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碩士學位 請求論文
指導敎授 鄭 雲 采


高麗時代 漢詩의 女性形象에 對한 硏究

A Study on the Women's Figures of the sino-korean
poetry in ko-ryo dynasty period


建國大學校 大學院

國語國文學科

田 京 源


碩士學位 請求論文
指導敎授 鄭 雲 采


高麗時代 漢詩의 女性形象에 對한 硏究

A Study on the Women's Figures of the sino-korean
poetry in ko-ryo dynasty period


建國大學校 大學院

國語國文學科

田 京 源


田京源의
文學 碩士學位 請求論文을 認准함

審 査 委 員

委員長 金鉉龍
委 員 申東昕
委 員 鄭雲采


1997年 11月

建國大學校 大學院


차 례
<국문초록>
1. 서 론 ------------------------------------------------------------ 1
1.1. 문제제기 -------------------------------------------------------- 1
1.2. 연 구 사 -------------------------------------------------------- 3
1.3. 연구방법 -------------------------------------------------------- 7

2. 예비적 검토 ------------------------------------------------------ 10
2.1. 개념규정 및 자료의 범위 --------------------------------------- 10
2.2. 유형분류의 기준과 실제 ---------------------------------------- 13
2.3. 자료의 분포와 그 의미 ----------------------------------------- 22

3. 여성형상의 대상별 특성 ------------------------------------------- 25
3.1. 궁중여성 ------------------------------------------------------- 25
3.2. 사대부여성·서민여성·천민여성 -------------------------------- 41
3.3. 특수신분여성·범칭여성 ---------------------------------------- 76
3.4. 선계여성 ------------------------------------------------------- 98

4. 여성형상의 남·녀 화자별 특성 ----------------------------------108
4.1. 시적 대상과의 거리 --------------------------------------------111
4.2. 발 화 방 식 ----------------------------------------------------121
4.3. 정서의 특성 -----------------------------------------------------129

5. 결 론 -------------------------------------------------------- 135
<참고문헌> ----------------------------------------------------------- 138
<영문초록> ----------------------------------------------------------- 142
* 부록1. 고려시대 여성형상화 한시 작품 목록 ------------------------145
* 부록2. 한시(漢詩) 관련 학위논문 목록 -----------------------------197
<국 문 초 록>
고려시대 한시의 여성형상에 대한 연구
전 경 원
이 논문은 고려시대 한시의 여성형상에 대한 연구로서 한시(漢詩)라는 장르 속에
형상화된 여성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하는 점과 남성과 여성
으로 변별되는 시적 화자에 따라 여성의 형상이 어떠한 방식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가 하는 점에 대한 연구이다. 이를 논증하고 있는 논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시라는 장르 속에 형상화되고 있는 여성의 실상을 체계적이며 구조적으
로 파악하기 위하여 여성형상의 유형을 일곱 가지로 구분하여 유형분류의 기준과
실제를 제시하였다. 여기서 마련된 유형분류의 기준은 한시 장르에만 국한되는 것
이 아니라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모든 시가 장르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준거가
된다. 둘째, 여성형상의 유형을 일곱 가지로 구분하고서 각각의 유형들에 속해 있는
작품들을 연구검토한 결과, 여성형상의 대상별 특성과 그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드
러내고자 하였던 작가의 의도를 밝히었다. 그 결과, 고려시대 사대부 작가들의 의식
세계 내부에서는 여성형상의 유형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였던 의미가 각각 변별적으
로 분화되어 있었음이 드러났다. 셋째, 작품 내에 존재하는 시적 화자에 주목하는
논의를 통해, 시적 대상과의 거리 및 남·녀 화자별 발화방식과 정서의 특성을 검
토함으로써, 한시가 지닌 장르적 성격을 드러내었다.
이 논문의 제2장은 예비적 검토의 장으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논증과정에서 필
요한 예비적 검토가 이루어졌다. '여성형상'에 대한 개념과 이 논문에서 다루고 있
는 자료의 범위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여성형상에 대한 유형분류의 기준과 구체적
인 작품의 실례를 통해 그 실제를 제시하였다. 아울러, 이 논문에서 연구대상으로
다루었던 전체 작품을 대상으로 검토하여 산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자료의 분포와
그 의미에 관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여말선초(麗末鮮初)로 갈수록 여성을 소재로
작품화하는 경향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처럼 여말선초로 갈수록
여성을 문학적 형상화의 대상에서 기피하고 있었다는 점은 여성에 대한 시각이 경
직되어 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자료의 결과로 드러났다.
제3장은 여성형상의 대상별 특성과 작가의 의도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그 결과
작가의 정신적 기저에서는 형상화되고 있는 대상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분화되어 변별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궁중여성의 경우에는 임금을 중심으로 연군
지정이 형상화되고 있었고, 사대부여성·서민여성·천민여성의 경우에는 생활고와
관련되어 형상화되고 있었다. 생활고라 하더라도 세부적으로는 그 신분에 따라 생
활고의 층위를 달리하고 있었다. 사대부여성의 생활고는 지아비인 사대부 남성의
벼슬살이(宦路)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으며, 사대부들의 진퇴관(進退觀)과도 밀
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결국,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형상을 통해, 그를 극
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로 사대부여성이 형상화되고 있었다. 서민여성의 생활고
는 부조리한 사회제도나 왜곡된 현실로 말미암아 야기되는 생활고의 층위로서 작가
층의 애민의식이 표출되고 있었다. 또한 천민여성의 생활고는 자신의 타고난 신분
이나 성품으로 말미암아 야기되는 생활고의 층위와 천민여성의 생활고를 통해 작가
자신의 빈곤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두 가지 층위가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특수
신분여성과 범칭여성의 경우는 많은 작품에서 여성화자를 통해 애정상황을 형상화
하고 있었다. 이러한 작품군에서는 '만남'과 '이별'이라는 항구적인 소재를 통해 님
과의 합일을 지향하는 여성형상을 창조하였고, 사대부 작가들은 이를 통해 당대의
질서에 부합하는 애정상황을 표출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선계여성을 대상으로 삼
고 있는 작품의 경우는 초월적인 여성형상을 창조함으로써, 인간에게 주어진 유한
성을 극복하고자 하였던 의도에서 형상화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제4장은 남성과 여성으로 변별되는 시적 화자(詩的話者)에 주목한 논의였다. 그
결과, 시적 대상과의 거리에서 남성화자를 통한 여성형상은 작가와 거리가 먼 여성
형상이었고, 여성화자를 통한 여성형상은 작가의 개인적 모습과 매우 근접한 여성
형상이었다. 발화방식의 경우에는 남·녀 화자가 공통적으로 대화와 독백의 형식으
로 발화하고 있었다. 남성화자는 주로 독백형식에 의존하여 발화가 이루어지면서
소극적, 수동적, 체념적 여성형상을 창조하였고, 여성화자는 주로 대화형식에 의존
하여 발화가 이루어지면서 적극적이며 대담한 여성형상을 창조하였다. 정서의 특성
에서, 남성화자는 시적 대상의 객관적 상황이나 현실 인식에 기초하여 정서가 촉발
되고 있었던 반면에 여성화자의 작품에서는 주로 직접 체험에 의한 주관적 정서가
표출되고 있었다.
-----------------------------
* 주요어 : 고려시대, 한시, 여성형상, 시적 화자, 대상, 궁중여성, 사대부여성, 서
민여성, 천민여성, 특수신분여성, 범칭여성, 선계여성, 절대권력, 생활고, 애정, 유한
성 극복, 시적 대상과의 거리, 발화 방식, 정서의 특성, 독백형식, 대화형식.
1. 서론

1.1. 문제 제기

우리의 고전문학사는 국문문학과 한문문학이 각 시대별로 상호 교섭하면서 전개
되어 왔다. 구비문학을 제외한 기록문학 가운데 시가사(詩歌史)만을 한정하여 살펴
보면,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한자를 바탕으로 성립된 한문시가와 자생적으로 발생하
여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던 국문시가의 두 축을 중심으로 각 시대마다 상호 공존하
며 전개되었다. 이 논문에서 다루게 될 고려시대는 우리 문학사의 시대구분에서 중
세에 해당하는 시기로, 이 때에는 한문시가와 국문시가가 공존·경쟁하며 전개되었
던 시기로 규정할 수 있다. 이처럼 중세의 공동어문학인 한문시가와 민족어문학인
국문시가가 공존하였던 점은 비단 우리의 문학사에만 국한되는 점이 아니라 세계문
학사의 보편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한문시가와 국문시가의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시가사에서 한문시가의 경
우에는 한시를 중심으로 각 시대별 커다란 양식적 변모없이 전개되어 왔다. 반면
국문시가의 경우에는 시대별로 다양한 편차를 보이며 전개되었다. 이를테면, 한문시
가의 경우에는 한시가 중심이 되어 삼국시대 이래로 20세기 초까지 지속해서 창작
되었던 반면, 국문시가의 경우에는 모든 시가 장르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민요를
바탕으로하여 향가, 고려속요, 경기체가, 시조, 가사 등 다양한 양식적 변모를 보이
며 전개되어 왔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고려시대는 한시와 더불어 향가, 고려속요,
경기체가, 시조, 가사 등 모든 국문시가 장르가 공존하며 경쟁하였던 시기였다. 그
만큼 고려시대는 시가 장르의 집성기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주목을 필요로 하는
시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대한 연구는 주로 국문시가에 편중되어 진
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은 우리 시가사의 실상을 체계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었다. 따라서 우리 시가사에서 중세에 해당하는
고려시대 시가사의 실상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국문시가와 한문시가에 대
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이 논문은 그와 같은 전제를 수용하는 측면에서 고려시대의 한시를 중심으로 논
의를 전개할 것이다. 그런데, 고려시대 한시 작품은 수적으로 대단히 많은 양을 차
지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작품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
단되며 오히려 논의의 초점이 흐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논문에서는 고려시대의
한시 작품 가운데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에 한정하여 살펴볼 것이다.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우리의 고전시가사를
통시적으로 조망할 때 한시 뿐 아니라, 다양한 시가 장르에 걸쳐서 여성을 형상화
대상으로 삼는 것이 하나의 문학적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
품에서는 여성을 시적 화자로 등장시키거나 형상화의 대상으로 삼곤 하였다. 이같
은 경향은 비단 고전시가에만 해당되는 특징이 아니라 오늘날의 현대시에 이르기까
지 그 전통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성형상'에 주목해야만 하는 필요
성이 제기된다. 이처럼 여성화자를 통해서 혹은 여성을 형상화 대상으로 삼아서 여
성정감을 표출하였던 작품들은 우리 시가사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시적으로 보면 동시대에 국문시가의 주요 장르를 차지하였던 고려
속요의 경우, 많은 작품들이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지만 작품 수가 지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실상을 온전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문시가와 함
께 중세 시가문학의 또 다른 중심축을 이루었던 한시를 통해서 당대의 여성이 문학
작품으로 형상화되었던 실상에 접근하기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한시에서 여성을 작품의 시적 화자 혹은 대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경우에 작가
가 창조해 낸 여성형상은 어떠하며, 그러한 여성형상을 통하여 드러내고자 하였던
작가의 궁극적 의도는 무엇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를테면 왕실여성이나
궁녀 등과 같은 궁중여성을 통하여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며, 사대부여
성, 서민여성, 천민여성, 기녀와 같은 특수신분여성, 선계여성, 범칭여성 등을 대상
으로 하는 작품의 경우, 무엇을 말하고자 하였는가 하는 문제이다.
아울러, 작가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하여 작품 내
의 시적 화자를 선택하는데, 남성화자를 통해서 여성을 형상화할 수도 있고, 여성화
자를 통해서도 여성을 형상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작가가 작품내의 시적 화
자를 선택할 때 어떤 경우에는 여성화자를 선택하는 것이고, 또한 어떤 경우에 남
성화자를 선택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말하자면 시적 화자를 선택할 때
에 일어나는 작가의 서로 다른 의식적 층위는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그 결과로 여성화자를 통해 형상화될 때와 남성화자를 통해 형상화
될 때의 남·녀 화자별 차이점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와 같이, 당대의 여성형상을 한시라는 장르를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형상화해
내고 있으며, 그러한 여성형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것이 이 논문이
갖는 궁극적 목표가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고려시대의 여성이 문학작품 속에 어떠
한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으며, 여성형상이 갖는 시가사적 전통과 그 의미에 관해
의미있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여성형상화 한시의 형식적 측면에
대한 검토를 통해서는 한시가 지닌 장르적 성격까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
한다.

1.2. 연구사

지금까지 한시에 대한 연구는 주로 작가의 전기적 측면을 바탕으로 작품을 해석
하는 경향이 주를 이루어 왔다. 또한 시대적으로는 조선시대에 편중되어 연구가 이
루어졌다. 이러한 원인은 많은 부분 자료의 영성함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한시사(漢詩史)를 통시적으로 고찰하기가 어려운 동시에 한시가 지닌 장르적 성격
을 밝히거나 구체적인 작품 분석과 평가를 통해 한시가 지닌 미의식을 밝힌다거나
하는 등에 관한 연구성과는 미흡한 실정이라 판단된다. 그러한 점은 최근 이십여
년에 걸쳐 제출된 한시 관련 학위논문의 연구경향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일찍이 정병욱은 우리 고전시가의 특징 중의 하나를 여성 위주의 문학사상으로
파악하면서, 그의 저서를 통해 "한국의 고전시가를 일률적으로 이렇게 볼 수는 없
을지 모르겠으나, 특히 우리의 심금을 울리거나, 애송되어 온 대부분의 시가는, 그
작중 화자가 여성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작중 화자가 남성인 경우라도 대상을 여
성으로 부르는 경우가 또한 많은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한국 문학의 내용상의 특징의 하나로 여성 위주의
문학사상을 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면서 이와 같은 점은 중국문학
이나 일본문학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우리 문학만의 특수성으로 인식하였다. 이러
한 견해와 같이 우리 고전시가의 실상 또한 많은 작품들이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시가에서 여성형상에 주목하여 논의한 연구
결과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국문시가의 경우에는 그나마 일정 정도의 축적된 연구
성과가 마련되어 있으나 한시의 경우 여성형상에 주목한 연구는 매우 드문 형편이
다. '여성형상'에 주목하여 논의되었던 기존의 연구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여성소재에 주목한 연구결과로는 황재군과 허미자, 정운채 등의 논문이
있다. 황재군은 그의 저서에서 통시적이며 장르적인 방법으로 여류시를 개관하고,
여류시 분석의 기준으로 화자의 미적 대상과 창작심리, 창작동기와 주제, 창작정신
과 미의식에 관해 논의하면서 여성이 형상화되어 있는 고전시가 작품군을 심리적,
철학적인 측면에서 논의하였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한시는 논의대상에서 제외되었
고 한역시가와 국문시가만을 다루었기 때문에 시가사를 거시적 안목으로 바라보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허미자는 저서에서 무가와 한역시가, 향가, 고려속요
를 아울러 "고대시가(古代詩歌)"라 칭하며 고대시가에 나타난 여성의식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또한 조선시대 문학과 근대화과정의 문학, 현대문학에 걸쳐서 나타나는
여성의식을 통시적으로 검토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 역시 고려시대의 한시는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정운채는 연구논문을 통해 중국 한나라 때 궁녀인 왕소군 고
사에 얽힌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지속적으로 창작되어 온 왕소군 소재 한국 한시
작품의 저층에 흐르고 있는 비합리적 정서를 논증을 통하여 밝혀내고 있다.
또한 여성형상의 한 부분을 이루는 애정문제에 관해서는 민병수, 정민, 김도
련등의 성과가 마련되어 있다. 민병수의 연구에서는 "염정시(艶情詩)"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관습적(慣習的)인 사랑의 노래"와 "체험적인 사랑의 노래" 그리고 "소설
속의 사랑 노래"라 하여 세 가지 기준을 설정한 후 각 항목에서 구체적인 작품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였다. 그리하여 관습적인 사랑의 노래에서는 1) 악부계(樂府系)
의 사랑 노래, 2) 관망자(觀望者)의 사랑 노래로 구분하여 논의하였다. 그리고, 체험
적인 사랑의 노래를 통해서는 1) <증기시(贈妓詩)> 와 <도망시(悼亡詩)>의 사랑과
2) 회한(懷恨)의 사랑 노래, 3) 거리의 사랑 노래로 구분하여 작품을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 속의 사랑 노래에서는 《금오신화(金鰲神話)》속의 <이생규장전>과
《주생전》에 삽입된 삽입시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정 민은 그의 저서에서 "정시(情詩)의 세계"라고 명명한 항목을 통하여 작품을
제시하고 주로 작품 감상의 측면에서 서술하였다. 김도련과 정민의 공저에서는 한
시 작품의 자료를 제시하고서 간단한 자료 설명만을 보태고 있어서 논문이라기 보
다는 자료집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밖에도 고려시대 기녀의 풍
속과 문학에 관하여 고찰한 이경복의 논문이 주목할만한 연구성과이다. 그는 논
문에서 고려시대 기녀의 발생으로부터 기녀층의 성립과 기녀의 유형 등에 대하여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녀의 풍속과 그 문학세계를 기녀와 사대부와의 관계하
에서 조명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모두 기녀나 궁녀와 같은 특정 신분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였거
나 애정이라는 범주하에 아우를 수 있는 작품에 한정된 논의였다. 그러나, 이 논문
에서는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여성형상'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
를 전개할 것이다. 여성형상이란 여성이 객관적 대상으로서 형상화되는 것만을 의
미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형상화도 포함하는 개념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염
두에 둘 때, 박혜숙과 박영민, 이혜순 등의 논문은 좋은 참고가 된다.
박혜숙은 "고려시대(高麗時代) 한시(漢詩)의 민족·민중적 지향(民族·民衆的 指
向)"이라는 부제 아래 논의를 전개하였는데, 악부시의 개념을 중국과의 대비를 통하
여 논의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악부시의 유형과 시대구분을 하였다. 악부시가
형성되던 시기인 고려시대를 "형성기"라고 칭하면서 형성기 의고악부의 양상과 문
제점 그리고 마찬가지로 형성기 기속악부의 양상과 문제점을 논의하였다. 그리고는
이를 바탕으로 형성기 한국악부시의 문학적 위상을 점검하였다. 이 연구결과에서는
악부시 계열에 속하는 다양한 여성형상이 등장한다. 그러나, 악부시 계열의 작품만
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연구성과를 고려시대 한시 일반으로까지 확장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작품 속의 시적 화자와 장르적 성격의 상관성을 다루고 있는 논문으로는 정운
채와 윤미연의 논문이 있다. 정운채는 논문에서 "시적 자아가 여성으로 형상화
되어 있는 것은 윤선도의 경우, 시조에는 없으며 한시에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
이렇게 시적 자아가 자신의 밖에 있는 임금을 향한 시선을 유지함으로써 사색적인
다짐의 독백을 즐기는 것은 윤선도의 시조에는 나타나지 않는 그의 한시만의 특성
일 것이다"라고 서술하였다. 또한 윤미연은 정철의 경우에 한정하여, "한시는 여
성화자가 나타나지 않고, 작가와 가장 근접한 형태인 남성화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화자의 허구화 정도가 가장 약화된 모습이기에 작가가 직접 '나'로 등장
하여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이 느껴진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에서는 시적 화자와 장르와의 상관 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 시
사하는 바가 크다. 박영민의 경우에는 조선 후기 이안중(李安中)의 작품세계에 대해
"옥대향렴체(玉臺香 體)"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여성정감의 유형과 그 특질을 논의
한 후, 여성정감의 표현양식과 그 의미에 관해 연구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는 조선
후기 18세기에 일어났던 하나의 경향이었기 때문에 고려시대로까지 일반화시킬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혜순은 한국의 근대문학 중에서도 시의 경우 여성화자
의 전통은 조선조 후기 여성화자 한시에서 찾을 수 있다는 가설 위에서 논의를 전
개하였다. 그리하여 17세기를 중심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의 한시작품을 통하여 여
성화자의 전통성을 찾고 있는데, 논의의 핵심을 17세기 이후의 작품들에서 찾고 있
다. 또한 여성화자의 전통성을 악부시 계열에서 찾고 있다. 그러한 시각에서 의고악
부계, 한국악부계, 비악부계라는 세 가지 기준에 입각하여 논의하고 있다. 또한 여
류정감의 영역이라하여 여성화자를 통하여 님의 의미론적 확대, 인간소외, 부조리
비판, 삶의 단면, 이국 취향 등을 나타내고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 경우에도 17세기
이후의 상황에만 주목한 나머지 고려시대 한시의 여성화자와 여성형상에 대해서는
논의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필자는 기존에 축적된 연구성과를 최대한 수용하면
서 우리 시가사에서 마련된 여성형상의 문학적 전통과 그것이 지닌 시가사적 의미
를 규명하기 위해서, 우선은 형성기에 해당하는 고려시대 한시에서 여성형상이 지
닌 특성과 그 의미에 관하여 살펴볼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고려시대의 한시에만
국한하여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한시 뿐만이 아니라 앞으
로 민요, 향가, 고려속요, 경기체가, 시조, 가사 등 국문시가의 여성형상에 대한 연
구로 나아가기 위한 예비 작업의 성격을 띠는 것이다.

1.3. 연구 방법

이 논문에서는 고려시대 한시의 여성형상과 그 의미를 검토함으로써 작가가 선택
한 여성형상의 대상별 특성과 작가의 의도에 관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
적 화자에 주목함으로써 남·녀 화자에 의한 형상화 방식상의 차이점을 밝힐 것이
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시가 지닌 장르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이
논문에서는 여성형상과 시적 화자에 주목하면서 다음과 같은 체제에 입각하여 논의
를 전개할 것이다.
우선 제2장에서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형상에 대
한 주요 개념 및 자료의 범위와 여성형상에 대한 유형분류의 기준 및 실제, 그리고
작품분석을 바탕으로 산출된 자료의 분포와 그 의미에 관하여 살펴보는 예비적 검
토가 이루어 질 것이다. 이를 통해 고려시대의 작가들이 다양한 문학적 소재 가운
데 여성을 어느 정도나 문학적 형상화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작가 개인별로 이루어진 통계자료를 통해서는 개별 작가가 가장 관
심을 갖고 작품으로 형상화 해내고 있는 여성형상은 무엇이었는가 하는 점이 드러
날 것이다. 또한 개별작가를 중심으로 고려시대를 통시적으로 조망할 때에는 '여성'
을 작품 소재로 형상화하는 시기별 비율변화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제3장에서는 여성형상의 유형을 궁중여성, 사대부여성, 서민여성, 천민여성, 특수
신분여성, 선계여성, 범칭여성의 일곱가지로 구분한 2장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대
상별 특성에 주목한다. 이처럼 대상별 특성에 의해 유형화된 여성형상을 중심으로
각각의 유형들이 지니는 독자성에 주목하여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이를테면 궁중
여성을 형상화할 때는 어떠한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그러한 형상을 통하여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또한 사대부여성을 형상화할 때의 여성형상은 어떠
하며, 그러한 형상을 통해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하여 각각
의 유형별로 형상화된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가 여성을
형상화할 때 대상별로 서로 다른 의도와 의식의 층위에서 형상화되는 측면이 드러
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각 유형간의 차별성이 드러날 것이다.
제4장에서는 제3장에서의 논의를 기초로 하되, 이번에는 작품 내에 형상화되어
있는 '여성형상'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형식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남·녀 화자별 특성에 대한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제3장에서의
논의가 작품 내용적 측면에서 각 유형간의 차이점에 주목하여 논의를 전개하였다
면, 제4장에서의 논의는 작품 형식적 측면에서 시적 화자를 중심으로 각 유형간의
공통점에 주목하는 논의가 될 것이다. 이는 남·녀 화자를 중심으로 일곱가지 여성
형상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요소가 무엇인가를 논의하는 것이다. 즉 남성화자에
의해 여성이 형상화되는 작품들은 어떠한 공통적 기반 위에서 남성화자의 목소리가
표출되는 것이고 또한 어떠한 모습으로 형상화되는 것인가, 마찬가지로 여성화자에
의해 여성이 형상화되는 경우에는 어떠한 공통적 기반 위에서 여성화자의 목소리가
표출되는 것이고, 그 결과로 형상화되는 여성형상은 어떠한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인
가 하는 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 4장에서는 시적 화자의
1) 시적 대상과의 거리, 2) 발화 방식, 3) 정서의 특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 입각
하여 논의를 전개하게 된다. 따라서 남성화자와 여성화자라는 기준에 입각하여 작
품을 분류하고 각각의 화자별 해당 작품들을 분석함으로써 화자에 따른 의식의 층
위를 도출할 것이다.
이는 바로 한 작가가 작품내의 시적 화자를 선택할 때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작
용하는 정신적 기저의 한 측면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작가가 작
품 속의 화자를 선택할 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어떠한 상황을 말하고 싶을
때는 여성화자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고 또 어떠한 상황에서는 남성화자를 통해 형
상화시키고자 하는가 하는 문제인 동시에 역으로 남성화자를 통해서는 여성의 무엇
을 말하고 있으며 여성화자를 통해서는 여성의 어떠한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
인가 하는 문제를 일컫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시적 화자에 의한 논의 방식은 자칫 화자의 성별에 따른 작품의
분류와 나열에 머무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논문에서는 각
각의 작품들이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어떠한 개별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항목간
작품들이 지닌 공통적 상황과 시적 화자의 태도 등은 어떠한 가에 주목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작가의 화자 선택시 작용하는 정신적 기저의 한 측면을 드러
내는 동시에 화자별로 달리 형상화될 때 그 차이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앞에서 각장마다 구체적인 작품 분석을 통하여 논의한
연구 결과를 요약·정리하고 이 논문이 지닌 한계와 앞으로의 과제 및 전망을 제시
하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하겠다.

2. 예비적 검토

이 장에서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 논문에서 다루어질 용어에 대한 개념규정
과 연구대상이 된 자료의 범위 및 작품분석을 바탕으로 산출된 자료의 분포와 그
의미에 관하여 살펴보는 예비적 검토가 이루어 질 것이다.

2.1. 개념규정 및 자료의 범위

한시의 제재(題材)는 일반적으로 자연(自然), 역사(歷史), 철학(哲學), 민중(民衆),
정치(政治), 사상(思想) 등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제재들을 대상으로 창작되어
왔는데, 한시의 제재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점을 입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여
성'도 중요한 제재가 되었던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상황이다.
이 논문은 고려시대 한시의 여성형상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여성형상(女
性形象)'이란, 작품 내에서 여성의 형상(形象)이 행위적 내지는 심리적으로 다루어
진 경우를 말한다. '여성형상'의 범주에는 시적 대상과 시적 자아의 개념을 포괄한
다. 말하자면 시적 형상화의 대상으로서 여성을 소재로 삼고 있는 경우와 시적 화
자로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의 경우를 일컫는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고려시대에
창작된 한시 가운데 여성형상을 담고 있는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고려시대의 한시 작품에 대한 자료는 개인문집이나 시화집 그리고 후대
의 각종 시선집 등에 기록되어 전하는데 현재 전하는 자료는 매우 영성(零星)한 편
이다. 이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자료의 범위는 다음에서 제시하는 <표1>을 통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표1> 고려시대 한시의 작가별 여성형상화 작품수

(*개인문집 외 선집 등의 출전작품 40수와 개인문집과 중복으로 실린 작품은 평균비율에서 제외하였음)

위의 표와 같이 이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은 고려시대 개인문집을 통해 전하
는 총11,245수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여성이 형상화된 작품은 총1,082수로 전체
연구대상이 되었던 작품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위의 표는 작가의 생몰년대를 기준으로 좌측 상단으로부터 우측 하단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고려시대 작가들이 여성 소재를 어느 정도나 다루었는가 하
는 점에 대한 시대별 추이를 통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여말선초(麗末鮮初)로 갈수록 여성을 형상화하는 작품의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 점을 모든 작가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
는 것은 아니다. 작가별로 다소의 개별적인 편차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향은 좌·우측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그 변화의 폭이 뚜렷해 지는 것이
사실이다. 표에서 좌측의 통계치는 13%를 차지하는데 반하여 우측의 통계치는 그
절반을 조금 넘는 약 7%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개별 작가별로 보면 전체 작품 수가 지나치게 작은 경우에는 평균비율에 대한 의
미가 없으므로 30수 이상을 남기고 있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이제현과 안
축은 전체 작품의 21%가 여성을 소재로 형상화하고 있었다. 그밖에 정추가 19%에
해당하는 작품을 남겼으며, 진화가 15%를 차지하였고 이규보, 민사평, 이달충 등이
14% 김구용이 13%를 차지하였다. 이색의 경우에는 전체 작품수와 여성형상화 작
품수는 고려시대 작가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수를 남겼지만 전체 작품에서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의 평균비율은 8%에 불과하였다.
전체적으로 고려 후기로 갈수록 여성을 소재로 삼은 작품의 비율이 감소하는 것
은 고려 후기 사회적 변화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즉 성리학의 수용과
더불어 성리학적 사유체계가 강화되면서 나타난 일종의 문학적 현상이라고 생각된
다.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 줄어드는 추세는 우리의 문학사에서 조선초에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와 충신연군지사(忠臣戀君之詞)에
대한 논쟁과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일단 논의를 유보
하기로 하겠다.

2.2. 유형분류의 기준과 실제

여성형상의 유형을 분류함에 있어서, 분류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보편성과 특수
성의 원칙이었다. 예컨대, 사대부여성, 서민여성, 천민여성 등과 같은 유형은 신분제
도라는 당대의 보편적 제도에 의한 구분이었다. 그러나 보편성만으로는 문학 작품
으로 형상화된 여성형상의 제반 유형을 담아낼 수가 없기 때문에 문학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궁중이라는 공간은 여타의 공간과는 구별되는 특
수한 공간이었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생활하는 여성들 역시 그와 같은 특수성이 인
정되기 때문에 궁중여성을 별도의 독립된 여성형상으로 파악하게 되었고, 또 인간
의 상상력에 기초한 문학적 형상화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선계여성과 범칭여성의
구분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특수신분여성이라 지칭한 기녀와 무녀의 경우에는
신분적으로는 천민여성에 속하지만 생활방식이나 존재방식이 천민여성과는 판이하
게 다른 예외적 특수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고려시대 한시에 형상화
된 여성형상의 유형을 궁중여성, 사대부여성, 서민여성, 천민여성, 특수신분여성, 선
계여성, 범칭여성의 일곱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이 논문에서 작품 속의 여성형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형상화되고 있는 여성을 통
하여 작품의 실상과 그 의미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성
형상의 개념을 유형별로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궁중여성의 범주는 신분에 의한 구분이라기 보다는 궁중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주
목한 구분이다. 즉 궁중여성은 왕실(王室)에 속하는 여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궁녀를 포함하여 궁중에서 생활하는 모든 여성들을 의미한다. 궁중은 특수한 공
간으로서 그 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여성들은 오직 절대적 존재인 임금 한 사람만을
위해서 살아야 했던 존재였다. 이러한 궁중은 엄격한 규율과 법률이 지배하는 금기
(禁忌)의 공간이었다. 당대에 궁중을 지칭하던 용어로 '금궐(禁闕)', '구중심처(九重
深處)', '봉처(鳳處)', '금궐(金闕)', '금문(禁門)', '금옥(金屋)' 등의 다양한 용어들만 보
더라도 그같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 내에서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야 하는 여성들이 궁중여성인 것이다. 이 논문에서 사용하는 궁중여성의 개념
은 이처럼 궁중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여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대부여성의 범주에는 아직 벼슬에 나아가지 않은 사(士)와 이미 벼슬에 나아간
대부(大夫)를 중심으로 혈연관계나 혼인관계 등에 의하여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여성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대부여성의 존재양식으로는 크게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존재한다.
서민여성은 벼슬과는 무관한 남성을 중심으로하여 혈연관계나 혼인관계 등에 의
하여 성립된 여성 가족 구성원을 의미한다. 그런데, 서민여성이 작품의 형상화 대상
으로 등장하는 경우에는 화자의 발화방식이나 태도, 정황에 미루어 그 신분을 파악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류의 명확한 체계를 갖추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천민여성이란 계집종(女婢)이나 여자노비(奴婢), 찬부( 婦) 등과 같은 신분을 지
녔던 여성으로 당시에 미천한 신분으로 간주되었던 계층의 여성을 의미한다. 고려
시대 천민에 대한 연구 부분을 살펴보면,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신분으로
는 서민과 천민이 있었다. ...중간생략... 천민의 대부분은 노비(奴婢)로서 국가 기관
에 소속된 공노비(公奴婢)와 개인에 소속된 사노비(私奴婢), 그리고 사원에 소속된
사사노비(寺社奴婢)가 있었다. 공노비는 소속 기관에서 잡역에 종사하거나 경작노동
에 종사하였으며 때로는 특수한 양반관료에 배당되어 구종(驅從)이 되기도 하였다.
사노비(私奴婢)와 사사노비(寺社奴婢)는 주인을 위하여 취사(炊事), 초목(樵木) 등의
일을 주로 하였으나 외거노비(外居奴婢)는 독립된 가계(家計)를 가지고 농경에 종사
하였음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노비는 신분이 세습되고 매매의 대상이 되어
노예와 비슷한 존재였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특수신분여성이란 기녀(妓女)와 무녀(巫女)를 의미한다. 기녀와 무녀 역시 신분상
으로는 천민여성의 신분에 속하였던 여성들이었으나, 이들은 계집종이나 여자노비
와 같은 천민여성과는 또 다른 특수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천민여성과는 변별되어
야 하는 신분적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를테면, 기녀는 가무와 풍류로서 나라와
궁중의 여러 연회나 유흥행사에 흥을 돋우는 일을 업으로 삼던 여자이다. 이들은
주로 사대부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학식과 재능이 필요하였다. 그런
이유로 이따금씩 한시를 창작하기도 하는 기녀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기녀들은
사대부들의 흥취를 돋우는 일로 업을 삼았으나 때로는 사대부들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무녀는 신(神)과 인간(人間)이 중개구실을 한다 하여 길흉을 점치고
굿을 하는 여성을 의미한다. 이처럼 기녀와 무녀는 신분적으로는 미천하였으나 스
스로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하며 살았던 고려시대의 특수한 신분의 여성들이었다.
선계여성은 현실과는 유리된 공간에 존재하는 여성들을 의미한다. 달 속에 산다
고 하는 항아(姮娥)나 월아(月娥), 여신(女神), 직녀(織女), 선녀(仙女) 등이 선계여
성의 범주에 해당되는 여성들이다.
마지막으로, 범칭여성(凡稱女性)이란 특정한 신분이나 계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
라 일반적인 여성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즉 두루 아우를 수 있는 포
괄적 개념으로 형상화된 여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 논문은 이러한 일곱 가지 여성
신분을 중심으로 이들이 한시작품(漢詩作品) 속에서 시적 화자에 따라 어떠한 모습
으로 형상화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앞에서는 여성형상의 개념과 이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자료의 범위에 관해 살펴
보았다. 그리고 여성형상의 유형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는 앞으
로 진행되는 논문에서 다루어질 여성형상의 유형을 중심으로 그 분류의 기준과 실
제 작품의 예시를 통하여 여성형상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도모할 것이다.
다양한 층위의 많은 작품들을 일정한 기준에 입각하여 분류하고 유형화하는 작업
은 작품의 실상을 체계적이며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한시(漢詩)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여성을 일정한 기준에 입각하여 마련된 틀을 바탕
으로 유형화하는 작업 또한 작품으로 형상화된 여성형상의 실상을 체계적으로 읽어
내기 위한 작업 과정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 장에서 제시하는 일곱 가지 여성형
상의 유형은 비단 한시 장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문시가를 포함한 우리 나
라의 고전시가에 형상화되어 있는 여성형상을 체계화, 구조화 하기 위해서도 유용
한 준거가 된다.
여성형상의 유형을 분류하는 기준은 고려시대 한시 가운데, 이 논문의 연구대상
이 되었던 여성형상화 한시 총 1,082 수를 대상으로 검토한 결과에 의해 마련된 것
이다. 이 1,082 수를 살펴본 결과, 이 작품들 속에 형상화되어 있는 여성형상은 위
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다음의 일곱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었다. 그럼 다음에서는
각각의 유형을 중심으로 유형분류의 기준을 제시하고 실제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대
표적인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2.2.1. 궁중여성
앞장의 개념규정에서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궁중여성'은 신분에 의한 구분이라
기 보다는 '궁중'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주목한 구분이었다. 궁중에서의 생활은 다른
보편적인 공간에서의 삶과는 구분되는 특수한 삶의 방식이 존재하였다. 그것은 중
세사회의 지배원리였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임금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절대적이
며 맹목적인 수직적 인간관에 기초한 삶의 방식이었다. 이러한 궁중은 엄격한 규율
과 법률이 지배하였던 금기(禁忌)의 공간이었다. 이와 같이 '궁중'이라는 특수한 공
간에서 살고 있는 모든 여성을 일컬어 궁중여성이라 하였다.
그런데 작품으로 형상화되고 있는 궁중여성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왕실여성과 궁녀로 나눌 수 있다. 왕실여성의 경우에는 주로 공식적인 행사나
만사(挽詞)와 같은 형식으로 형상화되고 있고, 궁녀의 경우에는 주로 주관적 정서를
표현하고자 하는 경우에 등장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작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扈駕遼天夢 임금님의 수레를 따르며 하늘의 꿈은 멀기만 한데
承恩漢殿心 은혜를 입은 한나라 궁전의 마음이네요
延春宮漏永 봄이 이르러 궁전에 오래도록 스며드는데
悲栗塞雲深 변방의 구름 깊으니 슬프고 처량하네요
積雪埋氈帳 눈은 쌓여 모직 휘장을 묻는데
寒風透錦衾 차가운 바람이 비단 이불에 스며드네요
此身何足惜 이 몸이 어찌 족히 안타까워 하겠습니까
祝聖自長吟 임금님을 기원하며 홀로 길게 읊조립니다.

이 작품은 궁중여성인 '궁녀'를 대상으로 형상화한 작품에 해당한다. '궁녀'를 여
성화자로 등장시켜 임금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2.2.2. 사대부여성
앞서 잠시 언급하였듯이, 사대부여성의 개념은 사(士)와 대부(大夫)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리하여 벼슬에 나아가지 않은 사(士)를 중심으로 혼인과 혈연관계에
의해 형성된 여성과 벼슬에 나아간 대부(大夫)를 중심으로 혼인과 혈연관계에 의해
형성된 여성을 사대부여성이라 칭하였다. 이러한 사대부여성이 형상화된 작품은 다
음과 같다.

<2> 拙直由天賦 옹졸하고 직선적인 것은 타고난 천성이라
艱難見世情 많은 어려움에 세상 인정을 알겠네
杜門妨客到 문을 닫아 찾아오는 사람 사절하고
釀酒對妻傾 술을 빚어 아내와 함께 마신다네
苔徑少人跡 이끼 낀 오솔길에는 인적이 드물고
松園空鳥聲 소나무 동산에는 새 소리도 없구나
田園歸計晩 전원으로 돌아갈 계획 늦어가니
愧晉淵明 진나라 도연명에게 부끄럽구나!

