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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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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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기 있는 남자가 미인을 얻는다? 「서동요」
하늘과 땅이 생겨난 뒤에 남자와 여자가 생겨났다. 이는 동양과 서양에서 인식을 함께 하고 있는 점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그로부터 만들어진다. 동양철학을 집대성한 『주역(周易)』이라는 책과 서양의『성경(聖經)』에서 공통으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다. 남자와 여자가 존재한 뒤로 부부(夫婦)가 생겨나고, 부부(夫婦)가 생겨난 이후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형성된다. 동시에 이러한 토대 위에 사회관계가 형성된다. 우리 인간이 사회를 끊임없이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계가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사랑을 나누는 일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그런 숭고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사랑이 그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이제 마음 설레는 사랑 이야기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본다.

하나. 용기 있는 남자가 미인을 얻는다? 「서동요」

용기만 있다면 모두 미인을 얻을 수 있을까? 실제 우리 삶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용기에도 다양한 성질이 있다. 무모한 용기가 있는가 하면 진정한 용기도 있고, 계획 없는 용기가 있는 반면 치밀한 계획에 입각한 용기도 있다. 용기가 잘못 휘둘리면 무모해지거나 현실성을 잃게 된다. 미인을 얻고 싶다면 용기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미남을 얻고 싶어도 용기가 필요하다. 단, 그 용기는 절제되고 숙성한 용기여야만 한다. 미인을 얻기 위한 용기는 도대체 무얼까? 그리고 미인은 자신의 운명을 또 어떻게 개척해 나가는가? 「서동요」를 통해서 어렴풋이 우리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가난 속에서도 꿈을 키우다.

그는 어린 시절 산에서 마를 캐다가 시장에 팔아 그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나라 사람들은 그 아이를 서동(薯童)이라 불렀다. 서동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당시 백제 수도인 익산 근처 연못 남쪽에서 살았다. 다 쓰러져가는 초가에서 살았지만 늘 밝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가난했지만 재주와 도량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서동은 우연히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善花公主)가 아름답기로는 상대할 여자가 없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그 말을 듣고 서동은 마음속으로 큰 결심을 한다. 하지만 결코 입 밖에 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일이었기에 마음으로만 품고 있을 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선화공주를 자신의 아내로 만들고 말겠다는 다짐이었다.

선화공주를 궁궐 밖으로 끌어내다.

서동은 머리를 자르고, 신라 경주로 갔다. 그곳에서 일단 선화공주를 만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도무지 선화공주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자신은 백제에서 온 천한 신분이고, 선화공주는 신라 왕족이며 진평왕이 사랑하는 딸이었다. 궁궐 안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며칠동안을 고민하던 서동이 방법을 찾아냈다.
서동은 산에서 마련한 마를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친하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친밀감을 갖게 된 어느 날 서동은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쳤다.

“선화공주는 남 몰래 결혼하고 서동 서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아이들은 그 노래가 가져올 파장은 생각도 못한 채, 마냥 즐겁게 노래를 불러댔다. 노래는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어느새 궁궐에까지 노래가 번졌다. 처음에는 모든 신하들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하며 어리둥절하다가 점점 심각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 격론이 오고 갔다. 아무 것도 모르는 저런 어린 아이들이 이런 노래를 부를 때는 분명 그럴만한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만일 선화공주의 품행이 단정했다면 이런 노래가 어떻게 저 어린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파될 수 있겠는가! 하면서 신하들은 선화공주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입을 모아 궁중의 지엄한 법도를 무너뜨린 선화공주를 궁에서 내쳐야 한다고 아우성이었다.
처음에는 선화공주를 절대적으로 믿었던 진평왕도 모든 신하들이 유배를 보내야한다고 끊임없이 상소문을 올리자, 어쩔 수 없이 선화공주를 멀리 떠나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떠나기에 앞서 선화공주의 어머니인 모후(母后)는 안타까워하면서 선화를 떠나보내기에 앞서 유배지에서 생활을 걱정하며 순금 한 덩어리를 건네주었다. 선화공주는 어머니와 작별하고 그 길로 궁을 나와 유배지로 향했다.

잠자는 선화공주를 깨우다.

태어나 처음으로 궁궐 밖 세상을 접한 선화공주는 모든 환경이 두려움과 낯선 대상뿐이었다. 누구에게 의지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무사히 유배지까지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조차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때 서동은 아무 것도 모른 척하며 선화공주 앞에 나타난다.
선화공주는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기만 했는데 그때 나타난 듬직한 서동의 모습은 그야말로 의지하고 싶은 대상이었다. 서동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선화공주와 함께 동행 하며 경호원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화공주는 서동의 믿음직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아무도 모르게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사랑을 나누고 난 후 선화공주는 비로소 서동의 이름을 물었다. 서동은 아무런 사실도 모르는 듯 자신의 이름이 서동임을 밝힌다. 서동이란 이름을 들은 선화공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을 궁에서 쫓겨나게 만들었던 그 노래의 주인공이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질 않았다.
선화공주는 밤새도록 생각했다. 노래의 의미는 무엇이고, 자신의 운명은 도대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내 마음 속에는 이미 누군가 멋진 남자와 사랑을 나누고 싶어 했던 나도 모르는 욕망이 있었고, 누군가는 그런 내 마음을 읽고 서동요라는 노래를 퍼뜨린 것이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선화공주는 마음이 평온해졌다. 모든 것이 정리되는 듯 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세상이 아름답기만 했다. 그리곤 자신의 삶에서 ‘서동’이라는 남자가 어떤 의미인지 알 것도 같았다.

