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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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전경원 
Subject >>  
 정승부인과 꽃다운 기생
심(沈)씨 부인은 어느 정승의 아내였다. 질투심이 강하여 암팡스럽게 떠들어댔기 때문에 정승은 부인을 호랑이처럼 무서워하여 감히 외도를 하지 못하였다.
하루는 새벽에 일어나서 조정에 가려고 할 때 젊은 여종이 손대야를 들고 나왔는데, 그녀의 새싹처럼 부드러운 손이 하도 예뻐서 잠깐 어루만졌다.
조정에 와서 있을 때였다. 집에서 아침밥을 가져 와서 밥을 먹으려고 그릇 뚜껑을 열었더니, 그릇 속에는 있을 밥은 없고 잘려진 손하나가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정승은 크게 놀라 질색을 하였다. 아마 심씨 부인이 남편이 여종의 손을 어루만진 것을 넌지시 알고 그 손을 잘라 보낸 것이리라.
온 식구들은 조마조마하여 불안에 떨었다. 특히 여종들은 서로 조심하여 정승의 앞에 얼씬거리지 말도록 경계하였다.
정승의 백씨인 모 재상이 평안도관찰사로 있을 때, 정승은 마침 임금의 명을 받들고 가서 연광정(練光亭)과 부벽루(浮碧樓)에서 머무는 동안에 비로소 몰래 한 기생을 가까이하였다.
심씨 부인은 이 소식을 듣고 노발대발하며 즉시 행장을 꾸려 그 아우를 대동하고, 곧장 평안도 감영으로 향하여 그 기생을 쳐 죽이려 하였다.
이에 대한 급보가 먼저 날아들자, 정승은 이 소식을 듣고 놀라 혼이 나갔고, 관찰사도 크게 놀라 허둥대었다.
“이 일을 장차 어찌 할꼬? 우선 기녀를 피신시키고 차차 선후책을 찾아보세.”
이 말을 들은 기생이 말하였다.
“소첩이 비록 피신하더라도 부인은 그같은 기질로 반드시 그냥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혹시 큰일을 벌리면 온 감영이 벌벌 떨 것입니다. 소첩의 목숨은 족히 아까울 것이 못됩니다마는, 부인의 지나친 행동은 일찍이 없던 일이라 이야깃거리로 전해질 것이니, 참으로 민망스럽니다. 소첩에게 한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집이 가난해서 할 수 없습니다. 만일 천금만 있다면 시험해 볼 만합니다.”
“네게 해결책이 있다면야 천금이 뭐 아깝겠느냐?”
관찰사는 급히 말하여 이내 천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비장(裨將)을 중도에 보내서 부인에게 마음을 즐겁게 만들기에 힘쓰도록 하였다. 그런데 심씨 부인은 황주(黃州)에 도착하여 영접을 하고 안부를 묻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보고 냉소하며,
“내가 무슨 고관대작이나 봉명사신이 된다고 문안하는 비장이 있단 말이냐? 또 나는 여비를 가졌는데 어찌 음식 접대를 받을 필요가 있겠느냐?”
하고 모두 물리쳤다. 중화(中和)에 이르러서도 또한 이와 같이 물리쳤다. 돌아서 재송원(裁松院)을 지나자 때는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때라, 10리나 되는 도로변의 가로수는 녹음을 이루고 아름다운 꾀꼬리는 요란하게 울어대 굽이굽이 마치 그림속 경치와 같았다. 긴 숲이 끝나는 지점엔 한 가닥 맑은 강이 성곽을 안고 흐르는 것이 보이는데, 모래는 백옥처럼 희고 물은 거울처럼 맑았다. 석회를 바른 성가퀴의 그림자는 물구비에 거꾸러지고 채색으로 꾸민 배는 물가에 빽빽이 늘어섰으며 화려한 누각들은 반공에 솟아 있어 모든 광경이 눈을 부시게 하였다. 참으로 제일 강산으로 중국 명승인 항주(杭州)의 십경(十景)과 같았다.
심씨 부인은 가마의 주렴을 걷고 쳐다보면서 탄복하였다.
“과연 뛰어난 명승지로다! 이름이 헛되지 않았구나!”
그리고 멀리 백사장 가의 길을 바라보았는데, 꽃 한 송이가 바람에 나부껴 날아오는 것이었다.
