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홈페이지는 문화관광부산하 한국문예진흥원으로부터 우수문학사이트로 선발되어 국고보조금을 지급받고 있습니다.
 








































   

 

 
 

 


<수삽석남(首揷石枏)>과 <심생전(沈生傳)> 및 <소설(掃雪)>의 거리

전 경 원(건국대강사)

1. 서 론
서사문학에 그려진 남·녀의 만남에는 다양한 우여곡절이 개재되는데, 신분에 따른 갈등
또한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 글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수삽석남(首揷石枏)> 역시 신분갈등
을 소재로 삼고 있는 설화 작품이다. <수삽석남(首揷石枏)>은『수이전(殊異傳)』의 일문(逸
文)으로『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과『해동잡록(海東雜錄)』에 기록되어 전한다. 그러
나 기록된 내용이 소략하면서도 주요 서사구조를 중심으로 매우 압축되어 있기에 본래의 모
습을 재구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 글에서는『수이전(殊異傳)』의 일문(逸文)으로 전하고 있는 <수삽석남>과 한문단편소
설로 전하고 있는 <심생전(沈生傳)> 및 <소설(掃雪)>을 바탕으로 각 작품의 서사적 맥락을
살펴보고, 아울러 작품 속 남·녀 주인공들의 현실대응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수삽석남(首揷石枏)>에 대한 연구는 차용주에 의해서 처음 시도되었는데, 그는 이 연
구에서 <수삽석남(首揷石枏)>을 당대(唐代) 전기 작품들과의 비교를 통하여 이 작품이 소설
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는 창작 설화로 파악하였다. 또 김균태는 <심생전(沈生傳)>을 언급하
면서, 신분갈등에 의한 혼사장애 모티프의 시발이 되는 작품으로 <수삽석남(首揷石枏)>을
언급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 외에 <심생전(沈生傳)>에 대한 연구는 일정 정도 축적되어
있으나 <소설(掃雪)>에 대한 연구는 매우 한산한 편이다.
이 글에서는 <수삽석남>과 <심생전>, <소설>의 세 작품을 대상으로 서사적 맥락의 관
계를 조명하는 동시에, 각 작품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신분적 장애에 대하여 등장인물이 어
떠한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하는 점을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혼사장애형 모
티프를 가진 작품군의 조망과 계보적 고찰을 위한 선행 작업이 가능해지리라 믿는다.

2. <수삽석남>과 <심생전> 그리고 <소설>의 서사적 맥락
여기서는 <수삽석남>의 서사적 맥락이 <심생전> 및 <소설>과는 어떠한 연관성을 지니
고 있는지 하는 점에 대해 서사구조를 중심으로 고찰하기로 한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서
<수삽석남>의 이야기가 어떠한 모습으로 후대에 연변되고 있는지 하는 점이 드러날 것이
다.

2.1. <수삽석남(首揷石枏)>과 <심생전(沈生傳)>
앞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수삽석남>은 대단히 압축된 형태로 전하는 이야기이다. 전체의
서사문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신라 최항(崔伉)은 자(字)가 석남(石南)이다. 사랑하는 첩이 있었는데 부모가 금하
여 수개월을 보지 못했다.
<2> 항이 갑자기 죽었다. 팔일이 지난 밤에 항은 첩의 집으로 갔는데 첩은 그가 죽은
줄 모르고 엎어질 듯 기뻐하며 맞이하였다. 항은 머리에 석남 가지를 꽂았는데 첩에게 나
누어 주면서 말했다. "부모님께서 너와 함께 사는 것을 허락해 주셔서 왔다." 드디어 첩과
함께 돌아와 집에 도착해서는 항은 담장을 넘어서 들어갔다.
<3> 밤이 깊어 새벽이 되도록 오래동안 소식이 없었다. 집안의 사람이 나와서 보고는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첩이 사연을 말하자, 그 사람이 말하기를 "항이 죽은지 8일이 되
어 오늘 장사를 지내려고 하는데 어찌 괴이한 말을 하시오?" 첩이 말했다. "낭군께서는 나
에게 석남가지를 나누어 꽂으라고 나누어 주셨습니다." 이에 관을 열어 보니 시신의 머리
에 석남가지가 꽂혀있고 옷은 이슬에 젖어 있었으며, 신발이 이미 뚫어져 있었다.
<4> 첩이 그 죽음을 알고 통곡하고는 목숨을 끊으려고 하자 항이 다시 소생하여서는 20
년을 해로하다가 죽었다.