위의 작품에서는 이규보의 <우음이수유감(偶吟二首有感)> 가운데 첫 번째 작품
이다. 사대부 남성인 시적 화자는 두문불출하면서 아내와 함께 술을 마시는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다. 제4구의 밑줄 친 부분과 같이 사대부여성인 '아내'가 형상화되고
있는 작품이다.

2.2.3. 서민여성
서민여성은 벼슬과는 무관한 남성을 중심으로 혈연관계나 혼인관계 등에 의하여
성립된 여성 가족 구성원을 의미한다. 이러한 서민여성이 작품의 실상에서는, 원정
나간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정부(征婦), 누에치기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
는 잠부(蠶婦), 베짜기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였던 직부(織婦), 밭농사로 생계를 유지
하고 있는 전부(田婦) 등의 모습을 통해 형상화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작품은 다음
과 같다.

<3> 夫死紅軍子戍邊 지아비는 홍건적에 죽었고 아들은 변방에서 수자리 사니
一身生理正蕭然 외로운 이 한 몸 살아가는 이치 정말로 쓸쓸하네요
揷竿冠笠雀登頂 꽂은 낚싯대에 삿갓을 씌우니 참새가 앉고
拾穗擔筐蛾撲肩 이삭 주운 광주리를 어깨에 메니 나방이 달려드네

이 작품은 이달충의 '전부탄(田婦歎)'이라는 작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밭농사를
통해 살아가고 있는 아낙네(田婦)를 대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정부(征婦), 잠부
(蠶婦), 직부(織婦), 전부(田婦) 등의 여성형상은 고려시대 서민여성이 생계를 유지
하였던 삶의 방식이었다. 이처럼 서민여성들의 삶을 대변할 수 있었던 다양한 소재
의 여성형상을 통해 서민여성들의 삶과 애환이 형상화되었던 것이다.

2.2.4. 천민여성
천민여성이란 계집종(女婢)이나 여자노비(女奴), 찬부( 婦) 등과 같이 미천한 신
분으로 간주되었던 계층의 여성을 의미한다. 천민여성의 경우에는 대부분 계집종
(女婢)을 통해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은 다음과 같다.

<4> 新繭如黃金 새 누에고치 황금과 같은데
不愁露肌膚 살갗 드러나는 것 근심하지 않네
採桑走朝夕 뽕잎 따러 조석으로 바삐 달리니
艱哉小女奴 괴롭구나, 이 어린 계집종이여
懸知霜雪中 분명히 알았노라 눈서리 치는 날
爾獨無袴 너만이 추운 날 속바지 없는 것을
當朝赫赫者 조정의 위세 있는 당당한 자들
車馬溢通衢 수레와 말 큰 길에 가득하구나
國恩豈不厚 나라 은혜 어찌 두텁지 않은가
密室敷 밀실에는 담요를 펼쳐 놓았네
加之以重 거기다가 두꺼운 갖옷 껴입고
乘醉仍歌呼 술에 취해 크게 노래 부르네
輕羅剪春服 가벼운 비단으로 봄옷을 지어내자니
肯復流汗珠 즐겁게 거듭 구슬같은 땀방울을 흘리네
人生有定分 인생에는 정해진 분수가 있으니
敢怨充官租 어찌 감히 나라의 조세 충당을 원망하겠는가

이 작품은 계집종을 대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제4구에 밑줄
그은 부분과 같이 '어린 계집종(小女奴)'이라 하여 천민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
품이다.

2.2.5. 특수신분여성
특수신분여성이란 기녀와 무녀를 의미한다. 기녀는 가무와 풍류로서 나라와 궁중
의 여러 연회나 사대부들의 주연 등에 참석하여 흥을 돋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
던 여성을 의미한다. 또한 무녀는 신과 인간의 중계구실을 한다 하여 길흉을 점치
고 굿을 하던 여성을 의미한다. 기녀를 형상화하고 있는 한 작품을 살펴보면 다음
과 같다.

<5> 寒燈孤枕淚無窮 차가운 등불 외로운 잠자리에는 눈물이 끝 없으니
錦帳銀屛昨夢中 비단 장막 은병풍은 어젯밤 꿈속이네
以色事人終見棄 색으로 사람을 섬기면 마침내는 버림을 받나니
莫將紈扇怨西風 비단 부채야 가을바람을 장차 원망하지 말아라

이 작품은 정추의 <노기(老妓)>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제목을 통해서도 알 수 있
듯이 기녀 신분의 여성을 시적 화자로 등장시켜서 늙은 기녀의 슬픈 정서를 형상화
하고 있는 작품이다.

2.2.6. 선계여성
선계여성이란 현실과는 유리된 공간에 존재하는 여성을 의미하는데, 문학작품으
로 형상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선계여성으로는 '항아(姮娥)', '직녀(織女)', '서왕모(西
王母)' 등이 있다.

<6> 香宮稽 瓊宮 향기로운 궁에서 엎드려 절하며 천상 옥경을 두드리니
霓 羽節排寒空 무지개 깃발과 날개 쭉지가 차가운 허공을 밀치네
孀香噴作篆文曲 향기를 두르고 뿜어대며 전문곡을 행하니
紙錢 呼天風 지전(紙錢)에서 갑자기 하늘의 바람 부르는 소리 나오네
夜深月 人語絶 밤은 깊고 달빛도 고요하니 사람의 말소리도 끊어지고
時聞玉漏聲丁東 때마침 정동(丁東)을 알리는 옥루 소리 들리니
王母歸來獻天壽 서왕모가 돌아와서 천년의 수명을 바치는데
千年老樹桃花紅 천년의 늙은 나무 복숭아 꽃이 붉구나

이 작품은 선계여성인 '서왕모(西王母)'를 대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품의 제
7구의 밑줄 그은 부분과 같이 서왕모를 통하여 하늘과 같이 영원한 생명을 바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2.2.7. 범칭여성
범칭여성이란 특정한 신분이나 계층에 속하는 여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적인 여성을 의미한다. 즉 포괄적인 의미로 형상화되는 여성을 범칭여성이라고 칭
하는 것이다.

<7> 倚戶望斜陽 지게문에 기대어 석양을 바라보니
正在孤村樹 참으로 외딴 마을에 나무들 있네
淚眼昏昏鳥遠飛 눈물이 눈에 가득하건만 새들은 멀리 날아가면서
京國知何處 서울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네
一別似千秋 한 번의 이별이 마치 천 년과도 같으니
此恨憑誰語 이같은 한스러움은 누구에게 기대어 말하겠는가
極目千山又萬山 눈 끝을 쫓으니 천 겹 또 만 겹의 산이건만
底是郞歸路 도대체 낭군님은 돌아오시는 길인가.

이 작품은 기다림에 지친 한 여성을 시적 화자로 등장시켜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형상화된 여성은 특정한 신분이나 계층에 속한 여성이 아니
라 일반적인 성격을 지닌 여성으로 작품의 내용을 통해서는 사대부여성이나 서민여
성 혹은 특수신분여성인 기녀(妓女)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처럼, 궁중여성이나 사
대부여성, 서민여성, 천민여성, 특수신분여성, 선계여성의 여섯가지 유형에 속하는
특정신분이 아니라 여성의 일반적 속성을 통해 형상화하는 작품군을 범칭여성의 분
류기준으로 삼았다. 따라서 작품 <7>은 범칭여성에 속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형상
화한 작품의 실례에 해당한다. 이상에서 여성형상에 대한 유형분류의 기준과 실제
를 살펴보았다. 고려시대 한시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여성형상은 위에서 제시한 일
곱 가지 유형에 의해 나누어 진다. 앞으로 이 논문에서 '여성형상'에 대한 논의는
여기에서 마련된 유형별 분류기준에 입각하여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유형분류의 기준과 실제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다음 장에서는 연구대상이 되었던
작품을 중심으로 유형분류의 기준에 입각하여 작품을 분석하고 통계처리하여 산출
된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아울러, 산출된 결과를 대상으로 자료의
분포와 그 의미에 대해 살펴보겠다.


2.3. 자료의 분포와 그 의미

이 장은 앞장에서 먼저 다루었던 개념규정 및 자료의 범위(2.1.) 그리고 유형분류
의 기준과 실제(2.2.)를 바탕으로 논의가 이루어진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이 논문
에서 연구대상으로 삼은 자료는 고려시대 문인들의 개인문집에 실려 있는 한시 작
품과 후대의 선집 가운데 고려시대 시인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였다. 그 결과 연구
대상 작품인 총 11,245수 가운데 여성이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 총 1,082수가 이 논
문의 연구자료가 되었다. 이렇게 선별한 여성형상화 작품 1,082수를 대상으로하여
앞장에서 개념을 규정한 일곱 가지 여성형상을 기준으로하여 자료의 분포와 그 의
미를 검토하였다. 그 결과 가장 많이 형상화되었던 대상은 사대부여성으로 전체 작
품 1,082수 가운데 380수가 이에 해당하는 작품이었으며 백분율로 볼 때는 전체의
3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음은 특수신분여성으로 총 286수로 전체의 26%를 차지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범칭여성이 172수로 전체의 16%를 차지하였으며 궁중여성이 105수로 10%, 선계여
성이 80수로 7%, 서민여성이 47수로 4%, 천민여성이 42수로 4%를 차지하였다. 이
러한 통계치는 개별작가의 여성형상별 분포를 전체적으로 합산하여 나눈 통계이므
로 모든 작가에게 공통적인 것은 아니다. 각 개별작가의 관심과 성향에 따라 전체
적인 통계치와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이규보나 김구용과 같은 문인의 경우
에는 가장 많이 형상화된 사대부여성 보다는 특수신분여성에 속하는 기녀를 더욱
많은 작품으로 형상화하였다. 이규보는 여성형상화 작품인 289수 가운데 136수
(47%)에서 특수신분여성인 기녀를 대상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김구용의 경우에는
여성형상화 작품인 53수 가운데 27수(51%)에서 역시 특수신분여성인 기녀를 형상
화하고 있다. 다음에서는 고려시대 한시의 여성형상화 작품인 1,082수를 대상으로
작가별로 대상작품의 여성형상별 분포를 살펴보겠다.

<표2> 대상작품의 여성형상별 분포

(* 한 작품에 두 명 이상의 여성형상이 등장하는 경우에는 각각 개별적으로 계산하여 처리하였음)
<표2>에서는 여성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어떠한 계층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였
는가 하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도표 하단의 총계에서 드러나듯 고려시대 한시의
여성형상 가운데 가장 많이 형상화된 대상은 사대부여성이었다. 전체 여성형상화
작품인 1,082수 가운데 380수가 사대부여성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이는 전체의 35%
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그리고 다음이 기녀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 특수신분여성으
로 전체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범칭여성이 16%를 차지하고 있고 궁중여성,
선계여성, 서민여성, 천민여성의 순으로 형상화되었다. 통계수치에 따르자면 다양한
여성형상 가운데 사대부들이 주로 형상화하고 있는 대상은 사대부여성이었다. 많은
작품을 통해 형상화되었다는 점은 그만큼 많은 관심과 의도를 내포하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결과이다. 그렇다면 당대의 사대부 작가들은 사대부 여성을
작품 속에 어떠한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그러한 여성형상을 통해 말하고자
하였던 의도는 무엇이었나 하는 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점에 대한 구체적 논의
는 제3장에서 다루어 질 것이다. 개별작가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는 이규보와 이색은 서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규보는 고려
중기에 해당되는 작가이고 이색은 고려 후기에 활동하였던 문인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을 형상화한 작품수에서도 이규보는 특수신분여성인 기녀를 47%로 가장 많이
형상화하였던 반면 이색은 사대부여성을 56%로 가장 많이 형상화하고 있다. 위의
통계자료에서 이규보가 가장 많이 형상화한 특수신분여성과 이색이 가장 많이 형상
화한 사대부여성의 경우는 두 사람의 작품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자료의 분포는 동
일함을 알 수 있다. 즉 사대부여성이 가장 많은 형상화의 대상을 이루고 있으며 특
수신분여성이 그 다음을 이루고 있다. 참고적으로 위의 도표에서 작품수가 얼마 되
지 않는 경우, 그것의 백분율은 큰 의미가 없는 것임을 밝혀둔다. 위의 자료의 분포
에만 한정한다면 고려시대 한시 작가들은 사대부여성과 기녀계층에 가장 많은 관심
을 갖고 작품의 소재로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의 분포
는 어디까지나 평균 통계치이므로, 모든 작가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전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자료적 한계를 갖고 있음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고려시대 한시의 여성형상에 대한 개념과 자료
의 범위 및 유형분류의 기준과 실제 작품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자료 검토에 의거
하여 자료의 분포와 그 의미에 관해 예비적 검토를 하였다. 다음장에서는 여성형상
의 유형에 따라 분류된 작품군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작품의 실상을 통하여 고려시
대의 여성이 한시에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3. 여성형상의 대상별 특성

이장은 앞장에서 살펴본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된다. 앞에서 분류한 여성
형상의 일곱 가지 유형을 바탕으로 각 대상별 특성을 논의하게 된다. 일곱 가지의
여성형상이 작품 내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작가가 드
러내고자 하였던 궁극적 의도는 무엇이었는가 하는 점을 밝혀보고자 하는 것이다.

3.1. 궁중여성

'궁중'은 시정(市井)의 공간과는 구분되는 특수한 공간으로 다른 곳에 비해 매우
폐쇄적이며 고립된 공간이었다. 또한 엄격한 법률과 각종 규제와 같은 '금기(禁忌)'
가 삶을 지배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한 나라의 절대적인 권력을 상징하는 임금이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의 삶 또한 이같은 분위기나 환
경과 무관할 수 없었다. 이러한 점은 권력과 가장 밀착되어 생활하고 있는 궁중여
성만이 갖는 특징이기도 하다.
궁중여성의 범주에는 대상에 따라 크게 '왕실여성'과 '궁녀'로 구분된다. '왕실여
성'이란 임금을 중심으로 혈연관계나 혼인관계에 의해 결합된 여성을 의미한다. 궁
녀의 신분에서 임금으로부터 승은을 입어 후궁으로 신분이 상승되거나 하는 경우는
혼인관계에 의한 결합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이같은 '왕실여성'을 제외한 궁중 내의
모든 여성이 '궁녀'에 해당하는 것이다.
왕실여성과 궁녀로 구성된 궁중여성을 문학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경우, 왕실여성
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들은 대개가 만사(挽詞)나 만장(挽章)류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에 궁중여성만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은 '궁녀'를
대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왜냐하면, 만사나 만장 류의 작품은 궁중여성에게서
만 나타나는 특성이 아니라 사대부여성이나 기타 다른 대상을 통해서도 작품으로
형상화되고 있기 때문에 궁중여성만의 특성이라고 간주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
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궁녀'를 형상화한 작품군을 중심으로
논의하겠다.
고려시대 한시 가운데 여성형상을 다루고 있는 작품은 총1,082수인데, 이 가운데
궁중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은 105수로 전체의 약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
다. 이 105수의 작품을 분류해 보면 우리나라의 궁중여성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41
수였고, 중국의 궁중여성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64수였다. 다시 우리나라의 궁중여
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41수에는 왕실여성이 24수, 궁녀가 9수, 기타 8수로 구성되어
있고 중국의 궁중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 64수에는 왕실여성이 28수, 궁녀가
36수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의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궁중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
의 경우, 왕실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24수의 작품은 만사류나 궁중 내의 공식행
사를 통해 형상화되었으며, 궁녀를 형상화한 9수는 궁중여성으로 겪게되는 애틋
한 정서를 형상화 하였거나 비유의 대상으로 형상화되었다.
반면에 중국의 궁중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경우, 왕실여성과 궁녀를 형상화하고
있는 64수 모두가 임금과의 관련양상에 따라 선과 악의 가치판단과 평가가 이루
어지고 있었다. 이상에서는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궁중여성을 대상으로 형상화한
한시 작품에 대해 개괄적으로 검토하였다. 다음에서는 '궁녀'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
품을 중심으로 궁중여성을 형상화한 작품의 특성을 살펴보겠다.
궁중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 105수 가운데 궁녀를 중심제재로 삼아 금기와
욕망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은 총 6수로 이색의 <궁인(宮人)>, <명비곡(明妃
曲)>, <연궁사( 宮詞)>, 안축의 <왕소군(王昭君)>, 이인로의 <제초서족자(題草書
簇子)>, 김구용의 <유일랑관봉사원조위궁인소혹희증당율(有一郞官奉使元朝爲宮人所
惑戱贈唐律)> 등이 있었다. 이 6수의 한시 작품을 대상으로 금기와 욕망의 문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다루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금기에 순응하는 여성을 형상화
한 작품이 이색의 <궁인>과 <왕명비>, 안축의 <왕소군>의 3수가 해당되었고, 욕
망을 지향하는 여성이 표출된 작품으로는 이인로의 <제초서족자>와 이색의 <연궁
사>의 2수가 있었다. 그리고 김구용의 <유일랑관봉사원조위궁인소혹희증당율>의
경우는 궁녀를 대상으로 사대부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작품이었다.
앞서도 잠시 언급하였듯이 궁중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은 '궁중'이라는 특수
한 공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궁중'이라는 공간이 지닌 특성은 권력의 핵심
부인 동시에 남·녀간 다양한 형태의 애정행위나 욕망표출이 차단된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궁녀의 삶은 해바라기와도 같이 오로지 임금만을 바라보며 생활하는 동시
에 임금을 통해서만 애정과 욕망의 표출이 가능한 존재였다는 측면에서 일방적이며
폐쇄적인 애정과 욕망의 표출만이 허락되었다. 이런 점에서 많은 젊은 궁녀들에게
'궁중'은 일체의 욕망이 거세된 좌절과 상심의 공간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궁중이 이와 같은 '금기(禁忌)'의 공간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의식 저층에 잠재되어
있는 근원적이며 본능적인 욕망이 표출될 때는 금기와 정면으로 대립하게 된다. 이
따금씩 강요된 금기를 위반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여 대립
하고 갈등하며 그로 인해 긴장관계를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었다.
궁중에서 요구시되었던 금기에 대하여 반응하는 궁중여성의 형상은 대략 두 가지
의 모습으로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궁중에서 강요되었던 금기에 대해 순
응하는 여성형상이며 다른 하나는 금기를 거부하며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는 여성형
상일 것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둘 때, 당대의 사대부 작가들도 이같은 궁녀의 상
황에 주목하여 작품화한 경우가 있어 주목된다.
금기에 순응하는 여성형상이 창조되는 경우에는 여성으로서의 본능과 욕정을 억
제하면서도 오직 임금만을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하는 지극히 순종적인 여성을
창조하게 될 것이다. 반면 궁중의 금기에 순응하지 않으면서 궁녀로서 자신의 욕정
을 표출하는 경우에는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여성형상이 만들어 질
것이다. 이처럼 궁중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의 경우에는 임금만을 지향하는
여성형상과 임금이외의 다른 대상를 지향하는 여성형상으로 나눌 수 있다. 다음에
서는 이 작품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각각의 작품들이 지닌 여성형상의
특성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우선 임금만을 지향하는 작품을 대상으로 여성형상의
특성에 대하여 논의하겠다.

<1> 扈駕遼天夢 임금님의 수레를 따르며 하늘의 꿈은 멀기만 한데
承恩漢殿心 은혜를 입은 한나라 궁전의 마음이네요
延春宮漏永 봄이 이르러 궁전에 오래도록 스며드는데
悲栗塞雲深 변방의 구름 깊으니 슬프고 처량하네요
積雪埋氈帳 눈은 쌓여 모직 휘장을 묻는데
寒風透錦衾 차가운 바람이 비단 이불에 스며드네요
此身何足惜 이 몸이 어찌 족히 서러워하겠습니까
祝聖自長吟 임금님을 기원하며 홀로 길게 읊조립니다.

이 작품은 이색의 <궁인(宮人)>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여성화자인 '궁녀'를 통
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전체 작품 내용으로 보아 임금의 행차를 수행하면서 일
어나는 감흥을 시로 형상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대부 관료 신분인 목은이 임금
의 행차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마치 한나라때의 궁녀인 왕소군의 심정이 된
양 동일시하면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과 왕소군을 병치시키면서 자
신의 심리상태를 서술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제1구와 2구에서 스스로의 발화를 통해 "임금님의 수레를 따르며 하
늘의 꿈은 멀기만 한데/ 은혜를 입은 한나라 궁전의 마음이네요(扈駕遼天夢/承恩漢
殿心)"라고 함으로써 '하늘의 꿈(天夢)'은 요원하지만 그래도 '임금의 은혜를 입은'
심정임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시적 화자가 발화한 '하늘의 꿈'은 '임금의 승은'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임금으로부터 승은을 받고 싶은 마음은 간절
하지만 그것이 요원한 꿈이라는 사실 또한 화자는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임금님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임금님의 은혜라고 표현하면서 충신연군
지정(忠臣戀君之情)을 드러내고 있다.
제3구에서 제6구까지는 외로운 궁녀의 신세를 발화하고 있으며, 제7구와 8구를
통해서는 자신의 외로운 신세를 어찌 서러워 하겠느냐며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그
러면서 시적 화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의 외로움을 극복하고 임금님의 축복을 기원
하는 모습을 통해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작품 내의 시적 화자는 임금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서러워하면서도 임금만을 기다리며 그리워 할 수
밖에 없는 궁중여성으로서의 현실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인식의 연
장선상에서 작가는 시적 화자와 왕소군의 처지를 동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제7구에서 언급하고 있는 시적 화자의 서러움은 임금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
하는 현실을 인식하는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궁중여성인 궁녀에게는 이같은
서러움이 용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임금만을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견디어 내야 하는 삶의 방식인 것이다. 이것이 궁중여성에게 요구되었던 일종
의 금기였으며, 이를 위해서 개인적 욕망은 당연히 억압될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
은 임금의 곁에서 생활하고 있는 궁녀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임금을 가까이에서
섬기지만 임금으로부터 총애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원망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임금만을 위한 충정(忠情)을 강조하여 형상화하고 있다. 이처럼, 임
금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는 궁녀가 자신의 억압된 욕망을 다른 대상을 통해서
보상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면서 오로지 임금만을 지향
하는 충신연군지정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임금의 곁에서 생활하
고 있는 궁녀를 형상화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임금에게 버림받고 임금의 곁을 떠나가는 궁녀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
이다. 이와 같이 임금에게서 버림받고 쫓겨난 궁녀의 경우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형
상화되고 있었는지 살펴보자.

<2> 君王曉開黃金闕 임금이 새벽에 황금대궐 문을 여니
氈車 北使髮 털요 깐 수레는 덜컹덜컹 북으로 가는 사신은 떠났네
明妃含淚出椒房 명비가 눈물을 머금고 초방을 나서니
有意春風吹 髮 봄 바람도 아는가 귀밑머리 날리네
漢山秦塞漸茫茫 한산과 진새는 점점 아득하게 멀어지고
逆耳悲?秋夜長 귀에 거슬리는 슬픈 풀피리 소리 가을 밤은 길구나
可憐穹廬一眉月 가련쿠나, 오랑캐 장막에서 달을 바라보나니
曾照臺前宮樣粧 일찍이 누대 앞의 단장한 후궁을 비추었었지
將身已與胡兒老 장차 몸은 오랑캐와 더불어 늙을 것이나
惟恐紅顔凋不早 다만 고운 얼굴 빨리 늙지 않을까 두렵네
琵琶絃中不盡情 비파 줄로도 한스러운 정을 다하지 못하여
塚上年年見靑草 무덤 위로 해마다 푸른 풀을 보이네

이 작품은 왕소군 고사에 바탕한 안축의 작품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
다. 작품의 제1구에서 6구에 이르는 전반부에서는 고국인 한나라를 떠나 오랑캐의
땅으로 떠나는 왕소군의 모습을 형상화하였고 제7구에서 결구에 이르는 후반부는
오랑캐의 땅에서 생활하는 왕소군의 심정을 서술하고 있다. 임금의 사랑을 받지 못
하고 떠나는 왕소군의 심정을 "명비가 눈물을 머금고 초방을 나서니/ 봄 바람도 아
는가 귀밑머리 날리네(明妃含淚出椒房/有意春風吹 髮)"라고 형상화해 냄으로써, 임
금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한 슬픔과 임금의 곁을 떠나야 하는 데서 오는 서러움을
표출하고 있다. 제9·10구에서는 임금의 곁을 떠나온 상황에서는 그 무엇도 위로가
될 수 없고, 존재 의미가 사라져 버렸음을 "장차 몸은 오랑캐와 더불어 늙을 것이
나/ 다만 고운 얼굴 빨리 늙지 않을까 두렵네(將身已與胡兒老/惟恐紅顔凋不早)"라고
표현하였다. 이같은 시적 화자의 발화에 주목할 때 임금의 총애를 받지 못하고 버
림받은채 변방으로 떠나는 신세에 처해 있지만 작품 속에 형상화된 여성은 오직 한
임금만을 섬기고자 하는 충신연군지정을 표출하고 있다.
그런데, 작품의 후반부인 제7구에서 12구까지는 시적 화자가 왕소군이 아니라 작
가 자신과 일치하고 있으면서도 발화의 내용에 주목하면 마치 왕소군이 자신의 심
정을 토로하듯 진술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대리서술방식을 통해 왕소군을 형상
화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왕소군 고사에 대하여 작가 나름대로의 가
치판단 및 평가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점을 서술하게 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치평가는 당대의 문학적 풍토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형상화되었
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은 왕소군을 형상화하고 있는 중국의 한시들과 비교 검토
해 볼 때 고려시대 한시에서 나타나는 굴절의 양상을 쉽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하게 왕소군 고사를 수용한 한시(漢詩)라 하더라도 고사에 대한 해석은 당대의
문학사상과 그 안에서 개별 작가의 세계관에 바탕하여 고사를 달리 수용하여 형상
화하기도 하는데, 동일한 고사(이를 '고정된 텍스트'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를 바탕
으로 작품을 형상화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작가의 주관적 정서
나 사상 및 작가가 소속되어 있는 당대의 지배이념 등에 의해 형성된 담론체계에
부합하는 형상이 창조될 것이다. 이처럼 고정된 텍스트를 두고서도 시대별로 텍스
트에 대한 해석이 각기 편차를 보이는 것은 바로 각 시대별로 형성된 사회·문화적
인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예컨대, 『詩經』에 대한 해석만을 보더라도 시대별
로 일정 정도의 편차를 보이면서 당대의 지배적인 문학관에 부합되게 해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둘 때, 위의 작품 역시 임금과 이별하는 상황
을 그리고 있으나 형상화된 왕소군의 태도는 충신연군지정을 드러내고 있다. 위의
작품은 궁녀인 왕소군이 버림받고 임금으로부터 유리되는 상황을 형상화한 것이었
다. 다음에서는 임금과 완전히 이별하여 유리된 채 변방 오랑캐 땅에서 생활하고
있는 궁녀 왕소군을 대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살펴보겠다.

<3> 上林熏風吹 綠 상림원의 훈풍은 푸른 귀밑머리에 부는데
邊庭冷月凝心曲 변방 대궐의 차가운 달이 마음을 구비구비 얼게하네요
琵琶掩面獨傷情 비파에 얼굴을 감추지만 홀로 상처입은 정(情)인지라
指端有心絃有聲 손가락 끝에 마음을 두니 비파줄에서 소리가 나네요
妾身命薄一浮脆 첩의 신세 박명하고 온통 헛되며 무르기만 하여
直欲決死何偸生 곧바로 죽음을 결심하였건만 어찌 삶을 탐하겠나요
深嗔遙壽非忠臣 깊은 분노에 목숨 버림은 충성스러운 신하가 아닌지라
淸夢至今飛紫宸 맑은 꿈만 지금에 이르러 자줏빛 대궐로 날아가네요
帳前平波如雪色 휘장 앞의 고른 물결은 눈 빛과도 같고
上影斷處南雲黑 기러기 그림자도 끊어진 곳 남녘의 구름은 검은 빛이네
摩 肌膚氷玉淸 비비고 어루만진 피부와 살갗은 얼음구슬처럼 맑았건만
盡是當日宮中食 다하여 당일이 되어서야 궁내(宮內)에서 식사하는구나
他年枯骨亦君恩 언젠가 죽어 뼈가 마른다 해도 또한 임금의 은혜이리니
敢向九原忘故國 감히 구천을 향할지라도 고국을 잊겠습니까.

이 작품은 '왕소군'을 직접 시적 화자로 등장시켜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작품이
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고국인 한나라로부터 멀리 떨어진 오랑캐의 땅으로 설정
되어 있으며 시간적 배경은 차가운 달이 비추는 저녁으로 설정되어 있다. 작품 전
체에 흐르고 있는 정서는 임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임금과 멀리 떨어져 이역만
리에 와 있는 시적 화자의 슬픔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적 화자는 끊임
없이 임금을 지향하는 자세를 잃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은 "깊은 분노에 목숨 버
림은 충성스러운 신하가 아닌지라/ 맑은 꿈만 지금에 이르러 자줏빛 대궐로 날아가
네요(深嗔遙壽非忠臣/淸夢至今飛紫宸)"와 같은 표현에서 확인된다.
작품 내에서 시적 화자인 궁녀 왕소군은 자신과 임금의 관계를 마치 신하와 임금
의 관계에 빗대어 발화하고 있다. 또한 임금에 대하여 변함없이 충성스러운 태도를
제13구와 14구의 "언젠가 죽어 뼈가 마른다 해도 또한 임금의 은혜이리니/감히 구
천을 향할지라도 고국을 잊겠습니까(他年枯骨亦君恩/敢向九原忘故國)"와 같이 표현
하고 있다. 작품의 시적 화자이면서 형상화 대상인 왕소군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았던 한나라에서 평생을 살기보다는 오랑캐의 땅에서 귀한 대접
을 받으며 사는 것이 개인적 욕망을 따르는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시적 화자는 개
인적 욕망을 억제하면서 궁녀와 임금 사이에 형성되었던 묵시적 금기에 순응하는
금기순응형의 여성형상을 창조하였고, 그 결과 오직 한 임금만을 섬기고자 하는 충
신연군지정을 표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인적 욕망을 억압하면서 금기에 순응하고 있는 여성을 형상화한 작
품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그 결과, 금기에 순응하는 여성형상은 임금의 곁에 있으
면서도 승은을 입지 못한 상황에서, 그리고 임금에게 버림받아 떠나가는 상황에서
도, 또한 임금에게 버림받아 머나먼 이역만리로 쫓겨난 상황에서조차 오직 임금만
을 그리워하는 충신연군지정이 형상화되고 있었다.
다음에서는 이와 달리 궁녀의 '금기'와 '욕망'의 대립구도 속에서 집단적 금기를
거부하고 개인적 욕망을 표출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4> 紅葉題詩出鳳城 단풍잎에 시를 지어 궁중 밖으로 보내니
淚痕和墨尙分明 눈물 자욱 먹과 어우러져 오히려 뚜렷하여라
御溝流水渾無賴 궁중 도랑의 흐르는 물은 흐려서 믿기가 어려운지라
漏洩宮娥一片情 궁녀의 한 조각 정(情)을 바깥으로 흘려보내네

이 작품은 이인로의 <제초서족자(題草書簇子)>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궁녀로 살아가는 궁중여성의 애절한 심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궁중이라는 특수공간
내에서 궁녀와 애정을 나눌 수 있는 남성은 오직 임금 한 사람 뿐이었다. 성적(性
的)인 측면에서 볼 때, 궁중 안에서 흔히 태양(日)으로 상징되는 임금 이외의 모든
남성들은 성적으로 여성들에게 범접(犯接)할 수 없었다. 즉 궁(宮) 내에서는 오직
임금만이 남성성(男性性)을 갖고 있었으며, 다른 모든 사대부 관료들은 남성성이 거
세된 공간이었다.
궁녀들은 임금으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평생 한 번 만날 수 있을런지도 확신할
수 없는 임금만을 생각하며 평생을 보내야 하는 삶을 살아야했다. 이와 같이 대부
분의 궁녀가 그러하듯이 어린 나이에 입궁하여 평생 동안을 외부와는 차단된 채 궁
안에서 지내야 했던 궁녀들의 삶은 이따금씩 몇몇 작가들에 의해 형상화 대상이 되
곤 하였다.
위의 작품에서는 한 궁녀가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을 궁중이라는 폐쇄된 공간 내에
서 용인될 수 있는 제한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는 행위를 형상화하고 있다. 시간
적 배경이 가을임은 제1구의 '붉은 단풍잎(紅葉)'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여름 내내
푸른 빛을 발하며 우거졌던 나뭇잎들이 차가운 바람에 붉게 물들어서는 힘없이 떨
어져 내리는 모습과 앙상하게 남은 나무가지를 보며 무의미하기만 한 시간의 흐름
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자 궁녀는 절절한 외로움과 충족되지 못하고 억압되었던 그
간의 욕망이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궁중이라는 공간에서 궁녀에게 허락되는 욕망
표출의 방식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궁중 내에서 부여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익힌 미천한 한문 지식을 가지고 넓직한 단풍잎에 시(詩)를 써 본다. 단풍잎
위에 쓴 시 위로 자신의 심정을 대변하듯 주체할 수 없는 외로움의 눈물을 떨군다.
떨어진 눈물이 먹과 어우러져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단풍잎을 궁 밖으로 띄워 보내
는 것이다. 궁녀는 이와 같은 행위를 통해 억압된 욕망을 외부세계로 표출하는 것
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단풍잎을 궁 밖으로 흘려보내는 행위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
를 담고 있는 것이다. 제3구와 4구의 표현을 보면 "궁중 도랑의 흐르는 물은 흐려
서 믿기가 어려운지라/ 궁녀의 한 조각 정(情)을 바깥으로 흘려보내네(御溝流水渾
無賴/漏洩宮娥一片情)"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제3구의 '어구(御溝)'는 궁중 내의 도
랑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어구로 흐르는 물은 흐려서 믿기 어렵다'는 표현은 임
금에게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욕망표출의 출구가 사전에 봉쇄되어 버린 궁녀의 억압된
욕망은 궁중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초월하여 궁중 밖의 열린 세상으로 분출되고 있
는 것이다. 작품 속에 형상화된 궁녀는 임금에게 사랑을 받지 못함으로써 억압되어
온 자신의 욕망을 다른 세계로의 욕망표출을 통해 보상받고자 하는 모습이 형상화
되어 있다. 제1구에서의 '홍엽제시(紅葉題詩)'는 단픙잎에 시를 지어 아름다운 인연
을 맺었다는 고사를 용사한 것이다. 이 작품에는 오직 임금만을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야 했던 궁녀의 당위적 삶과 끓어오르는 젊은 여인의 욕정이 대립하며 작품의
기본적 갈등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를 앞에서 살펴본 작품인 이색의 <궁인(宮人)>과 비교해 볼 때, <궁인>에서
형상화된 궁녀는 임금의 승은을 입지 못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임금만을 위하고 기
다리며 생활할 것임을 다짐하며 임금만을 지향하는 여성형상이었으나, 이 작품에서
형상화된 궁녀의 모습은 임금으로부터 버림받은 자신의 신세를 다른 대상을 통해
보상받고자 하는 궁녀의 욕망이 형상화된 작품으로 금기와 욕망의 대립에서 금기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추구한 결과로 임금이외의 다른 대상을 통하여 욕망
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여성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이다. 다음에서 소개할
작품 또한 개인의 욕망을 표출하고 있는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으나 앞의 작품에 비
해 소극적인 방식으로 여성의 욕망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의 실례가 될 것이다.

<5> 玄 鉛 月如波 검은 섬돌 위로 분이 쌓여 달은 물결과 같고
對影焚香露已多 그림자 대하고는 향을 사르니 이슬은 이미 축축하네
怪底夜深猶獨坐 기이하여 밤 깊도록 기다려 홀로 앉아서는
欲看牛女渡銀河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 건너는 것을 보려고 하네

이 작품은 이색의 <연궁사( 宮詞)>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궁중여성인 궁
녀의 외로운 심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임금의 총애를 받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신
세를 생각하며 밤 깊도록 잠 못 이루고 있는 궁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제1구에
서는 밤은 깊었건만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 적막한 거처의 섬돌 위에는 하얀 먼지만
이 쌓이어 달빛에 비추이는 모양이 마치 물결과 같음을 묘사하고 있다. 분향을 하
고서 앉아 있자니 어느새 밤 깊어 이슬이 내리고 있다. 늦도록 잠 못 이루고 뜬눈
으로 지새우고 있는 이날은 견우와 직녀가 일년에 한 번 만나서 회포를 푼다는 칠
월칠석이었다. 이 작품에 형상화된 궁녀는 임금에게 총애를 받지 못했던 정신적 상
처를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통해 위로와 보상을 받고자 하는 의도 하에 그려지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임금의 사랑만을 기다리고 있는 궁녀의 애환을 형상화하고 있
는 작품으로, 궁녀 자신의 욕망을 소극적인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궁녀에게 강요되었던 금기를 거부하고, 개인의 욕망
을 표출하는 경우의 작품에서는 충신연군지정(忠臣戀君之情)의 논리보다는 남녀상
열지정(男女相悅之情)의 논리가 더욱 강화되고 있었다. 이 밖에도 궁녀의 욕망을 표
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대부 남성이 궁녀를 대상으로 욕망을 표출한 작품도 있었
다.

