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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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전경원 
Subject >>  
 천둥소리에 하품하는 여자, 번개소리에 기절하는 남자 <이생규장전>
흔히 사랑하는 남녀의 모습을 상상할 때, 남자는 씩씩하면서 책임감 있고 여자는 다소곳하며 수줍어하는 수동적 모습을 연상하기 쉽다. 그런 모습이 남녀의 관계에서 보편적인 모습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얼마든지 많다. 이제 살펴보게 될 <이생규장전>에 등장하는 남녀의 모습도 일반적인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이생이 담장 안을 엿보다

송도(松都)에 사는 이씨 성을 가진 열여덟 살 서생이 일찍부터 국학(國學)에 다녔다. 그는 국학에 오가는 길에서조차 쉬지 않고 시서(詩書)를 읽으면서 다닐 정도로 부지런한 청년이었다. 그가 국학에 가는 길에는 ‘선죽리’라는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 지체 높은 집안 가운데 최씨 성을 가진 처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의 나이는 열대여섯 살 쯤 되었는데 맵시가 요염하고 자수에 능하며 시를 잘 지어서 여성임에도 명성이 높았다. 이 서생은 늘 책을 옆에 끼고 국학에 갈 때 최씨 처녀의 집을 지나갔다.
하루는 이생이 길을 가다가 최 씨네 담장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정원에는 벌과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옆으로 작은 누각 한 채가 있었다. 주렴이 반쯤 가린 누각에는 비단으로 된 휘장이 반쯤 드리웠는데 아름다운 여인이 수를 놓다가 바늘을 멈추고는 턱을 괸 채로 시 한 수를 읊었다.

홀로 사창에 기대니 수놓기도 더딘데,
꽃 숲 속에서 지저귀는 꾀꼬리.
소리 없는 봄바람을 부질없이 원망하며,
말없이 바늘 멈추니 그리움만 생겨나네.
길가는 저 서생 누구의 집 도령인가,
푸른 깃 넓은 띠가 버들가지 사이 비추네.
이 몸이 변해서 제비라도 된다면,
주렴을 후려 걷고 담장을 넘어가리.

이생은 여인이 시 읊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글재주를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집의 담장은 높고 가파르며 정원은 깊숙한 곳에 틀어박혀 있었다. 서운한 마음을 접고 어쩔 수없이 국학을 향했다. 집으로 돌아올 때가 되자 이생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흰 종이 한 폭에 시를 써서 기왓장 조각에 매달아 담장 안으로 던졌다.

시(詩)를 통해 맺은 아름다운 인연

최 낭자는 시녀에게 담장 안으로 날아 들어온 종이를 가져오라 해서 확인했다. 그것은 매일같이 국학에 오가며 시를 읊조리던 이생의 시였다. 그녀는 두 번 세 번 거듭 읽고는 짤막한 종이에 몇 자를 적어 다시 담장 밖으로 던졌다.
“도련님께서는 의심치 마십시오. 오늘 해가 질 무렵에 만나기를 청하옵니다.”
이생은 최 낭자의 말대로 황혼이 깔리자 처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담장 밖에서 서성거리자 갑자기 복숭아나무 가지 하나가 담장 밖으로 넘어와 흔들거렸다. 그쪽으로 다가가서 살펴보니 그넷줄에 매달린 대광주리가 담장 밖으로 드리워있었다. 이생은 그것을 타고 담장을 넘어갔다. 정결하게 정돈 된 최 낭자의 방에서 이생은 사흘 동안 머물렀다. 이생은 여인과 더불어 사랑을 나누는 기쁨에 빠져서 집에서 걱정하고 계실 부모님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생은 최 낭자에게 부모님께서 염려하실 것이라며 돌아가겠다고 하고는 담을 넘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최 낭자 역시 마음은 서글펐지만 이생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생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이후로도 저녁이면 최 처녀의 집을 찾지 않는 날이 없었다.

이생의 낙향, 최 낭자의 그리움은 병이 되고

이생이 최 낭자와 인연을 맺은 후 매일 저녁 무렵에 나가 새벽에 돌아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아버지가 어느 날 이생을 불러 호통을 친다.
“네가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오는 것은 장차 성현의 인의(仁義)의 격언을 배우려는 것인데, 요사이 저녁에 나가서 새벽에 돌아오는 것은 어찌된 일이냐? 필시 경박한 무리들을 흉내 내어 남의 담장을 엿보고 규방의 처자를 희롱하는 것일 테니, 이 일을 사람들이 알면 모두 내가 자식을 엄하게 가르치지 않았다고 할 것이요, 그 처자의 집이 지체 높은 명문이면 반드시 네 미친 행동 때문에 문호(門戶)를 더럽히고 가문에 누가 될 것이다. 이는 작은 일이 아니니, 너는 속히 영남(嶺南)으로 내려가 집안 노비들이 농사하는 것을 감독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거라.”
이생은 다음날 아침 즉시 울주(蔚州)로 떠났다. 이생은 최 처녀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떠나버렸다. 최 낭자는 매일 저녁 화원에서 이생을 기다렸다. 며칠동안 기다려도 이생에게는 소식이 없었다. 몇 달이 지나도 오지 않자 무슨 병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가 하여 계집종을 시켜 이생의 행방을 알아보았다. 이생이 영남으로 떠난 지 벌써 여러 달이 지났다는 소식을 들은 최 낭자는 병이 생겨 자리에 눕게 되었다. 최씨 집안에서는 딸이 몹시 걱정되어 수소문 끝에 이생과의 연정 때문임을 눈치 채고는 중매쟁이를 통해 이생 집안과 혼인을 주선하기에 이른다. 이생 부모의 완곡한 거절에도 뜻을 굽히지 않자 이생 집안에서는 이생의 뜻을 묻기에 이르고 결국은 이생과 최 낭자가 부부로서의 인연을 이루게 된다. 이생은 최 낭자와 혼인한 후 이듬해 대과(大科)에 급제하여 높은 관직에 올라 이름이 조정 구석구석에 알려졌다.

