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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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전경원 
Subject >>  
 기생에게 희롱당한 어사
옛날 어느 유명한 한 관원이 순안어사(巡按御使)로 전주에 내려 갔는데, 그 명망과 지위를 믿고 비할 데 없이 교만하여 수청 기생을 물리치고 언제나 혼자 잠을 잤다.
그를 미워한 감사와 부윤(府尹)이 은밀히 의논하여 속임수로 곤욕을 보이려고 하였다.
이에 여러 기생 중에서 재주와 미모가 아주 뛰어난 여자를 뽑아서 옅은 화장에 소복을 입혀 촌부(村婦)로 위장시킨 다음, 그녀로 하여금 자주 왕래하여 어사가 머물고 있는 처소에 몰래 나타나게 하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미리 통인(通引)인 배동(陪童)을 들여 보내서 미끼로 삼았다.
어사가 과연 그녀를 보고 기뻐하며 배동에게 물었다.
“저 여자는 어떤 사람인가?”
“저 여자는 소인의 누이옵니다. 소인을 만나기 위해 여기를 왕래하는데 촌부라서 관가의 규율을 몰라 사또가 계신 곳을 피하지 않았으니, 황공함을 견디지 못하겠나이다.”
“그게 무슨 잘못이라고, 그런데 왜 소복을 입었느냐?”
“남편을 여의고 아직 복을 벗지 못하였습니다.”
어사는 정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루는 밤에 몰래 배동에게 넌지시 말했다.
“내가 네 누이를 한 번 보고 싶은데 네가 불러 올 수 있겠느냐?”
배동은 거짓으로 놀란 체하면서 떠보았다.
“사또의 위엄은 하늘과 같사옵고 소인의 누이는 천인이온데 어떻게 감히 와서 뵐 수 있겠습니까?”
어사가 부드러운 말씨로 타일렀다.
“네 누이의 용모가 예쁘기에 내가 실은 소실을 삼고 싶으니, 그가 만일 개가할 뜻이 있다면 내 첩이 되는 게 좋지 않겠느냐? 너는 이 뜻을 네 누이에게 말하고 몰래 데려오너라.”
“감히 할 수 없습니다.”
배동은 계속 내키지 않는 체하다가 어사가 자꾸 권유한 뒤에야 비로소 허락하고, 이튿날 심야에 몰래 누이를 데려다 주었다.
기생이란 요물인지라 온갖 아양을 다 떨면서 매혹시키니, 어사는 결국 그녀에게 사로잡혔다. 그래서 기생은 날마다 저물녘에 찾아갔다 새벽에 나오곤 하였고, 어사는 소실을 삼아 서울로 데려가겠다고 굳게 약속을 하였다. 어느 날 밤에는 그녀가 어사에게 말했다.
“어사또께서는 스스로 정이 깊다고 말씀하시나 한갓 헛된 말씀일 뿐입니다.”
“왜 그런 말을 하느냐?”
“제 집이 관아에서 지척의 거리이온데 어사또께서는 한 번도 찾을 생각을 안 하시니, 정이 깊은 자는 본디 이와 같은 것이옵니까?”
“한 번 찾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나 남들의 이목을 어찌하겠느냐?”
“만일 밤중에 미복차림으로 몰래 가신다면 누가 알겠나이까?”
어사는 그 말에 따라 결국 기녀와 함께 걸어서 몰래 그녀의 집에 당도하여 옷을 벗고 잠자리에 들었다. 배동이 이 일을 감사에게 은밀히 보고하니, 감사는 즉시 도사(都事)와 부윤(府尹)으로 더불어 별당(別堂)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이날 밤은 달빛이 대낮처럼 유난히 밝았다. 크게 기악(伎樂)을 벌이고 광대놀이를 베풀어 마당에서 여러 가지 놀이를 하였다. 그리고 사민(士民)들이 마음대로 구경할 수 있게 대문을 열어놓고 금하지 말도록 하였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구경을 하러 달려갔다.
그녀가 어사에게 말했다.
“구경가지 않으시렵니까?”
