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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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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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출문제 점검
<문제>
다음 제시문은 조선 후기 실학자들과 김구 선생의 글이다. 최근 들어 경제발전에는 경제적 요소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요소들도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시문에 나타난 견해들이 어떻게 결합되는가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오늘의 우리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 ('98년 연세대학교 논술문제)

                                                                    
(가) 지금 세상에는 바야흐로 문벌을 숭상하여, 높은 벼슬아치의 자식들은 반드시 높은 벼슬아치가 되고, 재산으로 교만을 부리는 집에서 태어나면 죽어도 교만을 부리니, 이런 상황이 점점 심해져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비록 토지는 없고 녹봉도 없는 집안이라도 질박하고 검소한 것을 꺼려, 죽어도 이런 집과 더불어 사귀고 혼인을 맺어 반드시 그들에게 기대려고 하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비웃는다. 사치는 반드시 재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재물이 부족하면 온갖 계책으로 구하니, 거기에서 불의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므로 사치는 풍속에서 생기고, 욕심은 사치에서 생긴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략...) 나라가 믿고 의지하려는 것은 백성이고, 백성이 믿고 의지하는 것은 재물이다. 재물을 풍족하게 하려면 탐욕을 없애는 일만한 것이 없고, 탐욕을 그치게 하는 데는 검소함을 숭상하는 일보다 나은 것이 없다. - 이익,『성호사설』

(나) 무릇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근본을 밝히는 것이지 말단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은 줄어들고 성과는 큽니다. 지금 얘기하는 사람 치고 '사치가 나날이 심하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나 제가 보기에는 그 근본을 모르는 말입니다. 대체로 보아서 다른 나라는 정말로 사치 때문에 망했으나 우리 나라는 검소함으로써 쇠약해졌습니다. (...중략...) 모든 백성이 다 곤궁하여 서로 도울 수 없게 되니, 저들 가난한 사람들을 매일같이 사치하라고 다그쳐도 그렇게 될 수가 없습니다.  - 박제가, 『북학의』

(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대에 불행한 이유는 인의(仁義), 자비,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나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인데, 나는 우리가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지기를 원한다.
- 김구, 『나의 소원』
                                                                                
이 문제의 제시문은 어찌보면 제각각의 주장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이익은 '검소'를 강조하고, 박제가는 '사치'를 강조하며 마지막으로 김구는 '문화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논제는 이 세 가지 생각들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 무지몽매한 논술 사례

같은 실학파에 속하는 선각자 둘이 각각 '검소'와 '사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시대와 사상적 유파를 달리하여 김구는 문화의 힘을 주장한다. 이 세 견해를 결합하는 발상이 쉽지 않아 시험을 포기하거나 망친 학생들이 아주 많았다. 특히 닫힌 발상, 단편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이 문제를 접하고 난 후 해결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는데, 이 문제에 대한 잘못된 발상은 비단 학생들만의 경우는 아니다.


1. 검소와 소비는 서로 상반된 견해이다. 그러나 이 둘은 모두 경제적인 요소이다.

2. 김구는 문화의 힘을 강조하고 있는데, 결국 김구는 문화적인 요소만 강조하고 있다.

3. 경제적 논리 중, 검소와 소비는 상반되고 김구의 견해는 문화적인 관점의 견해이므로 이 세 견해들은 서로 결합되는 지점이 없다.

4. 검소만으로 경제 위기를 벗어날 수 없으므로 소비를 강조한 박제가의 견해를 옳다.

5. 김구가 문화의 힘을 강조한 바, 문화상품의 개발로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발상으로 답을 쓴다면 그럴 듯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발상이 가지는 문제점을 밝히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올바른 발상은 어떤 것인지 단계적으로 알아보자.

