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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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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인계에 넘어간 암행어사
'박당'이란 사람은 탐관오리로서 매우 교활한 자였다. 그가 어느 고을 수령으로 있을 때에 어사가 그를 봉고파직(封庫罷職) 시키고자하여 그 고을을 몰래 돌려 자주 염탐하고 있었다.
박당은 낌새를 알아차리고 사람을 어사의 숙소로 보내서 그 수종과 역졸들의 패랭이를 모두 훔쳐오게 하였다. 그리고는 이튿날 아침에 패랭이 수십 개에 표시를 한 다음, 사람을 시켜 장사꾼으로 행세하게 하였다.
“패랭이 사시오.+”
그 사람이 장사꾼처럼 외치면서 어서가 묵고 있는 곳을 지나가니, 어사는 패랭이를 잃고 당황하던 참이라 그 장사꾼을 보자 즉시 일행이 고가를 주고 패랭이를 사서 썼다.
그래서 그 뒤로는 어사의 행색을 패랭이의 표시로 정확하게 구분할 수가 있었다. 길 가는 사람은 누구나 알아보고 어사가 현재 여기를 지나간다고 말하게 되었으므로, 어사는 신분을 숨기고 다니기가 어려웠다. 어사가 저녁에 한 조그마한 객점을 들어가게 되었다. 주인 노부부가 반갑게 맞이하여 잘 대해주므로 어사는 그 객점에서 유숙하게 되었다.
어사가 마침 문 밖을 나갔는데 아름다운 한 여자가 소스라치며 순식간에 안으로 들어갔다. 얼핏보고도 경국지색(傾國之色)임을 알 수 있었다.
어사는 자제하지 못하고 주인을 불러서 물어보았다.
“아까 지나간 여자는 뉘요?”
“이 늙은이의 외동딸이외다.”
“나의 소실로 주는 것이 어떻겠소?”
어사는 자신의 문벌과 성명을 내세워 덕을 보일 것을 암시하였으나 주인은 완강히 거절하였다.
“나는 바로 암행어사다.”
어사가 조급한 마음을 견디지 못하여 얼른 마패(馬牌)를 내보이니, 주인은 깜짝 놀라며 사죄하고 혼인을 허락하였다.
어사는 대단히 기뻐하며 오늘밤이 가장 좋은 밤이라 생각하고 주인 부부로 하여금 그 딸을 데리고 오도록 하였다. 그 아름다운 자태는 참으로 선녀 중의 선녀였다. 어사는 드디어 그녀와 운우의 낙을 가졌고, 이후로는 그 집에 돈과 비단을 후히 주면서 날마다 유숙하고 매일 등잔 아래에서 서계(書啓)를 작성하였다. 주인은 곁에서 다 알고 지켜보면서도 까마득히 모르는 체하였다.
어사가 본읍의 치적(治績)을 묻자 주인이 대답하였다.
“천하에 탐관오립죠. 일마다 교활하고 가는 곳마다 행악이 따르는 걸요.”
모두가 법을 해치는 일이었다. 어사는 이것저것을 자세히 묻고는 그가 답한 대로 적었다. 기타 이웃고을을 수령들의 치적여부도 주인의 말에 따라 기록하였으며, 주인이 평소 사랑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의 덕을 포상하고 원수를 갚는 일까지도 모두 그의 소원에 따라 기록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느덧 반년이 지나 복명할 시기가 되어 어사가 주인에게 작별할 기일을 알리면서 약속하였다.
“내 상경한 즉시 따로 집 한 채를 사놓고 그때에 그대의 딸을 맞아갈 걸세.”
그 딸의 손목을 잡고 슬퍼하며 이별의 아쉬움을 말하니, 딸은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그리워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태도를 보여 사람으로 하여금 철석간장이 녹아내리게 하였다. 어사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서글퍼하자, 주인이 오히려 몇 번이나 위로하고 달랬다.
한참 후에 주인이 다시 말했다.
“사또와 이 늙은이는 비록 위아래의 지체는 다르나 이미 장인과 사위가 되었는데, 이 늙은이가 누구인 줄 몰라서 되겠소?”
어사가 이마를 치며 말했다.
“아차! 성씨는 익히 아나 이름은 모르는데, 이름은 과연 뭐라고 하는가?”
“이 늙은이는 바로 이 고을 수령 박당올시다.”
어사는 다 듣고 나서 눈을 부릅뜨며 쏘아보고 입을 꼭 다물다가, 종당에는 넋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계초(啓草)를 모두 불태우고 밤을 틈타서 도망가 버렸다.    《계압만록》

* 전경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12-1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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