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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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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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자료 5. 한비자의 거짓 딜레마
1-2-2.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
(군자는 근본에 힘을 써야 한다.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생긴다. 효와 제라고 하는 행위는 인을 실천하는 근본일 것이다.)

만약 어느날 국가가 전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당신의 희생이 불가피하므로 목숨을 바치라고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거절하시겠다구요? 그렇다면 당신은 공자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공자가 노나라에서 司寇(지금의 법무장관 정도에 해당하는 직위)벼슬을 하면서 재상의 일을 대신 처리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 이웃나라였던 제나라와의 전투에서 어느 병사가 싸우지 않고 도망쳤습니다. 당연히 그 백성은 군법을 어긴 죄로 붙잡혀 왔습니다. 공자는 그를 처벌하기에 앞서 왜 도망쳤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백성은 자신에게는 봉양해야 할 늙은 어머니가 있고 자신이 죽으면 노모를 돌 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전쟁에서 도망쳤다고 대답했습니다. 공자는 진상을 조사해 보고 그것이 사실임을 확인한 다음 그를 처벌하기는커녕 도리어 그의 효행을 높이 평가하여 상을 내렸습니다.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한비자는 이와 같은 공자의 행위를 비판합니다. 그런식으로 도망치는 백성을 처벌하지 않고 용서해주면 노나라는 전투에서 쉽게 패배하고 말 것이며 그렇게 되면 국가라는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는거죠.
국가운영의 목적이 한 번의 승리에 있다고 인정한다면, 이를테면 손자와 같이 전쟁이 국가의 존망과 개인의 사생을 결정하는 중대사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입장을 받아들인다면, 현실적으로 한비자의 논의는 정당한 것 같습니다. 국가는 전쟁에서 승리하든가 아니면 멸망하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그건 한비자가 대변하는 국가의 처지일 뿐 백성들의 처지일 수는 없습니다. 백성들은 위의 경우처럼 싸우지 않고 도망치는 길을 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 굳이 싸움터에서 도망칠 것도 없이 그 전에 아예 다른 나라로 도망치든가 권력의 힘이 미치지 않는 깊은 산 속으로 숨을 수도 있습니다.
예기에는 공자가 태산의 깊은 곳에서 무덤앞에서 통곡하던 한 여인을 만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여인은 자신의 시아버지와 남편과 아들을 모두 호랑이에게 잃어버렸는데도 불구하고 그곳을 떠나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 권력의 힘이 미치는 안전한 장소로 가지 않습니다. 적어도 그 여인이 사는 곳에는 가혹한 정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 때문에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는 고사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공자는 그 여인의 말을 제자들에게 받아 적게했습니다. 가혹한 정치를 피해 이러저리 도망치는 백성들의 처지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죠. 그 때문에 전쟁터에서 도망친 백성을 용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공자의 입장은 한비자식의 국가주의와는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한비자는 죄지은 자를 보면 미워하지만 공자는 반대로 불쌍히 여기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공자가 중시했던 효제의 가치가 요즘 말하는 것처럼 편협한 가족주의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공자가 강조했던 효제는 오로지 자신의 어버이만을 사랑하고 자신의 어른만을 공경하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어버이를 사랑하는 근거가 자신의 어버이를 사랑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어떻게 해서 그럴 수 있을까요? 이 구절은 그런 공자의 생각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근본과 道의 관계는 孝悌와 爲仁의 관계와 같다.

앞구절에서는 孝弟가 지니고 있는 부수적인 효과를 말한 것이라면 이 구절은 효제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군자는 근본에 힘써야 한다는 대목에서 군자란 이상적인 인간상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문장에 근거해서 그런 이상적 인간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道를 추구하는 求道者가 가장 적절합니다. 이어지는 구절이 本立而道生이기 때문이죠. 본립이도생은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저절로 생긴다는 뜻입니다. 결국 本立則道自生이라는 뜻이죠. 다음의 구절 곧 孝와 弟는 仁을 실천하는 근본일 것이라는 내용에서 本立의 本은 孝弟를 그리고 道는 爲仁之道(인을 실천하는 도리)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군자가 추구하는 道의 구체적인 내용은 仁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결국 爲仁은 목적이고 孝弟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논어에 나오는 君子는 무력한 개인을 뜻하는 것도 아니며 국가를 운영하는 관료라는 의미에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군자란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데 뜻을 둔 사람이며 그런 자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물론 실제로 정치에 종사하느냐 아니냐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참된 의미의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모든 사람은 군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니까요. 따라서 그 군자가 추구하는 도는 당연히 개인의 해탈이나 이익을 넘어서는 공동체적 가치를 의미합니다. 그가 바라는 공동체적 가치가 바로 여기서 말하는 인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인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孝도 사실은 그와 같은 뜻입니다. 다만 효는 그 대상을 부모로 할 경우에 붙여진 仁의 다른 이름일 뿐이죠. 한문에서 효와 같은 글자를 들라치면 親을 들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사랑한다는 뜻을 가진 한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맹자에는 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어버이를 사랑한 뒤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한 뒤에 물건을 아낀다.)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親親의 親이나 仁民의 仁, 그리고 愛物의 愛는 기본적으로는 모두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親은 어버이를 대상으로 사랑하는 것이고 仁은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愛는 물건을 아낀다는 뜻이지요. 물론 이 중에는 없지만 짐승을 사랑하는 마음을 한문으로 표현하면 狎이라는 글자가 해당됩니다. 서울 강남의 狎鳩亭이 비둘기를 사랑한다는 뜻에서 지은 정자명인 것처럼요. 또 맹자는 이 구절과 거의 비슷한 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어버이를 사랑하고 자신의 어른을 공경하면 천하는 저절로 다스려질 것(人人親其親 長其長而天下平)이라고 말했습니다. 天下平이 곧 이 구절의 군자가 추구하는 道입니다. 그리고 親其親 長其長은 말할 것도 없이 孝弟입니다. 내친김에 맹자의 해설을 좀더 들여다 보기로 하죠.