☞ 사치, 검소의 주어를 놓친 경우

우선 앞의 발상은 출제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논술고사는 어디까지나 특정한 문제에 대한 답을 쓰는 과정이다. 출제자가 세 견해를 결합시킬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세 견해를 결합시킬 수 있을 정도의 사고력이 있는가를 측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의 발상은 3의 내용만으로도 이미 잘못된 발상인 셈이다. '세 견해를 결합시키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쓰면서 '세 견해를 결합되는 지점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발상의 잘못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출제자의 요구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므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
결국, 앞의 발상은 <검소와 사치는 절대로 결합될 수 없는 상반된 개념이며, 더구나 이 둘은 경제적 요소로소 문화적 요소를 강조한 김구의 견해와도 직접 연결될 수 없다.>는 발상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닫힌 발상'인 것이다. 그러나 제시문을 조금만 주의해서 읽으면, 다시 말하여 독해의 기본에 충실하게 접근하면 어렵지 않게 답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가)와 (나)에서 비교와 대조에 의한 독해가 정확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실제 문제에 제시된 원문이 고전 국역투로 난삽하고 길기 때문에 대체로 이 정도 주제문을 작성하는 독해로 만족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핵심부만 제시한 윗글에서 상기 (가)와 (나)의 주제문은 제대로 대비되지 못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즉 주제문의 기본 요건인 주어를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제 주어를 보충하여 정확하게 독해를 다시 해보자. '권문세가(상류층)'와 '말단백성(하층민)'이 주어로 보충되면서 제시문 (가)와 (나)는 결합에 하등 문제가 없음이 밝혀진다. 다시 말하여 주어가 각각 상류층과 서민대중으로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의 주장은 경제 현상이 동전의 양면으로써 전혀 모순되는 진술이 아닌 것이다.

(가) 국가의 부를 이루려면, 권문세가가 검소하여 물자를 절약하여야 한다.
(나) 국가의 부를 이루려면, 일반 백성이 사치하도록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

* 핵심정리 : <주어+서술어>로 표현하는 것은 국어와 작문의 상식이다. 이 기본만 충실해도 이익은 권문세가의 사치를 비판하고 있으며, 박제가는 일반 백성들에게만 검소를 강요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검소와 소비를 강조하는 대상이 각각 다르므로 둘의 견해는 같은 주장임을 알게 된다. 글을 읽으면서, '누구의' 검소인지, '누구의' 소비인지 정확하게 대비하지 못하면 낙방은 불을 보듯 뻔하다.

☞ 검소는 사치보다 우월하다?

앞의 예로 든 4에서 보듯이, '박제가의 주장이 더 옳다'고 했는데, 그러나 상반된 견해가 제시되었을 때, 꼭 어느 일방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 또한 닫힌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5에서 보듯이 김구가 문화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곧바로 '문화상품'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김구가 말한 '문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문화를 가리키는지는 김구의 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김구는 '인의(仁義)', '자비', '사랑'의 문화를 강조한다. 결국 권문세가와 일반 백성, 부유층과 일반 국민이 서로 융합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볼 때, 김구의 글을 읽고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문화적 상품을 개발해서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발상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잘못인가!

결국 보기 3은 '검소'와 '사치'를 각각 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대등하게 열어놓고 균형감있게 대비하지 않고 무조건 절약과 검소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성급하게 정답을 내려는 자세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럴 경우는 이익이든 박제가든 한 사람의 입장을 지지하여 일방은 극찬하고 일방은 매도하는 논술을 쓰기가 쉽다.
그러나 최소한 두 글을 결합하라고 하는 것은 그 관계를 적절히 설정하라는 말이지 무조건 찬반 양극으로 몰고 가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이미 앞에서 지적했듯이 (가)와 (나)는 같은 이야기를 다른 측면으로 하고 있을 뿐, 누가 더 옳다는 식은 잘못된 논제 해석이다. 그리고 적어도 대학 차원의 경제 이론에서 '검소'와 '사치'는 자본주의의 경제 현상을 이끄는 수레의 두 바퀴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어려운 이론은 모른다 치더라도 박제가가 (나)에서 이미 "어느 정도의 사치는 건전한 소비 생활이기 때문에 물자의 생산을 촉진할 것이다. 무조건 내핍만을 강조하면 생산이 줄고 상업도 부진하며 궁상만 늘어갈 것이다."라고 하여 소비가 생산을 촉진하며, 소비도 생산의 한 요소로서 유기적 전체로 고려하자고 역설한 점을 놓쳐서는 곤란하다. 일례로 우리가 겪은 IMF 위기상황으로 위축된 경기를 부양시키려 당시 정부도 내수를 진작시키고 소비를 권장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는가.

