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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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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 팔뚝에 새긴 이름
조선 성종 때에 노아(蘆兒)라는 기생이 있었는데 미모와 재주가 당대에 가장 뛰어났다. 고을 수령이 그녀에게 빠져 정신을 잃는 것은 물론, 왕명을 받든 어사들까지도 그녀에게 빠져 여러 날씩 묵어 한 고을의 큰 폐단이 되었다.
노모(某)라는 어사가 남쪽 지방으로 내려갈 때 노아기생의 장살(杖殺)을 자신의 소임으로 삼았다. 이 소리가 멀리 퍼져, 그 고을 수령이 이를 듣자 식음을 폐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노아가 웃으며 말했다.
“나에게 한 계략이 있으니 사또는 걱정하지 마세요.”
노아는 그 오라비를 데리고 혼자 사는 과부로 위장한 다음, 어사의 종적을 염탐하여 이웃고을 객점으로 가서 기다렸다. 과연 어사가 그 객점으로 들어왔다.
노아는 담박한 화장에 소복차림으로 물동이를 이고 자주 어사의 앞을 오가며 시선을 끌었다. 그녀의 곱고 가냘픈 맵시는 참으로 선녀 같았다.
어사가 정욕을 이기지 못하여 가만히 주인의 어린 아이에게 그녀가 누군가를 묻자 아이가 대답하였다.
“바로 쇤네의 누이인데 남편을 여읜 지 겨우 3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어사는 밤이 깊은 뒤에 그 아이를 시켜 누이를 불러오게 해서 밤새도록 뼈에 사무치는 정을 나누었다. 이때 노아가 말했다.
“저는 시골 천한 촌부로서 이미 귀공의 총애를 받았으니, 지금부터 다른 사람에게 개가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반드시 수절하고야 말 것입니다. 그러니 귀공께서는 제 팔뚝에 이름을 남겨서 훗일의 신표로 삼게 해주시는 것이 어떻겠나이까?”
“그렇게 하지.”
어사는 노아의 팔뚝에 자기의 이름을 써 주었다. 결국 범수(范 )가 장록(張祿)으로 바뀐 줄을 몰랐던 것이다.
어사가 장성(長城)에 들어가서 크게 형위(刑威)를 베풀고 노아를 잡아들여 말하였다.
“요물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나서 그녀로 하여금 휘장을 사이에 두고 서게 한 다음, 그 범죄행위를 들추어내자 노아가 큰 소리로 말했다.
“공초(供招:진술서)를 바치고 죽기를 원합니다.”
어사가 종이와 붓을 주게 하자, 노아는 단지 다음과 같은 절구 한 수만을 썼을 뿐이었다.

노아의 팔뚝에 적힌 건 누구의 이름일까                蘆兒上是誰名
하얀 살에 스민 먹 글자마다 선명하네                   墨入氷字字明
차라리 강물이 마르는 것을 볼지언정                    寧見川原江水盡
이 마음 첫 맹세 끝내 저버리지 않으리                  此心終不負初

어사는 이 시를 보고는 그녀에게 속임 당한 것을 알고서, 감히 아무 소리도 못하고 밤에 몰래 도망쳐야만 했다. 그가 조정에 돌아오자 성종 임금은 그 소식을 듣고 크게 웃고는, 특별히 노아를 어사에게 주도록 명하였다. 그래서 어사는 그녀아 동거하고자 했던 소원을 이루고 장성(長城)은 이때부터 고을의 폐단이 영원히 끊어졌다.       《계압만록》

* 전경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12-1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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