위의 인용문이 현재 남아 전하는 <수삽석남>의 전문이다. 매우 압축적인 내용으로 서사
적 맥락 위주로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를 논의의 편의상 네 단계의 서사단락으로 나누
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최항에게는 사랑하는 첩이 있었으나 부모의 반대로 만나지 못함
<2> 이로 인해 최항은 죽는데 그 영혼이 첩의 집을 찾아가 함께 최항의 집으로 돌아옴
<3> 최항의 사연을 알게 된 첩은 석남가지 징표를 보이며 관을 열어보나 이미 죽어있음
<4> 첩이 자결하려고 하자 최항이 다시 소생하여 함께 20년을 해로하다가 죽음

이처럼 <수삽석남>에서는 남·녀결연을 다루고 있는 고전산문에서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
하는 화소와 서사기법이 두루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에서는 남·녀 결연시에 나
타나는 부모와의 대립과 갈등이 드러나고 있으며, <2>에서는 인귀교응(人鬼交應)의 모티프
가 사용되고 있고, <3>에서는 후대의 전기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시공(時空)을 초
월하여 현실세계와 비현실 세계를 이어주는 구체적 매개물(媒介物)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
고 <4>에서는 환생모티프를 취하고 있다. 이같은 서술방식은 후대의 전기소설 및 고소설에
서 자주 등장하는 서사기법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와같은 <수삽석남>이라는 서사적 맥락이 <심생전>과는 어떠한 연
관성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을 살펴볼 차례이다. <심생전(沈生傳)>은 담정 김려(金 )가
편찬한『담정총서( 庭叢書)』중에 수록된 것으로 그의 절친한 교우였던 이옥(李鈺)의 작품
이다. 이 작품은 양반층의 남성과 중인층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신분이 다른
두 남녀의 사랑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수삽석남>과 동일한 궤(軌)에 놓인 작품이
다. 작품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 주인공 '심생'은 서울의 양반으로 고귀한 신분을 타고난다. 그런데 그는 어느날 길에
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처녀에게 강렬한 애정을 느끼고는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전심전력으로 우직하게 노력한 결과 일단은 두 남녀의 결합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양반층의 자제와 중인층의 자녀라는 신분적 차이와 심생 부모의 명령으로 말미암아
심생은 산사로 들어가면서 처녀와 이별을 하게 된다.
<2> 심생은 산사에 머물면서 한 달이 지나도록 처녀에게 아무런 소식조차 전하지 않고,
처녀는 병이 들어 눕게 되고 죽음에 임박하게 된다.
<3> 처녀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회포를 적어 유서를 남기고는 숨을 거둔다.
<4> 심생이 처녀의 유서(遺書)를 받은 뒤 붓을 던지고는 무관(武官)의 자리로 나아갔다가
그녀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끝내는 죽음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 작품에서 심생의 죽음은 한 여성에 대한 사랑 때문에 끝끝내 현실에 순응하지 못
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수삽석남>의 서사구조가 <심생전>에 이르러서는 어떻게 연변되
고 있는지 하는 점을 가해진 부분과 삭제된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首-1> 최항에게는 사랑하는 첩이 있었으나 부모의 반대로 만나지 못함
<沈-1> 동침을 하고 결연을 약속한 후, 심생은 부모의 명령대로 절연하고 절로 들어감
(<수-1>은 <首揷石枏>을, <심-1>은 <沈生傳>의 첫 번째 서사단락을 의미한다.)

위와 같이 <수삽석남>에서는 최항에게는 사랑하는 첩이 있었는데, 최항의 부모가 반대하
였기 때문에 서로 수개월 동안 만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심생전>에서의 심생은
처녀와 동침을 한 후, 계속해서 밤마다 처녀의 집을 오가던 어느날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절에 가서 글을 읽으라는 부모님의 명령과 친구들에게 이끌려 아무런 입장표명도 없이 절로
들어간다. <수삽석남>에서는 여인에 대한 부모의 반대가 직접적이며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명시되어 있으나 <심생전>에서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처녀와의 결연에 장애가 발생하는 서사
적 맥락으로 연변이 가해지고 있다.

<首-2> 이로인해 최항은 죽게 되는데 그의 영혼이 첩의 집을 찾아가 함께 돌아옴
<沈-2> 심생이 선방에 머물면서 한 달이 넘도록 처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음

<수삽석남>에서는 부모님이 최항과 첩의 결연을 반대하여 수 개월동안 만나지 못하게 하
자, 마음의 병을 얻은 최항이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최항의 영혼은 살아있을 때와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첩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는 첩에게 "부모님께서 함께 사는 것을 허
락하셨으니 함께 가자"고 하면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오기에 이른다. 이러한 점은 사랑하
는 남녀는 현실에서 맺어질 수 없을 경우에 죽어서라도 맺어져야 한다는 무의식적 사고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심생전>에서는 부모님의 명령에 따라 산사(山寺)에 들어가
서는 처녀에게 아무런 소식조차 전하지 못하고 세월만 보내는 심생의 무책임한 모습을 그리
고 있다.
남·녀 당사자의 결연에 대한 차이점이라면 <수삽석남>의 최항이 죽은 영혼으로서나마 결
연을 갈구하고 있다면 <심생전>에서의 심생은 부모님의 명령과 친구들에게 이끌려 책을 싸
들고 산으로 들어가면서 처녀에 대한 특별한 배려는 보이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수삽석남
>에서의 남자주인공이 현실세계의 질서를 초월하여 결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면 <심생전>에서의 남자주인공은 현실세계의 기존체제에 매몰된 채,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인물의 형상으로 연변(演變)되어 있었다.

