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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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그리워도 그립다는 말 한마디 못하네. <몽혼(夢魂)>과 <무어별(無語別)>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기다림을 요구하는지 얼마나 큰 고통을 요구하는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젊은 시절 누군가를 사랑해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움이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때론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하는 지를.

꿈속에서 몰래 당신 집 앞을 서성였답니다.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그 집앞>이라는 노래를 배운 기억이 있다. 이 노래는 1933년 작곡자 현제명이 자신의 독창으로 발표했다. 노랫말은 이은상 선생이 지었다. 그 가사를 더듬어 보면 이렇다.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띌까 다시 걸어도
되 오면 그 자리에 서졌습니다.

이 가곡은 단조가 아닌데도 왠지 모를 서글픔을 자아낸다. 당시에 음악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따라 부르면서도 선율이 참 곱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 문득 이 노래의 가사를 다시 음미해 보니 이옥봉의 <몽혼(夢魂)>이라는 작품이 자꾸만 떠오른다.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도 그렇고, 눈에 띌까 걱정하며 서성이는 모습이 왠지 그녀의 시심과 닿아있는 듯 하다.

近來安否問如何   요사이 안부를 여쭈오니 어떠신지요?            
月到紗窓妾恨多   달 비친 사창(紗窓)에 첩의 한이 많습니다.  
若使夢魂行有跡   만일 꿈속의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했다면  
門前石路半成沙   문 앞에 돌길이반쯤은 모래가 되었습니다.
                                                     - 이옥봉,「몽혼(夢魂)」

문학적 감수성이 탁월하며 섬세한 여인의 목소리와 정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1행을 보니 시인과 임 사이에 연락이 두절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근래의 안부를 묻는 정황으로 보아 요사이 임은 시인을 잊고 살았던 게다. 그러니 달빛이 숨이 막힐 지경으로 넉넉하게 비치는 저녁이면 그리움은 더욱 간절해 질만도 하겠다. 그리고 그리움에 지쳐 잠이 든다. 잠들면 꿈속에서 어김없이 임의 집 앞을 서성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니 만일 꿈속의 혼백에게 발자취를 남기게 했다면 얼마나 오가며 서성거렸던지 아마도 그 집 앞에 돌길이 반쯤은 모래로 변했을 것이라는 표현이 애처롭다.
시인 이옥봉(李玉峯)은 이봉(李逢)의 서녀(庶女)로 태어나 훗날 조선중기의 문신이었던 운강(雲江) 조원(趙瑗)의 소실이 되었다. 시재(詩才)가 뛰어나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그녀의 한시 32수가 실린『옥봉집(玉峰集)』은 남편 조원(趙瑗)의『운강유고(雲江遺稿)』가 들어있는『가림세고(嘉林世稿)』후미에 부록으로 묶여 전해진다.

말 한마디 건네지도 못하면서 가슴은 또 왜 이리 ‘쿵쾅’ 거릴까요?

사랑의 감정이 싹 틀 때는 떨림이 수반된다. 기분 좋은 떨림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만 봐도 즐겁다. 그 앞을 이유 없이 서성거리기도 한다. 그냥 그 자체가 행복할 따름이다. 말 한마디 건네지도 못하면서.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냥 행복하고 기분 좋다.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十五越溪女   열다섯 살 아름다운 아가씨,              
羞人無語別   수줍어 말도 못하고 헤어졌네.    
歸來掩重門   돌아와선 중문까지 걸어두고,        
泣向梨花月   배꽃사이 달 보며 눈물 흘리네.  - 임제, <무어별(無語別)>

맘에 담아 두고 있던 그 사람을 우연히 보았다. 그런데 바보같이 가슴만 뛰고 곁에만 가면 아무런 말조차 할 수가 없었던 게다.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여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그냥 눈앞에서 우두커니 바라만 보아야 했다. 스스로가 왜 그리 바보 같은지 모르겠다. 용기를 냈다. 한발 한발 다가섰다. ‘저기…’ 하려는데 누군가가 그 사람에게 말을 건다. 그만 놀라 가던 방향에서 거꾸로 몸을 휙 돌렸다. 몇 발자국 뒤도 돌아보지 않고는 이냥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비켰다. ‘잠시 뒤에 다시 그에게로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뒤를 돌아본다. 그런데 이미 그는 어디론가 사라진 후였다.
가슴 한 구석에 휑하니 바람이 분다. 눈물이 핑 돈다.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낼 겨를도 없이 발걸음을 집으로 옮겼다. 속상한 마음으로 돌아와 누가 볼세라 중문까지 걸어 잠그곤 문에 기댄 채, 달빛 사이로 하얗고 흐드러지게 핀 배꽃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가녀린 소녀의 심사를 어쩜 이렇게 잘 포착했는지 모르겠다. 임제의 시재(詩才)가 새삼 놀라워 보인다. 그는 황진이를 한 번 보기 위해 애태우다가 직접 황진이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가 황진이가 살던 집에 당도했지만 이미 황진이가 죽은 후였다. 그래 물어물어 그녀의 무덤까지 찾아가서는 술 한 잔을 따라주며 시조 한 수를 남겼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느냐 누웠느냐.
홍안(紅顔)은 어디 가고 백골(白骨)만 묻혔느냐.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서러워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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