람이 왔을 때만 그곳으로 찾아들어 접시만한 전복을 듬뿍 따서 상을 차린다. 그녀의 외할머니의 외할머니, 그 외할머니의 또 외할머니들의 넋이 그 푸르고 깊은 바다의 바위 속에 떠돌고 있다. 하여 그녀들에게 이 바위는 하나의 성소(聖所)요, 최후의 보루가 된다. 딸이 없으면 가까운 일가의 여자에게 알려줄 뿐, 세상없어도 타성바지에게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스승이신 김시태 교수의 제주도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장편 소설 <연북정>을 읽다가, 소설 속에 나오는 이 이야기에 유난히 마음이 끌렸다. 다 늙어 물질할 힘도 없는데 어떻게 그 위치를 알려주느냐고 선생님께 여쭤보니, 빙그레 웃으시며, "무슨 거리 무슨 바위 뒤로 몇 번째 골목 어디께"라고만 알려줘도 물질하는 여인네는 다 찾아간다고 말씀하신다.
큰 전복이 있어도 절대 손대지 않는다. 손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얼씬도 않는다. 언젠가 꼭 필요한 그때를 위해 아껴두고 아껴둔다. 누구에게도 비밀로 하고, 나만이 간직한다. 삶이 아무리 척박하고, 물질이 제아무리 신통찮아도, 바다 속 어딘가 감춰둔 보물 창고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에 등불이 환하게 밝아오는 것이다.
참고 참다 어렵사리 그곳을 찾아가면 바위는 언제나 커다란 전복을 다닥다닥 매달고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감격적인 해후는 그녀들에게도 일생에 몇 번 되지 않았으리라. 삶의 가쁜 숨을 깊이 머금고 찾아가,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으로 내어주는 넉넉한 손길 앞에 설 때 참으로 그간의 인고와 망설임과 안타까움은 흔적도 없이 스러졌을 터.
수십 년 전 제주에 놀러 온 당신의 스승이신 미당 서정주 선생께 이 이야기를 들려드렸더니, 시인이 석양의 술집에 앉은 채로 받아 적었다는 시가 바로 그 유명한 <시론>이다.

바다 속에서 전복 따 파는 제주해녀도
제일 좋은 건 님 오시는 날 따다 주려고
물속 바위에 붙은 그대로 남겨둔단다.
시의 전복도 제일 좋은 건 거기 두어라.
다 캐어가고 허전하여서 헤매이리오?
바다에 두고 바다 바래서 시인인 것을.

바다 속에 보물을 품은지라 바다를 바랄 때마다 마음이 충만해온다. 당장에 다 따오면 돈이 되고 살림이 되련만, 마지막 기댈 희망마저 함께 사라질까봐 아무리 힘들어도 제일 좋은 것은 그대로 남겨둔다. 남김없이 다 캐고 나서 다시 이 바위 저 바위 기웃대는 대신, 정말 아쉬워 찾아가면 언제든지 품은 것을 아끼지 않고 내줄 보물창고 하나씩 품고서 산다.

정년을 앞둔 여러 해 전부터 선생님은 이 소설을 쓰고 지우고 또 쓰고 계셨다. 제주를 떠나 뭍으로 와서 한 세월이 다 가는 동안, 깊은 침묵 속에 매몰되어버린 슬픈 과거의 역사를 보듬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 깊은 바다 속에 잠자고 있을 어머니의 성소를 그리는 선생님의 마음을 나는 문득 읽었다. 그것은 더 이상 물질을 할 수 없게 된 어미가 맏딸에게 바다 속 보물창고를 일러주는 심정과 다를 게 없어보였다. 나는 가만히 내게 되물었다. 내게 그 보물 창고는 무엇이 될까? 최후의 성소는 어디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만 망연해져서 한참을 먹먹하게 우두커니 서 있었다.
                                      - 정민, <스승의 옥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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