<首-3> 죽은 사연을 알게 된 첩은 징표를 보이며 관을 열었으나 이미 죽은 상태임
<沈-3> 절연 후 처녀는 마음의 병을 얻어 심생에게 유서를 남기고는 목숨을 거둠

세 번째 서사맥락에서는 <수삽석남>의 경우, 최항과 함께 돌아온 첩이 날이 새도록 밖에
서 기다렸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자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
나왔다가 첩을 보고는 어찌된 연유인가를 묻자 첩은 최항과 있었던 간밤의 일을 말하자, 최
항이 죽은지 이미 8일이 지났고, 오늘이 장례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첩은 최항이
자신에게 주었던 석남 가지를 징표로 보이며, 관을 열어보았으나 최항은 이미 죽은 상황이
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시신의 머리 위에는 첩이 가지고 있던 석남 가지가 꽂혀 있었고,
옷도 이슬에 젖어 있었고, 신발을 신고 있었다. 이같은 서술방식은 현실세계의 질서를 초월
할 수 없었던 현실적 제약을 전기적 요소를 통해 극복하고자 한 의도에서 삽입된 화소에 해
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결연이 불가능함을 알게 되자 삶의 방향성을 상실하고 절망한
첩은 목숨을 끊고자 한다. 반면 <심생전>에서의 처녀는 산사(山寺)로 떠난 심생으로부터 일
체의 연락이 단절되자 마음의 병을 얻게 되고 병이 깊어지면서 자신의 죽음을 감지한다. 그
리고는 죽음에 임박해서 자신과 심생과의 인연을 회고하며 징표로 '유서(遺書)'를 남기고 숨
을 거두게 된다.

<首-4> 첩이 자결하려고 하자 최항이 다시 소생하여 함께 20년을 해로하였음
<沈-4> 심생은 처녀의 유언을 받고는 슬퍼하다가 역시 일찍 죽고 말게 됨

네 번째 서사맥락을 살펴보면, <수삽석남>에서는 최항의 죽음을 확인한 첩이 슬픔을 이
기지 못하고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고 하자, 최항이 다시 소생하여 결국에는 함께 20년 동안
을 해로하다가 죽었다는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결말구성방식은 현실세계의 제약
을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의식을 통해 비로소 새로운 삶을 부여받고 있다. <심생전>의 경우
는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지 못한 채 주인공 남녀가 모두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이
러한 점은 <심생전>의 남녀 주인공이 세계와의 대결에서 적절한 타협을 모색하지 못하고 현
실적 질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수삽석남>의 경우는 세계와의 대결에
서 주인공의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

2.2. <수삽석남(首揷石枏)>과 <소설(掃雪)>

이번에는 <소설(掃雪)>이라는 작품과 <수삽석남(首揷石枏)>의 서사적 맥락을 살펴볼 차례
이다. 이 작품은 『계서야담(溪西野談)』권4에 실려있다.『선언편(選諺篇)』,『청야담수(靑
野談藪)』권5, 『동패낙송(東稗洛誦)』卷上에도 수록되어 있고,『청구야담(靑邱野談)』권2
의 '聽妓語 悖子登科'와 『동야휘집(東野彙輯)』권6의 '掃雪庭 獲窺故情'도 같은 내용이다.
작품의 기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 옛날 어느 재상이 관서지방의 감사로 있을 때 외아들이 따라가 있었다. 외
아들은 동갑내기 기생이 너무나 아름다워 좋아하게 되었다. 둘 사이의 정(情)이
두터워질 무렵, 부친의 임기가 끝나서 돌아갈 때가 되었다. 그런데, 그 기생과의
관계를 알고 있던 부모는 아들이 기생과 쉽게 情을 끊고 떠날 수 있을지 걱정이
었다. 이에 아들은 한갓 풍류호사에 불과한 것이라며 여자를 단순한 기생으로 희
롱했던 것임을 말하고, 그 기생도 기생이라는 자신의 처지에 순응하여 큰 문제없
이 이별하였다.
<2> 그 후, 소년은 책을 짊어지고 절(寺)로 들어가 학업에 힘쓰게 된다. 그러
던 어느 겨울밤, 눈이 하얗게 내린 뜰에 혼자 난간에 비껴 앉았다가 쓸쓸한 심정
이 일었는데, 그때 갑자기 평양 기생이 간절하게 떠올랐다. 그녀의 아름다운 자
태와 선한 용모가 떠오르면서 그리움이 샘솟듯하여 잠을 못이루고 뜬 눈으로 밤
을 지새운다. 그러다 새벽녘에 곧바로 평양으로 향한다. 아침에 동학(同學)들이
그가 사라진 것을 알고 백방으로 수소문해 보았지만 행방을 알 수 없어 결국은
호랑이에게 물려간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3> 소년은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당장에 평양으로 찾아가는 다소 충동적인
행동을 범한다. 소년의 행동은 이성을 잃은 충동적 행동이었다. 그러나, 한편으
로는 모든 사회적 이념이나 통념을 걷어낸 순수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순진한 인간의 애정표현이었고, 이에 기생도 기생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돌
아와서 소년의 가장 인간적인 순수한 사랑을 받아들이고는 신분을 감추고 도망을
가서 살기로 한다. 그래서 그들은 일단 인간적인 사랑을 구가할 수 있었으나, 그
결과는 세상에 용납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그들은 숨어살지 않으면 안되
었고, 그같은 상태로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없었다.
<4> 그러나 기생의 헌신적 노력으로 소년은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고, 몇 년
후 열린 별시(別試)에서 소년이 장원을 한다. 그들의 성실한 노력에 의해 소년이
과거에 급제함으로써 사회적, 도덕적으로 구제되기에 이르고, 그로 인해 그들의
관계는 현실적으로 인정받으며 행복한 삶을 얻게 된다.

