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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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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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겨울 이를 박박 갈면서도 하는 말, 「딸깍발이」와 「허생전」
넷. 추운 겨울 이를 박박 갈면서도 하는 말, 「딸깍발이」와 「허생전」

초라하고 궁상맞기 이를 데 없는 인물이 등장한다. 맑은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도 말끝에는 당당함이 차고 넘친다. 생활력은 지지리도 없어 가족들을 굶주림과 추위에 벌벌 떨게 하면서도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글만 읽어댄다.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간 큰 사람이 되었을까?

남산 골 샌님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

딸깍발이는 절로 만들어진 인물이 아니다. 옛 선비들의 삶 속에서 실존했던 인물 형상이었다. 지은이는 ‘딸깍발이’를 남산 골 샌님의 별명이라 했다. 그러면서 “겨울이 오니 땔나무가 있을 리 만무하다. 동지 설상(雪上) 삼척 냉돌에 변변치도 못한 이부자리를 깔고 누웠으니, 사뭇 뼈가 저려 올라오고 다리 팔 마디에 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온몸이 곧아 오는 판에, 사지를 웅크릴 대로 웅크리고 안간힘을 쓰면서 이를 악물다 못해 박박 갈면서 하는 말이, ‘요놈, 요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마는, 어디 내년 봄에 두고 보자’ 하고 벼르더라는 이야기가 전하지마는, 이것이 옛날 남산 골 딸깍발이의 성격을 단적(端的)으로 가장 잘 표현한 이야기다.”라고 했다.
우리는 연암 박지원의「허생전(許生傳)」을 통해서도 실제 남산 골 샌님인 딸깍발이의 삶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작품 전반부는 다음과 같다.

허생(許生)은 남산 아래 묵적동(墨積洞)에 살았다. 우물 위에는 오래된 살구나무가  드리워져 있었고 사립문이 그 나무를 향해 열려 있었다. 두어 칸 남짓 되는 초가는 비바람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낡아서 잔바람에도 흔들렸지만 허생은 밤낮없이 책에 파묻혀 지내니, 그의 아내가 남의 집 바느질로 품팔이를 하여 생계를 유지했다.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당시 대부분의 선비들이 관직에 나아가기 전에는 이와 같은 모습으로 살았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예 관직이나 벼슬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뜻을 두지 않았기에 이런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허생은 후자에 가까운 인물로 체제 비판적인 지식인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가족의 생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글만 읽는다. 숨어사는 이와 유사한 생활 방식으로 가족들의 삶이 극도로 곤궁해질 따름이다.

가난했지만 의기와 강직함만으로 세상과 맞짱을 뜨다

이른바 딸깍발이로 한 평생 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주저 없이 그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자랑스러워했다. 다시 허생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하루는 허생의 아내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울먹이며 말했다.
“당신은 과거 시험도 치르러 가지 않으면서 평생 동안 책은 읽어서 무엇을 할 셈이오?” 하며 계속 다그치자 읽고 있던 책을 덮고는 “아깝도다! 내가 책 읽기를 본래 십년을 기약하고 시작한 것인데 이제 칠년 밖에 되지 않았건만….” 하곤 그 길로 집을 나선다. 곧장 한양에서 최고 부자인 변씨를 찾아가 대뜸 돈 일만 냥을 빌려달라고 한다. 변씨를 찾아갈 때도 몰골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묘사된 형상을 보면, “수술이 빠진 허리띠에 헌 짚신을 신고 작은 갓과 새까맣게 찌든 도포에 콧물까지 흘리니 영락없는 거지  꼴이었다.” 고 했다.
허생은 곧바로 매점매석을 통해 취약한 경제 구조와 당대 사회 구조의 모순을 여지없이 비판한다. 그런가하면 도적 떼에게 생활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이로운 것을 추구하여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을 몸소 보여주는 동시에 그런 정책이 결여된 사회를 비판한다. 아울러 북벌론의 허구성을 비판하며 집권층의 허례허식과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고 새로운 질서를 요구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그들이 남긴 것

우리는 요즘 돈이면 행복도 살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일 게다. 하지만 정작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이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그것은 바로 무엇으로도 꺾을 수 없는 선비들의 기상이다. 선비 정신만은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살 수 없다.
이 땅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강직한 기상(氣像) 하나로 세상을 꾸짖고 호령했다. 권력이나 부(富)로도 어찌해볼 수 없었던 게 있었다. 그것이 바로 선비 정신이었다. 절대 권력이었던 임금을 향해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물러나서도 상소를 통해 임금의 잘못을 낱낱이 짚어가며 꾸짖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선비 정신 때문이었다.
권력이나 부를 움켜쥐고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왜냐면 그랬다간 권력이나 부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될 테니까. 하지만 딸깍발이들은 그럴 수 있었고, 당연히 그래야만 했던 시대적 소명을 지니고 살았다.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 드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면서, 심지어 사람마저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다는 망령된 생각과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돈이 오가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허전하고 허탈한 마음을 달랠 수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인간(人間)이다. 그 무엇도 인간 위에 올라설 수 있는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이 땅에는 딸깍발이들이 맑은 콧물을 흘리면서도 기침 한 번 크게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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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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