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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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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견 作, 몽유도원도비기(夢遊桃源圖秘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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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기서(秘記序)

사람의 일생은 길어야 백년이다. 그러나 혼을 담아 남긴 작품은 천년, 만년의 울림을 간직하는 법이다. 내가 지난 날 안평대군 용(瑢)의 부르심을 받고 들어가 꿈에 대해 소상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나지 않아 그림을 완성했다. 대군께서 친히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라는 화제(畵題)를 명명(命名)하셨다. 발문(跋文)을 지으셨음은 물론이고 삼년이 지나 다시 꺼내보시고는 시문(詩文)까지 지으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가는 말로,

“여보게, 현동자! 왜 그림 속에는 내가 꾸었던 꿈의 내용과 달리 나와 인수가 나오지 않는가? 또한 정보와 범옹도 나오지 않고, 왜 그리 그렸는가?”

순간, 나는 두렵고 당황한 나머지,

“경물(景物)을 핍진하게 그리려다보니 인물(人物)에 대한 포치(布置)를 미처 배려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때를 놓치니 그림이 완성되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송구스럽습니다.”

라고 둘러댔다. 그러자 대군께서는 말없이 그저 한동안 멍하니 그림만 바라보시더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시며 웃고 말았다. 지금까지도 웃음 짓던 대군의 표정이 생생하다.  

그러나 어찌 알았겠는가? 대군께서도 꿈에 나타났던 인물들이 훗날 꿈처럼 그렇게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서 그와 같이 서로 다른 결단을 내렸을 줄을.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세상사 돌아가는 향방에 주목했다. 그랬더니 내가 피비린내 가득한 재앙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죽음이 그토록 두려웠다고 솔직한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다가오는 화란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대군께서 거두어 주시고 보살펴 주신 은혜를 거짓된 위선과 배신으로 보답했다. 그렇게 대군의 곁을 떠나고 난 이듬해 계유년(1453년)에 대군과 그를 따르던 김종서 장군과 황보인 등 문신들이 처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오! 슬프도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내 자(字)를 ‘가도(可度)’라 불렀다. 그런데 유독 대군만이 나를 ‘가탁(可度)’이라 부르시며 말씀하셨다. “여보게, 현동자. 한자 ‘度’에는 두 가지 음과 뜻이 있다네. 하나는 법도를 이를 때로 그 음은 도요, 다른 하나는 헤아림을 뜻하는 것으로 그 음은 탁일세. 자네는 내 보아하니 미래를 헤아릴 수 있는 안목이 뛰어난 듯하니 ‘가도’가 아니라 ‘가탁’이라 함이 옳지 않겠는가!”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계유년에 일어난 끔찍한 살생으로 <몽유도원도>에 얽힌 소중한 비화(秘話)들이 역사 속에 영원히 묻혀 사라지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내 삶이 다하기 전에, 내 정신이 혼미해지기 전에 <몽유도원도>에 담긴 의미를 소상하게 글로 남기지 않는다면 후세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고, 훗날 내가 죽어 지하에 가서도 차마 대군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나를 채근하고 있다. 그리하여 대군께 들었던 이야기들과 문하에 모여들었던 학사 대부들 그리고 내가 직접 몸소 체험하거나 곁에서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을 기록할 것이다.

대군께서는 그림에 글을 남기시길 천년 뒤를 기약한다고 하셨다. 허나 보잘 것도 없는 내 글은 오백년 후를 기약하는 마음으로 뒷날의 평가를 달게 받고자 한다. 500년이 지난 후 태어날 누군가 반드시 내 요청에 응답할 이가 있을 것이다.

                      경인년(1470) 계추(季秋) 초하루 현동자 안견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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