위의 서사적 맥락을 논의의 편의상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1> 소년에게는 사랑하는 기녀가 있었는데 이별 상황에서 부모가 둘 사이를 걱정함
<2> 이별 후, 소년은 솟구치는 기녀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멀리까지 직접 찾아감
<3> 현실의 질서를 초월하여 인간적인 사랑을 성취하였으나 현실로부터 철저히 소외됨
<4> 기녀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소년은 과거에 급제하고 이로 인해 행복한 삶을 얻게됨

이 <소설(掃雪)>을 <수삽석남(首揷石枏)>의 서사적 맥락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首-1> 최항에게는 사랑하는 첩이 있었으나 부모의 반대로 만나지 못함
<掃-1> 소년에게는 사랑하는 기녀가 있었는데 이별 상황에서 부모가 둘 사이를 걱정함

첫 번째 서사맥락은 두 작품이 매우 유사한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자
주인공에게는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사랑하는 여인이 있고, 부모의 반대로 이별 상황에 놓
이게 된다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소설(掃雪)>의 경우 문맥상 부모가 반대했다기
보다는 기녀와 쉽게 헤어질 수 있을 것인가를 염려한 정도로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이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부모의 반대라고 보아도 작품을 이해하는데에는 별 무리가 없을 듯하
다.

<首-2> 이별 후, 최항은 죽고, 그 영혼이 첩의 집을 찾아가 함께 최항의 집으로 돌아옴
<掃-2> 이별 후, 소년은 기녀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는 멀리까지 직접 찾아감

두 번째 단락에서는 두 작품 모두 이별 후의 상황을 다루고 있다. <수삽석남>의 경우는
부모님의 반대로 수 개월동안을 만나지 못하자 그리움에 병이 들어서는 죽게 되자, 최항의
영혼이 첩의 집을 찾아가서는 살아서 이루지 못한 결연을 이루고자 하였다. 마찬가지로 <소
설>에서의 소년은 이별 후에 기녀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는 산사(山寺)에서 공부하
던 중, 아무도 모르게 기녀가 있는 곳까지 직접 찾아간다.
두 작품의 차이점은 <수삽석남>의 경우, 현실에서는 최항의 첩에 대한 욕망이 수용되지
않고, 최항의 사후(死後)에 그의 영혼을 통해서 욕망을 충족하는 서사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반해서, <소설>의 경우는 현실적 제약과 속박이 가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서는
과단성을 갖춘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결국은 그로 인해 현실 세계에
서 숨어살 수밖에 없는, 말하자면 <수삽석남>에서 최항에게 가해졌던 '죽음'에 상응하는 삶
의 방식을 강요당하는 원인이 된다.

<首-3> 최항의 사연을 알게된 첩은 석남가지 징표를 보이며 관을 열어보나 이미 죽었음
<掃-3> 현실의 질서를 초탈하여 인간적인 사랑을 성취하지만 현실로부터 철저히 소외됨

세 번째 단락을 보면, <수삽석남>과 <소설> 공히 현실세계의 질서와 대결하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수삽석남>의 최항이 사랑하는 첩과의 신분 갈등을 극복하고 사랑의 성취를
위해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면, <소설>의 주인공 소년은 신분제도라는 절대적 규
범을 초월한 대가로 현실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한 채로 숨어살아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는 공통점을 보인다.