지금까지 궁중여성을 대상으로 형상화한 작품군의 특징을 살펴보았는데, 여성의
형상에 따라서 크게 두 부류로 구분이 된다. 하나는 궁중 내의 금기에 순응하며 오
직 임금만을 지향하는 여성형상이고, 다른 하나는 소극적 내지는 적극적인 방식을
통해 금기를 거부하며 자신의 억압된 개인적 욕망을 임금 이외의 다른 대상을 통해
표출하고자 하는 여성형상이었다. 임금만을 지향하는 여성형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
에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색의 <궁인>, 안축의 <왕소군>, 이색의 <명비곡>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이인로의 <명비장편>이나 이규보의 <왕명비이수> 등은
임금의 명령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희생되어야 했던 궁중여성의 형상으로 이 작품
군 역시 임금을 지향하는 작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임금 이외의 다른
대상을 지향하는 여성형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는 이인로의 <제초서족자>, 이
색의 <연궁사>, 김구용의 <유일랑관봉사원조위궁인소혹희증당율> 등의 작품이 있
었다.
궁중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들은 여성들이 궁중 내에서 생활하면서 겪게 되
는 금기와 욕망의 문제를 형상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사회적 요구에 의해
특정한 여성형상이 일방적으로 강요될 때는 사회적 요구와 개인적 욕망 사이의 불
일치로 인해 대립하고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궁중여성에게서 금기를 지향하는 의식이 개인적 욕망을 억압하는 경우에는 개인
적 욕망표출을 억제하면서 금기에 순응하는 소극적인 여성이 형상화되어 있으며,
금기에 대한 의식보다 개인적 욕망이 앞서고 있는 경우에는 금기를 거부하며 욕망
을 지향하는 적극적인 여성이 형상화되어 있었다. 개인적 욕망을 억제하면서 금기
에 순응하는 궁녀가 형상화된 작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오로지 한 임금만을 향하
는 '충신연군지정(忠臣戀君之情)'이 형상화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에 궁녀에게
요구되었던 금기를 거부하면서 개인적 욕망을 추구한 궁녀가 형상화된 작품들의 공
통적인 특징은 임금에게만 국한된 애정관계가 아니라 다른 대상을 통하여 남·녀
간의 애정을 추구하는 '남녀상열지정(男女相悅之情)'이 형상화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어느 시대에나 충신연군지정이나 남녀상열지정은 공존 가능한 정서였는
데, 충신연군지정이 유교질서에 입각한 정서적 층위에 해당한다면 남녀상열지정은
인간의 원초적이며 근원적인 정서적 층위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중세사회'
의 특성을 간단히 이야기 할 때 '보편성'과 '공동성'이 지배하던 사회라고 그 특성을
규정한다. 말하자면 공동의 문자와 공동의 종교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신분제도와
같은 수직적 위계구조를 가지고, 개별적 특수성보다는 보편적 획일성이 강조되었던
시대를 중세 사회라고 규정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시대에는 신하가 임금
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해야 하고, 아내는 남편의 말에 절대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당
위적 논리만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충성스러운 신하가 오직 한 임금만을
그리워하며 연모해야 하는 정서, 내지 어진 아내는 오로지 그 남편만을 따르며 섬
겨야 한다는 논리가 마련되었던 것이다.
우리의 문학사에서 '중세'에 해당하는 시기는 삼국시대로부터 조선조 후기 이전
시기까지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고려시대는 중세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중세라는 시기는 문학적 성격이 전기와 후기라는 시간적 구분에 의해 다시 명확하
게 변별 된다. 문학사에서 중세전기는 고려시대 무신란 이전의 시기까지로 규정하
고, 중세후기는 무신란 이후 고려 후기로부터 조선 전기까지가 중세 후기에 해당한
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사의 전개양상을 통시적으로 보더라도 고려 후기와
조선 전기의 문학적 양상은 역사적으로는 왕조가 교체되고 있었지만 문학담당층이
나 지배적인 문학관 그리고 작품의 실상은 오히려 고려말과 조선초가 매우 동질적
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문학 작품에서 형상화되었던 충신연군지정(忠臣戀君之情)과 남녀상
열지정(男女相悅之情)에만 한정하여 논의하자면, 중세전기에는 충신연군지정과 남녀
상열지정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문학적 풍토가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중세후기에
접어들자 상황은 변화를 이루게 되어 중세후기문학의 담당층이자 조선 건국의 주체
세력인 신진사대부들의 경우는 재도론(載道論)으로 집약되는 문학관을 기반으로 활
동하였다. 또한 이들은 재도론에 입각한 성리학적 사유구조를 바탕으로 남녀상열지
정을 불순시하면서 그보다는 충신연군지정의 정서로 편향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같은 편향성은 전대 왕조의 쇠망원인을 나름대로 진단하면서 새로운 왕조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문학사를 통시적으로 조망해 보면, 충신연군지정의 정서가 주로 중세 전·
후기문학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었던 지배적인 정서였다면, 남녀상열지정은 주로
근대문학으로 넘어오면서 강조되며 부각되기 시작한 정서였다. 물론, 중세 전기에
해당하는 고려시대의 문학에서도 남녀상열지정의 정서가 허용되었던 것은 사실이지
만 이는 고려말 이전의 상황일 뿐 조선시대에까지로 이어질 수 없었던 정서였다.
그리고 이 충신연군지정과 남녀상열지정의 문제가 작품 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며
논란이 되었던 시기가 바로 중세에서 근대로 전개되던 이행기 문학에서 보이던 특
징이었다.
중세후기에 해당하는 조선조 초기에 일어났던 고려속요의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
之詞)와 충신연군지사(忠臣戀君之詞)에 관한 논쟁도 앞서 언급하였듯이 조선(朝鮮)
이라는 중세후기사회를 지탱할 수 있었던 정치·사회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았던 것
이다. 그리하여 남·녀의 사랑을 노래했다 할지라도 중세후기사회의 특수적인 지배
이념과 질서체계에 부합될만한 측면이 인정되어 충신연군지사의 차원에서 노래할
수 있었던 작품들은 계속해서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반면에, 충신연군지사
의 차원이라기 보다 남녀상열지사의 차원에서 불려질 수밖에 없었던 작품들은 당대
의 검열에 의해 부적합 판정을 받음으로써 그 생명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
로 보인다.
요컨대, 고려시대 한시작품 가운데 궁중여성이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의 특성은
'궁중'이라는 특수한 공간 내에서 집단적 금기와 개인적 욕망이 서로 대립하며 갈등
하고 있었고, 금기와 욕망이 대립하며 갈등한 결과에 따라 금기에 순응하는 소극적
여성형상과 금기를 거부하며 개인의 욕망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여성형상이 창조되
었다. 아울러 자신의 개인적 욕망을 자제하면서 궁녀에게 요구되었던 금기에 순응
하는 소극적 여성이 창조된 작품군의 경우는 오로지 임금만을 지향하고 있는 궁녀
의 모습을 통해 충신연군지정(忠臣戀君之情)이 형상화되었으며, 궁녀에게 요구되었
던 금기를 초월하여 자신의 억압된 욕망을 임금 이외의 다른 대상을 통하여 보상받
고자 하였던 적극적 여성이 창조된 작품군의 경우는 충신연군지정(忠臣戀君之情)의
정서 보다는 남·녀 간의 애정을 더욱 중시하는 남녀상열지정(男女相悅之情)의 방
향으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이와 같은 형상화방식은 고려 후
기를 거쳐 조선조에 들어서면서 남녀상열지정(男女相悅之情)의 경우는 차츰 도태되
기에 이르고 충신연군지정(忠臣戀君之情)의 경우만이 용인되면서 그러한 경향은 일
종의 문학적 관습이 되어 이후 조선조 중기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리하여 사대부
남성작가들이 임금에 대한 충신연군지정을 드러내고자 하는 경우에 궁녀(宮女)의
목소리를 빌어 형상화하는 문학적 전통을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학관도
조선조 후기에 이르면 천기론(天機論)과 같은 문학관에 의해 극복되기에 이른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하여 얻게 된 결론은, 한시(漢詩)에서 형상화된 '궁녀'라는
소재에 주목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지만 문학사의 전개에서 나타났던 현상들과 그
궤(軌)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론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와 같
은 결론이 우리 문학사에서 전개되었던 여타의 장르에까지 확대 적용될 때 비로소
이같은 논의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2. 사대부여성·서민여성·천민여성

사대부여성·서민여성·천민여성의 구분은 당대의 사회제도 내에서 마련된 신분
제도의 상·하 관계에 따라 나뉘어진 것이지만 이들은 모두 가정생활의 주체였었다
는 점에서 공통된 생활기반을 갖고 있었다. 이 세부류의 여성들은 가정생활의 주체
라는 공통된 존재방식을 기반으로 하였으나, 그들의 생활상은 각기 신분에 따라 생
활방식이 달랐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를테면 사대부여성의 경우
는 벼슬살이를 하는 지아비의 상황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며, 서민여성의 경우는 다
양한 노동행위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지아비의 상황과 관련되어 형상화될 수 있
으며, 천민여성의 경우는 강제적이며 의무적으로 부여되었던 노동을 하며 생활해야
했던 상황등과 결부되어 형상화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신분적 차이에
따라 여성들의 생활고(生活苦)가 어떠한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으며 여성형상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를 밝혀보고자 함이 이 논문이 갖는 목적이 된다.

3.2.1. 사대부여성

사대부여성을 형상화한 작품 380수는 고려시대 한시 작품 가운데 여성을 형상화
하고 있는 총1,082수의 35%에 이르는 분량으로 일곱 가지 여성형상 가운데 가장
많은 형상화 빈도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대부여성이 작품 속에
서 형상화될 수 있는 모습은 여성으로 태어나 평생 동안을 거치게 되는 과정인 딸
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그려질 수 있는데, 이러한 사대부여성을 형상화하고 있
는 작품을 대상으로 검토한 결과 가장 많은 작품에서 형상화된 모습은 '아내'로서의
형상으로 총 198수에서 형상화되었으며, 이는 사대부여성 가운데 52%를 차지하여
절반이 넘는 수치에 해당하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의 형상은 137수에서 형상화되
었으며 전체의 36%를 차지하는 비중이었다. 이밖에 '딸'의 모습으로 형상화된 작품
이 24首로 전체의 6%, 기타 21수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어떠한 사대부여성의 모습을 형상화해내
고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형상을 통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러한 작품군에서 형상화되어 있는 사대부여성의 형상이
지닌 공통적 특성이 추출될 때 비로소 사대부 작가들이 그리고자 하였던 사대부여
성에 대한 형상과 그러한 형상을 통하여 작가의 의도 또한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여러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인 모습이 형상화되고 있다는 것은 당대의 한 전형을 이
루고 있는 문학적 관습에 의해 사대부여성이 형상화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대부여성을 대상으로 작품화하는 경우에는 당대에 최고의
덕목으로 평가되었던 부덕(婦德)을 지닌 여성형상을 만들어 내고자 하였을 것이라
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시대의 사대부여성에게 최고의 덕목으로
요구되었던 모습은 부덕(婦德)을 갖춘 여성이었다. 이러한 점은 당시 사대부여성의
묘비문을 통해서 두루 확인되는 사실이다.

<1> 군은 사람됨이 아름답고 정숙할 뿐만 아니라 문자를 많이 알고 대의에
밝아 말이나 행동이 남보다 뛰어났다. 출가하기 전에는 친정 부모를 잘 섬겼고
시집 온 뒤에는 아내의 도를 부지런히 하여 내가 생각하기에도 과거에 나의 뜻
을 미리 알아 잘 받들었으며 나의 어머님을 효성으로 봉야하고 친척의 길흉경조
에 모두 정성을 다하니 남들도 훌륭히 여기지 않는 이가 없었다. ...후략. (...君爲
人 玲瓏謹肅 頗識字曉 大義 言容功行 出人之右 未嫁 善事父母 旣嫁 克勤婦道 先
意承旨 孝養吾先夫人 內外親戚 吉凶慶弔 咸得其情 人莫不以此多之...) - 염경애
묘지, 의종2년, 1148년.

<2> 부인은 52세 때 과부가 되어 30년 동안을 홀로 지냈으나 청렴, 신중, 정
절로써 자신을 지켜 세속의 번거로움에 마음을 쓰는 적이 없었고 새벽이면 일어
나서 불경을 읽고, 병이 나거나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집안 사람들조차 그의
게으른 모습을 볼 수 없었으니 그 높은 절개와 아름다운 행동은 마치 아버지의
풍채와 같았다, ... 후략(...夫人年至五十二 有錦衾之歎 孀居三十年 以淸愼貞潔自守
未嘗以世累溺其心 晨興嘗讀佛書 非有疾故 雖家人莫見惰容 其高節美行 自有父
風...) - 강릉군부인 김씨 묘지, 의종3년, 1149년.

<3> 65세에 홀로 되었는데 시집 와서부터 혼자되기까지 아내와 여자로서의
일에 일찍이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고 심지어 자녀들까지도 재주있고 현숙하다는
칭찬을 듣게 한 것도 사실은 어머니 가르침의 결과였다, ... 후략(...年六十五而喪
自嫁至于寡居 其於婦事女工 未嘗少懈 至使子女 皆有才良賢淑之稱者 實閨門之
敎所致然也...) - 의녕군대부인 심씨 묘지, 의종16년, 1162년.

<4> 일부종사하는 것은 여자의 미덕인데 낭은 그 의리를 능히 지켰도다. 70
의 나이는 예로부터 어렵게 여겼는데 낭은 이런 수를 누렸도다. 사람이 죽을 때
는 생각이 전도되는 것인데 낭은 아무 미련 없이 떠났도다. 낭이시여, 낭이시여.
무궁한 뒷날에 보여주리라.(...從一而終 女子之美 而娘能守義 七十之年 古所難有
而娘登此壽 人之將死 心懷倒顚 而娘去 娘乎娘乎 傳示於無疆乎) - 이일랑 묘지,
명종2년, 1192년.

<5> 부인의 덕은 난초처럼 향기롭고 부인의 행실은 백옥처럼 정결하며, 부인
의 수(壽)는 한 그루의 계목인 양 장구히 무성했고, 부인의 아들들은 두 마리의
난새가 세상에 태어난 듯 하나는 재상이 되어 잡았고, 하나는 선림에 몸을 담아
석계(釋界)의 영걸이 되었네,...후략,(...夫人之德 蘭斯馨 夫人之行 白璧是貞 夫人
之壽 孤桂長榮 夫人之子 雙鸞間生 一登宰府 握古 一人禪林...) - 황천군대부인 조
씨 묘지, 고종5년, 1218년.

<6> 유순하고 바르니 부인의 덕을 갖추었고 너그럽고 은혜로우니 어머니의
예절이 아름답도다. 훌륭한 문경공도 사람을 잘 알아보고 공명하게 판단하였는데
하물며 그 딸은 오죽이나 정밀하고 자상하랴. 군자와 짝을 지어 착하고 장수하였
으니 내가 유허에 명문지어 유구하게 전하리라.(...柔婉中正 婦德之備 寬淑惠和
母則之懿 於惟文敬 鑑裁孔明 于厥子 賞宜益精 作配君子 克臧克壽 我銘幽墟 用
攸久) - 김문영공부인 허씨묘지, 충숙왕 복위1년, 1332년.

위의 묘비문에서도 나타나듯 고려시대 사대부여성들에게 요구되었던 최고의 덕목
은 아내로서의 덕(德)이었다. 이처럼 당대의 사대부여성들에게 요구되었던 이상적인
모습이 부덕을 지닌 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한시작품을 통해서 작가들이
그려 낸 사대부여성의 형상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가난'에 의
한 생활고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여성형상만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는 주목을 요
하는 점인데, 고려시대 사대부여성들에게 이상적인 모습으로 요구되었던 부덕(婦德)
을 위주로 형상화하지 않고 '가난'과 그로인한 '생활고'의 형상에 주목하여 형상화했
다는 것은 작가의 특별한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
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하여 '생활고'로 힘겨워 하는 사대부
여성이 형상화된 작품을 중심으로 여성형상의 공통적 특성과 작가의 궁극적 의도가
무엇이었는가를 밝혀 내야 할 것이다. 이를 살펴보기에 앞서 그렇다면 당대의 사대
부 작가들은 가난으로 인한 '생활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내가 죄를 지어 남쪽 변방으로 귀양간 후부터 비방이 벌떼처럼 일어나고 구설
이 터무니 없이 퍼져서 화가 측량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아내는 두려워서 사
람을 보내 나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평일에 글을 부지런히 읽으시느라 아침에
밥이 끓든 저녁에 죽이 끓든 간섭치 않아 집안 형편은 경쇠를 걸어 놓은 것처럼
한 섬의 곡식도 없는데, 아이들은 방에 가득해서 춥고 배고프다고 울었습니다.
제가 끼니를 맡아 그때그때 어떻게 꾸려나가면서도 당신이 독실하게 공부하시니
뒷날에 입신양명하여 처자들이 우러러 의뢰하고 문호에는 영광을 가져오리라고
기대했는데, 끝내는 국법에 저촉되어서 이름이 욕되고 행적이 깎이며, 몸은 남쪽
변방에 귀양을 가서 독한 장기( 氣)나 마시고 형제들은 나가 쓰러져 가문이 여
지없이 탕산하여, 세상 사람의 웃음거리가 된 것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현인 군자도 진실로 이러한 것입니까?", 하므로 나는 답장을 아래와 같이 썼다.
"그대의 말은 참으로 온당하오. 나에게 친구가 있어 정이 형제보다 나았는데
내가 패한 것을 보더니 뜬 구름같이 흩어지니, 그들이 나를 근심하지 않는 것은
본래 세력으로 맺어지고 은혜로써 맺어지지 않은 까닭이오, 부부의 관계는 한번
결혼하면 종신토록 고치지 않는 것이니 그대가 나를 책망하는 것은 사랑해서이
지 미워서가 아닐 것이오. 또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것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으니, 이 이치는 허망하지 않으며 다 같이 하늘에서 얻은 것이오. 그대는
집을 근심하고 나는 나라를 근심하는 것 외에 어찌 다른 것이 있겠소? 각각 그
직분만 다할 뿐이며 그 성패와 이둔과 영욕과 득실에 있어서는 하늘이 정한 것
이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닌데 그 무엇을 근심하겠소?"
(自予得罪 竄逐南荒 毁謗蜂起 口舌 張 禍且不測 室家 惶 使謂予曰 卿於平日
讀書孜孜 朝饔暮 卿不得知 室如懸磬 石無資 幼穉盈堂 呼寒啼飢 予主中饋 取
具隨時 謂卿篤學 立身揚名 爲妻子之仰賴 作門戶之光榮 竟觸憲綱 名辱跡削 身竄
炎方 呼吸 毒 兄弟顚 家門蕩析 爲世戮笑 至於此極 賢人君子 固如是乎 予以書
復 子言誠然 我有朋友 情逾弟昆 見我之敗 散如浮雲 彼不我憂 以勢非恩 夫婦之道
一醮終身 子之責我 愛非惡焉 且婦事夫 猶臣事君 此理無妄 同得乎天 子憂其家 我
憂其國 豈有他哉 各盡其職而已矣 若夫成敗利鈍 榮辱得失 天也非人也 其何恤乎)
-『三峰集』卷之四, 家難.

위의 인용문에서 드러나듯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것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
과 같다는 사유방식을 바탕으로 아내가 집안을 걱정하는 것은 남편이 나라를 걱정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각각의 직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 성패와 이둔 그리고 영욕과 득실 따위는 하늘에서 정한 것이기 때문에 한 가정
의 가난(家難)과 같은 것 또한 근심할 것이 못된다는 현실인식의 태도를 보인다.
위에서 제시한 인용문과 고려시대 사대부여성들의 묘비문(墓碑文)에 기록된 내용
을 종합해보면, 결국 사대부여성에게는 부덕(婦德)이 중요한 것일뿐, 집안의 가난
따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인식의 태도가 당대 사대
부들의 의식세계에 지배적이었던 사유체계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시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사대부여성들의 형상은 극도의 빈곤함과 궁핍함에 고달퍼하는 여성형상이 다
수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작품 속에서 형상화되어 있는 사대부여성들의 생
활고는 어떠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 구체적인 작품의 분
석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사대부여성을 대상으로 생활고를 형상화한 작품의 범주에는 사대부가의 '어머니'
를 통해서 형상화한 작품군과 '아내'를 통해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 등이 속하는
데, 우선 사대부가의 '어머니'를 대상으로, 가난에 의한 생활고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군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1> 非才 倖魁春 재주도 없는데 요행스럽게 향시에서 장원을 하였으니
汗流赤面遭人譏 땀 흐르고 얼굴 붉어질 정도로 사람들 놀림을 당하네
由來得 又望蜀 그로 말미암아 롱을 얻고 촉을 바라봄을 얻어 오니
豈念弱馬難任 어찌 노쇠한 말에 재갈 맡기기 어려움을 생각하겠는가
滿朝前輩森如林 조회에 가득한 앞의 무리들은 수풀처럼 빽빽한데
讀書習文皆精金 책 읽고 문장 익힘은 모두가 정교하게 빛나네
汝之沙石斷不取 너희의 모래와 돌을 쪼개어 취하지 않으니
妄進時復長嘔吟 망령되이 나아간 때에 거듭 긴 노래를 읊었네
慈顔已老我一身 어머니께서는 이미 늙으셨으니 내 한 몸은
榮孝及時何讓人 영달하여 효도할 때 미침에 어찌 남에게 양보하리오
氷魚冬 尙感格 얼음 깨고 고기 구함과 겨울 죽순 구함에 외려 감격하며
肯 一枝丹桂新 한 나무가지를 잘 아끼었기에 붉은 계수나무가 새롭구나
天昭昭兮在頭上 하늘의 밝게 빛남이 머리 위에 있으니
迪我啓我游文茵 나를 인도하고 나를 가르쳐 문장의 자리에서 놀게하네
雖然有命可自勵 비록 그러한 운명이 있어 가히 스스로 힘쓴다면
筆力有時驚鬼神 붓의 힘으로 귀신을 놀라게 할 때가 있으리.

이 작품은 이색이 향시(鄕試)에서 장원으로 급제한 후에 지은 작품이다. 작품의
전반부에서는 장원급제의 소감과 대궐에서의 조회 장면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후반
부에서는 어머니에게 효도해야함을 말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어머니의 형상은 제9
구의 표현처럼 "이미 늙으셔서(慈顔已老)" 자식의 봉양에 의지하여 여생을 보내야
하는 효도의 대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또한 작가가 어머니를 봉양하면서 효도를
하기 위해서는 벼슬살이로 나아가야 함이 필요충분 조건이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작가에게 '벼슬살이'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은 '어머니'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결국
작가는 출세의 동기를 어머니에게서 찾고 있는데, 그러한 점은 제9·10구를 통해서
드러나는데, "어머니께서는 이미 늙으셨으니 내 한 몸은/ 영달하여 효도할 때 미침
에 어찌 남에게 양보하리오(慈顔已老我一身/ 榮孝及時何讓人)"라는 표현을 통해서
구체화되고 있다. 또한 이어지는 제11구와 12구에서는 "얼음 깨고 고기 구함과 겨
울 죽순 구함에 외려 감격하며/ 한 나무가지를 잘 아끼었기에 붉은 계수나무가 새
롭구나(氷魚冬 尙感格/肯 一枝丹桂新)"라고 함으로써, 용사(用事)를 통하여 자신
에게 주어진 벼슬살이로의 진출도 어머니에 대한 효성심에서 비롯한 결과임을 언급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발화의 내용이 비록 명분에 그치는 것이라 할지라도, 작가는
일단 늙으신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이제는 벼슬길에 나아가 어머니를 봉양해야 한
다고 발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향시에서 장원급제한 소감을 피력하
면서 어머니의 형상을 벼슬살이로의 진출과 관련시켜 그리고 있다. 이처럼 어머니
의 형상과 벼슬살이를 연관시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 다른 작품을 통해서도 확
인되는지 살펴보자.

<2> 非才求仕眞如狂 재주가 없는데도 벼슬 구하는 건 정말 미친 짓
入仕欲隱遝如詐 벼슬했다 은퇴하려는 건 되려 속임수와 같네.
非狂非詐一良心 미친 것도 속임수도 아닌 건 한 가닥 양심이요
榮親養親難上下 어버이 영광과 봉양은 높낮이 따지기 어려워라.
桂林濟美是文章 벼슬길에 아름다움을 이룸은 문장의 힘 때문이요
萱草忘憂是風化 어머님께서 근심을 잊는 것은 풍속 교화의 덕이네.
辛勤三遷孟母心 어렵사리 세 번 이사한 것 맹자 어머니 마음인데
回首靑燈照茅舍 돌아보니 푸른 등불은 띠집에 비치네.
所以 江揭文安 그래서 우강의 게문안이
迎養一語驚衣冠 부모 봉양이란 한 마디 말 선비들을 놀라게 했네.
當時太平勢可致 당시 태평의 형세를 이룰 만한데
奈此四海方多艱 온 세상 이렇게 어려움 많으니 어찌하겠는가?
掛冠徑向天東走 벼슬 버리고 빨리 하늘 동쪽으로 달려가려 하니
自斷此生誰 스스로 이 길 결정했는데 누가 막으랴.
歸來歸來好歸來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돌아감이 좋으리니
下有妻努上有母 아래로 처자 있고 위로는 어머님 계시네.

이 작품은 목은 이색의 <귀래(歸來)>라는 작품으로, 벼슬에서 물러나고자 하는
의도에서 지어진 작품이다. 작가는 제1구에서와 같이 재능이 없으면서도 벼슬을 구
하는 행위를 일컬어 '미친짓'(非才求仕眞如狂)이라 하고, 또한 벼슬에 나아갔다가 부
러 물러나고자 하는 것도 '속임수'(入仕欲隱遝如詐)와 같은 짓이라고 하면서 당대
사대부들의 진퇴관(進退觀)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미
친 짓도 아니고 속임수도 행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직 양심만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작가 자신은 그와 같은 양심을 갖고서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서 귀거래(歸
去來)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한 취지에서 자신은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하여 귀향하고자 하는 의도를 천명하고 있다. 결국 작가는 어머니에게 효도를 하
기 위해 귀거래 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는 작품이다. 이를 앞의 작품인 이색의
<향시유감(鄕試有感)>과 비교해 보면, <향시유감>에서는 어머니의 형상을 통해서
벼슬살이로의 '나아감'을 노래하였는데, 위의 작품 <귀래(歸來)>를 통해서는 어머니
의 형상을 '물러남'을 노래하고 있다. 결국 두 작품에서 어머니의 형상은 벼슬살이
로의 나아감(進)과 물러남(退)에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형상화되고 있었다.

<3> (전략)
方輪那解轉 모난 바퀴가 어떻게 굴러가겠나
貝錦 蓬 패금으로 중상마저 입어 관운이 막혔네
織 憐慈母 신을 삼는 어머님이 너무 애처롭고
當 愧老妻 술만 마셔대니 늙은 아내에게 부끄럽구나
(후략)

<4> (전략)
微薄朝餐動及曙 먹을 것 없이 겨우 아침을 떼우고 저녁까지 일하시니
方進幾 親織 어머니는 몇 번이나 신음소리 내며 짚신을 삼는구나
長鄕還 婦當 고향 돌아와 오래도록 술만 마셔대니 아내에게 부끄럽고
筮悲自弔終何益 벌레가 슬피 울며 자연 슬퍼하니 종당 무엇을 더하리오
魚凍相哀尙未濡 효도 못함이 슬퍼도 외려 나라의 은혜 입지 못하였으니
忽憶舊遊還綺陌 문득 예전에 벼슬살이 하던 비단길을 돌아와 생각하네
(후략)

작품 <3>은 이규보의 <수이이부(授李吏部)>라는 시제(詩題)의 작품이고, <4>는
이승휴의 <구관시(求官詩)>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위의 두 작품에서는 공통적으로
짚신을 삼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 <3>은 시제에서 드러나
듯 이부(吏部)의 벼슬을 제수받고서 일어나는 감흥을 바탕으로 지은 작품이다. 작품
속에는 역시 고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형상화되고 있다. 자신의 원만하지 못한 성
격 때문에 관운이 막히게 되었고 또한 그로인해 어머니가 고생하고 있는 현실과 술
만 마셔댔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로 인해 아내에게도 가장(家長)으로서 부끄
러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서 어머니의 형상은 제3구에서 보이듯이, "신을 삼는 어머님이 너무 애처
롭고(織 憐慈母)"라고 표현되어 있다. 벼슬살이로부터 물러 앉아 있는 아들로 인해
어머니는 신을 삼아서라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는 것이
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아무리 벼슬살이로부터 물러났다고 하기로서
니 사대부가의 어른인 작가의 어머니가 신을 삼아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였
을까 하는 점이다. 즉 이와 같은 표현은 당대에 하나의 전범을 이루고 있었던 일종
의 문학적 관습이 아니었을까 판단된다. 이는 이승휴의 작품 <구관시(求官詩)>에서
도 동일한 표현방식이 확인되는데, 그는 작품에서, "어머니는 몇 번이나 신음소리
내며 짚신을 삼는구나(方進幾 親織 )"와 같이 형상화 해 내고 있다. 설령 어머니
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실제 그처럼 짚신을 손수 삼았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표
현방식은 궁핍한 사대부가의 생활상을 묘사하기 위한 표현방식 상의 전형을 이루고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작품 <4>는 제목과 같이 벼슬을 구하는 시(求官詩)이다. 작가가 형상화하고 있는
어머니의 형상은 매우 측은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벼슬도 없고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근근이 먹을 양식도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그럭저럭 아침 끼니를 해결하고
는 저녁이 되도록 어머니는 신음소리를 내며 짚신을 삼고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에 처한 작가는 어머니께 효도를 하기 위해서라도 벼슬길에 나아가야 한다며
벼슬을 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에 경험했던 벼슬살이를 회고하고 있다. 결국 이
작품에서 어머니는 작가에게 효도라는 명분하에 벼슬길로 나아가게 하는 존재로 형
상화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대부여성 가운데 '어머니'를 형상화한 작품을 중심으
로 살펴보았는데, 다음은 '아내'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5> 吾非孔墨賢 내 공묵같은 어진이가 아니거니
胡爲突不黔兮席不暖 어찌 굴뚝이 검지 않고 자리가 따스하지 않으랴
妻兒莫啼寒 아내여 아이야 춥다고 울지 마라
吾欲東伐若木燒爲炭 내 약목을 베어와 숯을 만들어
灸遍吾家及四海 우리 집과 온 천하를 두루 다습게 해서
臘月長流汗 추운 섣달에도 늘 땀 흘리게 하리라

작품 <5>는 이규보의 <고한음(苦寒吟)>이라는 작품으로 빈곤한 현실 생활을 묘
사하면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스
스로 어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가난하게만은 살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하고 있
다. 그리하여 추위에 울고 있는 아내와 아이를 위하여 땔감과 숯을 만들어서 자신
의 집 뿐만이 아니라 온세상을 두루 따뜻하게 만들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런데, 작품내에서 형상화된 아내는 아이와 함께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
으로 그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의 아내는 가난으로 인한 생활고(生活苦)와 관련되어
형상화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아내의 형상을 제시하면서, 생
활고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작가 자신이 벼슬살이로 진출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작품의 제4구와 5구에서 "내 약목을 베어와 숯을 만들어/ 우리 집과 온 천하
를 두루 다습게 해서(吾欲東伐若木燒爲炭/ 灸遍吾家及四海)"라고 서술한 것은 작가
자신이 실제로 나무를 베고 숯을 만들어 집과 천하를 두루 따뜻하게 하겠다는 의미
가 아니라 '벼슬살이'로의 진출을 통해 집안을 부유하게 하고, 세상을 두루 편안하
게 만들어 보겠다는 위정자로서의 포부를 나타내고 있는 부분으로 해석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다음 작품은 사대부 남성작가가 자신의 아내와 대화체 형식으로 시
상을 전개하고 있는 독특한 구성방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장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단락별로 나누어 살펴보겠다.

<6> 季春十一日 삼월 십일 일에
廚 無晨炊 아침 거리 없어서
妻將典衣 아내가 갖옷 잡히려 하기에
我初訶止之 처음엔 내 나무라며 말렸네
若言寒已退 추위가 아주 갔다면
人亦奚此爲 누가 이것 잡겠으며
若言寒復至 추위가 다시 온다면
來冬我何資 겨울이 오면 날더러 어찌 하라고

이 작품은 이규보의 <전의유감시최군종번(典衣有感示崔君宗藩)>이라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궁핍함으로 인해 '옷을 전당 잡히고 일어나는 감회가 있어 (詩
를 지어) 최종번 군에게 보인다'는 작품이다. 위의 인용부분은 작품의 도입부이다.
먹을 것도 없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 참다 못해 아내는 끼니를 위해 남편인 화자의
갖옷을 전당 잡히려 하고 있다. 그러자 화자는 아내에게 추운 날씨라도 다시 오면
어찌하느냐며 나무란다. 다음 단락에서 화자의 발화에 대하여 아내의 목소리가 등
장하는데, 이처럼 작품의 도입부에서는 상황묘사와 함께 작가와 아내 사이에 갈등
이 형상화되어 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남편의 가죽 옷이라도 팔아서 끼니를 해결
하려고 하는 아내의 비참한 형상과 겨울이 오면 어떻게 하려느냐며 이를 나무라는
남편의 모습이 대립하고 있다.

妻却喪而言 아내는 도리어 성난 소리로 말하기를
子何一至癡 "당신은 어찌 이토록 어리석단말이오
雖未鮮麗 그리 좋은 갖옷은 아니지만
是妾手中絲 이는 제가 손수 지은 것으로
愛惜固倍子 안타까움은 진실로 당신보다 더 하답니다
口腹急於斯 허나 구복이 보다 더 급한 걸요
一日不再食 하루에 두 끼니 먹지 않으면
古人謂之飢 옛사람도 허기진다고 말했소
飢則旦暮死 허기지면 곧 죽게 되거니
寧有來冬期 다가오는 겨울은 어찌 기약하겠습니까"

남편의 말에 아내는 도리어 성을 내며 남편의 어리석음을 질타하고 있다. 아내는
자신이 남편을 위해 손수 만들어 준 갖옷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끼니를 해결하는 것
이 급선무임을 강조하면서 매일 반복되는 가난한 생활 속에서 만일 굶어 죽는다면
다가오는 겨울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면서 남편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자 남편
은 아내의 말을 수긍하고는 다음과 같이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呼 卽遣 즉시 하인 불러 내어주며
謂可數日支 잘하면 며칠은 지낼 수 있다고 하였더니
所得不相直 결과는 너무 엉터리였네
疑 或容私 하인이 혹 빼돌렸나 했는데
顔有憤色 제가 되려 억울해 하며
告以買者辭 상대방의 말로
殘春已侵夏 "이제 여름 가까워지니
此豈賣 時 갖옷이 무슨 소용이냐
早爲禦寒計 아예 두었다가 겨울이나 나려므나
綠我有餘 나에게 여유 있어 망정이지
如非有餘者 그렇지 않다면
斗粟不汝胎 한 말의 좁쌀도 어림없는 것이다"
我聞慙且 나는 듣고 너무 부끄러워
有淚空沾 눈물이 자꾸 턱에 흐르네
(후략)

이 부분은 아내의 설득에 공감하여 갖옷을 내어주며 며칠을 지낼 수 있을 정도의
식량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그러한 기대도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고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심부름 갔던 하인이 오히려 억울해 하며, 위의 제7구에서 제
12구까지는 전당 잡은 상대방의 말투를 흉내내면서 헐값을 받게 된 경위를 직접화
법을 통하여 재현해 내고 있다. 결국 화자는 자신이 아끼던 갖옷을 전당포에 좁쌀
한 말과 바꾸게 된 신세로 전락하였음을 한탄하고 있다. 그러한 자신의 신세를 생
각하니 화자의 눈물만이 흘러내릴 뿐이라고 하였다. 이 작품에서도 아내의 형상은
생활고와 연관되어 형상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끼니를 제대로 해결할 수도 없
는 입장에 처한 아내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자신이 손수 만든 남편의 갖옷까지도 잡혀서 끼니를 마련해야만 하는 가난한 사대
부여성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아내가 생활고를 겪고 있는 직접적인 원인은 남편의
벼슬살이와 무관하지 않다. 벼슬을 구하지 못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가난이 아내의
형상을 통해 그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는 대화체 형식을 통해 아내인 여성의 목소
리와 갖옷을 전당 잡은 사람의 발화를 작품내에 직접화법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작품
의 극적 효과를 배가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결국, 작가는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아내의 형상을 창조하였으며, 이와 같이 가난에 쪼들려 있는 아내의 형상을 통하여
전달하고자 하였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의 접근이 가능한데, 그 하나는 사대부 작가로서 청렴함과 가난함이 자랑
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자신의 청렴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 다른 하나
는 자신의 궁핍한 생활상을 제시함으로써 벼슬길로의 진출을 완곡하게 청하는 목적
에서 일 수도 있다. 위 작품의 경우는 시제(詩題)에서도 드러나듯이 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에 대해서는 작품의 후반부에 제시되어 있는 다
음과 같은 표현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략)
反思少壯日 젊었을 적 회고하니
世事百不知 세상 물정 전혀 모르고
讀書數千卷 수천 권의 책만 읽으면
科第若摘 급제는 수염 떼기 보다 쉽다고
居然常自負 그대로 거들먹거리며
好爵謂易 좋은 벼슬 절로 붙을 줄 알았더니
胡爲賦命薄 어찌 주어진 운명이 이다지도 기구해
抱此窮途悲 이를 생각하니 궁색한 삶이 슬퍼지네
(후략)

위의 인용문에 제시되어 있듯이 작가는 벼슬살이로의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그
러나 작가의 발화에서 나타나듯 많은 책을 읽었고 과거급제를 통해 좋은 벼슬을 얻
게 될 줄 알았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 박복(薄福)하여 벼슬을 얻지도 못하게
되니 궁색하기만 한 자신의 삶을 생각하면 슬픔을 억누르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
다. 이를 통해 볼 때, 작품의 전반부에서 '가난'으로 말미암은 아내의 생활고를 형상
화한 것은 결국 작가가 현실에서의 생활고를 극복하기 위해 벼슬살이에 나아가고자
하는 소망을 표출하기 위해서 선택된 여성형상이었다. 이와 같이 사대부여성인 '아
내'를 형상화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작품이 지닌 공통적 특성은 벼슬살이에 나아가
지 못한 상황에서 가난으로 야기되는 생활고의 여성을 그려내고 있었고, 이러한 여
성형상을 통해 말하고자 하였던 작가의 궁극적 의도는 벼슬살이로의 진출에 대한
소망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아내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군에는 죽음을 애도하는 만사와 만장이
있으며, 딸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들에서는 출생시의 기쁨과 사망시의 슬픔 그
리고 특정한 사건과 관련되어 형상화되고 있었다.
이상에서 '생활고'를 중심으로 사대부여성을 형상화한 작품군의 특징을 살펴보았
다. 그 결과 사대부여성의 생활고는 주로 사대부 작가의 벼슬살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래서, 벼슬살이로부터 물러나 있는 경우에는 가난으로 말미암아 궁핍한
여성형상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작가는 이처럼 궁핍한 여성형상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벼슬길로의 진출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고 아울러 벼슬살이에 대한 소망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전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벼슬살이에 나아가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야기되는 가난과 그로 인한 생활고의
형상은 사대부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대상별 특성 자체를 밝혀 낸 것만으로도 의
미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은 여성형상을 통해 '생활고'라는 주제를 집
약시키는 가운데 작가는 '벼슬살이'로의 진출을 도모하고자 하였던 의도를 개입시키
고 있었다는 점에서 여성형상을 통한 시상전개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아울러,
한시 작품에서 다른 소재와는 달리 '사대부여성'을 작품의 소재로 삼음으로써 드러
나는 공통적 특징은 사대부 남성작가 자신이 처한 궁핍한 현실을 드러내놓고 묘사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대부 남성작가가 다른 일반적 소재를 대상으로 노래하는 경
우에는 강인한 기상(氣象)을 표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인데, 사대부여성을 등장
시키는 경우에는 평상시에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가난'과 '궁핍'의 문제
를 자연스럽게 노정하고 있었다. 이같은 점은 앞에서 당대의 사대부들이 '가난'에
대해서 갖고 있었던 현실인식의 태도와는 상충되는 면이 있다. 앞에서 제시하였던
인용문의 내용에 따른다면 '가난'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없고, 오직 아내는
가정생활의 주체로서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며 부덕(婦德)을 겸비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으로 평가되었다. 그런데, 작품의 실상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가난과 궁
핍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대부여성형상을 창조하고 있었다.
요컨대, 작가는 사대부여성의 가난하고 궁핍한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생활고'라는
주제를 형상화하면서, 대상과 주제 사이에 작가의 의도를 개입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사대부여성이라는 대상을 통해서 '생활고'라는 주제를 표출하고 있
는데, 이 대상과 주제 사이에는 벼슬살이로 진출하고자 하였던 작가 자신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었던 것이다.