“너는 갈 수 있어도 나는 갈 수 없다.”
“저 혼자 가면 재미가 없으니 안 가는 것만 못합니다. 그러니 어사또도 같이 가십시다.”
어사는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녀와 함께 구경가려고 할 때에 어사가 건복(巾服)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였다. 그것은 그녀가 잠자리에 누울 때에 이미 감춰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 어머니가 쓰던 너울과 검은색 장옷이 있으니, 사또께서 장옷에 너울을 쓰고 다니신다면 변장하여 자취를 감추는 데에 어찌 묘한 방법이 아니겠나이니까?”
어사는 또 그 말에 따라 노파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그녀와 함께 가서 여러 사람 틈으로 들어가 몰래 마당가 대숲속에 숨어서 구경을 하였다.
어사가 대문에 들어설 때에 관속들이 가만히 보고 있다가 은밀히 감사에게 보고하자, 감사는 즉시 영을 내렸다.
“구경꾼이 너무 많으니 대문을 닫아 엄히 금하되, 이미 들어온 자는 나가지 못하게 하고 들어오지 못한 자는 더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그리고 도사와 부윤에게 말했다.
“오늘 잔치에 어사를 청하지 않았으니, 너무 잘못한 것 같소.”
좌중이 모두 맞장구를 쳤다.
“그렇소이다.”
그래서 드디어 심부름꾼을 보내서 어사를 초청하니, 심부름꾼이 갔다가 곧 돌아와서 보고하였다.
“어사또께서 계시지 않습니다. 온 관사를 다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하였습니다.”
감사가 깜짝 놀라는 척하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고?”
그리고 곧 모든 관사를 두루 뒤져 샅샅이 찾도록 하였으나 끝내 찾지 못하였다. 부윤이 감사에게 말했다.
“어사가 혹시 미행하여 구경하는 사람들 틈에 들어온 것이 아니오?”
좌중이 모두 고개를 저었다.
“어찌 그럴 리가 있겠소이까?”
“알 수는 없는 일이지요.”
부윤이 다시 이렇게 말하자, 감사는 이내 문지기에게 명하여 대문을 한쪽만 열어 마당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게 하였다. 그리고 군관(軍官)을 시켜서 그 문을 감시하도록 하였다.
얼마 후에 마당은 한 사람도 없이 텅 비게 되었다. 감사가 또 명하여 대숲속을 다시 찾아보게 하였다. 여러 관속들이 명을 받고 달려가더니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여기에 두 사람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끌어내어 살펴보고 나서 또 놀란 듯이 소리를 질렀다.
“한 사람은 여인의 장옷을 입고 너울을 썼는데 수염이 몹시 많으니 이게 어찌된 영문입니까?”
감사가 그를 끌어내서 촛불을 밝히고 자세히 보게 하자 여러 사람들이 모두 소리쳤다.
“이 사람은 모습이 어사와 같습니다.”
“어사가 어찌 이런 모먕을 할 리가 있겠느냐?”
감사는 시치미를 떼고 깜짝 놀라는 체하며 그를 끌어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잔칫자리에 앉히고 촛불 아래에서 그가 쓴 너울을 벗겼는데 과연 어사였다. 좌중의 손님 및 기생과 악공(樂工) 그리고 마당에 가득한 이졸(吏卒) 등 어사의 몰골을 본 자들은 모두 입을 가리고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웃어댔다.
감사가 어사에게 말을 걸었다.
“어찌하여 이런 모양을 하셨소?”
어사는 풀이 죽어 머리를 떨어뜨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 감사는 어사에게 그가 쓴 너울과 장옷을 그대로 쓰게 한 채 상좌에 앉히고 어사가 사랑하는 촌부를 불러서 그 곁에 모시고 앉게 하니, 곧 일개 기생으로 되돌아왔다.
이에 음식을 올리고 풍악을 베풀어 밤새껏 놀리고 희롱하며 웃다가 파하였다. 이튿날 어사는 가겠다는 말도 없이 떠났고 드디어 이 일로 인해 세상의 버림을 받았다.

* 전경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12-1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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