<首-4> 첩이 자결하려고 하자 최항이 다시 소생하여 함께 20년을 해로하다가 죽음
<掃-4> 기녀의 헌신적 희생으로 소년은 과거에 급제하고 행복한 삶을 얻게됨

네 번째 단락에서는, <수삽석남>의 경우 최항의 죽음을 확인한 첩이 삶의 의미를 상실한
후, 자결을 하려고 하는 순간에 죽었던 최항이 다시 살아나는 부활 모티프의 전기적 요소를
통해 새로운 현실의 질서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반면 <소설>의 경우는 현실로부터 철저
하게 소외된 상황에서 기녀의 헌신적 희생에 힘입어 소년은 새로운 현실의 질서를 부여받기
에 이른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통되는 점은 두 작품 모두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질서를 인정받으면서 체제 속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수
삽석남>의 경우는 '죽음'이라는 의식을 통해서 기존 질서로의 편입을 이루어내고 있으며, <
소설>의 경우는 '시험'이라는 의식을 통해 기존 질서로의 편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다. 달
리말하면, <수삽석남>의 '죽음'이라는 상황설정이 <소설>에서는 '과거급제'라는 상황으로
변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삽석남>과 <심생전> 그리고 <소설>의 서사적 맥락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서사적 맥락은 <수삽석남>과 <소설>이 서로 동일한 서사적 기반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사
실을 알 수 있었다. <수삽석남>에서 그려진 전기적 요소를 통한 현실 질서로의 편입이 <소
설>에 이르러서는 전기적 요소가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며 개연성있는 상황 설정을 통해 기
존 질서에 재편입되는 형상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러나 <심생전>의 경우는, <수삽석남>에
서 형상화된 서사적 지향이 기존의 현실 세계의 질서로부터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
나아가는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때, 이와는 달리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기에는 부족한
서사적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서사적 맥락은 <수삽석남>과 <소설>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 놓여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고, <수삽석남>과 <심생전>의 경우는 다
소 서사적 지향이 변별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 장에서는 여기서 살펴본 서사적
맥락과는 관점을 달리하여 고찰하도록 하겠다.


3. 남·녀 주인공의 현실대응방식

앞에서는 <수삽석남>의 서사적 맥락이 <심생전> 및 <소설>과는 어떠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 하는가를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는 세 작품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들의 특성과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을 살펴봄으로써, 주인공의 인물형상에서 드러나는 특징을 바탕으로
신분갈등 유형의 서사문학에 등장하는 인물의 계보적 측면을 조망하고자 한다.

3.1. <수삽석남(首揷石枏)>
<수삽석남>이 기록되어 있는『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은 사전적 성격의 문헌이기
때문에 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나 해설이 없고, 간략한 서사 위주의 기록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므로, 인물에 대한 평가는 많은 부분 작품 속에서 전개되는 주인공의 행위적 측면을 통
해 살펴볼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의 주인공 '최항'은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인물이면서도 부모가 애첩
을 만나지 못하게 하자 수개월 동안 애첩을 만나지 못하고, 애를 태우다가 결국에는 목숨을
거두게 되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과 유리된 죽음 이후의 세계에
서나마 사랑을 성취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신분적 갈등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는 제
약 때문에 설화의 현실 공간에서는 애첩과의 결연에 실패하고 있으나 설화의 이상 공간을
통해 부활하여 결연을 이루어내는 인물의 형상을 창조하였다. 그리고 애첩으로 등장하는 여
인의 경우는 대단히 순종적인 여인의 형상으로 제시되고 있다. 죽은 사람의 몸으로 다시 나
타난 최항의 모습을 보고는 엎어질 듯 기뻐하며 최항을 영접하는 모습도 그러하며, 나중에
최항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통곡을 하면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유약한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런 상황설정으로 인해 최항과 애첩의 결연(結緣)을 가로막는 부모와의 대립 상황에
서 남녀 주인공 모두 소극적인 방식으로 행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3.2. <심생전(沈生傳)>
이 작품의 주인공 심생은 전형적인 양반 가문의 자제로 용모가 매우 준수하고 풍정(風情)
이 넘치는 청년이다. 그는 매우 활달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처녀에게 접근하며, 온갖 노력을
다하여 처녀와의 결연을 이루어 내는 우직함과 인내심을 겸비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처녀와의 결연을 이룬 후부터는 소극적이며 자신의 행위를 주도해 나가지 못하는 우유부단
한 인물로 형상화되었다. 결국은 심생의 우유부단함이 처녀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하나
의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처녀는 호조(戶曹)에서 일하는 중인 신분의 계사(計士)의 딸로
부유한 가정 환경 에서 한가롭게 소설을 읽으며 지낼 수 있었던 인물로 묘사된다. 또한 처
녀는 나이에 비해 매우 사려가 깊고 이성적이며 조숙함을 지닌 현숙한 여인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작품 내에서 심생의 월장(越牆)이 계속되자 마음의 결심을 한 후, 부모님께 그 간의
상황을 설명하는 대목을 보면 처녀의 이러한 성품이 잘 드러난다.