(가) 국가의 부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근검 절약하는 기풍이 필요하다.
(나) 국가의 부를 이루려면, 지나친 검소보다는 사치가 필요하다.

☞ 김구도 끼워줘야 한다.

앞에서 우리는 발상의 잘못이 논술 실패로 직결됨을 확인하였다. 편견에 '닫힌 사고'는 문제 해결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출제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오답을 만들어 내기 십상이다. 사치와 소비는 절대로 결합될 수 없다는 사고와 마찬가지로 김구의 생각은 경제외적인 요소로 이익, 박제가와 결합될 수 없다는 생각도 문제가 된다.
실제 연세대 논술에 응시한 학생들은 김구의 글을 (가)와 (나)와 결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 필요를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그것을 연결시킬 방법을 찾지 못한 것뿐이었다. 실제로 연세대 당국도 현재 고등학교 수준의 학생이 이런 문제까지 해결할 것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전반적인 논술 실력들도 상승하고, 채점도 정확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런 마지막 만점 단계도 방관할 수 없게 되었다. 다른 기출 해설에서는 미처 이런 최고 단계의 해설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만점 답안의 수준을 모른 체 넘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그러면 (가), (나)와 김구의 글 (다)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김구의 글 (다)를 잠깐 보류하고 일단 (가)와 (나)를 잘 대비해 보자. 우선 이익이 상층부를 주 대상으로 주장을 펼치고 박제가는 하층부를 주 대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주목하자.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계층은 '상-중-하'로 나눌 수도 있고, 그냥 '상-하'로 나눌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익+박제가>는 바로 일정한 한 사회(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경세론, 즉 국가경제학이라 할 것이다. (가)와 (나)를 합한 '사회'는 (다)에서 김구가 말하는 '민족'과 같은 범주다.

한 사회가 가진 재화의 총량은 일정하다 할 때, 그 일정한 재화를 많이 소유한 상층부, 권문세가가 '내 것'이라 하여 탐욕하고 과소비를 일삼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기 몫을 뺏긴 하층민은 당장의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 아닌가!
많이 가진 자는 근검 절약하여 남은 재화로 은혜를 배푼다면 그 '인의와 자비와 사랑'을 받는 서민들은 지배층에 대하여 감동하여 저절로 존경해 마지않을 것이다. 이런 양보하고 나누는 미덕이 살아있다면 그 민족은 현재의 재화를 가지고 수십 배의 인원이 넉넉하게 공존할 수 있으며, 그런 만큼 단합과 우의가 넘치는 우수한 민족이 될 것이다.

☞ 종합적 이해를 위한 정리

이익과 박제가의 생각은 일견 한쪽은 검소를 강조하고 다른 한쪽은 사치를 옹호하는 상반되 견해로 읽히기 쉬우나, 실제로는 서민의 생산과 소비를 중시하려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양면을 강조하는 점에서 유사한 경제관을 드러내고 있다. 굳이 나눈다면 이익은 '선생산 후소비', 박제가는 '선소비 후생산'이란 방법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특히 두 사람은 다 문벌과 세도가의 지나친 사치에 비해 서민의 물자 소비가 지나치게 억제되는 현상을 지적하는 점에서 동일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다시 단순한 경제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지도층과 일반 서민의 민족 일체감에 의한 조화가 경제생활에 가장 큰 변수가 된다는 김구의 생각에 이어진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바로 김구가 강조한 인의의 문화, 자비의 문화, 사랑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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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512 서종규 논술과제물2

서종규
2008/06/05 5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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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2007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 문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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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출문제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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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8 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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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와 대조만 가지고도 논술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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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8 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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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0 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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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8 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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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2 4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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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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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2 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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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2 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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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3 3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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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4 3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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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許筠)의 「유재론(遺才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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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2 3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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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4 3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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