난리 통에 살아남은 이생과 저항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아내

그러던 중 홍건적이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생이 가족을 데리고 산중에 숨어 있었다. 한 무리의 도적이 칼을 빼들고 쫓아왔다. 이생은 겨우 달아났는데 그 아내는 도적들의 포로가 되었다. 도적들이 그녀를 겁탈하려하자 그녀가 꾸짖기를, “호랑이에게 잡혀 먹을 귀신같은 놈들아! 나를 죽여 씹어 먹어라. 차라리 이리 뱃속에 들어갈지언정 개, 돼지 같은 놈들의 짝이 되겠는가!”라고 호통을 쳤다. 도적들은 화가 나서 그녀를 죽이고 살을 벗겨서 황야에 흩뿌렸다.
도적들이 도망갔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가 살던 집으로 갔지만 전란의 와중에 이미 불타고 난 후였다. 최 낭자의 집을 찾아갔더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쥐들만이 요란했다. 이생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작은 누각에 올라 눈물을 참으며 크게 한숨을 쉬며 옛 생각에 젖어 있었다. 저녁이 깊어졌는데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소리가 다가오더니 곁에 이르자 자세히 보니 자신의 아내였다. 이생은 아내가 이미 죽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리워하던 마음이 절실해 의심도 하지 않고 “어디서 난리를 피하고 목숨을 보전했소?”라고 묻자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구슬피 울다가 사정을 이야기했다.  
다음날 여인은 남편과 함께 옛날 살던 곳을 찾아가 감춰두었던 약간의 재물을 찾고 양가 부모님들의 유골을 수습할 수 있었다. 금과 재물을 팔아 오관산 기슭에 각각 합장하고 장례를 치렀다. 그 후 이생은 관직을 구하지 않고 최씨 여인과 더불어 살았다.

떠나는 아내, 뒤를 따르는 남편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저녁 여인은 남편에게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남편이 믿지 않으려하자 “저승의 율법은 피할 수 없습니다. 천제(天帝)께서 첩으로 하여금 서방님을 모시게 한 까닭은 연분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고 또한 지은 죄가 없는 탓입니다. 그래서 이 몸을 환생시켜 서방님의 근심을 잠시나마 덜어드리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람들 세상에 머물 수 없는 것은 혹시라도 멀쩡한 사람을 현혹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며 이별이 다가왔음을 알리며 자신의 유골을 수습해 달라며 떠난다. 이생은 아내의 유골을 거두어 부모 무덤 곁에 장례를 치러주었다. 장례가 끝난 후 이생은 부인에 대한 애정을 다스리지 못한 채 병을 얻어 몇 개월 만에 죽음을 맞이한다.

<이생규장전>을 포함한《금오신화(金鰲新話)》의 시대정신

김시습은 단종과 인연이 매우 깊다. 어린 시절 세종대왕 앞에 불려가 신동임을 인정받고 훗날 임금을 도와 나라에 큰 인물이 되어달라는 당부를 받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도의(道義)가 넘치는 세상의 올바른 군주 아래서 지혜로운 신하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학문에 전념했다. 그런 그에게 세조가 자신의 어린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빼앗아버린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는 도(道)와 의(義)가 사라진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했다. 세조가 왕이 되어 여러 번 김시습을 부르고 회유했으나 끝내 거절하며 대립하고 갈등했다. 그러다가 결국은 세상을 등지고 방랑자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랬던 그였기에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성격은 대체로 세상의 횡포에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심지어 세상의 횡포에 시달리다가 귀신이 되어서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애정을 나누는 인물로 설정되고 있다.
도의(道義)가 사라진 세상에서 지식인이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저 자신의 소신과 뜻을 굽힌 채 한쪽 눈 질끈 감고 평생 살아갈 수도 있다. 혹은 권력에 더욱 깊숙하게 다가가 스스로를 보호하며 한 평생 편히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김시습과 같이 세상사에 뜻을 두지 않고 숨어서 자신의 뜻을 담은 작품을 통해 후세를 기약하는 방식도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이렇게 저렇게 살았던 사람들 누구도 우리는 오늘날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유독 김시습, 그만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가슴 속에 여전히 그의 삶과 목소리가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러니 이 얼마나 통쾌하고 시원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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