저분은 양반댁 도령으로 지금 바야흐로 청춘이라 혈기가 아직 정치 못하여 다만 나비와
벌이 꽃을 탐낼 줄만 알고 바람과 이슬에 맞음을 돌보지 않으니 며칠 못가서 병이 나지
않겠습니까. 병들면 필야 일어나지 못하리니, 그렇게 되면 제가 죽이지 않았어도 제가 죽
인 셈입니다. 비록 남이 모르더라도 반드시 음보(陰報)가 있게 됩니다. 또 제 몸은 한낱
중인(中人) 집 딸에 불과합니다. 제가 무슨 절세의 경성지색(傾城之色)으로 꽃이 부끄러
워할 만한 용모를 지닌 것도 아닌데, 도련님께서 솔개를 보고 매로 여기시어 제게 지성을
바치되 이토록 부지런히 하옵십니다. 제가 만을 도련님을 따르지 않으면 하늘이 반드시
싫어하시어 복을 제게 주시지 않을 거에요. 제 마음을 정하였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근심
하지 마옵소서.

위에 제시된 바와 같이, 처녀는 나이에 비해 조숙한 여성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심생의 처
지와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인간에 대한 기본적 애정과 배려를 소유
한, 현숙한 인물로 묘사된다.
이들의 만남은 운종가에서 임금의 행차를 구경하고 오던 길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건강한
계집종이 자줏빛 명주 보자기로 한 여자를 덮어씌워 업고 가는데, 그 뒤를 한 계집애가 붉
은 비단신을 들고 따라가고 있었다. 심생은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는데, 갑자기 부는 바람에
보자기가 걷힌 사이로 처녀의 얼굴을 본다.

봉숭아 빛 뺨에 버들잎 눈썹, 초록 저고리에 다홍치마, 연지와 분으로 가장 곱게 화장
을 하였다. 얼핏 보아서도 절대가인임을 알 수 있었다.

심생은 말 그대로 첫눈에 반해서는 처녀의 뒤를 밟아서는 그 신분과 집을 알아낸다. 그런
후, 그는 매일밤 그녀의 집 담장을 넘어들어갔다가는 처마 밑 바깥벽에서 기대 앉았다가는
새벽 종이 울리면 도로 넘어나오기만을 20일이나 반복한다. 스무날 째 되던 밤, 처녀는 이
미 알고 있었던 듯이 놀라지도 않고 심생에게 가서 설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생은 포
기하지 않고 비가 오는 날에는 옷이 흠뻑 젖은 채로 개의치 않고 찾아간다. 이렇게 다시 열
흘이 지나자 처녀는 심생을 방으로 들인 후, 부모님을 모신 자리에서, 위에서 인용한 인용
문과 같이 말씀을 드리고, 양친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심생과 동침을 이룬다.
둘 사이의 결연이 이루어진 후에도 처녀는 변함없는 마음으로 심생을 지아비로 생각하면
서 정성을 다한다. 그러나 결연을 이룬 후, 심생은 결연 이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상황을
처리하지 못하는 인상을 심어준다. 결연과정에서 보이던 주도적이며 우직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다만 밤마다 나가서 처녀와 동침을 하고 아침에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이나
되지 않을까 하며 근심하는 태도만을 취한다.
처녀의 집이 부유했기에 심생을 위해 산뜻한 의복을 정성껏 마련해 주어도 그는 집에서
이상하게 여길 것이 근심되어 입어보지도 못한다. 그러면서도 밤이면 계속 몰래 집을 나와
자고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날 심생의 부모는 아들의 행적을 수상쩍게 여기고는
절(寺)에 가서, 공부하기를 명한다. 그는 내심으로는 불만이었으나 부모님의 명령과 친구들
에게 이끌려 책을 싸들고 북한산성으로 올라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심생'은 전통적 가치관,
말하자면 '효(孝)'나 '문벌의식' 등에 얽매여 자신의 심정을 확고부동하게 결단 내리지 못하
고 욕망과 규범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전개된다. '여인'과의 관계를 밝히고, 혼인의 의사
를 밝힐 경우에 초래하게 될 파문, 부모님의 입장, 신분제도의 일탈 등등 수 없이 그를 둘러
싸고 있는 규범적 현실 앞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면이 부각된
다. 처녀와 연락이 끊어진 채, 선방에 머문지 한달 가량이 되었을 무렵, 심생에게 처녀의
편지(遺書)가 한통 전달된다.

