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 전경원과 함께 고전시가를 통해 여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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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전경원 
Subject >>  
 돌고 도는 기구한 인연
최 아무개는 선천(宣川) 사람이다. 나이 20여 세로 성품이 온화한 데다 풍채가 뛰어나고 처 또한 용모가 아름답고 고왔으며, 부부의 사랑이 매우 돈독하였다.
최생은 호남으로 장사하러 나간 후 오래도록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최생은 집은 시장 근처에 있었다. 부인이 우연히 발이 쳐진 창문을 통하여 밖을 내다보다가, 갑자기 모습이 남편과 닮은 미남자를 발견하였다. 곧 발을 젖히고 눈여겨 보다가 잘못 본 것을 알고는 쑥스러워 몸을 피해버렸다.
그 남자는 호남 사람인데 장사하러 선천에 와 있은 지 여러 해였다. 그는 다락에서 미인이 자기를 눈여겨 보는 것을 발견하고는 몹시 연모하여 그 집이 누구의 집인가 염탐하였다.
시장 동편에서 구슬을 팔고 있는 노파에게 찾아가서 후한 뇌물을 건네 주고 그녀와 사통(私通)하도록 주선해 주기를 청하였다.
노파가 말했다.
“내 알았소만, 그는 양가의 부인이라 지조가 굳어 범할 수 없소. 평소 그 부인의 얼굴을 자주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손님을 위해 주선을 할 수 있겠소?”
그 남자가 애걸하며 매달리자, 노파가 말했다.
“당신은 내일 오후에 돈과 비단을 많이 가지고 와서 그 집 대문 맞바래기에 있는 점포에서 나와 거짓으로 흥정하는 체하며 물건값을 흥정하는 떠들썩한 소리가 안에 들리게 합시다. 만일 그 부인으로부터 부름을 받아, 이 늙은 것이 그 집 대문에 발을 들여놓게만 된다면 혹 기회가 있을 것이오. 그러나 일이 잘 되기만을 기대하고 서두르지는 마시오.”
“예 예”
그 남자는 좋아라 하며 갔다.
노파는 이내 자루 속에서 큰 구슬과 비녀 그리고 귀고리 등 진이(珍異)한 것을 가려 가지고 이튿날 약속한 점포로 가서 호남 상인과 거짓 교역을 하였다. 한참 동안 값을 흥정하면서 한낮에 구슬빛을 번쩍거리니, 시장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구경하면서 시끄럽게 웃어댔다.
그 시끄러운 소리가 부인의 처소에 들리니, 부인이 과연 창문으로 와서 엿보고 곧 시녀를 시켜 노파를 불렀다. 노파가 물건을 걷어 상자에 담으면서 말했다.
“이 손님 퍽 사람을 괴롭히는구만. 당신이 부른 값이면 나는 진즉 팔았을 걸.”
그리고 곧 최생의 집에 들러서 그 부인과 인사한 다음, 이웃에 살면서 숭배해 왔다는 의사를 대충 말하고, 상자를 열어 비녀와 귀고리 등 몇 가지를 꺼내 번갈아 부인에게 보이며, 이런저런 몇 마디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문득 물건을 주워 담으면서 말했다.
“내가 마침 급한 일이 있어서 다른 데를 가야 하겠소. 이 상자를 자물쇠랑 같이 잠깐 맡겨 둘 테이니 낭자는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두시오. 조금 후에 와서 천천히 의논합시다.”
노파가 가버린 뒤에 부인은 구슬 등을 좋아하며 사려고 하였다.
노파가 돌아오면 값을 치르려고 하였으나 3, 4일 동안 노파는 오지 아니하였다.
어느 날 노파가 비를 무릅쓰고 찾아왔다.
“집에 일이 있어서 며칠 분주하게 나대다가 그만 약속을 어기었소. 오늘 비가 와서 마침 시간이 있으니, 낭자의 비녀와 목걸이나 구경합시다.”
“내 그 값을 알고 싶소.”
부인은 곧 상자를 열어 가지가지 기묘한 것들을 줄줄이 꺼내놓았다. 노파는 그것들을 두세 번 만지작거리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부인은 그 기묘한 것들을 한쪽으로 밀쳐 놓고 노파의 물건을 취하여 값을 계산하였는데, 값을 계산하는 데는 원칙이 있었으므로 노파는 전혀 이의가 없고 희색이 만면하였다. 부인이 다시 값의 반을 보류하며 남편이 돌아오면 갚기를 청하자, 노파는 선뜻 허락하였다.
“이웃사이인데 무얼 의심하겠소.”
부인은 그 값이 싼데다가 또 반은 외상으로 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노파를 붙잡아 앉히고 술을 대접하였으며, 피차 서로 늦게 알게 된 것을 한스러워하였다.
