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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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Subject >>  
 한 폭의 동양화로 담은 비극의 역사
전쟁은 언제나 그렇듯 많은 상처를 남긴다. 떠난 이와 남겨진 이. 산 사람과 죽은 사람. 폐허와 재건. 과거와 미래의 단절극복을 요구한다. 우리 역사만 들여다보아도 수많은 외침을 받으며 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전쟁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만큼 남겨진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白犬前行黃犬隨   흰둥이 앞서가고 누렁이 뒤따르는
野田草際塚累累   들밭 풀 사이로 무덤들 즐비하네      
老翁祭罷田間道   늙은 할아버지 제사 마치고 밭 사잇길로
日暮醉歸扶小兒   해 저물자 술에 취해 손주 부축 받고 돌아오네

이달(李達)의 <제총요(祭塚謠)>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음미하다보면 한 폭의 동양화가 연상된다. 개 두 마리가 요란하게 짖어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음질치며 멀리 앞서가고 들밭의 좁은 풀밭 사이로 좌우에 무덤들이 불규칙적으로 즐비하다. 그 길 어디쯤엔 술에 취해 얼굴이 붉게 상기된 늙은 할아버지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손자(孫子)의 부축을 받고 있다. 돌아가는 모습이 뉘엿뉘엿 해지는 저녁 풍경과 서럽게 어울리는 한 폭의 그림이 연상된다. 시인은 이 작품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여러분은 이 작품을 읽으며 머리 속에 어떤 풍경이 그려지는가? 그저 해지는 저녁 무렵 고즈넉한 농촌의 풍경을 스케치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작품은 임진왜란이 남긴 상처를 매우 절제되고 담담한 목소리로 그러나 곡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개 두 마리가 따라 나설 만큼 무덤은 마을과 그다지 멀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들밭 풀 사이로 무덤들이 즐비한 것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무덤은 조그마한 야산에 있어야 정상이니 말이다. 장례 절차에 따라 매장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음을 읽을 수 있다. 일종의 가매장이었을 게다.
또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을 통해 무덤의 주인공을 짐작할 수 있겠다. 할아버지가 술에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손자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손자는 그 무덤에 묻힌 이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손자, 이 삼대(三代)가 함께 있어야 했는데, 전쟁으로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손자의 얼굴을 보면 할아버지는 차마 맨 정신으로 살기 어려웠을 법도 하다. 그 날은 더더군다나 죽은 아들의 기일(忌日)이었던 것이다. 훗날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역사의 슬픔을 소리 높여 드러내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그려놓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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