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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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전경원 
Subject >>  
 임금께 바친 기생의 사적삼
조선 선조 때에 한 젊은 관원이 왕명을 받아 평안도 어사가 되었다. 평안감사의 탐장(貪贓) 소문이 자자하였으므로 어사가 임금에게 하직인사를 할 때에 선조 임금은 그 일을 아울러 살피라고 하면서 하교하였다.
“만일 발견된 장물이 있거든 즉시 올려보내라.”
어사가 왕명을 받들고 여러 고을을 두루 살피다가 평양에 이르러 탐문해보니 과연 헛소문이 아니었다. 그런데 장물을 잡아낼 길이 없었다. 이에 어사는 한 꾀를 생각해 내어 시골에서 온 손님처럼 변장한 다음, 거짓말로 감사 친척의 사환이라 하고 편지를 들이밀었다. 감사는 맞아들여 후대하고 그가 도망간 종을 추심하러 가는 길임을 듣고는 관자(關子:공문서)를 작성해 주었다.
어사는 배우지 못한 시골뜨기처럼 굴면서 감사의 동정을 살피려고 일부러 오래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이때 감사가 조그마한 첩지(帖紙)를 손에 쥐고 가만히 뭐라고 쓰고는 끝에 자기의 이름을 써 넣었다. 어사가 그 곁으로 가까이 가서 엿보니, 바로 백주(白紬) 1동(同)을 들이라는 첩지였다. 감사가 노하여 꾸짖었다.
“시골 사람이 체면도 모르고 감히 어른이 하는 일을 엿보느냐?”
어사는 화들짝 놀라는 체하였다.
감사가 그 첩지를 통인(通引)에게 넘겨주어 도장을 찍게 할 때에 어사는 바삐 일어나서 그 첩지를 빼앗았다. 그 감사가 화를 내어 꾸짖으며 도로 빼앗으려 하자 어사는 얼른 명리(命吏)를 불렀다. 명리는 미리 뜰 아래에 엎드려 있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암행어사 출도야.”
그러자 감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내사(內舍)로 달려 들어가고 어사는 그대로 말을 달렸다.
감사가 당황하여 비장(裨將)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어사가 내 첩지를 빼앗아 갔다. 이미 장률(贓律)을 범하였으므로 죄를 면하지 못할 듯싶다. 만일 기묘한 꾀를 써서 그 첩지를 찾아오면 백금(白金) 50냥과 세목(細木) 50필을 상으로 줄 것이고, 관속은 응당 면천시켜 줄 것이다.”
기생 하나가 자원하고 나가서 그 어머니와 함께 주찬(酒饌)을 준비하고 어사의 행적을 탐지하였다. 그런데 어사가 저녁때 강가의 객점으로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생은 몰래 객점 주인을 다른 데로 옮기고 가짜 주인이 되어서 그 어머니로 하여금 어사를 접대하게 하였다. 그 어머니는 관록이 있는 노기(老妓)인지라 무척 영리하였다. 술과 안주와 저녁밥을 차례대로 풍성하게 차려 내 오면서 간곡한 정을 다 쏟아 부었다.
어사는 좋은 부인을 만난 것이 기뻐서 그 노파와 계속 이야기를 하였다. 이때 마침 소녀 하나가 부엌 안에서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는데, 노파가 노 소녀를 불러다 술을 따르게 하였다.
어사가 소녀를 보고는 노파에게 물었다.
“이 여자는 누구인고?”
“쇤네의 죽은 아우의 딸이옵니다. 서울 대갓집에서 가서 일하다가 제 어미의 소상을 지내기 위해 말미를 받아 내려왔다오.”
어사는 첫눈에 반해 침을 흘리며 감탄했다.
“할멈의 조카딸이 어찌 이리도 절색인가?”
“뭘요, 하천배 중에서 겨우 추물이나 면했을 뿐인데 행차의 칭찬이 지나치신 것 아니옵니까?”
노파가 그 소녀로 하여금 술을 따르게 하고 또 노래를 부르도록 하니, 그 소녀는 노래를 잘하였다. 그 소리가 유창할 뿐만 아니라, 음률에도 빈틈없이 맞았으므로 어사는 대단히 기특하게 여겼다.
그 노파가 물러간 뒤에 어사는 술을 흠뻑 마셔 잔뜩 취해서, 이내 그 소녀와 베개를 함께 베고서 '상경한 뒤에 속량(贖良)하여 소실로 삼겠다.'고 약속하므로 기생은 기뻐하였고 두 사람의 정이 차고 넘쳤다. 밤이 깊어지자 두 사람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기생은 어사가 조그마한 검은 궤 하나를 옷으로 싸서 그대로 베는 것을 보고 어사가 깊이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른 베개를 대신 베어주고 그것을 빼내서 가만히 열어 보았더니, 과연 첩지가 그 속에 들어 있었다. 기생은 그 첩지를 꺼내고 대신 제 사적삼(紗赤衫)을 그 속에 넣어 도로 가만히 베어주었다. 어사는 잔뜩 취해 곤히 잠들어서 깨지 않았다.
기생이 곧 첩지를 보내주자, 감사는 크게 기뻐하고 약속대로 후한 상을 주었다.
어사는 기생과 며칠을 지낸 뒤에 떠나 서울로 올라와 복명하고 작은 궤를 받들어 올렸다. 그런데 웬일일까. 선조 임금이 그 궤를 열어보니 첩지는 보이지 않고 다만 여인의 사적삼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선조 임금이 괴상히 여기고 그 까닭을 물으니, 어사는 당황하여 뒤로 물러나 엎드려서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다. 한참 후에 이 일의 전말을 아뢰니, 선조 임금은 넌지시 웃었다.
“이것은 바로 감사의 계략이니라.”
그리고 곧 어사에게 물러가도록 명하고, 정원(政院)에 전교하여 그 곡절을 감사에게 자세히 물어 감사로 하여금 숨김없이 실토하게 하였다. 감사는 자신이 어사에게 속임을 당하고 어사가 기생에게 속임을 당한 일의 자초지종을 서면으로 아뢰고 죄를 청하였다.
그러자 선조 임금이 하교하였다.
“감사의 남용은 바로 위법이나 역시 사소한 일이고, 첩지를 도로 빼앗은 것 또한 일을 능란하게 처리한 것이라 할 만하니, 우선 놓아두어 불문에 붙이도록 하라. 그리고 어사가 속임을 당한 것은 해괴한 일이나 남자가 여색에 미혹되어 한순간 속은 것이니, 행여 괴이하게 여길 것이 없다. 그러므로 역시 놓아두어 불문에 붙이도록 하라. 또한 기생의 전후 처사도 역시 영리하다 할 수 있으니, 그 약속에 따라 면천시키도록 하라.”
그리고 선조 임금은 곧 그 기생을 어사의 소실로 삼게 하였다.
이리하여 감사와 어사는 다 죄를 면하게 되고, 그 기생은 면천하여 갑자기 명사(名士)의 소실이 되었다. 어찌 장한 일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지금까지 선조 임금의 훌륭한 덕을 칭송하고 있다.  《계압만록》


* 전경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12-1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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