봄 추위가 아직도 쌀쌀하온데 절간의 글 공부에 옥체 평안하시옵니까? 항상 사모하옵는
바 어느날이라 잊으리까. 소녀는 도련님께서 떠나신 이후로 우연히 큰 병을 얻어 점점 골
수에 사무쳐 백약이 무효하온지라 이제 필경 죽음밖에 없는 줄 알았사옵니다. 소녀처럼
박명한 몸이 살아본들 무엇하오리까만은, 우선 세가지 큰 한(恨)을 가슴에 안고 있으니 죽
음에 당해서도 눈을 감지 못하옵니다. 소녀 본래 무남독녀로 부모님의 사랑하옵심을 받자
와 장차 부모님께서는 적당한 사위를 구하여 만년(晩年)의 의지를 삼고 후일의 계책을 마
련코자 하였더니, 호사다마라 뜻밖에 악연에 얽히었군요. 제가 외람되게 높은 소나무에 붙
었으나 혼인이 이제는 끊어진 바람이옵니다. 이는 소녀가 아무 낙이 없이 시름하다가 마
침내 병으로 죽음에 이른 까닭이옵고, 이제 늙으신 부모님은 영원히 의지할 곳이 없게 되
었사오니, 이것이 첫째 한(恨)이옵니다.
여자가 출가하면 비록 종년이라도 문에 기대어 손님을 맞는 기생의 몸이 아닌 다음에야
남편이 있고, 또 시부모가 있겠지요, 세상에 시부모가 모르는 며느리가 있사오리까. 소녀
같은 몸은 남의 속임을 받아 몇 달이 지나도록 일찍이 도련님댁의 늙은 여자 하인 하나도
보지 못하였사오니, 살아서 부정한 자취를 남겼고, 죽어서 돌아갈 곳이 없는 귀신이 될 것
이라 이것이 둘째 한(恨)이옵니다.
부인이 남편을 섬기매 음식을 장만하여 공궤하고 의복을 지어서 입으시도록 하는 일보
다 큰 일이 있을까요. 도련님과 상봉한 이후 세월이 오래지 않음도 아니요, 지어드린 의
복이 적다고 할 수도 없는데, 한 번도 도련님에게 한 사발 밥도 집에서 자시게 못하였고,
한 벌 옷도 입혀드리지 못하였으며, 도련님 모시기를 다만 침석(枕席)에서 뿐이었습니다.
이것이 셋째 한(恨)이옵니다. 그리고 상봉하온 지 얼마 아니되어 문득 길이 이별하옵고,
병으로 누워 죽음이 다가왔으나 대면하와 영결을 못하옵니다. 이러한 여자의 슬픔을 어찌
족히 군자에게 말씀드리오리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러 창자가 이미 끊어지고 뼈가 녹으려
하옵니다. 비록 연약한 풀이 바람에 쓰러지고 시들은 꽃잎이 진흙이 된다 하온들 끝없는
이 원한은 어느날이라 다하리오.
오호라! 창 사이의 밀회는 이제 그만입니다. 바라옵건대 도련님은 소녀를 염두에 두시
지 마옵시고 더욱 글공부에 힘쓰시어 일찍이 청운의 뜻을 이루소서. 옥체를 내내 보중하
옵기를 천만번 비옵니다.

처녀가 남긴 이 유서(遺書)는 처녀의 심정을 곡진하게 전하고 있다. 심생은 편지를 받아보
고는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무책임함, 처녀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등 다양한 감정
이 뒤엉켜 결국은 심생도 그로 인해 일찍 죽고만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이는 바로 신분제로 인한 신분
갈등의 질곡을 문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젊은 남녀의 순수한 애정이 한 사회의 규범
에 의해 저지당하고, 구속된 채, 질곡된 삶을 살아가는 당대의 실상을 꼬집고 있는 작품이라
고 판단된다. 물론, 이 작품을 사회 규범(理)이 욕망(情)을 억누름으로써 사회의 체제를 더
욱 공고히하고자 하는 보수적 이념을 지향하는 작품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녀의 죽음 그 자체에 주목하여 비극적 결말이므로 곧 규범의 승리라고 인식하는 것은 너
무도 단선적 측면에 주목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작가가 문제삼고 있는 화두(話頭)는, 서로가
그토록 갈망하면서도 '신분'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그녀가 정성스레 마련해준 옷이며 음식을
입고 먹는 것조차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체제에 대한 비판이며 양반의 경우, 신분이 낮은
중인층과는 혼인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당대의 폐쇄적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이라 판단된다.

3.3. <소설(掃雪)>
이 작품은 양반과 기생이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통해 인생의 최종목표라 할 수 있는 참된
행복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앞의 작품 <沈生傳>과는
달리 신분갈등이 존재하지만 이를 과감히 극복하면서 행복을 성취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년'은 아직은 충동적이며 즉흥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진지하면서도 매우 열정적인 성격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자신의 순수한 애정을
지키기 위해 사회 규범을 초월할 줄도 아는 용기를 지닌 인물이다.
또한 '기생'은 자신의 신분을 숙명론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는
인물로 묘사된다. 깊은 그리움에 자신을 찾아 달려온 한 남자를 위해, 신임 사또 자제의 수
청을 들던 기생으로서가 아닌 한 여인으로서 다가설 줄 아는 순수한 존재이다. 또한 기생은
매우 희생적이며 소년을 성숙시키는 조력자의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한다. 가령, 자신을 찾
아 평양까지 온 소년과 함께 먼 곳으로 떠나와서 생활하는데, 어느날 기생은 소년에게 다음
과 같이 말한다.