3.2.2. 서민여성

고려시대 한시에서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 총1,082수 가운데 서민여성을
대상으로 형상화한 작품은 47수로 전체의 4%를 차지한다. 이 47수를 작품의 내용
에 주목해 보면 대략 정부(征婦), 잠부(蠶婦), 직부(織婦), 전부(田婦) 등의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이같은 네 부류의 서민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군은 대체로
악부시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런데 이처럼 정부, 잠부, 직부, 전부
등의 모습으로 그려진 서민여성의 형상을 통해서는 어떠한 생활고의 형상들을 그려
내고 있는지 또한 그러한 형상을 통하여 작가가 말하고자 한 바의 의도는 무엇이었
는지 살펴보겠다.
우선, 형상화되고 있는 네 가지 신분의 성격에 대하여 살펴보면, 잠부(蠶婦), 직부
(織婦), 전부(田婦)의 경우는 모두 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형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
고 있는 작품군인데 반하여 정부(征婦)의 경우에는 여성 자신의 노동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편에게 부가되는 상황에 의해 처해지는 형상이다.
이는 국가로부터 강제적으로 집행되는 의무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늘날로 말하
자면 병역의 의무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떠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군이다. 서민여성을 형상화하
고 있는 작품군의 경우에는 이 네 부류의 대상을 중심으로 형상화되고 있는데 이들
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의 특성과 작가의 의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정
부(征婦)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7> 一別年多消息稀 이별 한 뒤 여러 해 되었건만 소식조차 드무니
塞垣存沒有誰知 변방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그 누가 아는지요
今朝始寄寒衣去 오늘 아침 비로소 겨울옷을 부치러 가는 아이는
泣送歸時在腹兒 울며 보내고 돌아올 때 뱃속에 있던 아이랍니다.

위의 작품은 <정부원(征婦怨)>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정부의 원망스러운 심
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멀리 어느 변방에서인가 수자리를 살고 있는 남편을 둔 여
성이 형상화되어 있다. 아내와 헤어진 지 몇 년이 지났건만 남편에게서는 단 한 장
의 서신 연락도 없으니 남겨진 아내는 남편의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그래도
아내는 변방에 다가오는 겨울의 매서운 날씨가 걱정이 되어 겨울옷을 마련하여서는
부쳐 보기로 결심한다. 여인은 아이를 시켜 보내는데 아버지의 옷을 들고 나서는
아이를 보니 문득 오래 전 남편과 헤어지던 그날이 상기되자 결구에서는 마치 남편
에게 말을 건네듯이 직접화법으로 (이 아이는 당신과 헤어지던 날) "울며 보내고
돌아올 때 뱃속에 있던 아이랍니다(泣送歸時在腹兒)"라고 술회하면서 시상을 거두
고 있다. 즉 남편과 헤어질 때 임신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성장하여 아버지의
옷을 가져갈 만큼 성장하도록 변방에서 수자리를 살고 있는 남편에게는 연락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수자리를 살고 있는 남편을 가진 서민여성의 형상을 통
하여 민중의 고난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고려시대에는 수많은 외침으로
인해 그만큼 많은 수자리를 필요로 하였고 또한 그로 인한 일반 서민들의 폐해도
많았음은 다음과 같은 기록에서 확인된다.

왜구의 침입이 있은 이래로 도내에 수자리를 많이 두어 18군데에 이르렀습니
다. 장수들은 주군(州郡)을 못살게 굴어 위엄을 세우고 수졸들을 시켜 사욕을 채
우니, 마침내 주군이 피폐하게되고 수졸들은 흩어져 달아나게 되었습니다. 왜구
가 닥치게 되면 다시 주군에서 군사를 징집하니 이를 일러 연호군(煙戶軍)이라고
합니다. 왜구를 막는 것은 볼 수 없고, 마침 백성들을 해치기만 하니 여러 수자
리를 없애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주군으로 하여금 봉수를 삼가도록 하고 척후를
엄히 함으로써 변고에 대응하는 것이 부득이한 일입니다. 마땅히 그 요해지와 수
자리를 살피면 백성들이 힘을 펴고 군량이 절약될 것입니다.
(自有倭寇以來 一道置戍多 至十八所 軍將虐州郡 以立威 役戍卒 以濟私 遂使凋
弊逃散 及寇至 更徵州郡兵 謂之烟戶軍 未見禦寇 以害民 不若罷諸戍 令州郡謹
烽燧 嚴斥候 以應變 如不得已 當審其要害 省其戍所 則民力舒 而軍餉節矣)

위의 인용문에서 드러나듯, 수자리의 증가로 인해 방어의 효과가 증대되기는커녕
오히려 백성들의 고통이 배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자리가 증가되었다는 사
실은 그만큼 수졸(戍卒)들을 많이 필요로 하였을 것이고 징집되어 간 수졸들이 많
은 만큼 남편과 헤어져 살아야 했던 정부(征婦) 또한 많았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위의 작품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정부(征婦)역시 부조리한 제도로 인하여
남편과 헤어져 살아야 했던 수 많은 여성들의 생활고를 정부의 원망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서민여성인 정부(征婦)를 대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군의
특징은 시적 화자를 서민여성으로 설정하여 1인칭 시점에서 철저하게 서민여성의
입장에서 심리를 대변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서민여성을 시적 화자로 등장시키고 있으면서도 화자의 의식층위에는 서
민여성의 층위 뿐만이 아니라 일반 사대부 지배계층의 의식층위가 혼재되어 있는
듯한 성격을 지닌 작품이 있어 주목되는데 작품의 실상은 다음과 같다.

<8> 一別征車隔歲來 원정가는 수레를 한 번 작별한 후 여러 해가 지나도록
幾勞登覩倚樓臺 그 얼마나 누대에 올라 기대어 바라보았던가요
雖然有此相思苦 비록 그리워하는 괴로움이 이와 같을 지라도
不願無功便早廻 아무런 공적 없이 빨리 돌아오는 것은 원치않습니다.

위의 작품은 최승로의 <대인기원(代人寄遠)>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이 작품 역
시 원정 나간 남편을 가진 아내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형상
화되어 있는 여성 또한 오랜 세월 동안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세월 동안 높은 누대에 올라서 멀리 바라보며 남
편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낙네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이다. 그런
데 이 작품은 앞의 작품 <정부원>과 비교해 보았을 때, 동일한 여성화자를 통해
원정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형상이 그려지고 있지만 <정부원>과는 달리 여
인 자신의 정서표출이라기 보다는 사대부작가의 의식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작품의 제3구와 4구에서, "비록 그리워하는 괴로움이 이와 같을 지라도/
아무런 공적 없이 빨리 돌아오는 것은 원치않습니다(雖然有此相思苦/不願無功便早
廻)"라는 진술을 통해 그러한 점이 확인된다. 작중화자인 아내는 원정 나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며 하루 빨리 만나기를 염원하고 있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기다리는
고통이 괴롭다고 할지라도 아무런 공적없이 돌아오기는 원치않는다는 여성화자의
발언에 주목할 때, 이 작품의 저층에 흐르고 있는 의식의 층위는 원정 나간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서민여성의 의식과 이별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교화적인 차
원에서 충(忠)이라는 유교적 지배이념을 강화하고자 하였던 사대부계층의 의식이
혼재되어 여성의 목소리로 표출되고 있는 작품이라 판단된다.
이번에는 잠부(蠶婦)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생활고의 형상을 살펴
보겠다. 잠부란 누에치기 등을 통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을 일컫는다.

<9> 城中蠶婦多 성 안에 누에 치는 아낙들 많은데
桑葉何其肥 뽕잎은 어찌 그리 살쪘는가
雖云桑葉少 아무리 뽕잎이 모자란다 해도
不見蠶若饑 누에 배 곯는 것 보지 못했네
蠶生桑葉足 누에 날 땐 뽕잎이 넉넉하지만
蠶大桑葉稀 누에 크면 뽕잎이 귀해지네
流汗走朝夕 땀 흘리며 아침 저녁 바쁘지만
非緣身上衣 내 몸에 두를 옷은 아니로구나

위의 작품은 성 안에서 누에치기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 가고 있는 여성들을 형상
화하고 있다. 작가는 잠부들이 마치 뽕잎을 따며 부르는 민요를 옮겨놓은 듯 시상
(詩想)을 전개하고 있다. 작품의 제7·8구에서는 "땀 흘리며 아침 저녁 바쁘지만/내
몸에 두를 옷은 아니로구나(流汗走朝夕/非緣身上衣)"와 같은 표현을 통해 잠부의
한숨 섞인 현실인식의 목소리가 베어나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땀 흘리
면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데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고생이 자신의 옷을 만들기 위
한 수고가 아니라 고귀하고 부유한 지배층을 위한 노동행위임을 인식하는 잠부의
현실인식이 형상화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누에치기'라는 고된 노동에 시달리
고 있는 잠부를 형상화하고 있는데, 작품 내에서 잠부의 발화를 통해 드러내고 있
는 현실인식은 노동행위와 그에 대한 대가에서 제도적으로 왜곡된 사회구조를 비판
하는 자세를 표출하는 것이다.
위의 작품은 잠부의 고된 노동행위를 통해 부정적인 현실인식의 측면을 드러내고
있는데 반해, 다음의 작품은 이와 달리 잠부의 고된 노동행위를 통해 긍정적인 현
실인식의 측면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 있어 주목된다.

<10> 蠶上箔 누에가 채반으로 올라가면
桑婦樂 잠부들은 즐겁다네
閑閑桑林露氣薄 한들한들 뽕나무 숲에 이슬 기운 내려앉으면
我執懿筐馳日夕 나는 큰 광주리 잡고서 아침 저녁으로 쫓아다니네
敢憚旬月勞我身 감히 한 달 동안 내 몸 수고로움을 꺼릴 수 있으랴
祭服朝衫當致新 제사복과 조정 의복 새로 지어 입혀야지
一家禦冬苟平均 온 가족 겨울 지낼 옷도 두루두루 지어야 하고
願輸我稅奉主人 우리집 세금도 내어서 주인을 받들고 싶어라
乷 千春臨紫宸 수 놓은 일천가지 좋은 비단은 대궐로 가서는
匪頒茂渥霑群臣 상자에 담겨 나누어지는 크신 은혜 신하들을 적시네

이 작품도 역시 누에를 치며 생활하는 잠부를 형상화하고 있다. 잠부로 형상화된
서민여성의 희생적이며 헌신적인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작품 내의 시적 화자(詩的
話者)는 수고로움을 마다 않고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일하여 제사때 쓰일 제복
(祭服)과 조정의 대신들이 입게 될 의복도 만들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겨울을 나기 위해 필요한 가족들의 옷도 마련해야 하고, 누에를 쳐서 벌어들인 수
입을 가지고 세금도 내어서 지아비를 편안하게 하고 싶다는 여성화자의 소망을 드
러냄으로써 성실하며 생활력이 강한 여성형상을 창조하였다. 그리고 시적 화자 자
신이 땀 흘려 만들어 낸 비단이 대궐로 들어가서는 상자에 담겨 여러 신하들에게
은혜로움으로 베풀어질 것을 생각하는 화자의 뿌듯한 심정을 형상화하였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 형상화한 여성형상은 가난하지만 근면하고 성실하며 생활력이 강한 아
낙네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노동의 고단함에 침몰되어 비탄적 어조나 체념적 어조
로 신세한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지와 보람을 느끼면서 생활고(生活苦)
극복에 대한 왕성한 의욕을 보이는 건강한 여성형상이 창조된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 <잠부사(蠶婦詞)>의 경우는 앞의 작품 <잠부(蠶婦)>와 비교해
볼 때, 잠부의 현실인식이 서로 다른 층위에서 형상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작품이 공통적으로 서민여성인 잠부를 형상화하고 있지만 '잠부'에서 드러난 현실인
식은 "땀 흘리며 아침 저녁 바쁘지만/내 몸에 두를 옷은 아니로구나(流汗走朝夕/非
緣身上衣)"와 같은 표현을 통해 고된 노동행위에 걸맞는 합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제도적 차원의 모순을 인식하는 현실비판적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그에 반
해 <잠부사(蠶婦詞)>에서는 "감히 한 달 동안 내 몸 수고로움을 꺼릴 수 있으랴
(敢憚旬月勞我身)"라고 하여 비록 노동의 현실이 고되고 힘들지만 긍지와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노동행위를 통해
지아비를 받들겠다는 의지까지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 어디에도 비판적이거나
체념적인 어조는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동일한 생활고(生活苦)를 형상화하면서도
앞의 작품과 달리 시적 화자가 긍정적 현실인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작가와 시적
화자의 관계가 작품 내에서 독립적으로 구현되지 못하고 시적 화자의 의식 층위 내
부에 사대부 지배계층에 속한 작가의 교화적 의도가 혼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작
품이라 판단된다.
앞에서는 잠부(蠶婦)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다음에서는
직부(織婦)를 형상화한 작품을 중심으로 논의하겠다. 직부는 베를 짜는 노동행위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 나가던 일반 서민계층의 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11> 一婦輟織天下寒 한 아낙네가 베짜기를 그치니 날씨도 차갑구나
秋夜漸長天所? 가을밤만 점차 길어지니 하늘이 인색한 게로구나
何爲黃昏入燕寢 어찌 황혼녘에 잠자리에 들겠는가?
一臥不知星月殘 한 번 누우면 별도 달도 쇠잔해짐을 알지 못하는데
有筮之聲耳不聞 벌레소리가 있어도 귀에 들리지 않으니
哀哉霜落衣裳單 슬프구나! 서리 내리는데 옷과 치마는 홑단이구나
衣裳單猶可忍 옷과 치마 홑단인 것은 외려 참을 수 있겠네
主夫背薪燒突溫且安 땔나무 불을 지펴 지아비 잠자리 따뜻하고 편하다면야
布帛有數出田地 세금은 땅 뙤기로부터 계산하여 두었구나
問汝何以輸縣官 네게 묻노니 어찌하여 고을의 벼슬아치가 가져가는가?
我今作歌涕淚潛 내 이제 노래를 지어 흐르는 눈물을 감추네

위의 작품은 긴 제목을 갖고 있는 작품으로 시제(詩題)를 보면 작가의 창작의도
를 엿볼 수 있다. "내가 이미 척확음을 지은 것은 귀뚜라미와 벌레의 미세하면서도
깊은 소리를 생각한 것이었다. 직부가 그 소리를 듣는다면 반드시 베짜는 일에 힘
써 세상에 유익함이 많을 것이다. (이에) 노래를 만들어 써 그것을 슬퍼한다(予旣作
尺 吟 又念促織亦筮之微甚者也 織婦聞之 必勉機 之事 有益於世多矣 作歌以悲之)"
라고 하였듯이 이 작품은 초겨울에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면서 겨울을 지낼 준
비가 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 처한 직부(織婦)의 슬픔을 형상화하고 있다.
베를 짜는 아낙네는 초겨울에 찬서리가 내리는데 속옷도 없이 홑옷만을 입고 겨
울을 나야할 판이다. 그러나, 지아비가 따뜻하고 편안하게 잠만 잘 수 있다면 그것
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작품 내에 형상화되고 있는 직부(織婦)는 가난하고 궁핍한
현실을 슬퍼하고 있는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겨울이 닦치면 흉년임에도 불구하
고 일년 농사에 대한 세금을 어김없이 수탈해 가는 고을의 벼슬아치가 야속해 보이
는 것이다. 때문에 작가와 일치하고 있는 시적 화자(詩的話者)는 결구에서 막막하기
만 한 현실을 목도(目睹)하면서 "내 이제 노래를 지어 흐르는 눈물을 감추네(我今
作歌涕淚潛)"라고 발화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가난하지만 성실하며 인내하
는 직부의 형상을 제시하는 동시에 제9·10구를 통해서 "세금은 땅 뙤기로부터 계
산하여 두었구나/네게 묻노니 어찌하여 고을의 벼슬아치가 가져가는가?(布帛有數出
田地/問汝何以輸縣官)"라 하여 당대 사회에 만연되어 있던 관리들의 부패(腐敗)를
직시하면서 이를 슬퍼하고 있다. 여기에서 시적 화자가 슬퍼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직부와 같은 서민여성의 경우는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하면서 살아보고자 하여도 그
것이 불가능한 사회현실의 왜곡된 구조와 제도의 모순을 인식하는 데서 연유하고
있다.
위의 작품은 직부(織婦)의 형상을 통해 모순된 사회의 제도적 측면을 인식하는
사회비판적 현실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다음에서는 이와는 다른 방식으
로 형상화되고 있는 작품을 살펴보자.

<12> 促織復促織 베 짜라고 재촉하고 또 베 짜라고 재촉하는데
哀鳴何惻惻 슬픈 울움 어찌 그리 측은해 보이는가
終夕弄機 밤새도록 베틀과 북을 찰칵거렸어도
平明無寸縷 아침에 보면 한 치의 베도 없네
婦才聞淚似泉 홀어미 이 소리 듣고 눈물이 샘솟듯 하고
征夫一聽凋朱顔 출정 간 남편도 한 번 들으면 얼굴에 주름살 낀다오
春風融暖花着子 봄바람 따뜻하여 꽃은 열매를 맺고
夏景舒長燕成壘 여름 날씨 길어서 제비도 집을 짓는데
胡爲不自謀 어찌하여 스스로를 도모하지 않고서
直待霜淸露冷方知秋 찬 이슬과 된서리가 내려야 가을인 줄 아는구나
促織爾何愚 촉직아 너는 왜 그렇게 어리석느냐
日月豈肯爲爾留須臾 세월이 어찌 너를 위해 잠시인들 머무르랴

이 작품에서도 역시 직부를 형상화하고 있는데, 작품의 시제(詩題)인 <촉직(促
織)>은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즉 '촉직(促織)'이란 '베짜기를 재촉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동시에 '귀뚜라미'의 별칭이기도 하다. 작품 속의 직부는 귀뚜라미
의 울음 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나는 감회를 서술하고 있는데 화자에게 들리는 늦가
을의 귀뚜라미 울음 소리는 마치 다가온 겨울을 준비하지 못한채 근심만 하고 있는
처량한 소리로 들린다. 그러나, 제3·4구의 표현처럼 "밤새도록 베틀과 북을 찰칵거
렸어도/아침에 보면 한 치의 베도 없네(終夕弄機 /平明無寸縷)"라고 발화하고 있
다. 또한 제7·8구에서는 "봄바람 따뜻하여 꽃은 열매를 맺고/여름 날씨 길어서 제
비도 집을 짓는데(春風融暖花着子/夏景舒長燕成壘)"와 같은 표현처럼 자연의 질서
에 빗대어 귀뚜라미의 어리석음을 말하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귀뚜라미를 대상으
로 형상화하고 있으나 귀뚜라미만을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1구에서 4구까지 제시
된 '직부(織婦)'와 제5구의 '홀어미( 婦)'와 제6구의 '정부(征婦)' 등에까지 대상이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귀뚜라미(促織)에게 발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서는 직부 등을 포함한 서민여성들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미리미리 많은 것
들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비판적인 현실인식을 그대로 드
러내는 것이 아니라 귀뚜라미를 대상으로 삼은 발화를 바탕으로 형상화하였다. 이
를 앞의 작품과 비교해보면 두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빈곤으로 고달퍼하는 직부의
생활고(生活苦)를 형상화하면서도 앞의 작품에서는 '직부(織婦)'라는 여성형상을 통
해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있었다면 뒤의 작품에서는 현실에 순응하고 있는 여
성형상을 창조하였다.
위에서는 직부(織婦)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이번에는
전부(田婦)를 형상화한 작품을 중심으로 여성형상의 특성과 여성형상을 통한 작가
의 의도를 살펴보자. 전부(田婦)란 농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서민여성을
말하는데, 전부를 형상화한 작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3> 霖雨連旬久未炊 장마비가 열흘을 계속되니 오래동안 밥도 못짓는데
門前小麥正離離 문 앞에 작은 보리들은 진정 이리 저리 널려 있구나
待晴欲刈晴還雨 비 개기를 기다렸다 베고자 하였더니 개다 도로 비오고
謀飽爲傭飽易飢 품팔이를 해서라도 배 채우려 했으나 다시 굶는구나

夫死紅軍子戍邊 남편은 홍건적에 죽고 아들은 변방에 수자리 사니
一身生理正蕭然 외로운 이 한 몸 살아가는 이치 정말로 쓸쓸하네요
揷竿冠笠雀登頂 장대를 꽂아 삿갓을 씌워도 참새가 이마에 오르고
拾穗擔筐蛾撲肩 이삭 주운 광주리를 어깨에 메도 나방이 달려드네

위의 작품은 이달충의 <전부탄(田婦歎)>이라는 작품 2수이다. '농사짓는 아낙네
의 한탄'이라는 시제(詩題)가 암시하듯 전부(田婦)의 생활고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제1수에서는 장마비가 여러 날동안 계속되어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비
가 그치기만을 기다리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고 품팔이라도 해서 끼니를 해결하고자
하였는데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아 굶고 있는 전부(田婦)의 궁핍한 모습을 형상화
하였다.
제2수에서는 더욱 고달픈 신세에 처해 있는 여성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 남편
은 홍건적이 침입하였을 때 죽어서 과부로 살아가는데, 아들마저 수자리를 살기 위
해 징집(徵集)되어 가버렸고, 이제는 의지할 곳도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하는 아낙네
의 막막한 현실과 외로운 심정을 형상화하였다. 이처럼 이 작품은 남편이 죽고 과
부로 살아가는 아낙네에게 그 아들마저 수졸(戍卒)로 징집당한 극한적 상황을 제시
함으로써 전부(田婦)가 겪게되는 왜곡된 제도의 가학성을 "장대를 꽂아 삿갓을 씌
워도 참새가 이마에 오르고/이삭 주운 광주리를 어깨에 메도 나방이 달려드네(揷竿
冠笠雀登頂/拾穗擔筐蛾撲肩)"와 같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두 수의 작품은 시적 화자를 여성화자로 설정하여 발화함으로써, 농사를 지으
며 살아가는 서민여성 자신이 직접 겪고 있는 생활고(生活苦)를 형상화하고 있다.
결국 위의 작품은 부조리하며 왜곡된 제도로 말미암아 겪을 수밖에 없는 서민여성
의 애환을 고발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는 이와 달리 전부(田婦)의 형상을 통하여 그려진 서민여성의 애환을 긍정
적인 시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14> 夫婦辛勤不素飡 부부가 고생스럽게 부지런해도 흰 쌀밥은 먹지 못하고
餉耕圍坐草萃間 밭 가는 곳으로 음식을 가져와 풀밭 사이에 둘러앉아서
有心秋穫聊相語 가을 추수에 마음 두고 서로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니
欠額 租庶可還 해마다 부족했던 세금을 많이 갚을 수 있겠다고 하네

이 작품은 이달충의 <농두엽부( 頭 婦)>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밭두둑으로 들
밥을 나르는 아낙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밭을 갈고 있는 남편을 위해 점심식사
를 준비해서는 밭두둑으로 식사를 나르는 전부(田婦)의 형상을 그리고 있다. 작품의
제1구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시적 화자는 부부가 부지런히 농사를 지으며 일해도 흰
쌀밥을 먹지 못하는 모순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시적 화자의 시선은 농사짓는
부부로부터 일정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서 그들이 가을걷이에 대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데, 부부간의 대화를 통해 매년 부족했던 세금을 올해에는 많이 갚을
수 있게 되었음을 확인한다.
이와 같은 작품은 앞의 작품과 비교했을 때 대조적인 시각을 바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던 이달충의 <전부탄(田婦歎)>에서는 부조리한 사회구조로
말미암아 생활고에 고달퍼하는 서민여성의 애환이 여성화자에 의해 직접 발화되고
있었던데 반해, 이 작품에서는 서민여성이 겪게 되는 처절한 삶의 애환보다는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 형상화되고 있었다. 시적 화자의 경우에는 앞의 작품에서는 서민
여성을 화자로 등장시켜 시상을 전개하였던 반면 위의 작품에서는 작가와 일치하고
있는 남성화자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었다. 다음에 살펴볼 작품도 서민여성이
겪게 되는 삶의 애환을 통해 사회현실을 고발하는 작품들과는 대조가 되는 작품으
로, 비교적 여유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15> 婦具農飡自廢飡 아내는 들밥을 짓느라 자신은 식사도 거른 채
曉來心在夏畦間 새벽이 오면 마음은 무더운 밭 속에 있네
頭日午催行邁 밭둑 가에 한낮이 되면 발걸음을 재촉해 가서는
餉了田夫信步還 밭가는 지아비 밥 먹이고는 기쁜 걸음으로 돌아오네

이 작품은 안축의 <농두엽부( 頭 婦)>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위에서 살펴보았
던 이달충의 <농두엽부( 頭 婦)>와 동일한 시제(詩題)의 작품이다. <농두엽부(
頭 婦)>라는 시제(詩題)는 그 내용으로 보아 당시 사대부 작가들이 농촌의 풍경을
묘사하거나 혹은 유교적 지배이념을 교화(敎化)하고자 하는 경우에 관습적으로 사
용했던 시제(詩題)가 아니었나 판단된다. 작품 속에 형상화된 아낙네는 남편의 식사
를 위해 자신은 끼니도 거른채 새벽부터 마음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을 남편에게 가 있다. 그래서 한낮이 되면 준비한 음식을 갖고 바쁜 걸음
으로 찾아가 지아비에게 밥을 먹이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오는 소박한 서민여성
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형상화된 아낙네 역시 궁핍한 생활로 말미암아 자신은 끼니도 걸러
야 하는 궁핍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작품 전체의 시상은 서민여성이 겪게 되는 삶
의 애환을 형상화하고 있다기 보다는 비교적 여유있는 모습과 농촌의 평화로운 정
경을 형상화하면서 정성껏 지아비를 섬기는 서민여성을 그려냄으로써 교화적 차원
에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이 작품 역시 여성화자에 의한 시상전개가
아니라 사대부 남성작가 자신이 시적 화자로 등장하여 객관적 관찰에 의해 서술하
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주관적 심리나 정서를 표출하기 보다는 관찰에 의한
객관적 상황 위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서민여성을 형상화한 작품을 대상으로 논의하였다. 서민여성을 형상화
하고 있는 작품군은 크게 정부(征婦), 잠부(蠶婦), 직부(織婦), 전부(田婦)의 모습으
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이러한 서민여성이 한시 작품 속에 형상화된 특성을 살펴본
결과, 작가는 이와 같은 대상의 여성형상을 통해 서민생활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그들의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이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부조리하고 왜곡된 사회
체제를 비판하기 위하여 서민여성을 형상화시키고 있었다. 여기서 형상화된 서민여
성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 혹은 제도적 모순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
통된 여성형상이 그려지고 있었지만, 그러한 여성형상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였던
작가의 의도는 상반된 두 가지 의도가 전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공통된 여성형상을 창조하면서도 왜곡된 제도의 모순을 지적하
며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고자 하였던 작품군과 동일하게 생활고에 시달리는 여성
형상을 창조하면서도 유교이념의 교화적 차원이나 혹은 지배체제의 강화를 위해 현
실에 순응하며 긍정하고자 하였던 작품군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처럼 현실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에서는 주로 시적 화
자를 서민여성으로 설정하여 여성화자에 의한 시상전개방식을 택하고 있었던 반면
에 현실 긍정적이며 유교적 지배이념을 강화하고자 하였던 작품들에서는 시적 화자
를 주로 작가와 거의 동일시되는 남성화자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었다.
요컨대, 서민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군에서는 왜곡된 제도의 모순이나 구조
적 문제로 인해 겪게 되는 생활고의 양상을 공통적으로 형상화하면서도 서민여성으
로 설정되어 있는 여성화자를 통해서는 지배체제를 비판하고자 하였던 작가의 의도
가 드러나고 있었고, 사대부 남성작가와 근접한 위치에서 발화하는 남성화자를 통
해서는 지배체제를 옹호하면서도 유교적 지배이념을 강화하고자 하였던 작가의 의
도가 내포되어 있었다. 아울러 고려시대 서민여성을 형상화하였던 이같은 문학적
관습은 이후 조선시대로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3.2.3. 천민여성

천민여성을 형상화한 작품은 고려시대 한시 가운데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총
1,082수 가운데 42수로 전체의 약 4%에 해당한다. 천민여성은 대개가 계집종(婢)의
범주에 해당하였고 작품 내에서 언급된 구체적 용어로는 '어린 계집종(小婢)', '늙은
계집종(老婢)', '부엌데기( 婦, 廚人)' 등으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우선, 문학적 논의
에 앞서 당대 천민여성의 지위에 대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신분으로는 서민과 천민이 있었다. .... 천민의
대부분은 노비(奴婢)로서 국가 기관에 소속된 공노비(公奴婢)와 개인에 소속된
사노비(私奴婢), 그리고 사원에 소속된 사사노비(寺社奴婢)가 있었다. 공노비는
소속기관에서 잡역에 종사하거나 경작노동에 종사하였으며 때로는 특수한 양반
관료에 배당되어 구종(驅從)이 되기도 하였다. 사노비와 사사노비는 주인을 위하
여 취사(炊事), 초목(樵木) 등의 일을 주로 하였으나 외거노비는 독립된 가계를
가지고 농경에 종사하였음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노비는 신분이 세습되고
매매의 대상이 되어 노예와 비슷한 존재였다.

위의 인용문에서도 드러나듯 노비는 그 신분이 대대로 세습되고 매매의 대상이
되기도 하여 노예와 같은 존재였음을 알 수 있다. 한시 작품에서 형상화되고 있는
천민여성의 경우는 대개가 위에서 언급한 '사노비(私奴婢)'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노
비들이 작품 속에 형상화되어 있는 모습 역시 위에서 밑줄 그은 부분과 같이 취사
(炊事)나 초목(樵木) 혹은 물긷기(汲水) 등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
다. 천민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의 경우는 관찰의 대상으로 형상화된 경우와
직접 시적 화자로 형상화되는 경우로 나뉘어 지는데, 우선 관찰의 대상으로 형상화
된 작품을 살펴보자.

<16> 山深松浮煙 산이 깊어 소나무에서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海近魚滿盤 바다 가까우니 물고기가 소반에 가득하네
村犢 頭臥 마을의 송아지는 밭두둑에 누워있고
野人頂無冠 들에 있는 농부는 머리에 모자도 없구나
小婢新汲水 어린 계집종은 새로 물을 길어서
酒勸加飡 술을 거르고는 저녁상에 보태어 권하는구나
加飡豈不好 저녁상에 더하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만
我心方未寬 내 마음은 바야흐로 아직 너그럽지 못하다네
明當自永 밝게 일하며 스스로 오래동안 행하고 있는데
鄙哉於汝安 나의 비루함이야 너보다 편안한 것이네

이 작품은 목은 이색의 작품인데, 이색은 고려시대 한시 작가 가운데 천민여성
(賤民女性)을 가장 많이 작품으로 형상화한 작가이다. 그의 방대한 분량의 작품 가
운데 여성을 형상화한 작품이 330 여수에 이른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약 8%에
달하는 29수에서 천민여성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천민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
들 가운데 나타나는 특징은 많은 작품에서 천민여성인 계집종을 단독으로 형상화하
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내와 대비를 통하여 형상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위의 작품에서 전반부는 한가로운 농촌의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작가의 시선
은 먼곳으로부터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면서 원근법(遠近法)에 의해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이 묘사하고 있다. 산을 향했던 시선은 마을의 밭두둑에 누워 한가로이 낮잠
을 즐기는 송아지와 들판에서 일하는 농부를 향했다가 다시 집안에서 분주하게 일
하고 있는 계집종에게로 향한다. 작가는 계집종이 저녁상을 부지런히 준비하는 모
습을 바라보자 일어나는 감흥을 작품으로 형상화하였다. 여기에서 형상화된 어린
계집종의 모습은 물을 길어(汲水) 술을 거르고( 酒) 밥을 짓는(炊事) 분주한 모습
이다. 작가에게 비치는 계집종의 모습은 언제나 불평없이 밝은 얼굴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어린 계집종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작가가 형상화대상인
'어린 계집종'을 바라보는 시각에 주목하면, 계집종의 분주한 모습을 천민으로 태어
난 성품과 운명이라 치부하면서 당연시 할 수도 있지만 계집종의 노고와 자신의 안
락함을 대비시키면서 스스로의 편안함에 대해 비루하다며 자책하고 있다. 이 작품
과 같이 천민여성의 고된 노동행위를 형상화한 경우는 다음과 같은 작품에서도 확
인이 된다.

<17> 滿庭山影綠苔痕 온 뜨락에는 산 그림자, 푸른 이끼 가득한데
車馬無緣到遠村 수레와 말은 하릴없이 먼 마을에 이르렀네
汲井却成門外路 우물물을 긷노라 문 밖에는 새 길 났고
女奴朝夕頂銅盆 계집종은 아침 저녁으로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네

이 작품 역시 계집종의 노동을 형상화하고 있다. 계집종의 물 긷는 행위를 형상
화하였는데, 하루 종일 반복되는 물긷는 행위로 말미암아 문 밖으로 새로운 길이
생겨났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계집종의 고된 노동행위를 "계집종은 아
침 저녁으로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가네(女奴朝夕頂銅盆)"라고 상징적으로 표현하
고 있다. 위의 작품이 실려있는『목은고(牧隱藁)』시고권8, 16면에는 "언호구지중
(言糊口之重)"이라 하여 호구의 중요함을 말한 것이라고 기록되어있다.
다음 작품 역시 천민여성인 '어린 여종(小女奴)'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위의 작품과는 달리 천민여성의 형상을 통해 왜곡된 사회현실을 고발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라 주목된다.

<18> 新繭如黃金 새 누에고치 황금과 같은데
不愁露肌膚 살갗 드러나는 것 근심하지 않네
採桑走朝夕 뽕잎 따러 조석으로 바삐 달리니
艱哉小女奴 괴롭도다, 이 어린 종이여
懸知霜雪中 분명히 알았노라 눈서리 치는 날
爾獨無袴 너만이 추운 날 속바지 없는 것을
當朝赫赫者 조정의 위세 있는 당당한 자들
車馬溢通衢 수레와 말 큰 길에 가득하구나
國恩豈不厚 나라 은혜 어찌 두텁지 않은가
密室敷 밀실에는 담요를 펼쳐 놓았네
加之以重 겹 가죽 옷을 더해 입고서는
乘醉仍歌呼 술에 취해서 이에 노래부르네
輕羅剪春服 가볍고 얇은 비단으로 봄옷을 해 입었으니
肯復流汗珠 어찌 구슬같은 땀방울을 흘리겠는가?
人生有定分 인생에는 정해진 분수가 있나니
敢怨充官租 어찌 감히 관에서 조세 충당함을 원망하겠는가?

이 작품은 조세를 충당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뽕잎을 따는 노동에 시달리
는 어린 계집종을 형상화하고 있다. 눈서리가 몰아치는 겨울 날씨 속에서도 뽕잎을
따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어린 계집종은 속옷도 없이 겨울을 나고 있는데, 계집종
의 안타까운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나라의 고관대작들은 큰길에 수레와 말을 즐비하
게 늘어두고 겹가죽으로 만든 두터운 옷을 끼어 입고 술에 취해 노래부르면서도 나
라의 은혜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의 재산을 축적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처럼 극도로 궁핍하게 생활하고 있는 계집종의
형상과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고관대작들의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써 지배층의 그릇된
작태를 실랄하게 비난하는 동시에 애민정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작품이다.
앞에서는 천민여성을 대상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다음에서
는 천민여성이 직접 시적 화자로 등장하여 시상을 전개하는 작품군을 중심으로 천
민여성이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19> ①開窓屋瓦白 창을 열고보니 지붕위의 기와가 하얀지라
忽驚霜已落 문득 서리가 이미 내렸음에 놀랐다네
坐念兒孫寒 앉아서 자식 손자들의 추위를 생각하자니
吾衣猶裂省 내 옷이 오히려 찢어지고 터졌구나
小婢 吐語 어린 계집종이 쪼그려 앉아 내뱉는 말
②霜落已數夕 "서리 내린지가 이미 며칠 밤이 지났건만
心懷不敢言 마음에 품고서 감히 말 하지 못한다네
忍凍匪懸隔 멀지 않은 추위를 참고 있어도
不蒙宅主恩 집 주인의 은혜를 입지 못하니
性命誰見惜 성품과 운명을 뉘라서 안타까이 보겠는가
敲氷晨汲泉 새벽에는 얼음을 깨고 샘물을 길으니
我脚或時赤 내 다리가 간혹 때때로 붉어지누나
支體僅免露 몸둥아리만이 겨우 이슬을 면하니
我心誠惻惻 내 마음은 진실로 슬프고 슬프도다"
③聞之益傷悲 그 말을 듣자니 더욱 상심되고 슬퍼지네
我實無蓄積 내 실은 모아 둔 재산이 없구나
蓄積不煖汝 내 가진 재산으로는 너를 따뜻하게 할 수 없으니
何心食汝力 무슨 마음으로 너의 노력함에 밥을 먹겠는가.

