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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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전경원 
Subject >>  
 평양기생의 두 남자
젊었을 적에 자질(資質)과 가무(歌舞)로 이름을 드날리던 어느 평양 기생이 있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내들을 많이 겪은 중에 잊지 못할 두 명이 있었다. 하나는 너무도 미남이어서 잊을 수가 없고, 다른 하나는 너무도 추남이어서 잊을 수가 없구나.”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묻자 그녀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젊은 시절 감사를 모시고 연광정(練光亭)에서 잔치를 베풀 때의 일이다. 석양에 난간에 기대서서 건너편에 길게 펼쳐진 숲을 바라보는데, 한 젊은이가 나귀를 타고 나는 듯이 달려 강가로 와서 배를 불러 타고 강을 건너서 대동문(大同門)을 들어오는 것이었다. 풍채가 뛰어난 것이 마치 신선과 같았다. 나는 마음이 설레 걷잡을 수가 없어서 뒷간에 간다고 핑계하고 다락을 내려와 그 젊은이가 들어간 곳을 살피니, 바로 대동문 안에 있는 여관이었다. 그곳을 자세히 알아놓고 잔치가 파하기를 기다려 촌부(村婦)의 복장으로 고쳐 단장하고 저녁에 그 집에 가서 창틈으로 엿보았더니, 옥처럼 아름다운 청년이 촛불 아래에서 책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저처럼 아름다운 남자와 동침하지 못한다면 죽어서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 이내 헛기침을 하며 창문을 두드렸더니, 그 젊은 이가 물었다.
“거 누구요?”
“이 집 주인 여자입니다.”
“무슨 일로 어둔 밤에 여기를 왔소?”
“이 집에 장사꾼들이 많이 들어 잘 곳이 없기 때문에 윗목 한쪽을 빌어 잤으면 싶어서입니다.”
“그렇다면 들어와도 좋소.”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촛불 아래에 앉았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단정히 앉아서 책만 보다가 밤이 깊은 뒤에 이내 촛불을 끄고 눕는 것이었다. 내가 일부러 신음소리를 냈더니, 이 젊은 양반이 물었다.
“어째서 앓는 소리를 하오?”
“일찍이 흉통(胸痛)과 복통(腹痛)이 있었는데 지금 방바닥이 차가워서인지 묵은 병이 다시 발작합니다.”
“그렇다면 내 등 뒤의 따뜻한 곳에 와서 누우시오.”
나는 그 소년의 등 뒤에 누웠다. 그러나 소년은 한식경이 지나도 돌아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행차께서는 어떤 분인지 모르나 혹시 고자가 아니신지요?”
“어찌 그런 말을 하오?”
“저는 주인 여자가 아니고 바로 관기(官妓)이옵니다. 오늘 연광정 위에서 행차의 풍채를 보고 몹시 사모하던 끝에 이 모양을 하고 여기에 와서 한 번 대면하기를 바랐습니다. 저의 자질이 그렇게 추악하지 않고 행차의 연세도 그리 노쇠하시지 않았는데 아무도 없는 고요한 밤에 남녀가 함께 누웠는데도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으시니 고자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네가 관기였단 말이냐? 그렇다면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주인집 부인인 줄 알고 그랬다. 너는 옷을 벗고 동침해도 좋다.”
그 젊은이는 이내 나를 끌어 안았는데 그 풍류와 흥미는 바로 한 화류장(花柳場)의 호탕한 남자였다. 두 사람은 유쾌한 재미를 보았다. 새벽에 그 젊은이는 일어나 서둘러 여장으  꾸려가지고 떠나려 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뜻밖에 서로 만나 하룻밤의 인연을 잘 맺고 갑자기 서로 헤어지게 되었구려. 훗일에 만날 기약이 어려우니, 이별의 서운한 마음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행장 속에 별다른 정표할 물건이 없으니 시 한 수를 남겨주겠다.”
그리고는 나더러 치마폭을 들게 하고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물은 나그네 같아 멈추지 않고 흐르며
산은 가인과 같아 다정하게 보내는구나
은촉 오경에 애정의 자리를 파하니
수풀에 가득한 비바람 가을소리를 내는구나

시를 다 쓰자, 그 사람은 붓을 던지고 가버렸다. 내가 그 청년의 소매를 붙잡고 주소와 성명을 물었지만 그 사람은 빙긋이 웃으면서,
“나는 산수와 누대 사이를 방랑하는 사람이니, 주소와 성명을 물을 필요가 없느니라.”
하고 훌쩍 떠나버렸다. 나는 이내 집으로 돌아와서 그 사람을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어서 치마에 써준 시를 안고 울었다. 이것이 사모하여 잊기 어려운 것이다.
언젠가는 감사의  수청기생으로 감사를 모시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문지기가 와서 전하였다.
“모처에 사는 마름인 모동지(某同知)가 뵈려고 대문밖에 와 있습니다.”
감사가 들어오게 하자, 웬 몸집이 비대한 촌놈 하나가 베옷에 짚신을 신고서 허리에는 반쯤 퇴색한 홍대(紅帶)를 두르고 맨머리에는 금관자를 달았는데 순전히 구릿빛이었으며, 눈썹과 눈은 사납게 생기고 용모는 추악하게 생긴 험상궂은 한 천봉장군(天蓬將軍)이 앞에 와서 넙죽 절을 하는 것이었다. 감사가 물었다.
“너는 무엇하러 멀리서 이렇게 왔느냐?”
“소인은  의식이 부족하지 않으니 별로 사또께 바랄 것이 없습니다만, 평소 소원이 한 예쁜 기생을 얻어 실컷 정을 풀고 싶어서 불원천리하고 왔습니다.”
감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만일 그런 마음을 가졌다면 여기에서 당장 합당한 기생을 고르도록 하여라.”
그자는 분부를 듣자마자 곧장 수청방으로 들어왔다. 여러 기생들이 모두 도망치니, 그자는 뒤쫓아서 한 명을 붙잡았는데 얼굴이 아름답지 못하였다. 또 한 명을 붙들고는
“몸이 뚱뚱해서 합당치 못하다.”
하고 나를 붙들더니 말하는 것이었다.
“ 쓸 만하구먼.”
그리고는 나를 안고 담모퉁이로 가서 강간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때 힘이 약했기 때문에 도망할 수도 없고 죽으려 해도 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자가 하는 대로 맡겨두었다.
조금 후에 몸을 빼내어 집으로 돌아와서 더운 물로 몸을 씻었으나 비위가 가라앉지 아니하여 며칠 동안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추악한 것으로서 잊기 어려운 것이다.                                                                                                 《계서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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