낭군은 부모를 배반하고 이렇게 되었으니 죄인이올시다. 속죄할 길이란 오직 과거급제
에 있고, 급제하는 길은 부지런히 공부하는 데 있지요, 의식 걱정은 제게 맡기시고, 이제
부터 학업에 전력하시면 뒤에 방법이 생기겠지요.

이처럼 기녀는 신중하고 매우 사리 판단이 밝으며, 헌신적인 인물로 형상화되어 있다. 또
한 아직은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소년의 인격적 성숙을 적절하게 돕고 있는 조력자로서의 인
물로 묘사되고 있다. 아울러 소년이 훗날 성공할 수 있는 확고한 토대의 구실을 하고 있다.
결국은 그러한 성품으로 말미암아 경직된 규범과의 갈등에서 규범을 초월하여 일탈했으면서
도 인정을 받고 하나의 질서를 이루는데 성공하게 된다. 이 작품은 앞에서 보았던 <심생전>
과 달리 두 남·녀 주인공이 자신들의 신분차를 극복하고 결연(結緣)에 성공한 이후, 인물
의 적극적이며 주체적인 상황타개 능력과 의지에 힘입어 현실 규범을 초월하면서도 다시 현
실의 질서 속으로 재편입되면서 행복을 구가할 수 있었다.

4. 결 론
지금까지 <수삽석남>과 <심생전> 그리고 <소설>에 한정하여 세 작품의 서사적 기반을 살
펴보았다. 아울러 세 작품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현실대응방식을 살펴보았다. 이 자
리에서는 이상의 논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이 논문이 갖는 한계와 추후로 보완되어야 할
사항을 정리하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하겠다.
우선, 제2장에서 서사적 기반을 살펴본 결과 <수삽석남>과 <심생전> 및 <소설>은 남·녀
주인공의 신분갈등이라는 동일한 서사적 맥락에 근거하고 있으면서도 개별작품의 서사적 지
향은 제각기 상이하였다. 그 결과 <수삽석남>의 서사적 지향은 <심생전>보다는 <소설>과 그
토대를 함께 하는 동일계열의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제3장에서 고찰하였던 남·녀 주인공이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말하자면 <수삽석남>의 '최항'은 <소설>에 등장하는 '소년'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
게 형상화되었다는 사실 등이다. 반면 <심생전>의 '심생'의 경우는 <수삽석남>의 '최항'이나
<소설>의 '소년'과는 매우 상이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같은 점을 알 수 있다.
이 논문은 신라시대의 설화인 <수삽석남>을 시원(始原)으로 조선후기에 등장한 한문단편
소설 <심생전>과 <소설>, 이 세 작품에 한정하여 살펴본 논문이다. 그러기에 그 두 시기를
연결하는 중간단계의 징검다리 구실을 하는 김시습의『금오신화(金鰲新話)』가운데 <이생규
장전(李生窺墻傳)>이나 기재 신광한의 <하생기우전(何生奇遇傳)> 등의 작품과는 어떠한 연
관성을 맺고 있는지 하는 점은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과제이다.

<參考文獻>


1. 자료

『大東韻府群玉』
『李朝漢文短篇集』上, 一潮閣, 1997.


2. 단행본 및 논문

김균태,『이옥의 문학이론과 작품세계의 연구』, 창학사, 1991
김용봉,「李鈺의 '傳' 硏究」, 명지대학교 석사논문, 1999.
김현양 외,『譯註 殊異傳逸文』, 박이정, 1996.
박정현,「李鈺 傳 작품의 양식적 특성 연구」, 연세대학교 석사논문, 2000.7.
박희병,『韓國傳奇小說의 美學』, 돌베개, 1997
이신성,「한문단편 <沈生>에 있어서의 사랑과 죽음의 문제」,『부산교대논문집』17, 1981.
이신성,「한문단편 <沈生>의 연구」,『어문학교육』2·3, 부산국어교육학회, 1980.
임형택,「羅末麗初의 傳奇文學」,『한국문학사의 시각』, 창작과비평사, 1984
전수연,「<沈生傳>의 樣式的 特性」,『이화어문논집』9집, 한국어문학연구소, 1987.
정하영,「<沈生傳>의 주제사적 맥락과 서사방식」, 한국고전문학회207차 정기발표회, 2000.
허종진,「이옥의 현실인식과 문학적 수용 연구」, 부산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2000.2.
홍용희,「이옥 '傳'의 특성과 <심생전> 考」, 성심여대 석사논문, 1988.

Copyrightⓒ2002-2009 gosiga.co.kr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