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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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궁녀와의 금지된 사랑을 꿈꾸다. <운영전(雲英傳)>
紅葉題詩出鳳城   붉은 잎에 시를 지어 궁중 밖으로 보내니,
淚痕和墨尙分明   눈물 자욱 먹과 어우러져 더욱더 분명하네.
御溝流水渾無賴   궁중 도랑 흐르는 물 도무지 믿을 수 없어,
漏洩宮娥一片情   한 조각 궁녀 마음을 남 몰래 흘려보내네.

이 작품은 작가 이인로의 <破閑集>에 이와 관련된 詩話가 전한다. “내가 일찍이 어떤 귀가에 가서 그 집 벽에 걸려 있는 초서로 된 족자 둘을 보았는데, 그것은 연기에 그을리고 집이 새서 그 빗물로 얼룩졌으나 형색은 자못 기고하게 보였다. 거기에 쓰인 시는 ‘붉은 잎에 시를 지어 궁중 밖으로 보내니/ 눈물 자욱 먹과 어우러져 오히려 분명하네./ 궁중 도랑 흐르는 물 흐려서 믿을 수 없어/ 한 조각 궁녀 마음을 남 몰래 흘려보내네.’ 라 한 것이다. 그 때 좌중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그것을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 ‘아마 이것은 당송 시대의 솜씨인가보지’ 하면서 그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떠들썩하게 지껄이다가 마침내 나에게 묻기에 나는 ‘이것은 내 솜씨다.’했더니 손님들은 깜짝 놀라면서 ‘헐어지고 망가진 베 조각이며 한 구의 흔적이 남은 것을 보면 이건 최근의 물건은 아니야!’라고 했다. 나는 ‘이것은 내 영사시(詠史詩) 가운데 한 편이다. 나는 자작이 아니면 이처럼 초서로 쓰지 않네.’라고 말했다.”(僕嘗於貴家壁上 見草書二簇 烟薰屋漏 形色頗奇古 其詩云 “紅葉題詩出鳳城, 淚痕和墨尙分明, 御溝流水渾無賴, 漏洩宮娥一片情” 座客皆聚首而觀之 以謂唐宋時人筆 紛然未得其實 就問於僕以質之 僕徐答曰 “是僕手痕也” 客愕然曰 “殘縑敗素寒具留痕 似非近古物” 僕曰 “此僕詠史詩中一篇也 僕非自作 未嘗下筆作草”)  한 조각 궁녀 마음을 남 몰래 흘려보내네.

임금에게 선택 받지 못한 궁녀에게 궁궐은 모든 욕망이 차단된 좌절과 상심의 공간이었다. 궁녀의 애절한 심정을 노래한 이 작품을 통해서도 그러한 점을 엿볼 수 있다. 궁녀의 삶이란 오로지 임금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살아야하는 해바라기와도 같은 인생이다. 언제 한번 마주칠지도 모르는 임금만 바라보며 살아가야 한다. 절대 권력인 임금 이외의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두었다가는 목숨을 빼앗기게 되는 금기(禁忌)의 공간이었다. 그러다보니 숱한 젊은 시절을 눈물만 흘리며 보낸 궁녀들이 허다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붉은 잎(紅葉)’은 성숙한 여인의 욕망을 상징한다. 그녀가 궁궐 도랑 흐르는 물에 잎사귀에 시를 지어 궁 밖으로 흘려보낸다. 아무도 모르게 내밀한 욕망을 드러내며 궁 밖으로 물 위에 둥둥 띄워 흘려보낸다. 잎사귀 먹물 자국에 눈물 자국을 덧보태니 더욱 또렷하다. 임금의 승은(承恩)을 기다리기는 무모한 일인 듯하다. 그러니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 자신의 운명을 의탁하려는 심사일 게다.

왜곡된 중세 신분질서의 상징, 수성궁(壽聖宮)

수성궁(壽聖宮)의 주인 안평대군은 매일 같이 시문(詩文)에 재주가 있는 궁녀들을 데리고 풍류(風流)를 즐겼다. 안평대군은 나이가 어리고 얼굴이 예쁜 궁녀 10명을 선발하여 문장과 시를 가르친다. 소옥(小玉), 부용(芙蓉), 비경(飛瓊), 비취(翡翠), 옥녀(玉女), 금련(金蓮), 은섬(銀蟾), 자란(紫鸞), 보련(寶蓮), 운영(雲英) 등 그러면서 “하늘이 재주를 내릴 때 유독 남자에게만 많이 내리고, 여자에게는 적게 내렸겠느냐? 오늘날 문장가로 자처하는 것은 아니나, 대개 서로가 엇비슷하여 특별히 뛰어난 자가 없으니 너희도 힘쓰도록 하라.”라고 독려하곤 했다. 아울러 시를 잘 짓는다는 선비가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그를 초대하여 함께 즐기곤 했다.
그러나 궁녀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안평대군 뿐이다. 초대 받아 온 손님들은 궁녀를 일체 볼 수 없게끔 벽으로 가로막았다. 궁녀들은 오로지 안평대군의 소유물과 다름이 없었다. 안평대군은 늘 궁녀에게 이르기를 “시녀가 한 번이라도 궁문을 나가면 그 죄는 죽어 마땅할 것이요, 궁궐 밖의 사람이 궁녀의 이름을 알기만 해도 또한 죽일 것이다.”라고 엄포를 놓곤 하였다.