정승과 가까이 지내던 기생은 천금을 들여 몸을 화려하게 꾸몄다. 머리를 장식한 금봉채(金鳳釵)를 위시하여 비단옷이며 패옥(佩玉) 등이 휘황찬란하였으니, 소상육폭(瀟湘六幅)과 영롱칠보(玲瓏七寶)도 족히 그 화려함을 비유할 수 없었다.
기생은 비단 안장을 얹은 총이말을 타고 서서히 다가와 심씨 부인의 가마 앞에 내려 서서,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고하였다.
“아무 기생이 감히 뵈옵니다.”
심씨 부인은 갑자기 그 이름을 듣자, 분노가 3천 길이나 치솟아 한 주먹으로 결단을 내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며, 곧 큰 소리로 질책하였다.
“너같은 기생이 무슨 일로 나를 보러 왔느냐?”
기생은 용모를 가다듬고 수줍어하며 심씨 부인의 말 앞에 섰다. 심씨 부인의 두 눈은 아까 나부끼던 기이한 꽃에 현란된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썹은 먼 산처럼 둥그스름하고 눈동자는 가을물처럼 맑고 앵두 같은 입술과 복사빛 같은 뺨에 몸내는 날씬하여 마치 바람 앞의 수양버들처럼 간들거리는 등 세상에 뛰어난 요염한 자태의 광채가 사람을 쏘았다.
심씨 부인은 속으로 찬탄하며 기이함을 칭찬하고, 그녀의 나이를 물었다. 그 기생이 대답하였다.
“열 여덟 살입니다.”
그러자 심씨 부인은 말했다.
“너는 과연 미인이구나. 옛날 이웃 처녀가 양성(陽城)과 하채(下蔡)의 귀공자들을 미혹시켰다더니 옛말이 참으로 맞구나. 내가 여기에 온 것은 너를 선연동(嬋姸洞) 속의 넋으로 만들어 이 분함을 조금이나마 풀던 것이었는데, 지금 너를 보니 참으로 경국지색이구나. 설령 내가 남자라 하더라도 한 번 너를 보면 당연히 사랑할 생각을 가지겠는데, 하물며 늙은 놈이야 오죽하겠느냐? 옛날 중국 환사마(桓司馬)의 처 남군주(南郡主)가 남편의 첩인 이세(李勢)의 딸을 시기하여 칼을 가지고 가서 베어 죽이려 하였다가, 그 얼굴이 뛰어나게 예쁜 것을 보고 곧 칼을 내던지고 그녀를 안으면서 '나도 너를 보고 사랑하는데, 더구나 늙은 것이야 오죽하겠는가.'하였다는데 내가 너에게 역시 그렇구나. 너는 가서 우리 집 영공을 모시도록 하라. 그러나 영공은 손님이다. 네게 빠져 병이 생기게 된다면, 그때는 네가 죽게 될 것이니 각별히 조심하라.”
심씨 부인은 말을 마치자, 즉시 말머리를 돌려 오던 길로 돌아갔다.
관찰사는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비장을 달려보내 서면으로 말하였다.
“제수씨께서 이미 성 밖까지 오셨다가 즉시 돌아가시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잠시 성 안으로 들어오셔서 쉬셨다가 떠나십시오.”
심씨 부인은 크게 웃으며,
“내 구걸하는 사람이 아니거늘 감영에 가서 무엇하리오?”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다.
관찰사는 기생을 불러 물었다.
“너는 무슨 담력으로 곧장 호랑이의 입으로 향하였다가 벗어날 수 있었느냐?”
“부인께서는 편벽된 성질을 가지셨습니다. 비록 질투심이 강하시나 천리 걸음을 하신 것은 어찌 구구한 아녀자가 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말〔馬〕도 발로 차고 이로 물어 뜯는 놈은 반드시 잘달랍니다. 그 전진이 빠르면 그 후퇴도 빠릅니다. 사람도 이와 같기 때문에 화려하게 단장하고 가서 절을 하였던 것입니다. 만일 상해를 입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어여삐 여김을 받아 살아날 것을 기대했을 뿐입니다.”
관찰사도 역시 기이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동야휘집》


* 전경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12-1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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