이 작품은 사대부 남성작가가 시적 화자로 등장하여 시상이 전개되다가 천민여성
의 목소리가 직접화법에 의해 삽입되어 있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작품은 전체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의 발화부분(①)과 계집종의 독백부분(②) 그리고
계집종의 발화를 듣고다시 작가가 발화하는 부분(③)으로 작가 → 계집종 → 작가
의 순서로 발화가 이루어지는 작품이다. 위에서 ①에 해당하는 부분은 작품의 도입
부로서 지붕 위에 내린 서리를 통해 겨울이라는 시간적 상황을 제시하면서, 자식과
손자들이 추운 겨울을 어찌 보내고 있는가 하는 근심에 젖어 있는데, 이때 계집종
이 쪼그려 앉아 내뱉는 한숨 섞인 푸념을 듣게 된다. ②는 계집종이 혼자말로 자신
의 신세를 한탄하는 부분이다. 그 한탄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동상에 걸린 다리를
질질 끌면서도 새벽녘에 얼음을 깨고 물을 길어야하는 자신의 처참한 신세를 슬퍼
하고 있다. ③은 계집종의 발화를 듣게 된 후에 작가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는 부분
인데 작가는 지금까지 모아놓은 재산이 없어서 계집종을 따뜻하게 해줄 수 없는 자
신의 안타까운 신세를 스스로 탄식하면서 계집종이 새벽부터 준비해 올리는 밥상을
받기에 자신의 마음이 편치 않음을 토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중간 부분에 계집종의 발화내용을 직접화법으로 표현해 냄으로써
'천민여성'이 객관적 관찰에 의해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 내의 시적 화자로 등
장하여 자신의 주관적 정서를 표출함으로써 계집종의 비참한 생활고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 내에 형상화된 계집종의 형상은 자신이 시적 화자로 등장하여
발화하고 있는 ②번 부분을 통해서이다. 그런데 ②에서와 같이 처참한 모습으로 형
상화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 문제이자 시적 화자가 인식하고 있는 한계상황은 제10
구를 통해서 구체화되고 있다. 즉 "성품과 운명을 뉘라서 안타까이 보겠는가(性命
誰見惜)"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나듯 천민여성으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을 인식하는
데서 오는 슬픔이 근본적인 문제인 동시에 천민여성이 인식하고 있는 한계 상황인
것이다. 결국 이 작품에 형상화된 천민여성의 생활고는 일차적으로 천민의 신분으
로 태어난 자신의 운명에 말미암은 것이라는 현실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작
가도 그러한 점을 인식하면서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에 살펴볼 작품은 작품 전체가 천민여성에 의해 시상이 전개되는 작품으로
흔히 '부엌데기'라고 하는 찬부( 婦)에 의해 불려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천
민여성인 찬부가 어떠한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20> 蠟代薪楢錦步障 밀초로 풀떡갈나무를 대신하니 비단걸음 가로막고
珊瑚樹高影尋丈 산호나무 높은 그늘진 곳에서 어르신을 찾는다네
主人夜歸不就枕 주인 마님은 밤에 돌아와 잠을 이루지 못하고는
雙手牙籌朝日上 양손으로 어금니를 헤아리다가 아침 해가 솟았다네
客來上謁胡 손님이라도 오시면 윗전에 아뢰기를 어찌하면 좋을까
不見傾身時片章 누우신 몸이라 때마침 대상자를 보지 못하시니
誰知牧隱家最貧 누가 알리오 목은의 집이 최고로 가난한 것을
時咬菜根長 粥 때로 풀뿌리 씹는 소리와 죽 마시는 소리 길어지는구나
蓬頭赤脚耐寒冷 쑥대머리와 붉그스레한 다리로 차고 냉함을 견디려하나
掃葉凌霜走山麓 쓸어 둔 잎은 서리 스며들었으니 산기슭으로 달려가네

위의 작품은 목은 이색의 <찬부가( 婦歌)>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여성화자인 부
엌데기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작품이다. 부엌데기를 통해 궁핍한 사대부가
의 생활상을 그리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주인 마님은 밤이 되어서야 돌아와
서는 이(齒)가 아파 밤새도록 한 잠도 이루지 못한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는
아침을 맞이한다. 부엌데기는 식량이 모두 떨어져 끼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하건만, 주인마님은 몸져 누운지 며칠이 지났기 때문에 쌀을 담아두는
대상자에 쌀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고 계신다. 부엌데기는 이럴 때 때맞추어 손
님이라도 들이닦치는 날에는 어찌하나 하면서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
다. 그러면서 부엌데기는 제7구를 통해 "누가 알리오 목은의 집이 최고로 가난한
것을(誰知牧隱家最貧)"이라고 노래하면서 이처럼 가난한 현실을 보여주기나 하듯이
제8구에서는 때때로 풀뿌리 씹는 소리와 죽만 마시는 소리가 길어지고 있음을 부엌
데기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마지막 두 구에서는 동상에 걸린 부엌데기 자신의
상황을 묘사하면서 차고 냉함을 견뎌 보고자 하나 땔감도 제대로 없는 궁핍한 형편
인지라 쓸어 모아 두었던 낙엽에 불을 지피려 한다. 그러나 모아둔 낙엽들은 이미
서리에 젖어 불이 붙질 않자 다시 잎사귀를 주우러 양지 바른 산기슭으로 달려가는
부엌데기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작가는 시제(詩題)에도 드러나듯 <찬부가( 婦歌)> 즉 '부엌데기의 노래'라는 형
식을 빌어 자신의 집안이 매우 궁핍함을 드러내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
은 형상화 방식은 사대부여성이 형상화된 작품을 통해서도 두루 확인된 바 있었는
데, 사대부 남성작가의 경우 자기 집안의 궁핍함이나 그로 인한 생활고를 말하고
자 할 때에는 직접 자신이 드러내지는 못하고, 아내나 어머니의 형상을 통해서만
혹은 위의 작품과 같이 부엌데기의 목소리와 형상을 통해 드러내고 있었다는 특성
을 발견하게 된다. 이와 같은 특성은 당대 사대부 남성작가들이 지녔던 문학적 관
습에 기인한 결과이고, 그와 같은 문학적 관습의 정신적 기저에는 당대 사대부들의
사유체계와 부합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 판단되는데, 이점에 대해서는 이글에서
논의를 유보하기로 한다.
이상에서 천민여성을 형상화한 작품을 살펴보았는데 이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
다. 천민여성이 작품 속에서 그려진 형상은 공통적으로 생활고(生活苦)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은 근본적으로 천민으로 태어난 운
명에 기인한 것이었다. 작가는 생활고로 괴로워하는 천민여성의 형상을 통해 그들
의 성품이나 운명과 같은 신분적 처지에 동정과 안타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궁핍한 생활로 고달퍼하는 천민여성과 부패한 지배층을 대비시킴
으로써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찬부가>
와 같은 작품에서는 부엌데기의 노래를 통해 사대부가의 궁핍함을 대리서술방식으
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사대부여성·서민여성·천민여성을 대상으로 형상화된 작품에 그려진
여성형상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 장의 서두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여기에서 논의
한 세 계층의 여성들은 가정생활의 주체였다는 점에서 공통된 생활기반을 소유한
여성들이었다. 이 세 계층의 여성들이 작품 속에 그려진 공통적 형상은 생활고(生
活苦)에 시달리는 모습이었다. 물론 생활고의 차원은 주어진 신분에 따라 그 층위
가 달랐지만 작품을 통해 만들어진 공통적인 형상은 생활고였다. 그러나 '생활고'라
는 공통적인 여성형상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였던 궁극적 의도는 각기 그 지향
점이 달랐다. 이를테면, 사대부여성의 생활고는 사대부 남성작가의 출세와 벼슬살이
로의 진출과 매우 긴밀한 연관이 있었고, 서민여성의 생활고는 제도적 모순이나 왜
곡된 사회현실의 비판 및 지배층으로서의 유교적 이념을 강화하고자 하였던 교화적
의도 아래에서 형상화되고 있었으며, 천민여성의 생활고는 천민으로 태어난 신분과
운명을 안타깝게 여기고 동정하면서 부패한 지배층과 사회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
고자 하는 의도에서 형상화되고 있었다.
이같은 사대부여성·서민여성·천민여성이 형상화된 작품의 양상을 작가층인 사
대부 남성을 중심으로 구조화해 보면 그 대상에 따라 당대 사대부들이 지향하고자
하였던 인생의 도정(道程)이 형상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당
대에 가장 이상적인 사대부적 삶이라 간주되었던 출세(出世) → 선정(善政) → 이상
사회건설(理想社會建設)이라는 삶의 과정이 사대부여성과 서민여성 그리고 천민여
성을 통해 실현되고 있었다. 이는 당대에 전형적인 자기실현의 과정으로, 어려서는
학문에 정진하여 자신을 수련하고 때가 되면 세상에 나아가 입신하는 것이고, 세상
에 나아가서는 위정자로서 왜곡된 제도나 사회의 모순을 바로 잡아 선정(善政)을
베풀어서 마침내는 모든 백성들이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는 이상사회를 건설하고자
하였던 것이 당대 사대부들이 지녔던 인생관이었다.
그와 같은 사대부들의 인생관은 지금까지 살펴본 세 계층의 여성형상을 통해 작
품 속에서 변별적으로 구조화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작품 속에서 만들어진 여
성형상과 그러한 여성형상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였던 궁극적 의도를 중심으로
도식화 하면 다음과 같다.


<도표> 작품의 여성형상과 그 여성형상을 통한 작가의 궁극적 의도


요컨대, 위의 도표에서도 나타나듯 사대부여성·서민여성·천민여성을 형상화한
작품에서는 공통적으로 생활고(生活苦)를 형상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활고의 층위
와 그러한 생활고의 형상을 통해 말하고자 하였던 작가의 의도는 그 대상에 따라
각각 독립적으로 실현되고 있었는데, 가난으로 인한 사대부여성의 생활고를 통해서
는 사대부 작가 자신이 벼슬살이에 나아가고자 하였던 의도가 내재되어 있었다.
그리고, 왜곡된 제도로 인해 겪게 되는 서민여성의 생활고 및 천한 신분으로 태
어나 겪게 되는 천민여성의 생활고를 통해서는 선정(善政)을 바탕으로 하여 궁극적
으로 이상사회건설(理想社會建設)이라는 작가의 함축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음이 드
러났다.

3.3. 특수신분여성·범칭여성

특수신분여성은 기녀와 무녀의 신분적 특수성을 감안하여 지칭하는 용어에 해당
하고, 범칭여성이란 문학적으로 형상화될 때에 특정한 신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
라 일반적으로 두루 포괄할 수 있는 여성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특수신분여성은 현
실 생활에 실재했던 인물이지만 범칭여성은 실존 인물이라기 보다는 문학적 형상화
에 의해 생명력을 부여받은 여성형상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특수신분여성과 범칭여성을 통해서는 공통적으로 인간 욕망의 문제를 중심으로
형상화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장에서는 인간의 본능적이며 원초적인 욕망의 영
역을 중심으로 형상화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과연 어떠한 욕망을 어떠한 방식으로
특수신분여성과 범칭여성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으며, 아울러 왜 하필이면 특수신분
여성과 범칭여성을 통해 그와 같은 욕망을 표출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3.3.1. 특수신분여성

특수신분여성이란 앞에서도 잠시 언급하였듯이 기녀(妓女)와 무녀(巫女)를 일컫는
말이다. 고려시대 한시 작품에서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1,082수 가운데 특수신분
여성을 대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은 총286수로 전체의 26%를 차지함으로써
사대부여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형상화되었다. 이 장에서는 특수신분여성에 해
당하는 기녀와 무녀에 대하여 살펴보겠는데 기녀의 경우는 많은 작품을 통해 형상
화되고 있는 반면에 무녀의 경우는 전하는 작품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무녀를 중심
소재로 삼고 있는 작품은 총4수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규보의 <노무편(老巫篇)> 한
편이 무녀를 중심소재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나머지 3수는 단순한 소재적 차원에서
언급되고 있다. 따라서 이 장에서 무녀를 형상화한 작품은 논외로 하고, 기녀를
형상화한 작품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겠다. 기녀가 형상화된 작품군을 살펴보면
대략 몇가지 유형으로 그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 내에서 기녀를 어떠한 존
재로 인식하며 형상화하였는가 하는 기준에 따라 작품을 분류하면 형상화된 기녀의
유형을 크게 '재기표출(才技表出)', '성적상대(性的相對)', '연정상대(戀情相對)', '자기
투사(自己投射)'의 상대자로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선, 재기(才技)를 표출하고 있는 기녀를 형상화한 작품을 중심으로 살
펴보겠다. 재주와 기예를 표출하는 기녀의 형상은 기녀제도의 본래 의도와 부합하
는 형상으로 그려지고 있는 작품이다. 즉 각종 행사(行事) 및 연회(宴會)나 주연(酒
宴) 등에서 노래나 춤, 악기연주 등을 통해 사대부들의 흥취를 돋우는 대상으로 형
상화됨을 의미한다. 다음에서는 구체적인 작품분석을 통해 흥취의 상대로 형상화된
작품에 관하여 논의하겠다.

<1> 君王夜自蓮房回 임금님께서 밤에 연방으로부터 돌아오시니
梨園弟子爭 才 교방의 기생들이 다투어 재주를 뽐내는구나
霓裳羽衣振星月 예상곡과 우의곡으로 별과 달을 뒤흔들면서
雲 綠 成一堆 늙은 기생 젊은 기생할 것 없이 한 무더기를 이루네
笙簫 渺鸞鳳音 생황과 퉁소의 옥빛이 아련하니 난새와 봉황의 소리요
群帝 宴中天臺 여러 임금님들 술취한 잔치는 하늘나라 누대 속이었네
秦皇漢武多欲心 진시황과 한무제도 그리 하고자 하는 마음 많았던지라
駕空直欲尋蓬萊 임금의 수레가 부질없이 곧바로 봉래산을 찾았다네
我皇憂民入骨髓 우리 임금님은 백성을 근심함이 골수에 사무쳐서
幹廻太和邪氣 근간을 돌리시어 크게 화평하니 사악한 기운 꺾으셨네
但願三萬六千日 다만 바라옵건대, 삼만 육천 일 동안을
神仙來獻流霞杯 신선이 찾아와 유하수 바치기를 원하옵니다.

위의 작품은 이색의 <환궁악(還宮樂)>이라는 작품이다. 원래 '환궁악'은 궁중악으
로서 향연이 끝나고 군왕이 내궁으로 돌아갈 때 연주하던 악장이다. 고려시대 궁중
에서 사용되었던 '환궁악'은『고려사(高麗史)』악지 당악조에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도 그와 같은 취지에서 지어진 작품이다. 즉 작가는 교방기녀들이 연주하는 환
궁악을 들으면서 일어나는 감흥을 시로 형상화하고 있다. 임금의 행차에 맞추어 환
궁악을 연주하는 교방의 기생들을 바라보며 "교방의 기생들이 다투어 재주를 뽐내
는구나(梨園弟子爭 才)"라며 그 모습을 묘사하였다. 제2구에서의 '이원(梨園)'은 본
래 중국 당나라때 현종이 아악을 가르치던 곳으로 여기서는 교방(敎坊)을 일컫는
것이다. 이 작품에 형상화된 기녀들은 악기연주(樂器演奏)와 창(唱)을 통해 흥취를
돋우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형상은 기녀제도 본래의 목적과 부합하
는 모습이다. 이 작품과 같이 기녀가 궁중이라는 공간 내에서 임금 및 사대부 관료
들의 흥취를 돋우는 모습으로 형상화된 작품들은 이 외에도 이수(李需)의 <교방소
아(敎坊小娥)> 그리고 이를 차운(次韻)한 이규보의 <차운(次韻)>시(詩)와 최자
의 <차이수교방소아시운(次李需敎坊小娥詩韻)>과 <복차운(復次韻)> 등의 작품
이 있다.
이와 같은 작품은 궁중 내의 연행공간에서 형상화된 기녀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기녀는 궁중의 연행공간 이외에도 많은 사대부들과의 주연
(酒宴)이나 연회(宴會)와 같은 유흥공간에서도 형상화되었다. 다음 작품은 유흥공간
에서 일반 사대부가 기녀에게 주는 형식의 작품이다.

<2> 海上仙山七點靑 바다 위로 신선의 산 일곱점이 푸른데
琴中素月一輪月 거문고 속의 하얀 달은 가득한 둥근달이요
世間不有纖纖手 세상에 섬섬이의 손이 없었다면
誰肯能彈太古情 뉘라서 능히 태고적 정취를 연주하리오.

이 작품은 전록생(田祿生)의 <증김해기옥섬섬(贈金海妓玉纖纖>이라는 제목의 작
품이다. 김해의 옥섬섬이라는 기녀에게 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김해 기
생인 옥섬섬이 거문고 연주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태고적 정취를 느끼고 있다. 제3
구에서 표현된 '섬섬수(纖纖手)'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기녀의 이름인 '섬섬
(纖纖)'을 지칭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미인의 손을 일컫을 때 사용하는 '섬섬옥수(纖
纖玉手)'의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다.
위의 작품들에서 기녀들은 공연이나 연행을 통하여 흥취를 돋우거나 기쁨을 배가
시키는 상대로 형상화되었다. 기녀는 '가무(歌舞)'나 '가창(歌唱)', '악기연주(樂器演
奏)' 등 주로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각종 행사나 의식 등에서 흥취를 돋아주는
여성으로 형상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기녀를 성적(性的) 욕망표출의 상대자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
으로 살펴보겠다. 기녀에 대한 욕망은 주로 성욕으로 나타나는 작품들이 중심을 이
루고 있으며, 이밖에 기녀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작품도 확인된다.
한시는 여타의 시가 장르에 비해 형식적인 제약이 엄격하다는 장르적 특성을 갖
고 있다. 근체시 가운데 절구(絶句)나 율시(律詩)의 경우,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5언
혹은 7언의 제약된 형식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압축시켜 전달해야 한다. 이처
럼 다섯자 내지 일곱자로 다양한 의미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매우 집약적이며 상징
적인 표현을 통해서 그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특정한 상황을 나타내고자 할 때
에는 전고(典故)에 근거하여 관습화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테면,
남·녀간의 정사(情事)를 표현할 때는 초나라 양왕과 무산신녀의 고사에 바탕을 두
고서 흔히 '운우지정(雲雨之情)', '운우(雲雨)' 혹은 '무산운우(巫山雲雨)' 등의 관습적
인 표현을 통해 형상화하였다. 따라서 성적 욕망을 표출하는 경우의 작품들은
이와 유사한 표현을 통해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다음에서는 그
러한 점을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살펴보겠다.

<3> 居士年來鐵作肝 백운거사가 근년에는 무쇠로 간을 만들었는데
肯綠紅 也消魂 어찌 젊은 미인으로 말미암아 넋이 빠지겠는가
滿衣渾是辭親淚 옷에 가득한 것 모두 어버이 하직하는 눈물이어늘
誤認巫山暮雨痕오해하여 무산의 저문 비 흔적으로 짐작하누나

이 작품은 시제(詩題)에서 드러나듯 여러 공들의 조롱함에 답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제2구에서 '홍검(紅 )'은 '미인'이라고 번역하였으나 실은 기녀를 의미
하는 것이고 기녀와의 정사는 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무산운우(巫山暮雨)'라는
표현을 통해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문맥에서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
지 않지만 제공(諸公)들이 이규보의 어떠한 상황을 목격하고서 기녀와 정사를 나
눈 것으로 오해를 하고 조롱하자 이를 해명하기 위한 의도에서 창작한 작품이다.
작품의 표현적 측면에서는 옷에 가득한 것은 부모님과 하직하며 흘린 눈물인데,
이를 오해하여 무산의 저문 비라로 잘못 짐작하고 있음을 표현하였다. 여하튼 이
작품은 '홍검(紅 )'으로 형상화된 기녀를 성적 욕망의 상대자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4> 留君無計別君難 그대 머물게 할 계략도 없으면서 작별하기 싫어
故向靑樓喚綠 그런고로 푸른 기생집에서 젊은 기생 하나 불렀지
異日長安一場笑 언젠가 서울에서 한바탕 웃어보게나
玉顔才笑解歸鞍 기생이 아양떨자 돌아가려던 안장을 풀었다고

憐君情調笑君愚 그대의 정조는 어여쁘나 그대의 어리석음 우습구려
留爲紅粧不爲吾 머무는 것은 기생 때문이지 나 때문이 아니로군
請問群花誰管領 모든 꽃을 누가 관장하는가 묻고 싶다네
主人未領亦攀無 주인의 명령이 아니면 또한 더위잡을 수 없으리

위의 작품은 이규보가 지은 절구 2수이다. 긴 제목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서
울로 돌아가려는 친구를 붙들기 위해 기녀와 동침하게 한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이 두 수에서 그려진 기생의 형상에 주목할 때, 작가와 그의 친구로 등장하는 '회
영'이라는 인물은 기생을 단지 성적인 욕망표출의 상대자로만 인식했을 뿐, 그 둘
사이의 성적 결합이 애정(愛情)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 이 작품에서 기
녀는 단지 성적욕망표출(性的慾望表出)의 상대로 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
도 작품에 구체적으로 기녀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축적 표현을 통해 기녀
를 성적욕망표출의 상대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 있으며, 또한 기녀에 대한
소유욕이 지나쳐 기녀에게 화를 입힌 내용의 작품도 확인된다. 이상에서 기녀
를 욕망의 대상으로 형상화하였던 작품군을 살펴보았다.
다음으로는 기녀를 애정상대자로 인식하여 작품화한 경우를 중심으로 살펴보겠
다. 사대부와 기녀의 만남은 일반적으로는 이별이 전제되어 있는 만남이었다. 그것
은 기녀가 지닌 신분적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녀에게 주어지
는 이별 상황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이 점은 기녀를 상
대하며 인식하는 사대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녀도 감
정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에 사대부를 상대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기녀의 입장에서
라기보다 감정을 지닌 한 여성으로서 다가서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단지
수창(酬唱)관계만을 통한 형식적 만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정의 대상으로 형상
화되기도 하였다. 이점 역시 사대부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점이다. 그런데 이
처럼 통상적인 기녀와 사대부의 관계를 초월하여 연정의 대상이 되었을 때, 두 사
람이 처하게 되는 이별 상황은 서로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로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그럼 다음에서는 기녀와 사대부간에 연정의 감정이 형성되어 만들어진 작
품을 살펴보겠다.

<5> 五更燈影照殘粧 새벽녘 등잔불은 남아있는 화장을 비추는데
欲話別離先斷腸 이별을 말하려하니 먼저 애간장이 끊어지네
落月半庭推戶出 달도 다 진 정원으로 문 열고 나서는데
杏花疎影滿衣裳 살구꽃 성긴 그림자 옷깃에 가득하네

위의 작품은 <제양주객사벽(題梁州客舍壁)>이라는 시제(詩題)를 통해 드러나듯
이 양주의 객사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낸 기녀와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는 작가의
심정이 배경묘사와 더불어 형상화된 작품이다.
작품에서 제시된 사대부와 기녀의 이별상황은 일반적인 사대부와 기녀의 이별
과는 구별이 된다. 그러한 점은 작품에서도 드러나고 있는데, 제1구에서 "새벽녘
등잔불은 남아있는 화장을 비추는데(五更燈影照殘粧)"에서 등불이 남아 있는 화
장을 비춘다는 표현은 결국 작가와 기녀는 새벽녘이 되도록 뜬눈으로 지새웠음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기녀와 작가는 잠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는
데, 그 이유는 이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제2구에서 작가는 이별에 임하여 먼
저 이별을 말하자니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 아프다고 발화하면서 연정의 상대로
기녀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달이 지고 동이 트기 전인 이른 시간에
이별의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문을 나서는데, 살구꽃의 성긴 그림자가 옷깃에 가
득하다(杏花疎影滿衣裳)고 표현함으로써 정(情)과 경(景)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
해 시상을 전개하였다. 다음에서는 기녀가 시적 대상으로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작품 내의 시적 화자로 등장하여 사대부에 대한 연정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살펴보겠다.

<6> 妾年十五嬌且癡 제 나이 열 다섯 때에는 어리광피며 철이 없어
見人惜別常發嗤 남의 이별 서러워하는 것을 보곤 항상 비웃었습니다.
豈知吾生有此恨 어찌 알았겠습니까, 나의 삶에도 이같은 한(恨)이 있어
靑 一夜垂霜絲 푸르던 귀밑머리 하룻밤에 서리맞은 듯 하얗게 될 줄을
愛君無術可得留 당신을 사랑했지만 머물게 할 방법이 없군요
滿懷都是風雲期 가슴에 부푸른 풍운의 뜻 때문이랍니다
男兒功名當有日 남아의 공명은 마땅히 날이 있겠습니다만
女子盛麗能幾時 여자의 고운 얼굴은 능히 얼마나 가겠습니까
呑聲敢怨別離苦 울음을 삼키며 감히 이별의 괴로움을 원망합니다
靜思悔不相逢遲 가만히 생각하면 늦게 만나지 못한 것 후회랍니다
歸程已過康城縣 돌아가시는 길은 이미 강성현을 지났겄만
抱琴久立南江湄 거문고 끌어앉고 오래동안 남강 물가에 서 있습니다
恨妾不似江上上 한스러운 이 몸은 강위의 기러기만도 못하니
相思萬里飛相隨 서로 그리워하여 만리를 서로 따르며 날아 다니는군요
牀頭粧鏡且不照 침상 끝에 화장거울에도 또한 비추어 보질 않으니
那堪更著宴時衣 어찌 다시금 잔치 때의 옷을 꺼내 볼 수 있겠습니까
愁來唯欲徑就睡 시름이 오면 오직 서둘러 잠 속으로나 빠져들어
夢中一笑携手歸 꿈 속에서 한 번 웃으며 손 잡고 돌아오고 싶습니다
天涯魂夢不識路 하늘 끝 꿈 속의 혼은 길을 알지 못하니
人生何以慰相思 인생이 어찌 그리워 하는 마음을 위로하겠습니까

이 작품은 정포의 <원별리(怨別離)>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작품에서 형상화된 기
녀는 이별에 임하여 안타까워 하면서도 님을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상황을 인식하
고 있다. 그러면서 떠나간 님만을 그리워하고 있는 기녀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제
5구에서, "당신을 사랑했지만 머물게 할 방법이 없군요(愛君無術可得留)"라고 함으
로써 기녀 자신의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사랑하는 님을 머물게 할 방법이 없음을 솔
직하게 고백한다. 기녀는 단지 님을 떠나보내면서 이별의 괴로움만을 원망할 뿐이
다. 떠나버린 님을 향하는 기녀의 외로운 심정은 강 위를 날아가는 기러기에게 투
사되지만 그리워하면서도 따르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는 기러기만도 못하다면서 스
스로를 원망하고 있다. 이같은 기녀의 심정이 작품 후반부에 이르면 '꿈'이라는 기
제를 통해 현실에서 좌절된 소망을 보상받고자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임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처럼 연정의 상대로 기녀가 형상화된 경우, 작품에서 보이는 공
통적 특징은 이별 상황을 안타까워 하면서도 결국은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음은 사대부 작가들이 기녀의 형상을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하면서 기녀의 형상
을 통해 사대부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는 작품의 유형에 대해 살펴보겠
다. 이러한 작품에서는 기녀의 형상을 사대부 작가 자신의 형상과 동일시하고 있음
이 확인된다. 그런데 이같은 사실은 궁녀를 형상화하였던 작품들에서도 확인된 사
실이었다. 궁녀를 형상화한 작품들은 궁녀들의 목소리를 빌리거나 혹은 궁녀의
형상을 통해 궁중에서 임금을 섬기는 사대부 관료로서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그
런데, 기녀를 형상화한 작품들에서도 기녀의 형상을 통해 사대부 관료로서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는데, 작품의 실상을 통해 살펴보겠다.

<7> 紅顔換作落花枝 고운 얼굴 어느덧 꽃 떨어진 가지로 변했으니
誰見嬌饒十五時 그 누가 아리땁던 너인 줄 알아보랴
歌舞餘姸猶似舊 가무는 아직도 예와 같이 아름다우니
可憐才技未全衰 재기가 쇠하지 않음 사랑할 만하네

이 작품은 기녀를 바라보며 그 감흥을 서술하고 있다. 예전에는 아름다운 꽃처럼
고왔던 얼굴이 어느새 꽃은 모두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버린 모습으로 변
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기녀의 젊음과 아름다움도 함께
사라져 버렸음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제3구에서는 시상의 반전이 이루어져서 노
래와 춤은 젊었던 시절과 같이 아름답다고 칭송하면서 재주와 기예가 사랑스럽다고
발화하고 있다.
작품의 제1구에서 '홍안(紅顔)'은 젊었을 적을 상징하는 표현이고 이에 대립되는
표현인 '낙화지(洛花枝)'는 늙어버린 현재의 상황을 의미한다. 그리고 제3·4구의
'가무(歌舞)'와 '재기(才技)' 등은 재능을 의미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표면적으
로는 기녀를 형상화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서는 기녀의 형상을 통해 사대부 작가자
신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다. 즉 '홍안'은 관료로서 젊었을 당시의 모습이며 '낙화지'
는 늙어버린 현재 자신의 모습을 상징하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가무'나 '재
기'와 같은 표현 역시 현재 늙어버린 사대부 관료이지만 재능은 젊었을 적 그대로
임을 비유하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은 문집인『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
國集)』에 이 작품에 이어 바로 실려 있는 <노장(老將)>이라는 작품 제목에 부기
(附記)되어 있는 기록을 통해서 확인된다. 시제(詩題)에 부기되어 있는 기록에는
"이 작품과 더불어 앞의 작품은 모두 자신의 상황(此與前篇皆自況)"을 말하는 것이
라 기술되어 있다. 기록을 통해서도 드러나듯 작가는 늙은 기생(老妓)의 형상을 통
해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었다. 이처럼, 기녀의 형상을 통해 사대부 자신의 모
습을 투사하고 있는 작품은 다음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8> 重到桑鄕十六年 뽕나무 고을에 십육년만에 다시 이르니
使君今日設華筵 사군이 오늘 화려한 잔치를 베풀었구나
常時不覺身將老 평소에는 몸이 늙어감을 깨닫지 못하더니
見汝衰顔一慘然 너의 쇠약한 얼굴을 보니 한바탕 슬퍼지는구나

작가는 오래 전에 연고가 있던 '뽕나무 고을(桑鄕)'을 16년 만에 다시 찾아왔고,
사군은 이를 축하하기 위하여 화려한 잔치를 베풀었는데, 작가는 그 자리에서 예전
에 아름다웠던 기녀를 다시 보게 된다. 그런데 평소에는 자신이 늙어가고 있는 것
을 인식하지 못하였는데, 그간에 늙고 쇠약해진 기녀를 마주 대하자 새삼 자신도
이제는 그만큼 늙었버렸음을 인식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작가는 자신의 늙음을 한
탄하며 슬퍼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는 기녀의 형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다.
위의 두 작품에서는 표면적으로는 기녀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는 사대부 관료들의 형상을 투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작품에서는 직설적인 표
현을 통해 사대부 자신의 모습을 기녀의 모습에 빗대어 형상화하였다.

<9> 備嘗榮辱得身抽 영화와 욕됨을 갖추어 맛보고는 몸 물러 나오니
驚破槐安夢裡遊 괴안몽 속을 노닐다가 놀라 깨어났구나
鰐渚鮫洲曾 謫 악어와 상어 날뛰는 곳으로 귀양도 갔었고
鸞臺鳳閣亦優遊 난새의 누대와 봉황의 누각에서 또 노닐기도 했었지
周行世界閑僧坐 온 세상 두루 다니던 스님 한가히 앉았고
遍閱夫郞老妓休 여러 남자 두루 거친 늙은 기생 쉬고 있네
官罷偶思陳迹耳 벼슬 물러나 생각하면 행적만 늘어놓았을 뿐
漸無一事到心頭 한가지 일도 마음 속에 다가서는 것 없네

이 작품은 관직에서 물러나기를 요청하는 걸퇴시(乞退詩)에 해당한다. 작품의 중
심내용은 여러 관직을 두루 거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늙은 신하가 이제는 지
난 세월을 회고하면서 물러나기를 원하는 내용이다. 작가는 벼슬살이를 하면서 겪
었던 시련과 고난을 "물가에는 악어가, 섬주변에는 상어가 날뛰는 곳으로 쫓겨나
귀양갔다네(鰐渚鮫洲曾 謫)"라고 한 제3구를 통해 상징적으로 집약하여 표현하였
고, 벼슬살이 하면서 누렸던 영광과 영화를 제4구에서 "난새의 누대와 봉황의 누각
에서 또한 아름답게 노닐었지(鸞臺鳳閣亦優遊)"라고 표현하였다. 그 같은 지난 세월
을 모두 경험한 백전노장인 자신의 현재 상황은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수행하였던
스님이 이제는 돌아와 한가하게 앉아 있는 모습과도 같고 또 한편으로는 "여러 남
자 두루 거친 늙은 기생 쉬고 있네(遍閱夫郞老妓休)"라며 표현하고 있다.
작가인 이규보는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을 여러 남자를 두루 거친 늙은 기생이
이제는 늙어 쉬고 있는 것과 같다며 자신을 늙은 기생의 상황과 동일시 하고 있다.
그런데, 작품 속의 늙은 기생(老妓)을 신하인 이규보 자신으로 상정하고, 여러 남자
(夫郞)를 임금으로 상정해도 그 의미는 통한다.
작가인 이규보(1168-1241)는 실제 자신이 과거에 급제한 이후로 명종(明宗:1170-1
197), 신종(神宗:1197-1204), 희종(熙宗:1204-1211), 강종(康宗:1211-1213), 고종(高宗:121
3-1259)의 다섯 임금을 섬겼다. 작가는 이와 같은 자신의 삶을, 기녀가 여러 남자를
두루 거치고 이제는 늙어 쉬고 있는 모습과 동일시하는 작품이라 판단된다. 그런데,
앞에서 궁녀를 형상화한 작품을 살펴보았듯이 궁녀를 형상화한 작품들은 궁녀의 목
소리를 빌리거나 궁녀의 형상을 통해 벼슬살이에 진출하였던 사대부 작가들의 임금
에 대한 정서를 표출하고 있었다. 반면에 늙은 기녀(老妓)를 형상화한 작품들에서는
지난 세월에 대한 무상함이나 벼슬살이로부터 물러난 사대부 작가들의 정서를 표출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특수신분여성인 기녀의 형상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 결과, 고려시대
의 기녀는 작품 속에서 재기표출(才技表出), 성적 상대(性的相對), 연정상대(戀情相
對), 사대부(士大夫)들의 자기투사(自己透寫)의 상대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이는 모
두 인간의 원초적이며 근원적인 욕망의 문제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요약해보면, 재기표출을 형상화한 작품들에서는 주로 연회(宴會)나 주연(酒
宴)과 같은 유흥공간(遊興空間)에서 수작(酬酌)이나 가창(歌唱) 혹은 악기연주(樂器
演奏) 등의 재능을 통해 사대부들의 흥취를 돋구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었으며, 이는
놀이 즉 유희(遊戱)의 욕망과 관계된 것이었다. 성적상대로 그려진 작품들에서는 상
호 애정이 전제된 성적 욕망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성욕 표출의 상대자
로 형상화되고 있으며, 이는 성욕(性慾)과 관계된 것이었다. 그리고 연정의 상대로
그려진 작품에서는 기녀(妓女)라는 신분적 특성으로 인해 '만남'과 '이별'이 매일 반
복되는 일상사에 지나지 않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연정의 감정으로 인해 이별을
서러워하며 견디기 힘들어 하는 기녀의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같은 모습은
기녀라는 특수한 신분적인 측면에 주목하였다기 보다는, 하나의 여성이자 인격체로
서의 측면에 주목한 결과이면서 애정욕(愛情慾)과 관계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작
가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는 자기투사의 상대로 형상화된 작품들에서는 늙은
기녀의 형상을 통해 벼슬에서 물러난 사대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점
을 '궁녀'를 형상화하였던 작품들과 비교해 보면 벼슬살이에 진출하였을 때는 젊은
궁녀를 통해 사대부 자신들의 모습을 투사하였다면, 벼슬살이로부터 물러난 경우에
는 늙은 기녀를 통해 사대부 자신들의 모습을 투사하고 있었다는 차이점이 확인된
다. 이는 사대부 작가인 자신이 이미 노쇠하여 임금의 곁을 떠나 벼슬살이로부터
물러나 있는 상황을, 마치 늙은 기녀가 사랑하는 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상황과 동일
시함으로써 형성된 일종의 문학적 표현방식으로, 이러한 표현은 권력욕(權力慾)과
관계된 것이었다. 이처럼 특수신분여성인 기녀(妓女)는 다분히 수직적이며 폐쇄적이
었던 중세 봉건사회에서 억압되었던 인간의 다양한 욕망표출을 흡수하는 동시에 사
회적 완충역할을 하는 존재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3.3.2. 범칭여성

범칭여성(凡稱女性)이란 앞에서도 잠시 언급하였듯이, 궁중여성(宮中女性)이나 사
대부여성(士大夫女性), 서민여성(庶民女性) 등과 같이 특정 신분계층에 속하는 여성
이 아니라 두루 칭할 수 있는 대표성을 지닌 여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범칭여성의
분류기준은 신분제의 상·하 관계에 의한 보편적 구분이 아니라 문학적 형상화라는
특수성에 의한 구분방식이다. 따라서 범칭여성은 당대의 현실 속에 존재하는 신분
이 아니라 문학적 형상화에 의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범칭여성의 범주
또한 대단히 포괄적이라 할 수 있다.
고려시대 한시에서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1,082수 가운데 범칭여성을 형상화하
고 있는 작품은 172수로 전체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범칭여성이라 분류
한 유형에는 많은 작품들이 있는데 범칭여성이 단순 소재로 등장하고 있는 작품을
제외하고, 중심제재로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만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대다수의 작품
들에서 애정상황과 관련된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었다. 이같은 점으로 미루어보아
고려시대 당대에는 다양한 여성형상 가운데 '애정(愛情)'과 관련된 사항은 앞에서
살펴보았던 기녀계층이나 범칭여성을 통해서만 형상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는 당대 애정표출의 출구가 기녀계층과 범칭여성을 통해서만 가능하였다는 것인데,
기녀계층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대상이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범칭여성을 특
정 신분계층이 아닌 막연한 범칭(凡稱)을 사용함으로써 애정문제와 관련된 번거로
운 사회적 제약과 혐의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서 엿으리라 판단된
다. 그럼 다음에서는 범칭여성을 통해 애정상황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
로 살펴보겠는데, 애정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략 '만남', '이별', '합일의
지'를 중심으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우선 애정상황 가운데 '만남'의 상황을 중심으로
범칭여성을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1> 牧丹含露眞珠顆 모란꽃은 이슬을 머금어 진주구슬 알알인데
美人折得窓前過 미인은 꽃을 꺾어 창 앞을 지나다가
含笑問檀郞 미소를 머금고 신랑에게 묻네
①花强妾貌强 "꽃이 이뻐요? 제가 이뻐요?"
檀郞故相戱 신랑은 일부러 서로 장난치고 싶은지라
②强道花枝好 "이쁘기로 말하면 꽃가지가 사랑스럽구료"
美人妬花勝 미인은 꽃의 아름다움을 시기하여
踏破花枝道 꽃가지를 길에다 밟아 뭉개고는
③花若勝於妾 "꽃이 저보다 아름답다면
今宵花同宿 오늘밤은 꽃과 함께 주무시구려"

이 작품은 이규보의 <절화행(折花行)>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규보의 문
집인『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는 실려있지 않고 『기아(箕雅)』와 『대동
시선(大東詩選)』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시의 시상전개방식에서
는 드물게 보이는 대화체 형식을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작가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서술하
고 있다. 마치 젊은 두 남녀의 사랑 싸움을 그리듯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극적(劇的) 구성방식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위에서 밑줄 그은 ①, ②, ③은 작품 속 두 남·녀의 직접 발화 부분이다. 작품
의 도입부는 시적 화자의 관찰을 통한 진술로 이어지다가 ①에서 여인의 목소리
가 등장한다. 여기서는 꽃을 들고 남성에게 꽃이 아름다운가 아니면 자기자신이
더 아름다운가를 애교스럽게 묻고 있는 부분이다. ②에서는 남성의 목소리가 등
장하는데, 여인의 물음에 대해 답을 하는데 일부러 장난을 치려고 여인보다 꽃이
더 아름답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토라진 여인이 꽃을 땅바닥에 던져버리는 행
위가 묘사되면서 다시 ③을 통해서 여인의 목소리로 "꽃이 그렇게 아름답다면
오늘 밤은 꽃과 함께 주무시라"고 화답하면서 시상을 마무리 하고 있다.
이처럼 이 작품에 등장하는 범칭여성의 형상은 애정의 상황 가운데 '만남'의 상
황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범칭여성을 통해 만남의 상황을 형상화한 작품은 이외
에도 다음과 같은 작품에서도 발견된다.