운영(雲英)과 김진사의 운명적 만남 그리고 사랑

김 진사의 재능을 알게 된 안평대군은 그를 수성궁으로 초대한다. 대군은 김 진사가 나이 어린 유생이었기에 마음속으로 편히 여기며 운영을 포함한 궁녀들에게 자리를 피하게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바라본 김 진사의 준수하고 맑은 모습에 운영은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더군다나 대군이 김 진사에게 초서(草書)를 좀 써달라고 부탁하여 붓을 잡고 먹물을 찍어 휘갈기다가 붓끝의 먹물이 운영의 손가락에 미세하게 떨어진다. 순간 운영은 정신이 아찔하고 황홀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손에 묻은 먹물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씻지도 않는다. 그런 운영의 모습을 지켜본 궁녀들은 등용문에 오른 것에 비유한다.
이런 일을 계기로 운영은 김 진사를 향한 연모의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는 그리움이 하루하루 쌓여만 가고 있었다. 김 진사 또한 궁 안을 수시로 출입하던 무녀에게 부탁하여 편지를 주고받는 등 은밀하게 사랑을 나눈다. 그러다 김 진사의 종인 특과 운영의 동료 자란의 도움으로 김 진사는 몰래 궁의 담을 넘어 다니며 운영과 사랑을 나눈다.

운영과 김 진사의 사랑이 발각되다.

그러던 어느 날 안평대군은 궁녀들에게 시를 한 수씩 지어보라고 명한다. 그런데 궁녀들의 시를 평하다가 운영의 시를 보고는 이상한 기미를 눈치 채기에 이른다. 그런 뒤로 운영은 김 진사와 달아날 계획을 세운다. 김 진사는 자신의 몸종인 특의 도움으로 운영이 지니고 있던 보물들을 궁궐 밖으로 빼돌린다. 그러나 특은 이를 몰래 감추고는 김 진사와 운영의 관계를 소문낸다. 결국은 김 진사와 운영의 관계가 안평대군에게 발각되기에 이른다. 서궁에서 운영과 함께 거처했던 궁녀 다섯을 잡아다가 죽이라고 하자 한 마디만 하고 죽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초란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남녀의 정욕은 음양의 이치에서 나온 것으로 귀하고 천한 것의 구별이 없이 사람이라면 모두 다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한 번 깊은 궁궐에 갇힌 이후 그림자를 벗하며 외롭게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꽃을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리고, 달을 대하면 넋이 사라지는 듯하였습니다. 저희들이 매화 열매를 꾀꼬리에게 던져 쌍쌍이 날지 못하게 하고, 주렴으로 막을 쳐서 제비 두 마리가 같은 둥지에 깃들지 못하게 하는 것도 다름이 아닙니다. 저희 스스로 쌍쌍이 노니는 꾀꼬리와 제비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 번 궁궐의 담을 넘으면 인간세상의 즐거움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궁궐의 담을 넘지 않는 것은 어찌 힘이 부족하며 마음이 차마 하지 못해서 그러하겠습니까? 저희들이 이 궁중에서 꾀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주군의 위엄이 두려워 이 마음을 굳게 지키다가 말라죽는 길뿐입니다. 그런데도 주군께서는 이제 죄 없는 저희들을 사지(死地)로 보내려 하시니, 저희들은 황천(黃泉) 아래서 죽더라도 눈을 감지 못할 것입니다."

이처럼 초란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가감 없이 안평대군에게 토로한다. 초란의 언급에 이어 운영도 자신의 심정을 숨기지 않고 안평대군에게 고하게 된다.  

"주군의 은혜는 산과 같고 바다와 같습니다. 그런데도 능히 정절을 고수(苦守)하지 못한 것이 저의 첫 번째 죄입니다. 지난날 제가 지은 시가 주군께 의심을 받게 되었는데도 끝내 사실대로 아뢰지 못한 것이 저의 두 번째 죄입니다. 죄 없는 서궁 사람들이 저 때문에 함께 죄를 입게 된 것이 저의 세 번째 죄입니다. 이처럼 세 가지 큰 죄를 짓고서 무슨 면목으로 살겠습니까? 만약 죽음을 늦춰 주실 지라도 저는 마땅히 자결할 것입니다. 처분만 기다리겠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는 안평대군의 마음이 조금 풀어져 운영을 별당에 가두고 나머지 궁녀들은 모두 풀어주었다. 그런데 운영은 그날 밤 비단 수건에 목을 매고 자책감에 자결한다. 이 소식을 들은 김 진사도 혼절했다가 정신을 수습한 후 운영이 남긴 보화를 부처님께 바치고 내세를 기약하고자 한다. 그러나 특이 모든 것을 가로챘음을 알게 된 김 진사는 억울함을 부처께 고하고 특은 함정에 빠져 죽는다. 김진사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식음을 전폐하고는 운영을 따라 저승으로 간다.

독특한 구성 방식과 드물게 보이는 비극적 결말

<운영전(雲英傳)>은 ‘유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다. 유영은 안평대군의 옛 궁인 수성궁 터에 들어가 혼자 술을 마시다가  운영과 김 진사를 만난다. 그리고 그들의 한(恨) 맺힌 사연을 듣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결말부에서는 김 진사와 운영이 자신들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 달라고 당부하는데 깨고 보니 꿈이었다. 그런데 실제 앞에 놓인 한 권의 책에는 김 진사와 운영의 이야기가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고 하며 끝을 맺고 있다. 말하자면 유영이 주인공 운영과 김 진사를 만난 것은 꿈속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작품에 현실성을 부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몽유록의 발전된 형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고전소설의 경우는 흔히 ‘해피 앤딩’이라 하여 행복한 결말 구조를 갖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운영전(雲英傳)>은 고전소설이 갖는 그러한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운영의 사랑과 죽음은 중세가 낳은 신분적 한계와 궁 안에 갇혀 지내야만 했던 궁녀들의 억압된 삶에 대한 항거인 동시에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던 당대의 인식이 드러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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