남의 어버이를 사랑하는 도리가 내 어버이를 사랑하는 가운데 있다.

강대국 제나라의 군주였던 선왕은 한 마리 소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하면서 놓아 주라고 명령합니다. 맹자는 그런 마음을 두고 惻隱之心의 발로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이어서 선왕에게 소는 사랑할 줄 알면서 백성들을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힐난합니다. 전국시대에 백성들이 굶주렸던 이유는 먹을 식량이나 재물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맹자는 제후들의 푸주간에는 살찐 고기가 가득하고 마굿간에는 살찐 말이 가득한데, 백성들에게는 굶주린 기색이 역력하고 들에는 굶어죽은 시체가 나뒹군다고 당시의 참혹한 실상을 묘사했습니다. 소 한 마리 끌려가는 것을 보고 가슴 아파할 줄 아는 제후들이 어찌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요? 맹자는 그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확충시키지 못한 데서 찾았습니다. 제후들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배타적 소유욕에 빠져 있었던 것이죠.
그 때문에 맹자는 내 어버이를 어버이로 사랑함으로써 그 마음을 남의 어버이에게 미쳐가며, 내 아이를 아이로 사랑함으로써 그 마음을 남의 아이에게 미쳐 갈 수 있다면 천하는 쉽게 다스릴 수 있을 것(老吾老 以及人之老 幼吾幼 以及人之幼 天下可運於掌)이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은혜(사랑하는 마음)를 미루어 갈 줄 알면 四海를 모두 사랑할 수 있고 은혜를 미루어 가지 못하면 처자식도 사랑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推恩足以保四海, 不推恩無以保妻子) 오로지 자신의 처자식만을 사랑하는 행위를 유가에서는 私愛라고 표현합니다. 사애는 사적 소유욕의 다른 표현입니다. 이름은 사랑일지 몰라도 결국 소유욕과 다른 것이 아닙니다. 물론 私愛는 仁이 아닙니다. 사애와 대립되는 의미로 인을 풀이하자면 公愛라고 할 수 있겠죠. 인을 至公無私 또는 公而無私라고 표현하니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孝弟나 親親도 모두 사애에 해당합니다. 효제는 인보다 좁은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제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사애를 벗어나는 최초의 행위입니다. 인을 실천할 수 있는 근거가 효제라는 구체적인 행위 속에 있다는거죠. 이런 논리에서 예기에서는 사랑을 확립하는 일은 어버이를 사랑하는 일로부터 시작한다(立愛 自親始)라고 했습니다. 또 서경에서는 立愛惟親이라고 했죠. 같은 뜻입니다. 효제가 이루어지면 인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이 구절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제시된 것이죠. 엄밀하게 따지면 효제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사랑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효제를 실천할 수 있는 근거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미루어가면 효제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효제가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느냐에 따라 효제로 미루어 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이가 부모를 사랑할 수 있고, 자기 부모를 사랑할 줄 아는 이가 남의 부모도 사랑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맥락 때문에 송대의 정명도(정호)같은 학자는 사람들이 각기 자신의 어버이를 사랑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어버이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人各親其親然後 能不獨親其親)고 했습니다.
자신의 어버이만을 사랑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고루 사랑하는 것(不獨親其親)은 大同의 이상입니다. 그러나 그런 이상은 각자가 자신의 어버이를 사랑하는 행위를 전제할 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인을 실천하는 것은 효제에 국한되지 않지만 효제를 통하지 않고서는 인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효제는 인의 출발점입니다. 맹자가 말한 것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미루어 가기 위해서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대상을 우선 사랑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이니까요. 그럼 효제의 출발점은 무엇이냐구요? 그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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