선화공주, 깊은 잠에서 깨어나 서동을 왕위(王位)에 등극시키다.

선화공주는 그 길로 서동에게 함께 백제로 돌아가자고 했다. 서동은 당황스러웠지만 오히려 더욱 기뻤다. 서동이 선화공주와 함께 고향에 돌아오자 서동의 어머니는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론 당황스럽기도 했다. 한 나라의 공주가 이렇게 누추한 곳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걱정과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선화공주는 이미 예전의 공주가 아니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삶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여성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곤 서동과 어머니 앞에서 궁궐을 떠나올 때 모후(母后)로부터 받은 금덩어리를 꺼내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면 우리 부부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갈 집도 새로 장만하고 당분간 필요한 생계를 꾸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서동의 얼굴빛이 변하고 있었다.
“아니, 이것으로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단 말입니까?”
“왜 그러시옵니까?” 선화공주도 당황하며 물었다.  
“이런 빛이 나는 돌덩이는 내가 산에서 마를 캐러 다니다가 어느 날 비를 피하기 위해 몸을 의지했던 동굴 속에 수북하게 쌓여 있더이다.”
그러자 선화공주는 놀라며 거듭 사실여부를 확인한 후 이튿날 날이 밝자 서동과 함께 가 보았다. 그러자 정말 서동의 말과 같이 동굴 깊숙한 곳에 금덩이들이 산처럼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선화공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어떤 비책이 떠올랐는지 서동에게 청이 하나 있다며 말했다.
“이것들 가운데 일부를 제 아버님이 계신 신라 경주로 좀 보내드리면 아니 되겠는지요?”, 그러자 서동은
“그게 뭐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하고는 용화사 주지 스님께 부탁하여 신라 궁궐로 보냈다. 그 일이 있고난 후, 신라 진평왕은 자신의 딸과 사위인 서동의 거처로 매번 사신 일행과 귀한 물건들을 보내며 예(禮)를 표시하곤 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서동을 예전의 서동으로 보지 않았다. 소문이 나라 안에 퍼지게 되자 서동은 모든 사람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게 된다. 서동은 이렇게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 백제 제30대 임금인 무왕(武王)에 등극하기에 이른다.

설화와 역사의 거리

무왕 이야기는 일연이 집필한『삼국유사(三國遺事)』에 수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선화공주는 무왕(武王)의 아내이자 신라 진평왕의 딸이었다. 그리고 서동은 진평왕의 사위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어디까지나 서동요를 둘러싼 무왕 설화에 근거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역사적 실재는 어떤가? 당시 신라와 백제의 관계를 알 수 있는 기록은 김부식이 편찬한『삼국사기(三國史記)』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런데 실재 역사를 검토해보면 백제와 신라는 무왕 당시에도 여러 차례 서로 전쟁을 벌인 기록이 보인다. 정확하게는 무왕이 진평왕 생존시에만 무려 아홉 차례의 전쟁을 벌인다.『삼국사기(三國史記)』에 따르면 무왕의 재위기간 600년 ~ 641년 동안 총 12차례에 걸쳐 신라와 전쟁을 벌인다. 이 가운데, 602년, 605년, 611년, 616년, 618년, 623년, 624년, 626년, 627년의 아홉 차례는 진평왕의 재위 기간동안 일으킨 전쟁이고, 진평왕 사후에도 무왕이 살아있는 동안 세 차례(632년, 633년, 636년) 더 신라와의 전쟁을 일으켰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장인과 사위가 서로 칼을 겨누고 여러 차례 전쟁을 벌였다는 걸까? 아버지와 남편이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전쟁을 벌이는 사이에 선화공주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이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설화에 반영된 민중의 소망

흔히 설화(說話)라고 하면, 신(神)들의 이야기를 다룬 신화(神話)와 구체적 지명과 배경 등이 등장하는 전설(傳說), 그리고 흥미 위주로 재미를 추구하는 민담(民譚)이 포함된다. 신화나 전설이나 민담과 같은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 전달되는 특징이 있다. 친구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나중에 다른 친구나 주변에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다시 전달하곤 하듯이 설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속성이 있다. 그런 특성을 설화의 구비성(口碑性)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설화의 내용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바로 민중이다. 민중들은 늘 자신이 소망하는 세계를 이야기 속에 넣어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서동요를 둘러싼 무왕 설화에도 역시 민중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어떤 소망일까? 이쯤 되면 머리 속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겠다.
그렇다. 백제와 신라가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는 동안, 당시의 민중들은 서로 피 흘리며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처참한 삶을 살았다. 대립과 갈등, 약탈과 방화, 살육이 횡행하던 시간이 모두 끝나고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며 서로를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설화의 뒷부분에서 선화공주가 미륵사를 창건하고 싶다고 했을 때 서동인 무왕은 이를 허락한다. 그리고 신라 진평왕은 온갖 신라의 기술자들을 보내서 백제 미륵사의 창건을 도왔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물론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그럼 이러한 이야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동요는 당시 민중의 고된 삶 속에서 생겨난 노래이다. 무왕 설화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생겨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어떤 소망을 담고서 무슨 이야기를 하며 내일을 꿈꾸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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