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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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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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결혼시킨 여어사(呂御史)
참판까지 지낸 여동식(呂東植)은 일찍이 영남우도어사를 임명받고 수행차 진주(晋州)에 이르게 되었다. 그때 마침 우연히 추종꾼들을 잃은 채 저녁해를 넘기게 되었는데 투숙할 곳이 없었다.
마침 초라한 초가 한 채가 길가에 있기에 찾아가서 사립문을 두드렸더니, 사람이 나와 응접하였는데 바로 양반의 겨레붙이로서 아직 성혼하지 않은 자였다. 하룻밤 투숙하고 갈 뜻을 말하자 그 소년은 어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허락하고, 방 안으로 맞아들여 정성껏 우대하는 한편, 그 누이동생에게 말하여 저녁밥을 지어 올리게 하였다.
밤이 되자, 소년은 손님과 같이 웃목에서 자고, 그 누이동생은 아랫목에서 잤다. 언어와 동작을 살피기도 하고 더불어 수작을 해보기도 하였지만, 그들은 사람됨됨이가 사랑스러웠다. 남매가 한방에 거처하였으나 남녀의 구별이 매우 엄격하였다. 어사는 속으로 기특하게 여기면서 물어보았다.
“나이 이미 장성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장가를 가지 못하였는가?”
“집이 가난하기 때문에 남들은 모두 저와 혼인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앞마을의 부잣집에서 일찍이 저와 혼약(婚約)이 있었는데, 역시 가난 때문에 갑자기 혼약을 저버리고 다른 곳의 부잣집과 혼인을 맺어 내일 혼례를 치르려고 합니다.”
“네 누이동생은 정혼한 곳이 있느냐?”
“역시 정혼한 곳이 없습니다.”
어사는 이들 남매가 혼기를 놓친 것을 불쌍히 여기는 한편 앞마을 부잣집 사람이 가난을 핑계로 혼인을 퇴짜놓은 것을 분하게 여기었다.
그래서 다음날 어사는 곧장 그 부잣집으로 가서 밥을 구걸하였다. 그 부잣집은 대문이 치솟고 집채가 우람하였으며 뜰과 마당이 어마어마하게 넓었는데, 높이 차일을 치고 성대하게 자리를 깔고 빙 둘러 채색병풍을 쳐놓고서는 바야흐로 신랑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손님이 마루에 가득하고 노복들은 마당에 그들먹하였으며, 솥이며 상이며 그릇 등을 죽 늘어놓고, 해물과 육류를 지지고 볶아 진수성찬을 장만해서 차례로 마루 위에 올려갔다.
이때 걸인의 구걸소리가 갑자기 들리자, 주인은 하인을 불러 내쫓게 하였다. 어사는 쫓겨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서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이같이 성대한 잔치에 음식이 혼전만전한데, 어찌 굶주린 사람을 한 번 배불리 먹을 수 없게 하느냐?”
어사는 연달아 소리치며 뜰 아래로 나아가니, 주인은 몹시 언짢게 여기면서, 하인에게 명하여 한 상을 대충 차려 주도록 하였다. 그러자 하인은 곧 먹다 남은 썰렁한 음식을 초라하게 몇 가지 챙켜 작은 소반에 차려 내왔다.
어사가 슬그머니 대청 위로 올라가 여러 손님들 틈에 끼어 들어가 또 양반을 박대한다고 나무라니, 주인은 크게 노하여 또 하인을 시켜 끌어내도록 하였다.
마침 이때 역졸(驛卒) 하나가 어사의 소재처를 찾으려고 이 집 문전에 와 있었는데, 어사가 얼른 그를 보고 눈짓을 하였다. 역졸은 큰 소리로 외쳤다.
“어사출또야!”
어사출또 소리가 나자마자, 자리에 가득한 사람들이 놀라 흩어져 문을 메우며 도망갔다.
소위 신랑이란 자도 마침 당도하였다가, 이 광경을 보고 역시 말머리를 돌려서 급히 도망하였다.
어사를 추종하는 자들이 또 차례로 모여들었다. 어사는 드디어 상좌에 앉아서 집주인을 잡아들여 뜰 아래에 꿇어 앉히고 그의 죄를 따져 물었다.
“너는 한 고을 큰 부자로서 이미 큰 잔치를 베풀었는데, 한 상 푸짐하게 차려 주는 것이 너에게 무엇이 손해간다고하여 나를 쫓아내도록 하였느냐? 여러 번 간곡히 구걸하니 마지못해 여러 사람들이 먹다 남은 음식으로 초라하게 박대하고, 또 대청에 올라오자 구박하여 끌어내었으니, 어찌 이러한 도리와 이러한 인심이 있느냐? 또 너는 처음에 건너마을 김도령과 혼인을 약속하였다가 그 가난을 탓하여 임기에 가서 약속을 등지고 다시 다른 사위를 맞이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영남의 순후한 풍속이냐? 그러나 이제 이미 혼인날을 받고 혼석도 깔려 있으니, 속히 신랑의 옷과 백마(白馬)와 청사초롱을 마련해 가서 건너마을 도령을 맞아와 속히 초례를 치르도록 하라.”
또 어사는 가마 한 채를 보내 도령의 누이동생을 태워오게 한 뒤에 다시 집주인에게 명하여 화려한 옷을 준비해 주게 하고, 속히 도망간 신랑을 불러다가 그 집에서 초례를 행하게 하고는, 앉아서 두 혼인을 지켜보고 혼례가 끝나자 떠났다. 온 고을 사람들은 그 집 주인이 욕을 당한 것을 통쾌하게 여기고, 그 도령 남매의 혼인이 잘 치러진 것을 칭찬하였다.      

          《청구야담》, 편저자 미상,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 전경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12-1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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