<2> 浣沙溪上傍垂楊 완사계 언덕 위로 늘어진 버드나무 옆에서
執手論心白馬郞 백마 타는 낭군의 손 잡고 마음을 의논했네
縱有連 三月雨 계속해서 처마에 쏟아지는 삼월의 비일지라도
指頭何忍洗余香 차마 어이 내 손끝의 향기야 씻어내겠습니까

이 작품은 이제현의 <소악부(小樂府)>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내용을
보면, 개울가 옆 버드나무가 우거진 그늘 아래에서 백마를 탄 낭군과 두 손을 잡고
정답게 사랑을 속삭였음을 노래하고 있다. 님이 잡았던 화자의 손에 남았던 그윽한
향기는 삼월에 쏟아지는 소낙비일지라도 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노래하는 여성화
자의 목소리가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도 역시 애정상황 가운데 만남의
상황을 형상화하고 있다. 여기서 사용하고 있는 '만남'의 의미는 단순한 남·여의
만남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을 나누며 교감하고 있는 의미에서
의 만남을 뜻하는 것이었다. 앞에서는 만남의 상황과 관련된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
보았는데, 이번에는 이별의 상황을 형상화한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3> 雨歇長堤草色多 비 갠 긴 언덕에 풀 빛이 푸르른데
送君南浦動悲歌 남포에서 그대를 보내며 슬픈 노래 울먹이네
大洞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모두 마를 것인지
別淚年年添綠波 해마다 이별의 눈물을 푸른 물결에 더하네

이 작품은 정지상의 <송인(送人)>이라는 칠언절구 작품이다. 시간적 배경은 '봄'
으로, 공간적 배경은 '대동강'으로 설정되어 있다. 작품에서 시적 화자와 떠나는 님
의 태도에 주목할 때, 님의 주체적 의지에 입각하여 떠나가는 상황이 아니라 화자
가 보내고 있는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다. 화자는 님이 돌아가야 할 상황임을 인식
하고 있다. 또한 이별상황에 대처하는 화자의 태도에 주목하면 매우 소극적인 모습
을 띠고 있다. 재회의 기약도 없이 체념의 어조로 해마다 이별의 눈물만을 흘리면
서 대동강의 푸른 물결에 자신의 눈물을 보태고 있는 범칭여성의 모습이 형상화되
어 있다. 다음 작품도 이와 같이 범칭여성을 통해 이별을 형상화한 작품에 해당한
다.
<4> 江上雪消江水多 강 위로 눈 녹으니 강물이 불어나고
夜來聞唱竹枝歌 밤이 오니 죽지가 부르는 소리 들리네
與君一別思何盡 그대와 이별한 뒤 그리움이 어찌 다하랴
千里春心送碧波 멀리서나마 춘심을 푸른 물결에 보내네

이 작품은 이극감의 <차대동강루선운(次大洞江樓船韻)>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대동강에서의 이별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작품에서 설정된 시간적 배
경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즈음임을 1구에서 제시한 상황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님과의 이별 때문에 외로움에 젖어 있는데 밤에 들리는 죽지가(竹枝歌) 노래 소리
는 화자를 더욱 슬프고 안타깝게 한다. 이별 후에 그리운 마음을 달래보고자 대동
강 푸른 물결에 화자의 춘심을 대동강의 푸른 강물 위로 띄워 보내는 여성형상이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처럼 애정상황 가운데 범칭여성을 통해 이별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의 경우,
공통적 특성은 대상과 이별에 임하는 자세에서, 이별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
를 부정하면서 님과의 합일을 지향한다거나 하지 않고 이별을 당면한 현실로 인정
하며 받아들이는 순응적 현실인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와 같은 현실인식의
태도는 기녀를 소재로 이별을 형상화한 작품들과도 일치하는 점이다.
앞에서는 범칭여성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는 애정상황 가운데 '만남'과 '이별'의 상
황을 살펴보았다. 다음에서는 이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합일지향(合一指向) 의지
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합일지향의 형상을 창조한 작품들
은 어떠한 방식으로 범칭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작품 분석을 통해 논
의하겠다.

<5> 頭流山高南海深 두류산은 높고 남해는 깊으니
煙四塞淸晝陰 사방에 장기( 氣)가 어려 한낮에도 음침하네
三年逐客苦留滯 삼 년이나 쫓겨난 손이 괴롭게 지내자니
懷歸更奈傷春心 다시 돌아가고픈 마음에 춘심을 어찌 견디나
欲修尺書寄美人 마음 수습해 긴 편지 고쳐 써 미인에게 부치려 해도
塞上不征河鯉 변방의 기러기 오지 아니하고 강물의 잉어도 잠겼네
山更高兮水更深 산은 더욱 높고 물도 더욱 깊어서
天涯地角力難任 하늘가 땅 끝에서 어찌할 수 없네
相思一夜夢中見 그리운 마음에 한밤중 꿈속에서 보게되니
美人遣我雙黃金 미인이 나에게 황금 한 쌍을 주네
不重黃金重人意 황금은 중하지 않고 미인의 뜻이 중하건만
覺來金與人難尋 깨고나니 황금도 미인과 더불어 찾을 수 없었네

위의 작품은 이첨의 작품으로 범칭여성인 '미인(美人)'을 대상으로 남성화자에 의
해 형상화된 작품이다. 작품 속에 형상화된 대상으로서의 여성은 이별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으로 남성화자와는 공간적으로 유리되어 있다. 남성화자는 이러한 이별상
황을 극복하고 미인과의 합일을 이루고자 장편의 편지를 써서 님에게 부치고자 하
지만 편지를 전할 수 있는 기러기도 오지 않고 강물의 잉어도 깊이 잠겨 있는 그야
말로 사방이 장애물로 둘러싸인 공간에 처해있다. 시적 화자는 미인과의 합일을 간
절히 그리는 마음에 지쳐 얼핏 선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미인과의 만남을 이루게 된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미인은 꿈 속에서 화자에게
정표로 황금 한 쌍을 주지만 화자에게는 황금 보다 미인의 뜻만이 중요한 것이었
다. 그러나 꿈을 깨고 보니 황금도 미인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음을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매우 서사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작품으로, 이 작품의 중심 소재로 사
용되고 있는 '꿈'이라든지, 님으로부터 징표로 받는 '황금'과 같은 것은 후대에 창작
되는 문학에서도 계속해서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 작품이 지닌 작품 해석상의 특징은 시적 대상이 되고 있는 '미인(美
人)'의 정체에 관한 점이다. 이는 일반 아름다운 여인을 말하는 미인으로 해석할 수
도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쫓겨난 신하(臣下)와 임금의 관계를 상정한다면 그 '미
인'은 임금이 된다. 즉 이 작품에서는 임금을 여성화해서 '미인(美人)'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을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보면, 충신연군지사(忠臣戀君之
詞)류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표층구조와 심층
구조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는데, 표층구조를 통해서 드러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로서의 성격을 상정할 수 있고, 심
층구조에서는 임금과 신하 사이에서 불려질 수 있는 충신연군지사(忠臣戀君之詞)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작품이 지닌 상징성으로 말미암아 중의적인 성격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문학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 작품에서 사용된 표
현기법은 후대의 충신연군지사류에 해당하는 작품들로 그대로 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 玉人逢時花正開 님과 함께 만났을 때는 꽃이 바로 피었는데
玉人別後花如掃 님과 헤어진 후로는 꽃이 쓸은 듯 하네요
花開花落無了期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은 끝마칠 기약 없건만
使我朱顔日成 나의 곱던 얼굴을 날마다 늙도록 만드는군요
顔色難從鏡裏回 얼굴 빛은 거울 속에서 되돌려 쫓기 어려운데
春風還向花枝到 봄바람은 도리어 꽃가지를 향하여 이르는군요
安得相逢勿寂寞 어찌해야 서로 만나 적막하지 않게
與子花前長醉倒 당신과 함께 꽃 앞에서 오래동안 취해 넘어질까요

이 작품에서 여성화자와 그 대상인 님에게 있어서, 만남과 헤어짐은 계절의 순환
과 더불어 함께 하고 있음을 여성화자의 인식을 통해 말하고 있다. 제3·4구에서는
자연과 인간을 대비시키면서 자연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법칙은 심오하여 끝마칠
기약 없이 영원한 것을 그 성질로 하지만 인간은 유한한 존재일 수밖에 없음을 대
비시킴으로써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5·6구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통해 자연의 무한성과 인간의 유한성을 대비시키면서 시상을 전개하고 있
다. 이와 같이 전개된 시상이 7·8구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님과의 합일지향을 추구하는 여성화자의 의도를 드러낸다.
결국 이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존재방식에 근거한 우주론적 질서에 바탕을 두고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위의 작품에서 형상화된 여성은 님과의 합일을 통해 인간에
게 주어진 유한성을 극복하고자하는 '합일지향'의 여성형상을 창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범칭여성을 통해 합일지향을 형상화한 작품들은 많다. 예를들면, 정지
상의 오언율시 작품인 <송인(送人)>, 이규보의 <미인원회문(美人怨廻文)>,
이숭인의 <잡흥(雜興)> 제3수, 백비화의 <해가(解歌)>, 이곡의 <첩박명용태
백운이수(妾薄命用太白韻二首)> 가운데 第二首 등의 작품이 있었다.
합일지향의 여성형상을 창조한 작품군에서는 공통적으로 님의 부재상황에 처해
있는 범칭여성을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현재 부재하는 상황의 님
을 기다리거나 재회를 소망하는 모습을 통해 합일을 지향하는 의도로 형상화되고
있었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범칭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군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범칭여성
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군의 특징은 거의 모든 작품이 여성화자에 의한 시상전개
방식을 선택하고 있으며, 작품의 내용은 주로 애정관계에 결부되어 만남, 이별, 합
일지향의 모습으로 형상화하였다. 이처럼 애정과 관련되어 형상화되고 있는 여성을
구체적인 신분계층에 한정하지 않고 범칭여성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측
면에서의 이해가 가능하다. 첫 번째 측면은 범칭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경우의 작
품군은 그 작가층이 모두 사대부계층의 작가들이었다. 따라서 애정표출 행위가 공
식적으로 허용되었던 기생계층을 제외하고 그 이외의 어떤 특정계층을 형상화대상
으로 삼아 형상화시킬 경우에는 그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과 비난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고, 다른 측면은 애정문제는 특정계층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모든 계층의 여성에게 해당되는 문제이므로 형상화한 대상 역시 특정 계층에 국한
하는 것이 아니라 범칭여성의 문제로 일반화시켰던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상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특수신분여성과 범칭여성을 대상으로 형상화된 작품
군의 경우에는 인간 욕망의 문제, 그 가운데서도 주로 '애정상황'과 관련된 상황들
을 작품화하였다. 이러한 점은 범칭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작품에서 더욱 뚜렷
한 현상이었다. 기녀가 중심인 특수신분여성의 경우에는 애정상황과 관련된 요소
이외에도 특수한 신분을 대변해 주 듯, 재기표출, 성적 상대, 연정상대, 자기투사 등
의 대상으로 형상화되기도 하였다. 범칭여성을 통해서는 애정상황 가운데 만남, 이
별, 합일의지의 형상에 주목하여 형상화하고 있었다. 특수신분여성과 범칭여성을 대
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애정'이외에 '생활고'나 기타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었다. 기녀는 당대 사회에서 사대부들에게 용인된 애정표출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사대부들이 자신의 애정을 표출할 수 있는 경우는, 기녀를 통해서이거나 혹
은 특정 신분이 아닌 범칭여성을 통해서 가능하였다. 이러한 문학적 관습은 비교적
엄격하게 지켜졌던 것으로 보인다. 사대부 작가들이 가장 많이 작품으로 형상화하
고 있는 여성형상이 바로 사대부여성이었고 그 가운데서도 '아내'로서의 신분이었다
는 점에 주목할 때, 그 많은 작품 가운데 애정과 결부되어 형상화된 아내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범칭여성의 경우는 주로 여성화
자를 등장시켜 님의 부재를 형상화하고 있었는데, 이점은 그만큼 이러한 작품들이
당대 여성인식과 부합되는 측면이 있는 동시에 사대부 작가들의 아니마(Anima) 역
시 이같은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판단된
다. 이러한 점은 한시 뿐만이 아니라 당대의 고려속요 가운데 범칭여성을 시적 화
자로 설정하여 님의 부재상황을 노래한 작품들과도 그 맥이 닿아 있다는 점에서 확
인되는 사실이다.

3.4. 선계여성(仙界女性)

선계여성의 구분은 문학적 형상화라는 특수성에 기초하여 분류한 것이다. 현실세
계에 실존하는 여성이 아니라 문학 작품 등에서만 형상화 가능한 비현실계의 여성
을 의미하는 것이다. 선계여성은 시가(詩歌) 문학에서만 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설
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형상화되었다. 그렇다면 그토록 많은 문학 작품에
서 선계여성을 어떠한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그 형상화된 선계여성을 통해
말하고자 하였던 작가의 궁극적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이같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
해서는 우선 작품 속에 형상화되어 있는 선계여성에 주목하여 어떠한 모습으로 형
상화되어 있는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선계여성을 형상화한 작가의 의도를 파
악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한시에 나타나는 선계여성은 크게 '항아(姮娥)'와 '직녀(織女)' 그리고 '서왕모(西
王母)'를 중심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다음에서는 각각의 형상화된 작품을 중심으로
선계여성을 대상으로 형상화할 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며 그 의미는
또한 무엇인가 하는 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겠다. 우선 '항아'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의 특성을 살펴보자.

<1> ①我夢乘風到月宮 내 꿈에 바람을 타고 달나라 궁전에 이르러
排門直捉姮娥問 문 밀치고 곧바로 들어가 항아를 잡고 물었네
奈何使爾司春桂 "어찌 너에게 장원급제를 맡기게 하였는가
與奪不公人所 주었다 뺏음은 공변되지 않아 사람이 성낼 바 이니라"
低頭再拜謝我言 그러자 머리 숙여 거듭 절하며 나의 말에 사죄하였네
②妾不愛憎皆委分 "첩은 사랑하거나 미워함 없이 모든 나뉨을 맡기지요
紫府今書君姓字 이제 자줏빛 궁궐에 그대의 이름자를 썼으니
曾陪王母遊 苑 일찍이 왕모께서도 이곳 낭원에서 노닐었지요
也爲輕狂多負過 또한 가벼운 잘못으로 많은 허물을 지게 되었으니
帝令譴謫方知困 상제께서 꾸짖어 귀양 보내어 어려움을 알게 하셨지요
從此文星不在天 이러한 문창성을 쫓았으나 하늘에는 있지 않건만
世人誰識塵中隱 세상 사람들 세속에 감추어져 있음을 누가 알겠습니까
四海詩名三十秋 세상에서 시로 이름난 삼 십년 세월이니
燒丹金鼎功成近 붉은 금솥을 불사르며 공업 이룸이 가깝습니다
留着高枝且待君 높은 가지에 붙어 머무름도 또한 당신을 기다림이요
明年折取應無恨내년에 꺾어 취함도 응당 한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위의 작품은 서하 임춘의 <기몽(記夢)>이라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말해주듯 이
작품은 임춘이 꾸었던 꿈을 시로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한시의 시상전
개 방식 가운데 드물게 보이는 대화체 전개방식에 의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작
품내에는 두 명의 발화주체가 등장한다. 즉 시적 화자이자 작가인 임춘의 목소리와
또한 이에 답변하고 있는 선계여성 '항아'의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임춘은 몇 차례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급제하지 못했고, 당대에 시로서 이름을 날
렸는데도 출세하지 못했던 불우한 문인이었다. 이처럼 뛰어난 재능을 소유하였음에
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과거에 낙제를 거듭하였다는 점은 임춘에게 커다란 정신적
충격으로 자리잡게 된다.
과거에 급제하여 가문에 영광을 드높이고 남아로서 세상을 다스려보고자 했던 욕
망이 거듭 좌절되면서 이같은 억압된 욕망이 임춘의 무의식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
다. 그러나 억압된 욕망이 무의식의 영역에 침잠해 있다가 의식의 세계가 느슨해져
있는 동안 의식세계의 표층을 뚫고서 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꿈이다. 그래서 '꿈'의
해석에 관해 탁월한 연구업적을 쌓은 프로이드는 꿈이 갖고 있는 힘은 다름아니라
생활하고 있는 동안 즉 깨어있는 동안에 충족되지 않았던 욕망을 꿈을 통해서 만족
시키고자 하는 무의식적 충동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설명하였다.
위의 작품에서 ①은 시적 화자의 발화부분이고 ②는 항아의 발화부분이다. 그리
고 인용부호 안의 내용은 상호대화 부분에 해당한다. 작품의 도입부를 보면 시적
화자는 꿈 속에서 바람을 타고 달나라 궁전에 이르자 곧바로 문 밀치고 나아가서는
항아를 잡고 묻는다. 인용부호는 시적 화자가 자신이 과거에 낙방하였던 것은 공변
되지 않음을 항아에게 역설하며 따지듯이 묻고 있다. '항아'는 달 속에 사는 선계의
인물로 과거에 급제한 사람은 항아가 계수나무를 꺾어 준 것이라고 간주하였다. 때
문에 옛날에는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절계(折桂)'라고 하였다.
화자는 자신이 과거에 낙방한 것은 항아가 계수나무를 꺾어서 주었다가 도로 빼
앗었기 때문이라 말하며 따지자 항아는 공손하게 두 번 절하면서 시적 화자에게 사
죄의 말을 건네고는 ②와 같이 시적 화자를 위로하고 있다. 이는 곧 시(詩)로 이름
난 것이 삼십년이나 되었고 이제는 공업을 이룰 날도 멀지 않았으니 노여워 말고
내년에는 반드시 급제할 것이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작가는 '꿈'이라는 기제를 통하여 현실에서의 좌절된 욕망을 보상받고 있는 것이
다. 또한 그처럼 좌절된 욕망과 상처를 보상해주고 치료해 주는 핵심적 역할은 항
아가 해 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항아는 작가의 정신적 상흔을 보상해주며 치료해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정신적 평형을 유지하게 해 주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해야 하는 점은 프로이드는 꿈을 과거의 억압된 욕망이 표출
되는 장(場)으로 파악하여 그에 따른 제반 연구성과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
이 '꿈'이 기제로 등장하는 문학작품을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프로이
드는 꿈을 과거와의 관련 선상에 국한하여 연구하였다. 따라서 꿈과 미래의 상황에
대해서는 정치한 이론을 확립하지 못하였다. 물론 그의 제자인 융은 꿈을 미래와
어느 정도 연관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여하튼 과거로부터 동양적 사유체계의 틀 안에서 '꿈'이란 과거와의 관련성 여부
에 주목하였다기 보다는 미래와의 관련성에 더욱 주목하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따
라서 위의 작품의 경우에도 과거에 수차례 낙방한 임춘의 좌절된 욕망이 '꿈'을 통
해 보상받는 동시에 내년에는 꼭 합격할 것이라는 작가의 다짐을 보이고 있는 작품
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보상의 기능을 수
행하는 것이 선계여성인 항아로 형상화되고 있다.

<2> 文場得失正如碁 시험장에서의 얻음과 잃음은 바둑과 같으니
一敗寧無大勝時 한 번 실패한들 대승할 날 어이 없겠는가
莫訝月娥分桂盡 달속의 항아가 계수나무 다 주었다고 걱정말게나
明年那欠贈君枝 내년이라고 어찌 자네에게 줄 가지가 부족하겠는가

이 작품 역시 달 속에 살고 있는 항아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규보의
작품으로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과거에 낙방한 고선비를 위로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제1구와 2구를 통해 과거 시험장에서의 득과 실은 바둑을 두는 것과 같으
니 실패할 때도 있고 붙을 때도 있음을 강조한다. 아울러 장원급제를 주관하는
항아가 내년에는 고선비에게 계수나무를 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하는 내
용의 작품이다.

<3> (전략)
靑天蕩蕩暎四海 푸른 하늘은 넓고 넓어 사해를 두루 비추니
月中桂影方婆娑 달 속에 계수나무 그림자는 모가 나 나부끼네
我欲乘鸞凌汗漫 내가 난새를 타고자 하니 땀이 질펀하게 흐르고
廣寒千里追纖阿 광한전 천리(千里)의 섬아를 쫓았으나
不索玉 杵中藥 옥토끼 절구 속의 약초를 찾지 못했네
萬古不死唯姮娥 만고에 죽지 않음은 오직 항아(姮娥) 뿐이요
直從 侁繼芳 곧장 따르며 걷는 모양은 꽃다운 자취를 이었으며
丹桂一枝雙手摩 붉은 계수나무 한 가지를 두 손으로 부비었네
翩然歸來香滿衣 펄럭이며 돌아오자 향기가 옷에 가득하니
玉堂高處稱 坡 옥당 높은 곳에서는 난파라고 칭하네
殷勤種向牧丹地 은근히 모란의 땅을 향해 심어두니
壓倒不使爭春 빼어남이 봄 꽃들과 다투지 못하게 하네
敷詞演誥潤天章 글로 펴서 먼 곳까지 알리니 하늘의 문장 윤택히 하고
光被天下齊羲 빛이 천하에 미치니 희왜와 대등하네

이 작품은 이색의 <취가(醉歌)>라는 작품이다. 술에 취하여 노래 부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취중에 난새를 타고 광한궁에 가 보았으나 인간의 유
한성을 극복할 수 있는 불사약을 찾지 못한다. 다만 화자는 그곳에서 만년동안 죽
지 않고 살고 있는 항아만을 만나고 돌아와서는 계수나무 한 가지를 궁궐을 향해
심어 놓으니 그 아름다움은 다른 봄 꽃들과는 겨룰 바가 아니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형상화된 선계여성 '항아'는 인간의 유한성을 초월하고 있는 존재로서
인간의 유한함을 무한함으로 뒤바꿀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여성으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다음에는 '직녀'를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4> 銀河杳杳碧霞外 은하수 머나먼 저 푸른 노을 밖에서
天上神仙今夕會 천상의 신선이 오늘 저녁 모이는데
龍梭聲斷夜機空 북소리 끊기고 밤 베틀 비운 체
烏鵲橋邊促仙馭 오작교 향해 신선 행차를 재촉하네
相逢才說別離苦 만나서는 서로 이별의 고통도 채 못다 나누고
還道明朝又難駐 내일 아침이면 또 머물기 어려워 다시 돌아가야하네
雙行玉淚 如泉 두 줄기 눈물 샘처럼 흘러내리니
一陣金風吹作雨 한 바탕 서녘 바람에 비를 불러 일으키네
廣寒仙女練 凉 광한궁 선녀 명주 수건 서늘한데
獨宿婆娑桂影傍 계수나무 그림자 옆에서 나부끼며 홀로 잠자네
妬他靈匹一宵歡 저 신선 남녀 하룻밤 즐김에 샘나서
深閉蟾宮不放光 월궁을 굳게 닫고 광명을 내놓지 않네
赤龍下濕滑難騎 적룡은 등이 미끄러워 올라타기 어렵고
靑鳥低霑凝不飛 청조는 날개가 젖어 날아갈 수 없구려
天方向曉 可霽 곧 먼동이 틀 새벽이라 그만 개야 하리
恐染天孫雲錦衣 천손의 깨끗한 옷을 더럽힐까 염려되네

이 작품은 칠석 날 비가 내리는 정경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선계여성을 그리
고 있는 많은 작품 가운데 '칠석(七夕)'을 제목으로 삼은 시에는 거의 모든 작품에
서 견우와 직녀를 형상화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월 7일은 칠석이라 하여 농가에서는 으레 비 오는 날로 전해져 온다. 그 이유
로는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의 전설이 또한 전한다. 그들은 하늘의 은하수를 사이
에 두고 만나고 싶어 애태우다가 1년에 한 번 이 칠석날에야 만나게 된다. 이 날
그들을 만나게 하기 위하여 지상의 모든 까막 까치가 하늘로 올라가 은하수에 다리
를 놓는다. 칠석이 지나면 까치들은 머리가 벗겨져 돌아온다고 한다. .... 이 날 오는
비는 그들이 너무 기뻐서 나오는 눈물이라고도 하고, 또는 이튿날 아침에 오는 비
를 말하여 만나자 이별되는 작별의 눈물"이라고 한다.
이 같은 전설을 가진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많은 칠석시(七夕詩) 계
열의 작품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창작되었는데 그렇다면 어떠한 점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을 유도하였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견우와 직녀는
인간 세상에서 시대를 초월하여 항구적 소재로 등장하는 '만남'과 '이별'의 가장 근
원적인 모티브를 바탕으로 성립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별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의식저층에 내재되어 있는 분리 공포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견우와 직녀
는 매년 단 한번이지만 서로의 만남을 이루고 있는데 인간의 삶은 그렇지가 못하
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은 견우와 직녀를 통해 끊임없이 만남에 대한 확신을 갖
게 되고 이별의 슬픔을 보상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많은 작가들이 칠
석을 소재로 하여 선계여성인 직녀를 형상화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5> 銀河淸淺月華饒 은하수는 맑고 잔잔하여 달빛이 넉넉한데
也喜神仙會此宵 기쁘도다 신선들 오늘밤에 만나는구나
多小人間烏與鵲 많고 적은 사람들이 까마귀와 까치처럼
年年辛苦作仙橋 해마다 고달프게 신선의 다리를 만드는구나

<6> 天上佳期牛女 하늘 위의 견우와 직녀의 아름다운 기약은
人間高會釋儒 인간 세상 유·불의 고매한 만남이네
離合古來難事 만났다 헤어짐은 옛부터 어려운 일이니
獻酬要盡歡娛 바치고 보냄은 기쁨과 즐거움이 극진하기를 요하네

위의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칠석을 중심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앞의 작품에서는
직녀에 대한 구체적 언급보다는 '신선(神仙)'이라는 표현을 통해 직녀를 함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뒤의 작품은 견우와 직녀의 아름다운 기약과 같이 인간 세상에서의 유교와 불교
의 만남 또한 그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만남임을 말하고 있다.
위의 세 작품에서 형상화된 직녀의 형상은 '만남'과 '이별'이라는 근원적 모티브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작품군이 지니고 있는 의미는 인간에게 주어진 한계
와 유한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만남에 대한 확신을 충족
시켜주는 측면과 반대로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보상해 주고자 할 때 형상화되는 대
상이 '직녀'와 같은 선계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서왕모'를 형상화하고 있
는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7> 御苑桃新種 어원에 새로 심은 복숭아 나무
移從 苑仙 낭원의 신선이 옮겨 왔다네
結根丹地上 붉은 땅 위에 뿌리를 박고
分影紫庭前 자주 빛 뜰 앞에서 그림자 나누네
細葉看如 가는 잎은 그림과 같고
繁榮望欲燃 숱한 꽃은 불이 붙는 듯
品高鷄省樹 계성나무 중에서 품질이 높고
香按獸爐煙 향기는 수로의 향 연기를 띠었구나
天近知春茂 하늘이 가까우니 봄 일찍 무성하고
晨淸帶露鮮 새벽이 맑으니 이슬 머금어 고와라
是應王母獻 이 복숭아 서왕모가 드린 것이니
聖壽益千年 성수가 천 년을 더하리로다

이 작품은 <어원선도(御苑仙桃)>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궁궐의 정원에 복숭아 나
무를 새로 심고서 임금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선도(仙桃)는 천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 과일로 이것을 먹으면 불로장생(不老長生)
한다고 하는 신선들의 음식이다. 이와 관련된 궁중악이 <고려사> 악지에 전한다.
이 작품에서 형상화되어 있는 서왕모(西王母)는 중국 곤륜산에 살고 있다는 전설
상의 선계여성(仙界女性)을 말하는 것이다. 서왕모가 등장하는 대다수의 작품에서는
위의 작품과 같이 인간의 유한성을 초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으로 형상화되
어 나타나고 있다.

<8> 香宮稽 瓊宮 향기로운 궁에서 엎드려 절하며 천상 옥경을 두드리니
霓 羽節排寒空 무지개 깃발과 날개 쭉지가 차가운 허공을 밀치네
孀香噴作篆文曲 향기를 두르고 뿜어대며 전문곡을 연행하니
紙錢 呼天風 지전(紙錢)에서 갑자기 하늘 바람 부르는 소리 나오네
夜深月 人語絶 밤은 깊고 달빛도 고요하니 사람의 말소리도 끊어지고
時聞玉漏聲丁東 때마침 옥루 소리 동동하며 들리네
王母歸來獻天壽 서왕모가 돌아와서 천년의 수명을 바치는데
千年老樹桃花紅 천년의 늙은 나무 복숭아 꽃이 붉구나

이 작품은 임금의 수레가 봉선전(奉先殿)에 행차하여 임금을 모시고 밤에 초례를
지내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제7구에 등장하는 서왕모는 만수무
강을 상징하는 여성으로 등장하여 임금의 무병장수를 축원하는 여성으로 형상화되
고 있다. 이처럼 작품 속에 형상화된 선계여성으로서의 서왕모 역시 항아나 직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유한성을 초월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인물로 형상화되고
있다. 선계여성이 형상화된 작품들이 지닌 의미는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상황을 자
각하는데서 오는 공포와 두려움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며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한
의도에서 선계여성이 형상화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선계여성이 대상으로 형상화된 작품군의 공통적 특징은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
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 세상을 지배하는 원칙이라
할 수 있는 유한성은 인간에게 두려움과 공포와 실망을 체험하게 하였다. 스스로의
한계상황을 자각할 때 인간은 이와 같은 두려움에 빠져들게 된다. 작품 속에 형상
화된 선계여성은 바로 인간의 이같은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한 조력자로서의 모습으
로 형상화되어있다. 그 구체적인 실상을 살펴보자면, 만남과 이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해 주면서 이에 대한 두려움을 보상해주고 치유하
기 위해 '직녀'를 형상화 대상으로 삼고 있는 '칠석' 시 계열의 작품군이 있었다. 회
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듯이 만나면 반드시 헤어져야 하는 것이 인간 세상의
필연적 이치인 것이다.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짊어져야만 하는 세상살이의 고통
인 것이다. '칠석'시 계열의 작품은 이러한 인간의 두려움 즉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
해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문인들에 의해 창작되었던 것이다. 또한 오래 살고 싶은
소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갖게 되는 바램이었지만 인간의 생명은 유한성을 띠고
있다. 때문에 생명의 유한성을 인식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생기게
되는 동시에 오래 살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선계여성인 '서왕모'는 이와 관련하여
자주 문학적 형상화의 대상이 되었다. 천 년을 산다는 서왕모가 바치는 천도 복숭
아를 통해 만수무강을 기원하였던 의식과 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항
아'를 형상화 대상으로 삼고 있었던 작품군의 경우도 항아를 통해서 유한성을 극복
하고 무한성으로 나아가고자 하였던 인간의 소망이 결집된 채, 작품 속에서 그려지
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작가들이 '직녀'와 '서왕모' 그리고 '항아'와 같은 선
계여성을 작품의 대상으로 형상화시켰던 이유는 인간의 유한성을 자각하는 데서 오
는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정서적 평온함을 얻기 위한 의도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고려시대의 여성을 형상화한 작품을 중심으로 볼 때, 작
가의 의식층위에서 각각의 형상화 대상이 되었던 여성들을 그 대상의 특성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였던 의미가 분화되어 있으면서 그 층위를 달리하고 있었음이 드러났
다. 그래서, 궁녀를 통해 살펴본 궁중여성의 경우, 어떠한 상황 아래서도 임금만을
지향하는가 혹은 임금의 사랑을 받지 못할 때는 다른 대상을 향해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고 있는가에 따라 충신연군지정(忠臣戀君之情)과 남녀상열지정(男女相悅之情)
이 형상화되고 있었고, 가난과 삶의 애환 그리고 빈곤으로 인한 생활고를 드러내고
자 할 때는 사대부여성, 서민여성, 천민여성을 대상으로 작품화하였다. 결국 사대부
여성과 서민여성 그리고 천민여성은 신분적으로는 엄격하게 나뉘어져 있었으나 작
품의 형상화 대상이 될 때 사대부들의 의식세계 내에서는 변별적으로 인식되지 못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또한 사대부들이 애정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특수신분여성
인 기녀나 범칭여성을 통해서 형상화하고 있었고, 인간이 지닌 유한성을 극복하고
자 할 때 선계여성이 형상화되고 있었다. 이는 그 대상에 따라 형상화의 범주가 이
미 작가의 의식세계 내부에 변별적으로 존재하고 있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여성형상의 유형을 일곱 가지로 구분하여 각각의 유형이 지니고 있
는 특성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이러한 논의의 의도는 작가가 특정한 계층의 여성을
형상화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경우에 대상을 통해 말하고자 하였던 의도는 이미 작
가의 의식 속에서 대상에 따라 분화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었
다. 그 결과, 한시 창작에 임하는 작가의 의식세계 내에서는 일곱 가지 여성형상에
따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변별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4. 여성형상의 남·녀 화자별 특성

앞의 제3장에서는 고려시대 한시 작품 가운데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을
대상으로하여 그 신분에 따라 일곱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후, 각 유형들에 속해
있는 작품의 구체적인 실상을 바탕으로 논의하였다. 그 결과, 특정 대상을 형상화
하는 경우에 작가는 그 대상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였는가 하는 점이 드러
났다. 이 장에서는 앞장의 논의를 바탕으로 하되, 앞장의 논의가 여성형상의 대상
별 특성에 주목하였다면 이 장은 시적 화자(詩的話者)에 주목하는 논의가 된다.
이를테면,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는 시적 화자에 의해 여성형상이 어떻게 달라
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 이 장에서 다루어질 논의의 핵심이 된다. 예컨대 동일한
대상을 형상화하는데 남성화자를 설정하는 경우에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리고 여
성화자를 설정하는 경우에는 무엇을 말하는가? 남성화자를 통해서는 드러내지 못
하고 여성화자를 통해서만 드러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마찬가지로 여성화자
를 통해서는 드러내지 못하고 남성화자를 통해서만 드러내고 있는 것은 무엇인
가? 아울러 시적 화자를 선택하는데, 작가의 의도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의
문이 제기된다. 달리말하자면, 작가는 시적 화자를 설정함에 있어서 남성화자를
통해서는 궁극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에 여성화자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는 방식을 취하게 될 것이다. 이장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살펴보
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서정 장르에 근거하고 있는 한시의 장르적 성
격을 규명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논의가 될 것이다.
시적 화자에 의해 여성형상이 어떠한 방식으로 달라지고 있는가 하는 논의를 위
해 이 장에서는 다음의 세 가지 기준에 입각하여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우선, 작가
와 시적 형상화 대상인 여성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매개구실을 하고 있는 시적 화
자의 관계양상에 따라 어떠한 방식으로 여성의 모습이 형상화되고 있는가를 살펴보
기 위해, 이 삼자(三者) 사이의 거리 측정을 통해 작가와 시적 화자 그리고 시적 대
상 사이의 함수관계를 밝혀 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작가와 시적 화자 그리고 시적
대상인 여성 사이의 거리 측정에 따라 발화의 방식은 남·녀 화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하는 점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거리 측정과 발화
방식에 의거 변별되는 남·녀 화자별 특성 가운데, 여성형상을 통해 표출되는 정서
의 특성은 무엇인가? 하는 점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정리해보면, 1) 작가와 시적
화자 그리고 대상여성 간의 거리, 2) 시적 화자의 발화방식, 3) 시적 화자의 정서의
특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에 입각하여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1)의 논의를 통해서는
궁극적으로 남성화자와 여성화자가 사대부 남성작가와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
가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2)의 논의를 통해서는 시적 화자가 누구를 향하여 어떠
한 방식으로 발화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3)의 논의를 통해서는
남성화자와 여성화자가 여성형상을 통해 각기 표출하고 있는 정서의 특성을 밝힐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와 같은 논의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논의의 대상 작품을 선정함에
있어서 동일한 기준에 입각하는 논의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논의의 대
상이 되는 작품은 남성화자와 여성화자가 공통적으로 일곱 가지 여성형상 가운데
동일한 신분과 상황의 여성을 대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에 한정하였다. 그 이
유는 동일한 상황이나 신분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작품의 경우, 형상화 방식의 특
성을 논함에 있어서 작위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
화자와 여성화자가 동일한 여성 신분을 대상으로 형상화한 작품에 한정하여 논의하
였음을 미리 밝혀 둔다.
그런데, 한시에서는 남성화자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인 현상
이었던 점에 비하여 여성화자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는 것은 비교적 드문 경우에 해
당하였다.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고려시대 한시 가운데, 여성화자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약 오십여 수의 작품을 대상별로 구분해 보면 궁중여성을 시적 화자
로 등장시킨 작품이 2수, 사대부여성 3수, 서민여성 5수, 천민여성 2수, 특수신분여
성 19수, 범칭여성 19수, 선계여성 2수의 분포를 보인다.