다음날 노파가 술을 가지고 와서 답례하였다. 권커니 잣거니 실컷 마시며 마냥 즐겼다.
이때부터 부인은 날마다 노파가 없어서는 아니 되었다. 노파는 부인과 점점 친근해졌다. 때로는 남녀간의 애정을 주고 받는 정다운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색정(色情)이 일어나게 하였다.
부인은 나이가 젊고 혼자 지내므로 근심하고 탄식하는 기색이 언사와 얼굴 빛에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간혹 노파를 붙들어 앉히면 노파도 역시 못 이기는 체하며 말했다.
“내 집은 시끄럽고 비좁은데 고요하고 깨끗하고 넓은 이곳이 맘에 듭니다.”
다음날 저녁에는 아예 침구를 가지고 오고, 그 다음날은 부인이 노파를 위해 자리를 깔아 놓았으므로 노파는 저녁마다 찾아오게 되었다.
평소에는 두 시녀가 침대 앞에 엎드려서 모셨는데, 노파가 와서 자면서부터는 그 시녀들을 벽 뒤에 있는 방으로 가서 자게 하고 부인과 노파 둘만이 침대에 마주 대고 누웠다.
재미있게 담소하며 한밤중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심심풀이 잡담을 지어내어 속마음을 털어놓되 서로 꺼리지 않았다. 항간에 유행하는 외설의 말까지도 못할 것이 없었다.
노파는 또 거짓으로 술이 취해 정신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속여, 자기가 소녀 때 담을 엿보고 울타리를 뚫는 등 사내를 넘보던 여러 가지 경험을 이야기해서 부인의 춘정(春情)을 동하게 한 다음, 부인의 양쪽 뺨이 붉어진 것을 보면서 속으로 가늠해 보았다.
그 남자가 노파에게 기회를 만들었는지 자주 물으면, 노파는 그때마다 이야기하였다.
“아직 기회가 안 되었소.”
가을철이 접어들자 그 남자는 노파에게 말했다.
“처음 약속은 버들잎이 아직 푸르기 전으로 잡았는데, 그 약속이 버들잎이 그늘을 이루고 꽃이 이미 열매를 맺을 때까지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으니, 이때를 지나면 버들이 점점 대머리가 될 것인즉 장차 흰 눈이 가지를 덮게 되겠구려.”
그러자 노파가 말했다.
“오늘 저녁에는 여하튼 나를 따라 들어오시오. 정신 바짝 차리고요,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반 년을 헛되이 버리게 될 것이오.”
그러면서 노파는 그에게 꾀를 알려주었다. 때는 7월 7석, 곧 부인의 생일이었다. 노파가 좋은 술과 안주를 가지고 와서 인사를 차리니, 부인은 고마움을 표시하고 노파를 잡아 앉히고서 함께 국수를 먹었다.
갑자기 노파가 말했다.
“오늘 마침 무슨 일이 있네요. 저녁에 다시 와서 낭자를 모시고 견우(牽牛)·직녀(織女)가 만나는 것을 볼 것이니, 이 술과 안주는 두었다가 오늘 저녁에 먹읍시다.”
말을 마치자마자 노파는 훌쩍 가버렸다.
이날 저녁은 보슬비가 늦게 내려서 달빛이 없었다. 노파는 캄캄할 때 부인의 집에 이르렀는데, 몰래 그 남자와 함께 들어와서 침심 문밖에 엎드려 있게 하였다.
노파와 부인은 방에서 대작하며 다정하게 담소하여 두 사람의 정은 더욱 깊어졌다.
이때 노파가 시녀들에게 술을 억지로 권하니, 시녀들은 취기를 이기지 못하여 다른 곳으로 가서 누워버렸다.
노파와 부인은 문을 닫고 마냥 마셔댔기 때문에 다 이미 얼큰히 취하였다.
이때 마침 나방이 날아와서 등잔 위를 돌고 있었다. 노파는 일부러 부채로 쳐서 등불을 꺼뜨린 다음, 불씨를 찾아다 등불을 켜야겠다고 거짓으로 말하고, 방문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거짓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내 정신 좀 봐. 초를 안 가지고 갔네.”
노파는 몇 번 드나들고 이리저리 도는 척하면서 그 사이에 벌써 그 남자를 몰래 침실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조금 후에 노파는,
“아궁이에 불씨가  꺼져버렸다오.”
라고 말하고 다시 문을 닫고 들어왔다.
부인은 캄캄한 것이 무서워서 자주 노파를 불렀다. 노파는,
“내가 침대에서 같이 자 줄께요.”
하고 그 남자를 끌어 부인의 침대로 올려보냈다. 부인은 노파인 줄 알고 이불을 떠들고 그 몸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할매 몸이 어쩌면 이렇게 부드러울까.”
