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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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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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아파하지 않는 시(詩)는 시(詩)가 아니다!
흔히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우리 인생에서 18년이란 시간은 긴 시간인가? 아니면 짧은 시간인가? 굳이 18년에 주목하는 것은 그 시간만큼을 세상과 동떨어져 고립된 채, 사랑하는 가족과 부모 형제 곁을 떠나 혼자서 살아야했던 한 학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다산 정약용 선생은 불혹(不惑)의 나이에 유배가 시작되어 이순(耳順)을 앞두고 해배(解配)되기에 이른다. 유배지로 쫓겨난 수많은 지식인들은 자신의 비참한 신세에 절망하며 오랜 시간 동안 좌절하고 고통의 늪에서 신음하다가 결국엔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다산은 이런 절망의 나락에서도 평생의 가장 화려한 업적을 이루어낸다. 말하자면 절망 속에서 꽃을 피워낸 셈이다. 그러기에 다산의 연구업적은 눈부시다. 그의 경건한 삶의 태도를 접하며 우리는 옷깃을 여미게 된다.
시(詩)에 대한 그의 견해와 인식 또한 탁월하다. 종래의 시경론(詩經論)에서 탈피하여 시 본래의 기능을 복구하고자 한 노력이 눈물겹다.
전경원,「다산 정약용의 시경론 및 시의식」,『겨레어문학』제30집, 2003, 53-85쪽 참고.

그의 시(詩)에 대한 인식이 집약되어 있는 한 편의 시를 읽어보자.

有兒雙行   어떤 아이 둘이서 걸어가는데  
一角一羈   동생은 쌍상투하고 누이는 묶은 머리했네
角者學語   동생은 말을 배울 나이고
羈者髫垂   누나는 다박머리 드리웠네
失母而號   어미를 잃고 우는
于彼叉歧   저 두 갈래 길에서
執而問故   붙잡고서 연유를 물으니
嗚咽言遲   흐느껴 울며 말을 못하네
曰父旣流   말하길, 아빠는 오래 전 떠났고
母如羈雌   엄마는 짝 잃은 신세였어요
甁之旣罄   쌀독은 벌써 비어서
三日不炊   사흘이나 굶었어요
母與我泣   엄마는 저를 안고 흐느껴 울며
涕泗交頤   눈물 콧물 두 뺨에 얼룩졌어요
兒啼索乳   동생은 울면서 젖을 찾았지만
乳則枯萎   젖은 말라서 붙어버렸어요
母攜我手   엄마는 제 손을 잡고
及此乳兒   이 젖먹이를 업고서
適彼山村   저 산골에 가서는
丏而飼之   구걸하여 먹였어요
攜至水市   어시장에 이르러서는
啖我以飴   제게 엿도 먹여줬어요
攜至道越   이 길까지 데리고 와서는
抱兒如麛   동생을 사슴 새끼 품듯 안고 잤어요
兒旣睡熟   동생은 세상 모른 채 잠이 들었고
我亦如尸   저 역시 죽은 사람처럼 잠들었어요
旣覺而視   문득 깨고 나서 보았더니  
母不在斯   엄마는 여기 없었어요
且言且哭   말하다가 울다가
涕泗漣洏   눈물 콧물 줄줄 흐르네
日暮天黑   날 저물어 어두워지면
栖鳥群蜚   새들도 집을 찾는데
二兒伶俜   외로운 두 오누이
無門可闚   찾아갈 집이 없구나!
哀此下民   슬프다! 이 나라 백성들
喪其天彝   하늘의 떳떳함마저 잃었구나!
伉儷不愛   지아비와 지어미가 사랑하지 못하고
慈母不慈   엄마도 제 자식 돌보지 않는구나
昔我持斧   옛날 내가 마패 갖고 암행어사 되었을 때
歲在甲寅   당시가 갑인년(甲寅年)이었는데
王眷遺孤   임금님 분부하셨지, 고아들을 보살펴서
毋俾殿屎   고생 없게 하라고...
凡在司牧   모든 벼슬하는 관리들아!
毋敢有違   이 말씀 감히 어기지 말지어다.

다산 정약용의 <유아(有兒)>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다산은 제목 옆에 이렇게 메모를 남겼다. “<유아(有兒)>는 흉년을 걱정한 시(詩)이다. 자아비는 아내를 버리고, 어미는 자식을 버렸다. 어떤 일곱 살 먹은 여자아이가 자기 동생을 데리고 길거리를 방황하면서 엄마를 잃어버렸다고 엉엉 울고 있었다.(有兒閔荒也 夫棄其妻 母棄其子 有七歲女子 携其弟 彷徨街路 哭其失母焉)”고 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회고하였다. 이 작품은 다산이 전남 강진에서 유배 살던 시기에 창작되었다. 이처럼 다산이 인식했던 참된 시(詩)라 함은 시대를 함께 근심하는 것 또한 중요한 본질적 기능이었다.
다산의 삶에서 강진 유배기는 그야말로 세상의 소외되고 헐벗은 사람들의 궁핍한 삶에 눈을 뜨게 된 시기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학문을 완성시킨 시간이기도 했다. 다산은 시(詩)가 지닌 본래의 기능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결실을 하나하나 맺기 시작했다. 다산은 일관되게 시(詩)란 시대를 근심하지 않고서는 올바른 시가 될 수 없다고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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