이 가운데 여성화자의 발화가 부분적으로 삽입되어 있는 작품을 고려하면 실제
논의 대상이 되는 작품은 소수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논문에서는 몇 수(首)
되지 않는 여성화자의 작품을 중심으로 일반화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리적 비약을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음을 아울러 밝혀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의를 통해 얻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작가에게 있어서, 어떠
한 상황에서 남성화자를 통해 발화하는 것이고 또 어떠한 상황에서 여성화자를 통
해 발화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또한 시적 화자
에 따라 다르게 형상화되는 여성형상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럼 다음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기준에 입각하여 남성화자와 여성화자의
여성형상화 방식에 나타나는 특성에 관해 논의하겠다.
4.1. 시적 대상과의 거리

이장에서 주목하고 있는 시적 화자(詩的話者)는 문학적 장치로서 작가와 시적 대
상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 구실을 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시적 화자를 통해 시적
대상과의 접촉을 이루고, 현실을 인식하기도 하며, 발화행위가 이루어지고, 정서를
표출하는 것이다. 고려시대의 한시를 다루고 있는 이 논문에서는 시적 화자 그리고
시적 대상의 관계 가운데, 작가와 시적 대상에 대해서는 문집과 작품을 통해 그 사
실을 알고 있다. 즉 작가의 경우에는 모두가 사대부 남성작가이었고, 시적 대상은
모두가 여성형상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전제로 하고, 사대부
남성작가가 여성을 형상화함에 있어 시적 화자를 남성 내지 여성으로 선택함에 따
라 여성형상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궁극적으로는 작가와 시적 대상이 어떤 관련성
을 갖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작가와 시적 대상 그리고 이를 연결하
고 있는 시적 화자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구체적인 작품 분석에 앞서서 작가와 시적 화자 그리고 시적 대상이 되는
여성과 관련된 몇 가지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작가와 시적 대상의 사이에는
시적 화자가 존재하는데, 이 시적 화자가 남성일 경우를 먼저 가정해 보자. 이럴 경
우 시적 화자는 사대부 남성작가와 매우 가까운 곳에서 발화하게 되는 것이며, 작
가와 일치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시적 대상과는 먼 곳에서 바라보며 발화
가 이루어 질 것이다. 반면에 여성화자일 경우를 가정해 보면, 사대부 남성작가와는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발화하지만 시적 대상인 여성과는 일치하는 모습을 보일 것
이다. 따라서 남성화자를 문면에 내세우고 있는 작품에서는 남성화자와 작가가 일
치하고 있기 때문에 남성화자의 발화 내용은 곧 작가의 의식세계를 표출하는 것이
된다. 반면에 여성화자를 문면에 내세우는 작품에서는 작가와 화자가 일치하지 않
고 다만 시적 대상이자 시적 화자가 되어 발화를 하게 된다. 여기에는 작가의 현실
인식과 의식세계가 반영된다기 보다는 시적 화자이면서 시적 대상인 여성의 현실인
식과 의식세계가 반영되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가지 주의할 점은 이 여성화자의
현실인식이나 의식세계조차도 사대부 남성작가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를 도식화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위의 1번과 같은 경우, 남성화자를 통해 여성형상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 남성
화자는 사대부 남성작가와 일치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성화자를 통해서는 사대부
남성작가의 현실인식에 기초한 의식적 측면을 바탕으로 여성형상을 만들어낼 것이
다. 그러나 2번과 같은 경우에는 여성화자를 통해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 경
우는 시적 화자와 시적 대상이 일치하는 경우이다. 이처럼 여성화자인 시적 화자와
시적 대상은 일치하고 있으나 1번과는 달리 사대부 남성작가와는 먼 거리에서 발화
행위가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작가는 문면에서 그 모습을 감춘채 시적 화자만을
문면에 내세우고 발화행위를 전개하는 것이다. 이때 시적 화자가 작가로부터 멀리
떨어져 발화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작가와 일치하고 있는 남성화자를 통해 현실
적인 측면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는 구분이 되는 다른 차원의 목소리를 표출하게 될
소지가 다분하다. 말하자면, 사대부 남성작가에게 여성화자는 남성화자와는 다른 차
원의 문학적 장치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아울러, 그로 인해 만들어진 여성형상 또한
변별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작
품 분석을 통해, 사대부 작가들에게 시적 화자는 어떻게 인식되었으며, 기능하고 있
는지 살펴보겠다.

<1>君王曉開黃金闕 임금이 새벽에 황금대궐 문을 여니
氈車 北使髮 털요 깐 수레 덜컹덜컹 북으로 가는 사신은 떠났네
明妃含淚出椒房 명비는 눈물 머금고 초방을 나서니
有意春風吹 髮 봄바람도 아는가 귀밑머리 날리네
漢山秦塞漸茫茫 한산과 진새는 점점 아득하게 멀어지고
逆耳悲?秋夜長 귀에 거슬리는 슬픈 비파소리 가을 밤만 길구나
可憐穹廬一眉月 가련쿠나, 오랑캐 장막에서 달을 바라보나니
曾照臺前宮樣粧 후궁 단장 고운 모습 일찍이 누대 앞을 비추었지
將身已與胡兒老 장차 몸은 오랑캐와 더불어 늙을 것이나
惟恐紅顔凋不早 다만 고운 얼굴 빨리 늙지 않을까 두렵네
琵琶絃中不盡情 비파 줄로도 한스러운 정을 다 못 실어
塚上年年見靑草해마다 무덤위에 푸른 줄 되어 보이네

이 작품은 안축의 <왕소군(王昭君)>이라는 작품이다. 궁녀인 '왕소군'을 대상으로
남성화자에 의해 형상화된 작품이다. 작품에서 형상화된 궁녀 '왕소군'은 한나라 때
의 궁녀인데, 아름다운 여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화가였던 묘연수의 농간으로 인해
흉노(匈奴)와의 화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오랑캐의 나라로 끌려가야 했던 비련의
여인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작품은 전체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에서는
왕소군이 한나라를 떠나가는 모습을 시적 상상력에 의거 형상화하였고, 후반부에서
는 오랑캐 땅에서 왕소군의 서글픈 모습과 죽은 후의 모습을 시적 상상력에 의거
작가가 재구성하고 있다. 여기에서 작가와 시적 화자 그리고 시적 대상인 왕소군의
거리에 주목하여 살펴보면, 이 작품의 작가인 사대부 남성작가 안축과 작품 내의
남성화자는 일치하고 있으나 시적 대상인 왕소군은 형상화 대상으로 존재하면서 작
가와 시적 화자로부터는 먼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경우에 작가는 시적 화
자를 통해 대상으로서 관찰되어지는 왕소군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때 작가가 유지
하고 있는 객관적 시선은 작가가 처해있는 현실의 여러 상황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대부 관료이자 위정자로서 요구되는 현실에서의 사회적
역할에 부합하는 발화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사대부 남성작가가 남성화자를
통해 발화하는 것은 현실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원칙과 유리되어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대부 남성작가가 남성화자를 통해서는 현실에서 요
구되는 의식적 차원의 발화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다양한 사회적 제재와 검열이 수반되므로 작가와 시적 화자가 일치하는 남성화자의
경우에는 객관적 상황을 위주로 현실에서 요구시되는 사회적 역할에 부합하는 가면
을 착용하고 발화하는 것이다.
위의 작품에서도 남성화자는 시적 대상인 왕소군에게 일어났던 사건을 중심으로
객관적 상황에 의거하여 발화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남성화자는 위정자이자 사대부
관료로서의 가면을 착용한 채 사회적 역할에 충실한 발화행위를 하고 있다. 남성화
자를 통해 발화함으로써 객관적 상황 내지 서사적 요소는 잘 드러나고 있으나 시적
화자 자신의 주관적 정서 이외에 왕소군 개인의 심리나 정서적 측면은 잘 드러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작가와 일치하는 남성화자에 의해 그려진 왕소군
의 모습은 지극히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모습을 통해 비련의 여인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여성화자를 통해 왕소군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에서는 작가
와 시적 화자 그리고 시적 대상 사이의 거리에 따라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
볼 차례이다.

<2> 上林熏風吹 綠 상림원의 훈풍은 푸른 귀밑머리에 부는데
邊庭冷月凝心曲 변방 대궐의 차가운 달이 마음을 구비구비 얼게하네요
琵琶掩面獨傷情 비파에 얼굴을 감추지만 홀로 상처입은 정(情)인지라
指端有心絃有聲 손가락 끝에 마음을 두니 비파줄에서 소리가 나네요
妾身命薄一浮脆 첩의 신세 박명하고 온통 헛되며 무르기만 하여
直欲決死何偸生 곧바로 죽음을 결심하였건만 어찌 삶을 탐하겠나요
深嗔遙壽非忠臣 깊은 분노에 목숨 버림은 충성스러운 신하가 아닌지라
淸夢至今飛紫宸 맑은 꿈만 지금에 이르러 자줏빛 대궐로 날아가네요
帳前平波如雪色 휘장 앞의 고른 물결은 눈 빛과도 같고
上影斷處南雲黑 기러기 그림자도 끊어진 곳 남녘의 구름은 검은 빛이네
摩 肌膚氷玉淸 비비고 어루만진 피부와 살갗은 얼음구슬처럼 맑았건만
盡是當日宮中食 다하여 당일이 되어서야 궁내(宮內)에서 식사하는구나
他年枯骨亦君恩 언젠가 죽어 뼈가 마른다 해도 또한 임금의 은혜이리니
敢向九原忘故國 감히 구천을 향할지라도 고국을 잊겠습니까.

위의 작품은 이색의 <명비곡(明妃曲)>이라는 작품으로 형상화 대상이자 여성화
자인 왕소군을 통해 시적 화자의 주관적 정서를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에 그려진
여성형상은 임금으로부터 버림받은 슬픔을 극복하고 임금에 대한 충성심과 연군지
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시적 화자인 왕소군은 변방 오랑캐의 땅에서 고국을 그리워
하는 심정을 술회하고 있다. 이 작품의 경우에는 사대부 남성작가와 시적 화자가
일치하지 않고 여성화자는 시적 대상인 왕소군과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
국 이 작품은 시적 화자와 시적 대상은 일치하고 있으나, 사대부 남성작가와는 먼
거리에 위치한 상태에서 여성화자를 내세워 발화하고 있다.
작품의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고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오랑캐의 땅에서
바라보는 달은 자신의 마음을 구비구비 얼게 할 정도로 외롭게만 보인다. 외로운
마음에 비파에 얼굴을 묻고 연주를 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박명한 신세를
탓하며 죽음을 결심하기도 했지만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행위는 신하(臣
下)된 자의 도리가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멀리서 고국을 그리워하
는 마음은 '꿈'을 통해서나마 고국의 궁궐을 향하고 있다. 한나라 궁중에서 지낼 때
에는 아름다운 얼굴과 피부를 갖추고 있었건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다가, 오랑캐 땅
으로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궁안에서 임금님과 함께 식사하게 되었음을 원망하는
여성화자의 모습이 형상화되어있다. 그러나 결구에 가서는 오랑캐 땅에서 죽어 뼈
가 마른다 해도 이 모두가 임금님의 은혜이므로 구천을 향할지라도 감히 고국은 잊
을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는 여성화자 왕소군이 형상화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작가의 의도가 많은 부분 여성화자인 왕소군의 발화 내용을
통해 삽입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3·4구에서 "비파에 얼굴을 감추지만 홀로
상처입은 정(情)인지라/손가락 끝에 마음을 두니 비파줄에서 소리가 나네요(琵琶掩
面獨傷情/指端有心絃有聲)"와 같은 표현이나 제7구의 "깊은 분노에 목숨을 버림은
충성스러운 신하가 아닌지라(深嗔遙壽非忠臣)"와 같은 표현 그리고 제13·14구의
"언젠가 죽어 뼈가 마른다 해도 또한 임금의 은혜이리니/ 감히 구천을 향할지라도
고국을 잊겠습니까(他年枯骨亦君恩/ 敢向九原忘故國)" 등은 왕소군 자신의 발화라
고 하기 보다는 신하 신분인 작가 이색의 의식 층위가 왕소군의 의식 층위와 혼재
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임금에 대한 맹목적인 절대 충성을 강조하고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여하튼 작품 <명비곡>에서의 여성화자인 시적 자아는 자신
의 주관적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왕소군이라는 궁중여성의 가
면을 착용하고서 여성화자를 통해 발화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자신과
는 거리가 먼 위치에서 발화하고 있는 여성화자 왕소군을 통해 임금에 대한 연군지
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여기서는 주로 왕소군 자신의 주관적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왕소군의 입을 빌어 작가 자신의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지,
위와 같은 내용을 실제 왕소군의 발화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위
의 작품과 같은 경우는 여성화자의 목소리를 빌어 작가 자신의 개인적 욕망을 표출
하고 있는 작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남성작가가 여성화자를 통해 자신의
심리나 정서를 표출하는 이유는 작가 자신이 남성화자를 통해서는 스스로 임금에
대한 연군지정을 형상화하기 어려운데, 이럴 경우 궁중에서 임금을 가장 가까이에
서 보필하는 궁녀를 등장시킴으로써 연군지정을 쉽게 드러낼 수 있었다.
이는 앞에서 살펴본 작품인 안축의 <왕소군>과 대비해 볼 때 뚜렷이 알 수 있
다. 남성화자에 의해 형상화된 <왕소군>에서는 왕소군을 통해 작가의 사회적 역할
에 충실한 모습으로 형상화하였던 반면 여성화자에 의해 형상화된 위의 <명비곡>
에서는 왕소군을 통해 작가의 개인적 욕망을 표출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즉 남성화
자를 문면에 내세우고 시상을 전개시키는 한, 작가로서의 신분은 시적 화자로부터
완전히 독립될 수 없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현실인식이 발화의 내용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와 가장 근접한 위치에서 발화하는 남성화자의 경
우에는 주관적 정서에 의존하기 보다는 위정자이자 사대부 관료로서 바라보는 객관
적 상황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때문에 작품 속에 형상화된 궁녀 왕
소군의 모습도 소극적이며 수동적인 대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여성화
자를 문면에 내세우고 시상을 전개하는 경우는, 작가가 비교적 현실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발화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귀속되어 있는 위
정자로서의 현실인식과는 다소 떨어진 곳에서 왕소군의 목소리를 통해 작가 자신의
개인적 욕망을 표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여성화자를 통한 작품에서
형상화된 왕소군의 모습은 자신의 욕망이나 의도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 요컨
대, 남성화자를 통해서는 현실에서 요구되는 역할, 이를테면 사회적 역할에 부합하
는 위치에서 발화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성화자를 통해서는 비교적 사회적
역할로부터는 자유로운 위치에서 작가의 개인적 욕망 표출을 위주로 발화행위가 이
루어지고 있었다. 이같은 원인으로 말미암아 여성형상 또한 남성화자에 의한 작품
에서는 지극히 수동적이며 소극적인 여성형상으로 그려지고 있었던 반면에 여성화
자에 의한 작품에서는 여성 자신의 주관적 정서나 욕망 등을 과감하게 표출하고 있
는 적극적이고 대담한 여성형상을 창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여성화자의 정
서나 욕망 표출 등은 작가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여성 화자의 가면을 착용한 작가
의 또 다른 모습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기녀를 형상화하고 있는 두 작품을 대상으로 작가와 시적 화자 그리고
시적 대상인 여성과의 관계에 따라 시적 화자가 어떻게 인식되며 작가와 관련을 맺
고 있는가? 또한 여성형상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하는 점을 살펴보겠다.

<3> 五更燈影照殘粧 새벽녘 등잔불은 남아있는 화장을 비추는데
欲話別離先斷腸 이별을 말하려하니 먼저 애간장이 끊어지네
落月半庭推戶出 달도 다 진 정원으로 문 열고 나서는데
杏花疎影滿衣裳 살구꽃 성긴 그림자 옷깃에 가득하네

이 작품은 정포의 <제양주객사벽(題梁州客舍壁)>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여기서
는 특수신분여성인 기녀를 대상으로 남성화자에 의해 형상화된 작품이다. 이 작품
의 남성화자는 기녀와의 이별 상황을 형상화하고 있다. 남성화자와 기녀는 새벽녘
까지 잠을 못 이루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
다. 화자의 시선은 화장기 남아 있는 기녀에게로 향하고 있다. 먼저 이별을 말하려
고 하니 화자는 애간장이 끊어질 듯 하여 차마 이별의 말이 떨어지질 않는다. 하지
만 화자와 기녀는 둘 사이에 놓인 이별을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화자는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달도 진 정원으로 문을 밀고 나오자 마치 화자의 심정을
대변이나 해 주듯 제4구의 "살구꽃 성긴 그림자 옷깃에 가득하네(杏花疎影滿衣裳)"
라는 표현을 통해 정(情)과 경(景)의 어우러짐을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작
가와 시적 화자가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시적 대상이 되는 기녀는 작가와 시적 화
자로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객관적 대상으로 형상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작가와 시적 화자가 일치하고 있는 작품의 경우에는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작가의 사회적 역할에 기초하여 의식적 측면에 부합하는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다. 위의 작품에서도 남성화자는 이별을 슬퍼하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별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남성화자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작품이 공통적으로 현실에 대응하는 자세이었다. 이는 작가와 시적
화자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야기되는 결과인 것이다. 아울러 기녀의 형상은 시적
화자의 진술을 통해 문면에 직접 드러내 놓지 않고 간접 서술방식으로 그려내고 있
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동일한 작가의 작품인데, 시적 화자로 기녀가 등장하는 작
품을 대상으로 작가와 시적 화자 그리고 시적 대상과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
으며, 작가는 여성화자를 통해 무엇을 드러내고 있는가? 아울러 여성형상은 어떠한
가? 하는 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4> 妾年十五嬌且癡 제 나이 열 다섯 때에는 어리광피며 철이 없어
見人惜別常發嗤 남의 이별 서러워하는 것을 보곤 항상 비웃었습니다.
豈知吾生有此恨 어찌 알았겠습니까, 나의 삶에도 이러한 한(恨)이 있어
靑 一夜垂霜絲 푸른 귀밑머리 하룻밤에 서리맞은 듯 하얗게 될 줄을
愛君無術可得留 당신을 사랑했지만 머물게 할 방법이 없군요
滿懷都是風雲期 가슴에 부푸른 풍운의 뜻 때문이랍니다.
男兒功名當有日 남아의 공명은 마땅히 날이 있겠습니다만
女子盛麗能幾時 여자의 고운 얼굴은 능히 얼마나 가겠습니까
呑聲敢怨別離苦 울음을 삼키며 감히 이별의 괴로움을 원망합니다.
靜思悔不相逢遲 가만 생각하면 늦게 만나지 못했음이 후회스럽습니다.
歸程已過康城縣 돌아가시는 길은 이미 강성현을 지났겄만
抱琴久立南江湄 거문고 끌어앉고 오래동안 남강 물가에 서 있습니다.
恨妾不似江上上 한스러운 이 몸은 강위의 기러기만도 못하니
相思萬里飛相隨 서로 그리워하여 만리를 서로 따르며 날아 다니는군요
牀頭粧鏡且不照 침상 끝에 화장 거울도 또한 비추어 보질 않으니
那堪更著宴時衣 어찌 다시금 잔치 때의 옷을 꺼내 볼 수 있겠습니까
愁來唯欲徑就睡 시름이 오면 오직 서둘러 잠 속으로나 빠져들어
夢中一笑携手歸 꿈 속에서 한 번 웃으며 손 잡고 돌아오고 싶습니다.
天涯魂夢不識路 하늘 끝 꿈 속의 혼은 길을 알지 못하니
人生何以慰相思 인생이 어찌 써 그리워하는 마음을 위로하겠습니까.

이 작품은 정포의 <원별리(怨別離)>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와 시적 화자
가 일치하지 않는 작품이다. 작가는 사대부 남성인데 비해서, 시적 화자는 기녀로
설정되어 있다. 이 작품은 시적 화자와 시적 대상이 일치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처
럼, 작가가 문면에 드러나지 않고, 작가와는 다른 시적 화자를 문면에 내세워 발화
행위를 전개하는 것은 그만큼 작가의 사회적 역할로부터 자유로운 발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적 화자라는 일종의 문학적 장치
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작가와 일치하지 않는 시적 화자
를 설정하여 발화하는 것은 그만큼 작가의 개인적 의도나 욕망 따위가 시적 화자의
발화를 통해 표출되기 쉬운 것이다.
위의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시적 화자로 기녀를 설정하여 대상과의 이별을 슬퍼
하면서 합일지향 의식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기서 기녀는 단지 시적 화자라는 문학
적 장치에 불과할 뿐, 기녀로 설정된 시적 화자를 통해 결국은 작가의 욕망을 발화
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대부 관료로서의 작가와 일치하는 남성화자를 문면
에 내세워 기녀와의 이별을 슬퍼하면서, 합일의지를 표출한다는 것은 당대의 사회
적 검열과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작가는 자신
의 개인적 욕망 혹은 의도가 사회적 규제나 검열에 의해 상치되고 마찰을 일으키게
될 때, 여성화자라는 문학적 장치를 통해 은밀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함으로써, 표층적으로는 기녀로 설정된 여성화자가 시적 대상인 님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합일의지를 드러내는 것 같지만, 그 심층적으로는 작가 자신의 욕
망과 의도가 여성화자라는 문학적 장치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논의했던 두 작품 <제양주객사벽>과 <원별리>는 모두 정포의 작품으로
기녀와의 이별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제양주객사벽>에서는 남성화자를
통해 이별을 형상화하였고 <원별리>에서는 여성화자를 통해 이별을 형상화하였다.
그런데, 이 두 작품에서 문학적 장치로 사용된 남·녀 시적 화자는 각기 다른 모습
이 아니라 동일한 한 작가의 서로 다른 두가지 의식 층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사대부 남성작가와 일치하는 남성화자를 통해서 여성을 형상
화하는 경우에는 사대부 작가에게 요구되는 당대의 사회적 역할에 부합하는 목소리
를 내야하는 것이었다. 반면에 사대부 남성작가와 일치하지 않는 여성화자를 등장
시켜 발화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사대부 남성작가가 자신의 현실인식에 기초하여
남성화자로는 발화할 수 없는 개인적 욕망 따위를 여성화자의 가면을 착용하고 발
화함으로써 사회적 규제나 검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악부시
계열의 작품들은 이와는 또 성격을 조금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사대부 작가에게 남성화자는 작가의 의식적 차원에서 현실의 요구에 부
합하는 차원에서 발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작가의 사회적 역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남성화자에 의해 여성이 형상화되는 경우 역시 현실
원칙에 의거하고 있으며 다분히 규범적인 동시에 소극적인 여성으로 형상화되고 있
었다. 반면에 사대부 작가에게 여성화자는 사회적 규범이나 검열과 대립할 수 있는
성질을 내용으로 하는 작가의 개인적 욕망을 표출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로 인식되
었다. 여성화자를 설정하는 경우는 시적 화자라는 문학적 장치를 통해 작가 자신은
문면 뒤로 숨어버림으로써 작가의 사회적 역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여성화자에 의해 여성이 형상화되는 경우에는 평상시 사회적 규범이나 검
열에 의해 억압되었던 작가의 욕망이나 의도가 표출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작
품 속에 형상화된 여성 역시 남성화자에 의해 형상화된 것처럼 규범적이며 소극적
인 여성형상으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욕망을 드러내 놓고 있는 여성형
상을 창조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시적 화자라는 매개 변수를 대상으로 작가와 시적
대상 사이의 거리를 측정해 보았다. 그 결과, 남성화자를 설정하고 있는 작품의 경
우에는 작가의 사회적 역할에 부합하는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었다. 반면 여성화자
를 설정하고 있는 작품의 경우에는 작가의 개인적 욕망에 부합하는 목소리를 표출
하고 있었다. 이를 정리해보면, 여성화자는 작가와 가까운 거리에서 작가의 개인적
욕망을 표출하고 있었고 남성화자는 작가와 먼 거리에서 작가의 사회적 역할에 충
실한 목소리를 표출하고 있었다. 결국 작가를 중심으로 볼 때, 작가와 근거리(近距
離)에 존재하는 여성형상에서는 여성화자를 통해 개인적 욕망을 형상화하고 있었으
며, 작가와 원거리(遠距離)에 존재하는 여성형상에서는 남성화자를 통해 사회적 역
할에 부합하는 목소리로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4.2. 발화방식

앞의 4.1.에서는 작가와 시적 화자 그리고 시적 대상 사이의 거리에 따라 궁극적
으로 사대부 남성작가와 남·녀 화자는 어떻게 관련 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를 살
펴보았다. 여기서는 앞장의 논의에 이어 시적 화자의 발화방식에 주목하는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남성화자와 여성화자로 나뉘어지는 시적 화자를 통해 이루어지는
발화행위가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살펴 볼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즉 화자
(話者)와 청자(聽者)간의 의사 소통이 이루어진다. 언어를 매개로 발화하는 경우에
는 화자와 청자의 관계를 상정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점은 언어를 매개로 하는 문
학 작품 역시 일종의 발화행위라 간주하고, 누가 어떠한 내용을 누구에게 발화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 서정 장르에 근거하고 있는 한시의 경우에는 여
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에서 남성화자인가 여성화자인가에 따라 발화방식이 어
떻게 분화되어 나타나고 있는가 말하자면 남성화자를 통해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군의 경우는 어떠한 방식으로 시적 화자의 발화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반
면에 여성화자에 의한 발화행위에서는 어떠한 방식을 통해서 발화가 이루어지고 있
는가 하는 점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시적 화자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택할 수 있는 발화방식은 독백 형식과 대화 형식
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독백형식이란 특정 대상을 향해 발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
신의 내면세계를 향해 다짐하는 듯이 발화하는 형식을 일컫는 말이다. 반면에 대화
형식이란 발화의 내용이 자신의 내면 세계를 향해 다짐하는 형식이 아니라 특정한
대상을 향하여 발화하는 형식을 일컫는 것이다. 그럼, 다음에서는 남성화자와 여성
화자의 작품에서 독백 형식과 대화 형식을 통해 발화하고 있는 작품을 대상으로 발
화방식에 나타나는 특성을 살펴보겠다. 우선, 독백 형식으로 발화하는 남·녀 화자
별 작품을 살펴보자.

<1> 頭流山高南海深 두류산은 높고 남해는 깊고
煙四塞淸晝陰 사방에는 장기 어려 한낮에도 음침하네
三年逐客苦留滯 삼년의 귀향살이 괴롭게 지내자니
懷歸更奈傷春心 다시금 돌아가고픈 마음 춘심을 어찌 견디나
欲修尺書寄美人 열 치의 편지를 고쳐 써서 미인에게 부치고자 하여도
塞上不征河鯉 변방의 기러기 오지 않고 강물의 잉어도 잠겼구나
山更高兮水更深 산은 더욱 높고 물도 더욱 깊어서
天涯地角力難任 하늘가 땅 끝에서 어찌할 수 없구나
相思一夜夢中見 그리운 마음에 한밤중 꿈속에서 보게되니
美人遣我雙黃金 미인이 나에게 황금 한 쌍을 주시는구나
不重黃金重人意 황금은 중하지 않고 님의 뜻이 중하건만
覺來金與人難尋깨고나니 황금도 님과 더불어 찾을 수 없구나

이 작품은 이첨의 <유소사(有所思)>라는 작품으로 남성화자에 의해 발화가 이루
어지고 있다. 여기서 남성화자는 유배지로 귀양 온 작가와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작가의 현실 인식에 부합하는 내용의 발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발화방식에
주목해 보면, 특정 대상을 지향하는 발화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에게 발화하고 있는
독백형식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총12구의 짧은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서사적 완결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남성화자는 독백형식을 통해 '미인
(美人)'이라 칭하는 시적 대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미인은 임금을 여성
화한 표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독백형식의 발화를 통해 형상화되고 있는 미인은
시적 화자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움직임이 없는 정(靜)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
는 반면 시적 화자는 시적 대상인 미인을 향해 지속적으로 합일을 이루고자 하는
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시적 대상을 지향하는 발화가 작품의 후반부에
서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발화의 시발점은 시적 대상으
로부터 출발하고 있으나 발화의 최종 귀착점은 시적 화자 자신에게로 귀착되고 있
음이 확인된다. 이처럼 남성화자가 독백형식으로 발화행위를 하는 작품에서는 시적
대상이 되는 여성을 향하여 발화가 이루어지다가 결국은 시적 화자에게로 최종 귀
착되는 형식을 보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여성화자가 독백형식으로 발화하고 있는
작품을 살펴보자.

<4> 扈駕遼天夢 임금님의 수레를 따르며 하늘의 꿈은 멀기만 한데
承恩漢殿心 은혜를 입은 한나라 궁전의 마음이네요
延春宮漏永 봄이 이르러 궁전에 오래도록 스며드는데
悲栗塞雲深 변방의 구름 깊으니 슬프고 처량하네요
積雪埋氈帳 눈은 쌓여 모직 휘장을 묻는데
寒風透錦衾 차가운 바람이 비단 이불에 스며드네요
此身何足惜 이 몸이 어찌 족히 안타까워 하겠습니까
祝聖自長吟 임금님을 기원하며 홀로 길게 읊조립니다.

이 작품은 이색의 <궁인(宮人)>이라는 작품으로 시적 화자가 궁녀로 설정되어
있다. 작품의 시적 화자인 궁녀는 임금만을 기원하며, 임금으로부터 승은(承恩)을
입고자 하는 소망을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결구(結句)에 가서는 "임금님을 기원하
며 홀로 길게 읊조립니다(祝聖自長吟)"와 같은 표현을 통해 임금님만을 기원하면서
홀로 길게 읊조리며 체념하는 듯한 궁녀의 형상을 창조하였다. 이처럼 여성화자가
독백의 형식으로 발화하고 있는 작품에서는 시적 화자의 발화가 시적 대상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으나 발화의 최종 귀착점은 여성화자 자신의 내면 세계를 지향하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결국 여성화자가 자신의 내면 세
계를 지향하며 다짐하는 형식을 통해 현실에 순응적이며 규범적인 여성형상 또한
창조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다음의 작품에서도 확인되는 바이다.

<5> 斷啼鶯春 애닳구나 꾀꼬리 우는 봄일수록
洛花紅簇地 떨어진 꽃이 빨갛게 땅에 깔리네
香衾曉枕孤 향긋한 이불에 새벽 베개 외로워
玉 雙流淚 옥같은 볼에 두 줄기 눈물이 흐르네
郞信薄如雲 낭군의 믿음은 구름처럼 얄팍하니
妾情搖似水 나의 심정 물같이 흔들리네
長日度與誰 긴긴 날을 누구와 함께 지낼까
皺却愁眉翠 수심하느라 검은 눈썹 주름지네

이 작품은 이규보의 <미인원회문(美人怨廻文)>이라는 작품으로 여성화자의 발화
행위가 시적 화자의 내면세계를 지향하는 독백형식의 작품이다. 시적 화자인 여성
은 님을 기다리면서 원망스러운 심정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님을 기다
리는 고통을 시적 화자 자신의 내면세계를 향하여 발화함으로써 독백의 형식을 취
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처럼 시적 화자를 여성으로 설정하고 독백형식을 통해 발화
행위를 하고 있는 작품에서는 대체로 소극적인 자세로 현실에 순응하고자 하는 체
념적인 여성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남·녀화자에 의해 독백형식으로 발화가 이루어진 작품
에서는 공통적으로 시적 대상으로부터 발화가 시작되고 있으나 발화의 최종 귀착점
은 시적 화자에게로 귀착됨을 볼 수 있었다. 아울러, 여성의 형상 또한 수동적이며
소극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그럼 다음에서는 남·녀 화자가 대화 형식을 통해 발화하고 있는 작품을 대상으
로 그 발화방식에 나타나는 특성을 살펴보겠다. 그런데 한시에서는 일반적으로 남
성화자에 의해 독백 형식으로 발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다. 따라서
남성화자에 의해 발화가 전개되면서 독백이 아닌 대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
은 흔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2> 莫 爲州樂 고을 살이 즐겁다고 말하지 마시오
爲州憂轉稠 고을 살이 걱정만 밀려온다오
身無尺帛暖 몸에는 한 척의 따뜻한 비단옷도 없고
囊欠一錢留 한 푼의 돈도 남아 있을 날이 없다오
妻喪嚬難解 성내는 마누라 찌뿌린 눈살 펴기 어렵고
兒飢哭不休 어린 자식 배고파 울음 끊일 사이 없구려
三年如未去 삼년 뒤에도 그만두지 못한다면
白髮欲渾頭 흰 머리털이 모두 빠져버리겠구나

이 작품은 이규보의 <막도위주락사수(莫 爲州樂四首)>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이
다. 시적 화자는 작가와 일치하고 있는 남성화자로 설정되어 있으며, 발화의 방식을
보면 제1구에서 드러나듯 "고을 살이 즐겁다고 말하지 마시오(莫 爲州樂)"라 함으
로써, 자신의 내면을 지향하는 독백형식이 아니라 특정한 대상을 향하여 발화하는
대화형식을 통해 발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의 발화는 "고을
살이", "비단옷", "성내는 아내", "어린 자식" 등의 시적 대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최
종 귀착점은 시적 화자의 내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다음과 같은 작품
에서도 확인된다.

<3> 碧池春暖穀舒紋 푸른 연못의 따뜻한 봄철에 비단 깃 펼치고
盡日雙浮不暫分 하루종일 나란히 떠 잠시도 떨어질 줄 모르네
莫使美人容易見 미인에게는 함부로 보게 하지 마시오
片時勿欲放郞君낭군을 잠시도 놓아 주지 않을까 두렵네

이 작품은 이규보의 <원앙희작(鴛鴦戱作)>이라는 작품으로 남성화자에 의해 발
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독백형식이 아니라 대화형식에 의존하
고 있음은 제3구의 "미인에게는 함부로 보게 하지 마시오(莫使美人容易見)"와 같은
표현을 통해서이다. 이같은 표현은 시적 화자 자신의 내면을 향해 다짐하는 형식이
아니라 특정한 대상을 향해 이야기하는 대화의 형식에 해당하는 것이다. 시적 화자
가 발화하고 있는 대상은 미인이 아니라 제4구에서 표현된 "낭군(郞君)" 정도의 인
물이 해당할 것이다.
이번에는 시적 화자를 여성으로 설정하고 대화형식을 통해 발화행위가 이루어지
는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그런데, 대화형식을 통해 발화가 이루어 진다는 것
은 기본적으로 의미의 전달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즉 전달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을 때, 대화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화형식에는 필수적으로 발화 주
체의 의지나 의도 내지 욕망 따위가 개입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서적 화자가 여성
으로 설정된 작품에서 여성화자의 발화행위가 대화형식을 지향하는 경우에는 어떠
한 의도 내지는 욕망 따위가 개입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다음에서는 구체적인
작품의 실상을 통하여 논의하겠다.

<6> 妾年十五嬌且癡 제 나이 열 다섯 때에는 어리광피며 철이 없어
見人惜別常發嗤 남의 이별 서러워하는 것을 보곤 항상 비웃었습니다.
豈知吾生有此恨 어찌 알았겠습니까, 나의 삶에도 이러한 한(恨)이 있어
靑 一夜垂霜絲 푸른 귀밑머리 하룻밤에 서리맞은 듯 하얗게 될 줄을
愛君無術可得留 당신을 사랑했지만 머물게 할 방법이 없군요
滿懷都是風雲期 가슴에 부푸른 풍운의 뜻 때문이랍니다.
男兒功名當有日 남아의 공명은 마땅히 날이 있겠습니다만
女子盛麗能幾時 여자의 고운 얼굴은 능히 얼마나 가겠습니까
呑聲敢怨別離苦 울음을 삼키며 감히 이별의 괴로움을 원망합니다.
靜思悔不相逢遲 가만 생각하면 늦게 만나지 못했음이 후회스럽습니다.
歸程已過康城縣 돌아가시는 길은 이미 강성현을 지났겄만
抱琴久立南江湄 거문고 끌어안고 오래동안 남강 물가에 서 있습니다.
恨妾不似江上上 한스러운 이 몸은 강위의 기러기만도 못하니
相思萬里飛相隨 서로 그리워하여 만리를 서로 따르며 날아 다니는군요
牀頭粧鏡且不照 침상 끝에 화장 거울도 또한 비추어 보질 않으니
那堪更著宴時衣 어찌 다시금 잔치 때의 옷을 꺼내 볼 수 있겠습니까
愁來唯欲徑就睡 시름이 오면 오직 서둘러 잠 속으로나 빠져들어
夢中一笑携手歸 꿈 속에서 한 번 웃으며 손 잡고 돌아오고 싶습니다.
天涯魂夢不識路 하늘 끝 꿈 속의 혼은 길을 알지 못하니
人生何以慰相思 인생이 어찌 써 그리워하는 마음을 위로하겠습니까.