그 남자는 대꾸하지 않고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가 갑자기 몸으로 기어올랐다.  부인은 이미 마음이 취하고 정신이 방탕해 있었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되어도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 않고, 그의 경박한 행동에 맡겨버렸다.
그 남자는 본래 방탕한 탕아 수단에 능숙한지라, 난새가 엎어지고 봉새가 거꾸러지는 등 그 취미를 곡진히하여 부인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희롱해댔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부인은 운우(雲雨)의 일이 겨우 끝나자, 비로소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노파가 앞으로 다가가서 사죄하고 그 남자가 부인을 사모하여 주선을 요청한 전후 사정을 자세히 말해주었다.
“내가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이 아니라, 하나는 낭자가 청춘으로 혼자 지내는 것을 가엾이 여기고, 또 하나는 저 손님의 목숨을 구제한 것이니, 둘은 다 숙세(宿世)의 인연이오 이 늙은 몸에 관계되는 일이 아니라오.”
부인은 이미 그들의 수법에 걸려들어 끝내 헤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 남자와 부인은 본부부보다도 더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남자는 밤이면 찾아오고 새벽이면 나가기를 반년 남짓 하였는데, 비용이 이미 천 냥이 넘어갔다.
어느 날 그 남자가 모친의 병환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부인에게 말했다.
“이별한 뒤에 몹시 생각이 나게 될 터이니, 물건 하나를 빌려가 낭자와의 대면을 대신했으면 하오.”
부인은 장농을 열고 흰 여우 갖옷 하나를 내어 그 남자에게 입혀 주었다.
“길 가자면 추위에 고생할 것이니, 당신은 이것을 속에 입어 내가 당신의 몸을 가까이 댄 것처럼 여겨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은 명년에 함께 다른 곳으로 가서 평생 즐겁게 살 것을 서로 약속하고는 드디어 눈물을 뿌리며 헤어졌다.
그 남자는 여우 갖옷을 얻은 뒤로 한 번도 몸에서 떼어놓지 않고 여우 갖옷을 보며 갑자기 울곤 하였다.
그 남자는 이듬해 우연히 이웃고을로 장사를 나갔다. 마침 부인의 남편인 최생과 한 객점에 같이 들어 매우 다정해서 못할 말이 없게 되었다. 그 남자가 말을 꺼냈다.
“일찍이 그대의 고을에서 한 미인과 이러이러하였소이다.”
최생이 거짓으로 믿지 못하는 체하면서 물었다.
“증표가 있소이까?”
그는 입은 여우 갖옷을 들어 보이고 인하여 못내 슬퍼하면서 말했다.
“당신이 돌아갈 때 편지를 좀 부쳐야겠소.”
“그는 동향의 절친한 친구의 처이니, 감히 죄를 지을 수 없소이다.”
최생이 거절하자 그는 실언을 뉘우치고 사죄하였다.
최생은 상업에 실패하고 곧 집으로 돌아와 부인에게 말했다.
“올 때 당신 친정에 들렀더니 당신 어머님이 병을 앓으며 속히 당신을 보려고 하오. 내가 이미 가마를 찾아 문 앞에 대기시켜 놓았으니 속히 가보시오.”
또 편지 한 통을 주면서 일렀다.
“이것은 뒷일의 처리에 대한 말을 적은 것이니, 당신은 친정에 가서 당신의 아버지와 함께 뜯어 보시오. 나는 지금 들렀다 온 지 얼마 안되니 뒤에 가겠소.”
부인이 친정에 가서 어머니의 기색을 보니, 당초 아무 병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놀란 편지 봉투를 뜯고 보았더니, 바로 이혼장이 아니던가. 온 집안이 분통하였으되 그 까닭을 알지 못하였다.
부인의 아버지가 사위의 집에 가서 까닭을 묻자 사위가 말했다.
“아무튼 여우 갖옷을 돌려주면 다시 서로 볼 것입니다.”
그 아버지가 돌아와 사위의 말을 전하자, 부인은 속으로 부끄러워서 죽으려 하였다. 부모는 그 일은 자세히 모르고 우선 딸을 위안시키고 타일렀다.
얼마 후에 오(吳)씨 성을 가진 음관(蔭官) 하나가 우연히 수서(須西)에 노닐며 소실을 구하자 중매인이 이 부인을 거론하니, 오씨는 재물이 많고 의협심이 있는지라, 3백 냥으로 그 부인을 맞아들였다.
부인의 친정에서 이 재혼 사실을 전 사위에게 알리자, 사위는 부인 방에 있던 상자 16개를 가려내었다. 모두 금·비단·진주·패 물들이었다. 그것을 아울러 부인에게 부쳐보내니, 그 소식을 들은 자들은 모두 놀라 혀를 찼다.