이 작품은 앞의 "4.1. 시적 대상과의 거리"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정포의 <원별리
(怨別離)>라는 작품으로 이별하는 기녀 신분의 여성이 형상화되어 있다. 내용적 측
면에 주목할 때, 여성화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회고하며 시상을
전개한다. 남이 이별하며 서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는 항상 비웃었는데, 시적 화자
자신의 삶에도 이별의 한(恨)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술회한다. 여성화자는 사랑하는
대상을 보내야만 하는 입장이다. 사랑하는 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는 남아의 부
귀와 공명 때문이다. 그러면서 화자는 7구와 8구를 통해 남성의 공명과 여성의 아
름다움을 대비시킴으로써 아름다움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여성화자는
"울음을 삼키며 감히 이별의 괴로움을 원망(呑聲敢怨別離苦)"하면서 "서로 늦게 만
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제11구에 이르면 화자의 시선은 떠나가고
있는 님에게로 향하고 있다. 여성화자는 떠나는 님을 보며 강위를 마음대로 날아
다니는 기러기만도 못한 자신의 신세가 한스럽기만 하다. 그러기에 님이 부재하는
상황은 여성화자에게는 존재 의미마저도 상실되어 화장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볼
필요도 없고, 님과의 추억이 간직되어 있는 잔치 때의 옷도 다시 꺼내어 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을 야기한다. 이처럼 님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지면 차라리 꿈 속
에서나마 님의 손을 잡고서 돌아오고 싶다는 심경을 드러낸다. 그러나, 결국 꿈 속
의 혼은 님에게 이르는 길을 알지 못하고 헤메고 있으니 그리워하는 마음을 위로받
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원망을 표출하고 있다.
위의 작품 <원별리>에서 시적 화자의 발화방식에 주목할 때, 시적 화자인 '기녀'
는 발화의 주체로서 현재 자신이 처한 이별상황을 노래하고 있다. 발화의 대상은
자신을 남겨두고 떠나가고 있는 '님'을 향하고 있다. 그 대상이 되고 있는 '님'이 작
품 내에서는 제5구에서 '당신(君)'이라 불려지기도 하고, 제7구에서는 남성인 '님'의
특성을 일반화시켜 '남아(男兒)'라고 칭하기도 하였다. 시적 화자는 이러한 대상에게
의문형을 통해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제5구에서는 "당신을 사랑했지만 머물게
할 방법이 없군요(愛君無術可得留)"라 함으로써 떠나는 대상에게 직접적인 발화행
위를 하고 있으며, 제7구와 8구를 통해서는 "남아의 공명은 마땅히 날이 있겠습니
다만/ 여자의 고운 얼굴은 능히 얼마나 가겠습니까(男兒功名當有日/ 女子盛麗能幾
時)"라 하면서 발화의 귀착점이 대상을 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제15구와 16구를
통해서도 "침상 끝에 화장 거울도 또한 비추어 보질 않으니/ 어찌 다시금 잔치 때
의 옷을 꺼내 볼 수 있겠습니까(牀頭粧鏡且不照/ 那堪更著宴時衣)"라 함으로써, 여
성화자의 발화가 의문문의 형식을 통해 발화의 대상을 지향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처럼 '기녀' 신분으로 이별 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화자를 통해 발화 행위가 이루
어질 경우에는 시적 화자의 발화가 자신의 내면세계가 아닌 시적 대상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는 곧 대화 형식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형상에 주목하
면 남성화자에 의해 형상화된 작품과는 달리 님과의 합일을 희망하는 시적 화자의
의지나 욕망을 적극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여성화자에 의해 대화
형식을 빌어 발화하고 있는 다음의 작품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7> 寒燈孤枕淚無窮 차가운 등불 외로운 잠자리에는 눈물이 끝 없으니
錦帳銀屛昨夢中 비단 장막 은병풍은 어젯밤 꿈 속이구나
以色事人終見棄 색으로 사람을 섬기면 마침내는 버림을 받나니
莫將紈扇怨西風 비단 부채야! 장차 가을 바람을 원망하지 말아라

이 작품은 정추의 <노기(老妓)>라는 작품으로 '늙은 기녀(老妓)'를 시적 화자로
등장시켜서 여성화자의 발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의 발화방
식에 주목할 때 제4구에서 화자는 '비단부채(紈扇)'를 대상화하여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제4구에서 "비단 부채야! 장차 가을 바람을 원망하지 말아라(莫將紈扇
怨西風)"라고 함으로써, '비단 부채'를 대상화하여 발화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동시
에 '-말아라'라는 명령형 어미를 통해 특정 대상을 향해 발화하는 대화 형식을 취하
고 있다. 이처럼 작품 <노기(老妓)>는 시적 화자의 발화행위가 대상을 향하고 있는
대화 형식의 발화방식에 의해 시상이 전개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여기서의 여성형
상은 자신의 삶을 통해 터득한 체험을 비단 부채를 의인화하여 발화하고 있는 것이
다. 말하자면 시적 화자 자신이 처한 현실의 상황을 제1·2구에서 "차가운 등불 외
로운 잠자리에는 눈물이 끝 없으니/비단 장막 은병풍은 어젯밤 꿈 속이구나(寒燈孤
枕淚無窮/錦帳銀屛昨夢中)"라고 표현함으로써, 젊고 화려했던 기녀 시절이 이제 와
서는 어제 밤에 꾼 꿈과도 같다며 스스로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3구
를 통해서는 "색으로 사람을 섬기면 마침내는 버림을 받나니(以色事人終見棄)"와
같은 표현을 통해 자신의 삶을 후회하고 있다. 결국 늙은 기녀로 설정되어 있는 시
적 화자는 자신의 신세를, 더운 여름에는 항상 소중하게 다루어지다가 차가운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버림받는 부채와 같은 신세임을 한탄하면서 제4구에서 "비단
부채야! 장차 가을 바람을 원망하지 말아라(莫將紈扇怨西風)"라고 발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성화자와 여성화자로 구분되는 시적 화자에 대하여 독백과 대화라는
발화방식에 따라 어떠한 특성을 바탕으로 발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는가 하는 발화방
식 상의 문제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우선 남성화자가 여성을 시적 대상으로 형상
화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독백형식과 대화형식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화가 시적
대상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으나 발화의 최종 귀착점은 시적 화자 자신을 지향하고
있었으며, 남성화자에 의해 형상화된 여성의 모습은 독백과 대화라는 발화방식과는
상관없이 대체로 소극적이며 현실에 순응적이며 체념적인 여성형상이 그려지고 있
었다. 반면 여성화자가 여성을 시적 대상으로 형상화한 작품의 경우를 살펴보면, 독
백형식을 통해 발화하고 있는 작품에서는 남성화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적 대상
으로부터 발화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발화의 최종 귀착점은 여성화자 자신의 내
면세계를 지향하고 있었고, 여성형상 또한 현실에 순응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
었다. 그러나 여성화자가 대화형식을 통해 발화하는 작품의 경우에는 발화의 최종
귀착점이 여성화자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시적 대상을 향하고 있었으며, 여성
형상 또한 남성화자에 의해 그려진 여성형상 보다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이나 의지 등을 대담하게 표출하는 여성형상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4.3. 정서의 특성

이장에서는 남·녀 화자별로 표출할 수 있는 희(喜), 노(怒), 애(愛), 락(樂), 애
(哀), 오(惡), 욕(欲)의 다양한 정서 가운데 동일한 정서를 대상으로 하는 남성화자
와 여성화자의 작품에서 각각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하는 점에 초점
을 맞추어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예컨대, 남성화자와 여성화자의 작품에서 동일하
게 '기쁨(喜)'을 형상화 했다 하더라도 남성화자에 의해 형상화된 작품에서의 기픔
은 어떠한 정서적 특성을 갖고 있는가? 마찬가지로 여성화자에 의해 형상화된 작품
에서의 기픔은 어떠한 정서적 특성을 갖고 있는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
를 전개할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열거한 모든 정서를 대상으로 논의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되므로,
일단은 앞에서 열거한 칠정(七情)을 특성별로 구분한 후에 논의하는 것이 효과적이
라 생각된다. 우선, 동류항끼리 분류해 보면 기쁨(喜)과 즐거움(樂)과 애정(愛)이 한
부류를 형성하는 것이며, 분노(怒)와 슬픔(哀)과 증오(惡)가 또 한 부류를 차지할 것
이며, 욕정(欲) 또한 하나의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기쁨, 즐거움, 애
정은 인간 성정의 긍정적 측면을 드러내는 것이고, 분노, 슬픔, 증오는 부정적 측면
을 드러내는 것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욕망은 앞에서 열거한 여섯 가지 정서에
기초하여 촉발되는 정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에서 열거한 전자의
기쁨, 즐거움, 애정의 긍정적 정서는 자아와 대상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때에 발흥
되는 정서인 반면, 후자의 분노, 슬픔, 증오의 부정적 정서는 자아와 대상의 부조화
와 갈등의 상황에서 발흥되는 정서에 해당한다. 이렇게 볼 때 국문시가인 고려속요
와 고려시대 한시 가운데 여성화자의 작품은 거의 모든 작품에서 슬픔의 정서가 표
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자아와 대상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갈등을 빚었던 불안
정한 당대의 시대적 상황이 작품에 반영된 결과라고 판단된다.
이 논문에서는 고려시대의 시가문학(詩歌文學)에서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정서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슬픔(哀)'의 정서를 대상으로 남·
녀 화자별 정서의 특성을 살펴보겠다. 남성화자와 여성화자에 의해 슬픔의 정서가
표출되고 있는 작품으로는 다음의 두 작품을 꼽을 수 있다. 남성화자에 의해 슬픔
의 정서가 형상화된 작품은 이색의『목은고』시고 권16, 32면에 기록되어 있는 <잠
부사전편(蠶婦詞前篇)>이라는 작품으로 고되게 노동하는 계집종의 모습을 통해 시
적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여성화자에 의해 슬픔의 정서가
형상화되고 있는 작품은 역시 이색의『목은고』시고 권25, 23면에 실려 있는 <신흥
개창견옥상상(晨興開窓見屋上霜)>이라는 작품이다. 우선, 남성화자를 통해 슬픔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는 작품을 대상으로 그 정서적 특성을 살펴보기로 하자.

<1> 新繭如黃金 새 누에고치 황금과 같은데
不愁露肌膚 살갗 드러나는 것 근심하지 않네
採桑走朝夕 뽕잎 따러 조석으로 바삐 달리니
艱哉小女奴 괴롭도다, 이 어린 종이여
懸知霜雪中 분명히 알았노라 눈서리 치는 날
爾獨無袴 너만이 추운 날 속바지 없는 것을
當朝赫赫者 조정의 위세 있는 당당한 자들
車馬溢通衢 수레와 말 큰 길에 가득하구나
國恩豈不厚 나라 은혜 어찌 두텁지 않은가
密室敷 밀실에는 담요를 펼쳐 놓았네
加之以重 겹 가죽 옷을 더해 입고서는
乘醉仍歌呼 술에 취해서 이에 노래부르네
輕羅剪春服 가볍고 얇은 비단으로 봄옷을 해 입으니
肯復流汗珠 어찌 구슬같은 땀방울을 흘리겠는가?
人生有定分 인생에는 정해진 분수가 있는데
敢怨充官租어찌 감히 관에서 조세 충당함을 원망하겠는가?

이 작품은 이색의 <잠부사전편(蠶婦詞前篇)>이라는 작품으로 천민여성인 어린
여종을 대상으로 남성화자에 의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품에서는 조세를 충당하기
위해 추운 겨울날 속옷도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뽕잎을 따는 노동에 시달리는 어
린 계집종을 형상화하고 있다. 남성화자가 표출하고 있는 정서의 특성에 주목해보
면, 밑줄 친 부분과 같이 고된 노동행위에 시달리고 있는 여종을 통해, 시적 화자는
시적 대상인 어린 계집종에 대하여 슬픔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남성인 시적 화
자의 슬픔은 밑줄 친 부분에 이어지는 후반부에서 부패한 지배계층의 모습과의 대
비를 통해서 더욱 슬퍼지게 되는 것이다.
다음에서는 여성화자에 의해 표출되고 있는 슬픔의 정서적 특성은 무엇인지 살펴
보기로 한다. 이같은 작품은 시적 화자와 시적 대상이 여성으로 일치하고 있는 작
품이다. 이러한 작품은 작가만이 남성일 뿐, 시적 화자와 시적 대상은 모두 여성으
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2> (전략)
霜落已數夕 서리 내린지가 이미 며칠 밤이 지났건만
心懷不敢言 마음에 품고서 감히 말 하지 못한다네
忍凍匪懸隔 멀지 않은 추위를 참고 있어도
不蒙宅主恩 집 주인의 은혜를 입지 못하니
性命誰見惜 성품과 운명을 뉘라서 안타까이 보겠는가
敲氷晨汲泉 새벽에는 얼음을 깨고 샘물을 길으니
我脚或時赤 내 다리가 간혹 때때로 붉어지누나
支體僅免露 몸둥아리만이 겨우 이슬을 면하니
我心誠惻惻 내 마음은 진실로 슬프고 슬프도다
(후략)

위의 작품은 이색의 <신흥개창견옥상상(晨興開窓見屋上霜)>이라는 작품으로 천
민여성에 속하는 어린 계집종을 시적 화자로 설정하여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볼 때 사대부 남성인 시적 화자의 발화가 선행되다가 이 시적 화자는
어린 계집종이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서 무심히 내뱉는 소리를 듣게 된다. 위의 인
용문은 어린 계집종이 쪼그려 앉아서 원망스러운 어조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 부분이다. 위에서 인용한 부분이 계집종의 발화부분인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계절은 이미 초겨울에 접어들었건만 집주인의 보살핌이 없어서 추위에 떨고만 있을
뿐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어린 여종의 체험이 시적 화자의 발화를 통해 형
상화되어 있다. 위의 인용 부분 가운데 제5구에서는 계집종으로 태어난 자신의 "성
품과 운명을 누가 안타깝게 여겨주겠는가(性命誰見惜)"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
며 그로 인해 촉발되는 슬픔을 표출하고 있다. 여기서 시적 화자의 슬픔은 자신의
직접체험에 의해 촉발되고 있는 주관적 정서인 것이다. 즉 그 슬픔은 매일 새벽이
면 얼음을 깨고 샘물을 길어야 하고, 동상에 걸려 붉어진 다리를 하고서도 이슬만
을 겨우 면할 만한 옷가지로 몸둥아리를 가리고 있는 자신의 비참한 신세에 대한
시적 화자의 슬픔이 형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점은 마지막 두 구절에서 "몸둥아리
만이 겨우 이슬을 면하니/ 내 마음은 진실로 슬프고 슬프도다(支體僅免露/ 我心誠
惻惻)"와 같은 표현을 통해서 확인된다.
결국 이 작품은 여성화자인 어린 계집종이 시적 화자로 등장하여 자신의 발화를
통해 주관적 정서인 슬픔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계집종의 슬픔이라는 정서의 커
다란 범주 아래에는 궁핍한 현실과 주인에 대한 원망스러움 등의 층위 또한 아울러
내재되어 있다. 앞의 작품인 <잠부사전편(蠶婦詞前篇)>에서 남성화자에 의해 여성
이 형상화될 때에는 주로 노동의 고됨이나 수고로움에 대하여 이를 객관적 대상으
로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정서가 주로 표출되고 있었던 반면에 뒤의 작품 <신흥개
창견옥상상(晨興開窓見屋上霜)>에서와 같이 여성화자에 의해 여성이 형상화되는 경
우는 시적 화자가 자신의 발화를 통해 직접적 체험을 발화하면서 촉발되는 슬픔이
형상화되고 있었다. 남성화자를 통한 정서표출의 경우에는 작가의 사회적 역할에
부합되는 발화내용과 여성형상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다양한 정서가 표출되고 있으
나 여성화자를 통한 정서표출의 경우에는 작가의 개인적 욕망을 위주로 표출하고
있었고, 그 욕망은 사대부 작가가 현실생활에서 충족할 수 없었던 욕망이기에 자아
와 대상의 갈등·부조화의 상황에서 빚어지는 정서인 '슬픔(哀)'으로 귀결되는 결과
를 초래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점은 일반적으로 남성화자가 여성을 형상화하는 경우, 시적 대상이 되
고 있는 여성의 형상을 간접적이며 객관적인 방식을 통해 접하게 됨으로써 대상에
대한 슬픔의 정서가 촉발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여성화자가 여성을 형상화하는 경
우, 시적 화자 자신의 발화를 통해 정서를 표출하는 작품의 경우에는, 시적 화자의
직접 체험을 통해 겪은 경험 요소 내지는 현실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시적 화자의
주관적 정서가 형상화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시적 대상과의 거리(4.1.)와 발화방식(4.2.) 그리고 정서의 특성(4.3.)에
관해 살펴보았다. 여기서 살펴보았던 세 축은 작품 내에서 각기 개별적으로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 관계로 작품 내에서 실현되고 있었다. 이상의 논의를 유
기적으로 재구성하여 결론을 내리면 다음과 같다.
남성화자의 경우는 사대부 남성작가에게 현실에서 요구되는 목소리에 부합하고자
할 때 선택되고 있었으며, 이같은 현실원칙과 함께 발화의 방식은 시적 대상이 되
는 여성으로부터 시적 자아를 지향하는 독백형식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발
화방식에 의해 창조된 여성형상은 현실 순응적이며 소극적·체념적인 여성의 형상
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정서적 측면에서는 시적 화자의 간접체험에 의해 슬픔이 표
출되고 있었고, 여기서의 슬픔은 객관적 대상 혹은 상황에 의해 촉발되는 시적 화
자의 정서에 해당하였다.
여성화자의 경우는 사대부 남성작가에게, 자신의 욕망이나 의도 등이 현실의 규
범 및 검열 등과 대립하게 될 때, 남성화자를 통해서 드러내기 어려운 경우, 이를
대신하기 위해 선택하는 문학적 장치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는 곧 남성화자를 통해
서 드러내기 어려운 욕망이나 작가의 특정한 의도 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적
자아가 아니라 시적 대상을 향해 어떠한 욕망이나 의도 등을 드러내고 있다는 특성
으로 인해 발화방식 또한 시적 자아로부터 시적 대상을 향해 발화하는 대화 형식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로 인한 여성형상은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자신의 의도나
욕망을 과감하게 표출하고 있는 여성형상을 창조하고 있었다. 아울러 정서적 측면
에서는 시적 화자의 직접체험에 기초하는 슬픔이 형상화되고 있으며, 여기서의 슬
픔은 주관적 자아의 직접체험을 통해 촉발되고 있다는 정서의 특성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장의 서두에서도 잠시 언급하였듯이, 고려시대 한시 가운데 여성화자의 작품
수는 대략 52수 정도였는데, 이중에서 기녀의 작품 2수와 매우 부분적으로 여성화
자가 삽입되어 있는 작품 등을 제외하면 순수 여성화자의 작품으로 다룰 수 있는
자료는 몇 수가 되지 않는다. 이 논문에서는 이처럼 몇 수 되지 않는 여성화자의
작품을 중심으로 일반화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논리적
비약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는 조선조로 이어지는 문학적 관습에 의
해 창작된 여성화자 한시를 검토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5. 결 론

지금까지 고려시대 한시의 여성형상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여기에서는 이상의 논
의를 요약·정리함으로써 결론을 대신하겠다. 우선, 이 논문은 우리의 문학사에서
중세시기에 해당하는 고려시대의 시가사(詩歌史)를 대상으로, 그동안 국문시가에만
치우쳐 연구가 이루어졌던 편향성을 극복하고, 당대의 국문시가와 더불어 또 다른
중심 축을 이루었던 한시(漢詩)를 연구함으로써 고려시대 시가사의 실상을 온전하
게 파악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하였다. 그리하여 고려시대의 중심 장르를 차지
하였던 고려속요의 경우에 많은 작품들이 여성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다수의 작품
들은 여성화자를 통해 시상을 전개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도 그와 같은
여성형상에 주목하여 고려시대 한시에 그려진 여성형상에 주목하였던 것이다. 이같
은 의도를 바탕으로 각 장별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우선, 제2장에서는 예비적 검토의 장을 마련하여 이 논문에서 사용되고 있는 핵
심적인 개념들을 규정하면서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자료의 범위를 제시하였다. 그
리고 여성의 형상을 체계적이면서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여성
형상에 대한 유형분류의 기준과 실제 작품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제시한 여성형상
에 대한 유형분류의 기준은 비단 한시에서만 해당되는 특수한 분류기준이 아니라
국문시가와 한문시가를 포함하는 우리 고전시가의 모든 장르에 걸쳐 적용이 가능한
여성형상의 분류기준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2장에서는 연구
대상이 되었던 자료를 분석·검토함으로써 산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자료의 분포와
그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제3장에서는 제2장에서 마련된 유형분류의 기준에 입각하여 일곱 가지 여성형상
에서 드러나는 대상별 특성에 주목하여 네 가지 항목에 걸쳐 분류하였다. 즉 일곱
가지 여성형상을 통해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였나 하는 측면에 주목하였던
논의였다. 그 결과 궁중여성을 등장시키는 경우에는 임금을 중심으로 그려진 궁녀
의 형상을 통해 금기와 욕망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래서 금기에 순응하며 임금만을
그리워하고 따르는 궁녀의 형상을 통해서는 충신연군지정(忠臣戀君之情)을 형상화
하고 있었다. 반면에 금기를 위반하며 자신의 욕망을 추구한 경우에는 충신연군지
정의 정서보다는 남녀상열지정(男女相悅之情)의 정서가 표출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
다수의 작품에서 유교적 이념을 강화하고자 하였던 의도 하에 연군지정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었다. 이러한 형상화방식은 당대의 사대부들이 지향했던 사유구조의 일
단면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그리고 사대부여성, 서민여성, 천민여성이 형상화되는
경우에는 가난과 관련된 '생활고(生活苦)'의 형상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사대부여성의 생활고를 통해서는 사대부 남성작가의 벼슬길로의 진
출을 의도하였고, 서민여성과 천민여성의 생활고를 통해서는 선정(善政)과 이상사회
건설(理想社會建設)이라는 작가의 궁극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었음이 드러났다. 또한
기녀가 중심이 되는 특수신분여성과 특정 계층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범칭여성을
대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군에서는 주로 '애정'과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의 문
제를 중심으로 형상화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선계여성을 대상으로 형상
화하고 있는 작품군의 경우에는 인간의 '유한성 극복'과 관련되어 형상화되고 있었
다. 이러한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작가 정신영역의 기저(基底)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나 내용, 의도 등이 여성형상의 일곱 가지 대상에 따라 이미 분화되어 있었음
을 뜻하는 것이었다.
제4장에서는 3장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을 더욱 예각화하기 위해 이번에는 형상화
방식상에 나타난 시적 화자별 특성에 주목하여 논의하였다. 앞의 제3장이 여성형상
의 대상별 특성에 주목하였던 논의였다면 여기서의 논의는 남성과 여성으로 양분되
는 시적 화자별 특성에 주목하는 논의였다. 그리하여 시적 화자를 매개로 하여 작
가와 시적 대상과의 거리, 발화방식, 정서의 특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그 결과 남성화자에 의한 여성형상은 작가와 시적 대상과의 거리가 서
로 먼 위치에서 존재하고 있었으며 사대부 작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에 부합하는 여
성형상을 창조하고 있었고, 여성화자에 의한 여성형상의 경우에는 작가와 시적 대
상이 가까운 위치에서 개인적 욕망을 표출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시적 화자
의 발화방식의 경우, 남성화자의 경우에는 주로 독백 형식에 의존하여 발화행위가
이루어지면서 소극적이며 수동적, 체념적인 여성형상을 창조하고 있었던 반면 여성
화자의 경우에는 주로 대화 형식에 의존하여 발화행위가 이루어지면서 적극적이며
대담한 여성형상을 창조하고 있었다. 이는 남성화자의 경우에는 사회적 역할에 충
실한 목소리를 표출하는 것으로 특정 대상을 향해 발화하지 않고 내적인 사색과 다
짐의 경향을 띠고 있기 때문에 독백 형식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여성화자
의 경우에는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억압하였던 개인적 욕망이 표출되고 있
으며 특정 대상을 향해 발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대화 형식을 취하게 되
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연행방식과 관련하여 살펴볼 때, 남성화자에 의한 독백형
식은 음영(吟詠)에 해당하는 것이며, 여성화자에 의한 대화형식은 가창(歌唱)과 밀
접한 관련을 갖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시적 화자의 정서적 특성의 경우, 남성화자
의 작품에서는 주로 객관적 상황이나 현실인식에 기초하여 정서가 발흥되고 있었던
반면에 여성화자의 작품에서는 주로 직접 체험에 의해 주관적 정서가 표출되고 있
었다. 그런데, 이상의 논의는 남성화자와 여성화자에 의해 여성형상의 일곱 가지 유
형이 다루어진 고려시대의 한시 작품에 한정된 논의였다. 따라서 이와 같은 논의의
성과를 일반화 하기 위해서는 고려시대의 한시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고려시대
이전과 이후의 한시사(漢詩史)에 대한 검토와 아울러 여타의 국문시가 장르와도 충
분한 비교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논의는 방대한 시간과 노
력을 필요로 하므로 이 논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다. 이러한 점은 앞으로 계속되
는 연구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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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추진회,『국역 익재집』1, 2 (솔출판사, 1997)
박성규 역,『보한집』(계명대출판부, 1984)
오영석 역,『소화시평·시평보유』(민속원, 1994)
전영진 역,『역옹패설』(홍신문화사, 1995)
정용수 역,『국역 소문쇄록』(국학자료원, 1997)
최동호 역,『문심조룡(文心雕龍)』(민음사, 1996)
허권수·윤호진 역,『시화총림』(까치, 1993)
홍인표 역,『서포만필』(일지사, 1990)


5. 외국어 단행본 및 번역서

권택영 역,『정신분석비평』(문예출판사, 1995)
이미선 역,『자크 라캉』(문예출판사, 1996)
홍성화 역,『융심리학』(교육과학사, 1985)
Elizabeth Wright,『Psychoanaiytic Criticism』(Methuen, 1984)

Abstract


A Study on the Women's Figures
of the Sino-Korean Poetry in the age of the Koryo Dynasty period


Jun Kyong - Won


This thesis as a study through women's figures portrayed on the
sino-korean poetry in the age of the Koryo dynasty focused main points
on that firstly, what the author's intended subject is and secondly,
following the distinctive male/female poetic persona, what methods are
put into practice to picture women's figures. What is following
explanation is the proofs of these arguments.
Firstly, In order to comprehend systemetically and structurally the
female reality shaped in the genre of sino-korean poetry, the category of
seven women's types are represented with showing the categorical
criteria and practice of these classificational models which are not limited
only sino-korean poetry but become common standard elements of all
poetry genres saturated with female silhouette. Secondly, studying the
works which belong to categorical groups after dividing the seven
models among women's figures, this thesis made clear what the author's
intentions are on the basis of characteristics of women's figures. In
consequence, in the age of the Koryo the literati authors' consciousness
showed that the meanings which they want to deliver are distinctively
differentiated according to women's categorical figures. Thirdly, Through
the focus on poetic persona's main argument, by analyzing a distance
between poetic objects, narrating ways, emotional differentiatives, and both an
author and a poetic persona, this paper unfolded sino-korean poetic genre's
characteristics.
As a preliminary look-through arena before entering into the essential
argument, the second chapter of this research not only accomplished the
necessary pre-exam in the process of proof, but also presented the
concept of women's figures and the marginal material contour to which
this paper's investigation is permitted. and Through the standards of
classification of women's figures and concrete works' illustrations, the
real practice enacted. Furthermore, this treatise surveyed the distribution
and the meaning of sources on the basis of result derived from
scrutinizing all works concerned. Chapter three touched on categorical
characteristics of women's figure and author's intentions. In case of
court women, The love emotions for king who is the center image are
materialized. and On the other hand, to the literati, the popular and the
lowborn status women, their poetry is taken form with economic
distress. After all, through the women's figures who are burdoned by
hardships of life, the author's purposes to overcome these obstacles are
uncovered by the verses of the literati women. The lowborn women's
distressfulness originated from absurd social systems and distorted
realities is expressed with converging author's sympathetic feelings. But
it is proved that although the lowborn women's economic troubles
connected, what is worse, with their inborn social positions and their
character became more miserable, the lowborn status economic
hardships was characterized by its close connection with the author's
writing which revealed his/her destitution by using the the unfortunate's
status. In case of special status women and generally naming women,
most of works represent the love emotions adopting the female
speaker(persona). Within these stylistic works, the everlasting motif viz,
what is called "meeting and parting", created females who are longing
for oneness with their lovers. Availing this trend, the literati women
portraited affectional situations corresponding to order of the day.
Lastly, In the works of depicting imagenary faerie figures as an object,
its purpose is to create transcendental women's figures so as to
surmount the morality of human beings.
The fourth chapter debated on focusing poetic persona distinctive
both female and male. Subsequently, from a distant of poetic objectives, the
male persona expressed a true-blue voice of author's social roles, while female
voice displayed an ardent tone of woman's desire. Even in the styles of
narrating, masculine talkers depicted the negative and resigned female images
by putting in words of soliloquy-orient. But on the other hand, feminine sayers
through a dialogue form portrayed the woman images limned her desires
positively and with boldness. Finally, at the nature of emotion the male voice
conveyed sentiments confronted by objective situations through the object.
Conversely the female voice painted subjective feelings by gaining immediate
experiences.




부록 1. 고려시대 한시의 여성형상화 작품 목록
<부록> 林椿의 <西河集>

<부록> 李圭報의 <東國李相國集> ①


<부록> 李圭報의 <東國李相國集> ②

<부록> 李圭報의 <東國李相國集> ③

<부록> 李圭報의 <東國李相國集> ④

<부록> 李圭報의 <東國李相國集> ⑤

<부록> 李圭報의 <東國李相國集> ⑥

<부록> 李圭報의 <東國李相國集> ⑦

<부록> 李圭報의 <東國李相國集> ⑧

<부록> 李圭報의 <東國李相國集> ⑨


<부록> 李圭報의 <東國李相國集> ⑩

<부록> 李圭報의 <東國李相國集> ⑪

<부록> 李圭報의 <東國李相國集> ⑫

<부록> 陳 <梅湖遺稿>

<부록> 白賁華 <南陽詩集>

<부록> 金坵 <止浦集>

<부록> 李承休 <動安居士集>

<부록> 洪侃 <洪崖遺 >


<부록> 安軸 <謹齋集>

<부록> 李齊賢 <益齋亂藁> ①

<부록> 李齊賢 <益齋亂藁> ②

<부록> 崔瀣 <拙藁千百> - 해당작품 없음

<부록> 閔思平 <及菴詩集> ①

<부록> 閔思平 <及菴詩集> ②


<부록> 李穀 <稼亭集> ①


<부록> 李穀 <稼亭集> ②


<부록> 李達衷 <霽亭集>

<부록> 鄭 <雪谷集>

<부록> 白文寶 <淡庵逸集>

<부록> 李集 <遁村雜詠>

<부록> 田祿生 < 隱逸稿>


<부록> 李穡 <牧隱藁> ①


<부록> 李穡 <牧隱藁> ②


<부록> 李穡 <牧隱藁> ③


<부록> 李穡 <牧隱藁> ④


<부록> 李穡 <牧隱藁> ⑤


<부록> 李穡 <牧隱藁> ⑥


<부록> 李穡 <牧隱藁> ⑦

<부록> 李穡 <牧隱藁> ⑧


<부록> 李穡 <牧隱藁> ⑨

<부록> 李穡 <牧隱藁> ⑩

<부록> 李穡 <牧隱藁> ⑪

<부록> 李穡 <牧隱藁> ⑫

<부록> 李穡 <牧隱藁> ⑬

<부록> 李穡 <牧隱藁> ⑭

<부록> 鄭樞 <圓齋 >


<부록> 朴翔 <松隱集>


<부록> 韓脩 <柳巷詩集>


<부록> 鄭夢周 <圃隱集>

<부록> 金九容 < 若齋學吟集> ①

<부록> 金九容 < 若齋學吟集> ②


<부록> 金九容 < 若齋學吟集> ③


<부록> 鄭道傳 <三峯集>


<부록> 成石璘 <獨谷集> ①

<부록> 成石璘 <獨谷集> ②

<부록> 元天錫 <耘谷行錄>


<부록> 卓光茂 <景濂亭集>

<부록> 李存吾 <石灘集> 해당작품 없음

<부록> 李詹 <雙梅堂 藏集>


<부록> 趙浚 <松堂集>

<부록> 河崙 <浩亭集> - 해당작품 없음

<부록> 南在 <龜亭遺藁> 해당작품 없음

<부록> 李崇仁 <陶隱集>


<부록> <東文選> 所在作品 ①


<부록> <東文選> 所在作品 ②

부록 2. 漢詩學位論文 檢索資料

1. 이규호,「개화기 한시의 양식적 변모에 대한 연구」, (서울대 박사논문, 1986)
2. 이병혁,「고려말 성리학 수용기의 한시 연구」, (동아대 박사논문, 1988)
3. 김승룡,「고려무신집권기 한시의 미적특질 및 그 윤리적 모색-」, (고대 석사논문, 1992)
4. 변종현,「고려조 한시의 당송시 수용양상과 한국적 변용」, (연세대 박사논문, 1993)
5. 문영오,「고산 윤선도의 한시 연구」, (동국대학교 박사논문, 1993)
6. 김영진,「고시조의 한시수용에 관한 연구」, (전북대학교 석사논문, 1988)
7. 임호선,「고죽 최경창의 한시연구」, (단국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5)
8. 김원준,「권양촌 한시 연구」, (영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4)
9. 박지영,「금호 임형수의 한시 연구」, (건국대학교 석사논문, 1991)
10. 하정승,「급암 민사평의 한시연구」, (성균관대학교 석사논문, 1995)
11. 김려주,「김운초의 한시연구」, (성균관대학교 박사논문, 1992)
12. 이평복,「김인후 한시 연구」, (충북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3)
13. 강신중,「농암 김창협의 한시 연구」, (영남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4)
14. 안영길,「눌제 박상의 한시연구」, (단국대학교 석사논문, 1986)
15. 양기석,「덕계 오건 한시연구」, (경상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2)
16. 정해출,「독곡 성석린 한시의 연구」, (고려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6)
17. 김상도,「동문선'의 식물소재 한시 연구」, (대구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9)
18. 김진두,「동봉 김시습의 한시연구」, (고려대학교 박사논문, 1988)
19. 정도상,「둔촌 이집의 한시연구」, (충남대학교 석사논문, 1995)
20. 서은영,「둔촌 이집 한시의 연구」, (고려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5)
21. 박의련,「려말 한시의 형태연구」, (충북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81)
22. 최태호,「만해·지훈의 한시 연구」, (한국외국어대 박사논문, 1994)
23. 박정환,「만해 한용운 한시연구」, (충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1)
24. 김경숙,「망헌 이주의 한시연구」, (충남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6)
25. 심미섭,「매월당 김시습의 한시연구」, (강원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2)
26. 정광순,「매창 한시 문학 연구」, (숭실대학교 석사논문, 1989)
27. 윤해희,「면앙정 송순의 한시 연구」, (부산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88)
28. 이재원,「면앙정 송순의 한시 연구」, (단국대학교 석사논문, 1996)
29. 조용제,「목은의 한시연구」, (고려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81)
30. 한혜선,「미수 허목의 한시연구」, (성신여자대학교 석사논문, 1990)
31. 전용숙,「박은 한시연구」, (세종대학교 석사논문, 1990)
32. 남석헌,「방산 허훈의 한시연구」, (영남대학교 석사논문, 1987)
33. 김경수,「백운 이규보의 한시 연구」, (단국대학교 박사논문, 1985)
34. 신무식,「보한재 신숙주의 한시 연구」, (단국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3)
35. 이호정,「삼탄 이승소의 한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논문, 1990)
36. 최명규,「서거정과 그의 한시 연구」, (고려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81)
37. 박희웅,「서거정의 한시연구」, (단국대학교 석사논문, 1985)
38. 정장웅,「서산대사의 한시 연구」, (부산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85)
39. 윤호진,「서정 한시의 의미 표출 양상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박사논문, 1993)
40. 박영익,「석주 권필 한시연구」, (계명대학교 석사논문, 1992)
41. 권녕우,「석주 한시 연구」, (계명대학교 석사논문, 1987)
42. 이승화,「소재 노수신의 한시연구」, (단국대학교 석사논문, 1993)
43. 조순애,「소파 오효원여사의 한시 연구」, (고려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81)
44. 김대현,「송강의 한시 연구」, (충남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79)
45. 김갑기,「송강 정철의 한시 연구」, (동국대학교 박사논문, 1984)
46. 최태호,「송강 정철의 한시 연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사논문, 1988)
47. 송병렬,「송강 한시의 연구」, (고려대학교 석사논문, 1980)
48. 홍순래,「시조에 나타난 한시사상 연구」, (강원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89)
49. 강혜정,「시조의 한시 수용 양상 연구」, (고려대학교 석사논문, 1996)
50. 신장섭,「신라말 당나라 유학생의 한시연구」, (강원대학교 석사논문, 1985)
51. 정우훈,「신란 한시 연구」, (성균관대학교 석사논문, 1984)
52. 김영숙,「신유한 한시연구」, (영남대학교 석사논문, 1981)
53. 박종혁,「양촌 한시 연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석사논문, 1982)
54. 주경렬,「양촌 한시의 연구」, (고려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3)
55. 변종현,「어우 유몽인의 한시연구」, (연세대학교 석사논문, 1988)
56. 최락원,「옥봉 백광훈의 한시 연구」, (단국대학교 석사논문, 1986)
57. 김기림,「용재 이행의 한시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논문, 1987)
58. 정 훈,「우상 이언진의 한시 연구」, (전북대학교 석사논문, 1995)
59. 서보건,「류서의 한시 연구」, (고려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79)
60. 조경년,「유호인의 한시 연구」, (고려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5)
61. 정운채,「윤선도의 시조와 한시의 대비적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논문, 1993)
62. 류근안,「윤선도의 한시연구」, (군산대학교 석사논문, 1994)
63. 곽종석,「율곡의 한시문학 연구」, (한국교원대학 석사논문, 1993)
64. 정민규,「읍취헌 박은의 한시연구」, (성균관대학교 석사논문, 1991)
65. 조영린,「읍취헌 한시 연구」, (영남대학교 석사논문, 1986)
66. 이민하,「이계 홍량호 한시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논문, 1987)
67. 김정덕,「이규보의 한시 연구」, (단국대학교 석사논문, 1985)
68. 박성규,「이규보 한시의 연구」, (고려대학교 박사논문, 1982)
69. 박기홍,「이색의 한시연구」, (홍익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4)
70. 김세계,「이승훈의 한시 연구」, (한남대학교 석사논문, 1993)
71. 박용만,「이용휴의 문학론과 한시 연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석사논문, 1993)
72. 김이곤,「이제현의 한시 연구」, (단국대학교 석사논문, 1982)
73. 이진우,「이제현 한시 연구」, (조선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4)
74. 이성호,「이조후기 한시의 서사적 경향과 형상화방법」, (성균관대 석사논문, 1993)
75. 이달원,「익제 이제현의 한시연구」, (충북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82)
76. 권추자,「임억령의 한시 연구」, (성신여자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0)
77. 박민규,「임제의 한시연구」, (전남대학교 박사논문, 1991)
78. 김건곤,「임춘의 생애와 한시 연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1)
79. 정환표,「자하 신위의 한시연구」, (서울대학교 박사논문, 1987)
80. 구본현,「정몽주 한시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논문, 1996)
81. 명희복,「정삼봉 한시 연구」, (서강대학교 석사논문, 1991)
82. 김창식,「정송강의 가사와 그의 한시와의 대비적 고찰」, (한양대 석사논문, 1983)
83. 정헌용,「정송강의 한시 연구」, (고려대학교 석사논문, 1976)
84. 강석정,「정송강 한시의 구조 분석」, (경기대학교 석사논문, 1993)
85. 윤재선,「정수강의 한시 연구」, (경희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1)
86. 이일재,「정지상과 그의 한시 연구」, (건국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2)
87. 이인주,「정철의 한시에 나타난 사상연구」, (부산여대 석사논문, 1986)
88. 채련식,「정철의 한시 연구」, (연세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1)
89. 변영미,「제주 한시 연구」, (성신여자대학교 석사논문, 1996)
90. 최은숙,「조선후기 민요풍 한시 연구」, (경북대학교 석사논문, 1996)
91. 강구율,「조정암 한시 연구」, (경북대학교 석사논문, 1992)
92. 홍성수,「진명권헌 문학론과 한시 연구」, (영남대학교 석사논문, 1994)
93. 권보경,「초의의순의 한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논문, 1993)
94. 김기련,「최고운의 한시 연」, (고려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83)
95. 이구의,「최고운의 한시 연구」, (영남대학교 석사논문, 1982)
96. 이규대,「최고운의 한시연구」, (고려대학교 석사논문, 1975)
97. 김환철,「탁영 김일손의 한시연구」, (원광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6)
98. 정운채,「퇴계 한시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논문, 1987)
99. 김지연,「하곡 허의 한시 연구」, (충남대학교 석사논문, 1996)
100. 강동욱,「하회봉 한시 연구」, (경상대학교 석사논문, 1988)
101. 김시황,「학봉 한시 연구」, (경북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81)
102. 서백원,「한국 한시 운율론 연구」, (충남대학교 석사논문, 1990)
103. 조영임,「한국 한시의 풍격 연구」, (충북대학교 석사논문, 1995)
104. 이경수,「한시사가의 청대 시 수용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논문, 1993)
105. 박성기,「한시 사시가 연구」,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3)
106. 김윤성,「한시 의경과 서경 연구」, (홍익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4)
107. 나정순,「한시의 시조화에 나타난 시조의 특성 연구」, (이화여대 석사논문, 1981)
108. 김명환,「한시지도의 효과적인 방안연구」, (단국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4)
109. 김미선,「한용운의 한시연구」, (청주대학교 석사논문, 1989)
110. 박원길,「한용운 한시연구」, (전북대학교 석사논문, 1988)
111. 김상남,「허난설헌의 한시연구」, (전남대학교 석사논문, 1981)
112. 이연신,「허난설헌의 한시 연구」, (고려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77)
113. 배미연,「허난설헌 한시의 심상 연구」, (부산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93)
114. 정연봉,「허난설헌 한시의 연구」, (고려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79)
115. 장미경,「허 목 한시 연구」, (세종대학교 석사논문, 1993)
116. 진갑곤,「홍만종의 한시비평 연구」, (경북대학교 박사논문, 1992)
117. 성락현,「홍세태의 한시에 수용된 작가의식 연구」, (한국교원대 석사논문, 1996)
118. 김시표,「회재 이언적 한시연구」, (계명대학교 교육학석사논문, 1983)

* 위에서 제시한 논문은 국립중앙도서관의 정보검색자료에 의한 것으로, 게재 순서는 논문제
목의 가나다 순으로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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