한편, 호남 상인인 그 남자는 이미 집에 돌아와서 오직 그 부인만을 생각하여, 아침저녁으로 여우 갖옷을 대하고 갖가지로 탄식을 하였다.
그의 처 유(兪)씨는 남편의 이해 못할 해괴한 짓을 시기하여 갖옷을 훔쳐다가 깊이 감추어 버렸다.
그 남자는 갖옷을 찾다가 찾지 못하자, 화병이 크게 발작하여 처를 대하면 고함을 지르고 기물을 때려부수곤 하였다. 그리고 그는 드디어 평안도로 가서 그 부인을 찾으려 하였는데, 중도에서 도적을 만나 여비를 몽땅 잃어버렸다. 그는 선천에 갔으나 부인을 만나 보지 못하자, 울화가 병이 되어 결국 여관에서 죽었다.
1년여 만에 최생은 다시 호남으로 가서 장사를 하였고, 널리 매파를 구하여 다시 다른 부인에게 장가를 갔다. 그 부인은 바로 죽은 호남상인의 처인 유씨였는데, 최생은 실로 그녀가 본래 아무개의 처라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는 상태라, 금실이 아주 좋았다.
마침 추운 날씨를 만나 부인이 갖옷 하나를 찾아내어 남편에게 입혀주었는데, 최생이 눈여겨 보았더니 바로 자기 집의 옛 물건이었다. 깜짝 놀라 그 까닭을 묻고서 비로소 그 곡절을 알고, 물건에는 돌고 도는 순환의 이치가 있음을 더욱 탄식하였다.
최생은 시장 상점에서 우연히 이웃 노인과 물건값을 따지다가 말이 정직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노인을 쳐서 땅에 쓰러뜨렸는데 노인이 별안간 죽었다. 그러자 노인의 두 아들이 원에게 소장을 냈는데, 그 원은 바로 오음관이었다. 야심하여 원이 촛불을 켜고 소장을 점검할 때 소실이 곁에 있다가 전 남편의 성명을 보고 울면서 말했다.
“이분은 제 외삼촌인데 지금 불행을 만났으니 살려주시기 원합니다.”
“장차 옥사가 이루어져 사형에 해당될 것일세.”
소실이 꿇어 앉아서 자신을 죽여 달라고 청하자 원이 말했다.
“일어나오. 관대하게 처분하리다.”
이튿날 원이 검시(檢屍)하러 나가려 할 때 소실은 다시 울면서 애원했다.
“일이 잘 안 되면 생전에는 저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원이 노인의 두 아들에게,
“너희 아비의 상처가 나타나지 않는다. 뼈를 부수어 검사해야겠으니, 시체를 볕으로 옮겨 칼로 살을 깎아야겠다.”
두 아들은 집이 부자인 터에 아버지의 알몸을 보는 것이 부끄러워서 머리를 조아리고 말했다.
“아버지의 사망 원인이 매우 명백하니, 번거롭게 해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상처를 보지 않고 어떻게 형을 집행하겠느냐?”
두 아들이 여전히 간정하자 원이 말했다.
“너희 아비는 늙었으니, 죽음은 그 운명이다. 내게 너희들의 원한을 씻어줄 만한 한마디가 있는데, 너희는 들어주겠느냐?”
“분부대로 하오리다.”
“피고인으로 하여금 참최(斬衰)를 입고 너희 아비를 아버지라 부르고 장례와 제사에 대한 일을 다 책임지며 상여줄을 잡고 땅을 치고 통곡하며 너희들의 반열을 따르게 한다면, 너희 마음이 상쾌하겠느냐?”
두 아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분부대로 하오리다.”
이 조건을 들어 최생에게 말하자, 최생은 죽을 목숨이 살아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역시 머리를 조아리고 분부대로 하였다.
일이 끝나자 소실이 외삼촌과 서로 만나 보기를 요구하므로 대면시켰는데, 남녀가 서로 껴안고 지나치게 통곡하였다. 원이 의심하고 그 사실을 캐물었더니, 곧 옛날 부부였다.
원은 차마 못하여 그녀를 돌아가게 하고, 전에 가지고 온 16개의 상자를 꺼내어 아울러 최생의 집으로 돌려보내고, 또 호위하여 고을의 지경을 무사히 나갈 수 있게 하였다.
최생이 이미 다시 장가를 들었는지라, 전 부인은 도리어 부실이 되었고, 한 남편과 두 부인이 노경까지 단란하게 지냈다.
오음관은 뒤에 다시 소실을 얻었고, 본처와 소실에게서 난 아들 다섯이 과거에 올라 벼슬을 하였으며 복록이 비할 데 없었으니, 사람들은 이를 음덕의 응보라 하였다.  
                                                                                                    《동야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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