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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회보> 10호에 실린 글

전경원


宮中이라는 공간은 市井의 공간과 구분되는 특수한 공간이었다. 한 나라의 절대적인 권력을 상징하는 임금이 생활하는 곳이기에 그만큼 다양한 禁忌가 존재했다. 궁중에서 살았던 여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궁중여성이라 하면 크게 왕실의 여인과 궁녀로 구분할 수 있다. 임금과 혈연이나 혼인에 의해서 맺어진 여성들은 왕실의 여인이다. 이들을 제외한 궁중 내의 모든 여성이 궁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따금씩은 궁녀의 신분에서 임금의 承恩을 입어 後宮으로 신분이 상승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宮女는 어린 나이에 궁궐에 들어와 늙고 병이 들어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비로소 出宮이 허락되었다. 게다가 궁녀는 혼인도 허락되지 않았을 뿐더러 임금 이외의 모든 남성들과는 일체의 사사로운 관계를 금지하였다. 이런 점에서 젊은 궁녀들에게 '궁중'이라는 공간은, 말 그대로 일체의 욕망이 거세된 좌절과 상심의 공간일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궁녀'의 삶에 얽힌 秘話는 과거로부터 끊임없이 노래로 불려지곤 했다.

紅葉題詩出鳳城 붉은 잎에 시를 지어 궁중 밖으로 보내니,
淚痕和墨尙分明 눈물자욱 먹과 어우러져 아직 뚜렷하구나.
御溝流水渾無賴 궁궐 도랑에 흐르는 물 도무지 믿을 수 없어,
漏洩宮娥一片情 궁녀의 한 조각 情을 흘려보내는구나.

李仁老가 草書로 쓴 작품이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破閑集》에 실려 있다. 어느 날 인로가 지체 높은 집을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였는데, 그 집 벽에 걸려 있는 초서로 된 족자 둘을 보았는데, 그것은 연기에 그을리고 집이 새서 빗물로 얼룩졌으나 형색은 자못 기고하게 보였다. 그때 좌중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그것을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 "아마 이것은 唐·宋 시대 사람의 솜씨인가보지?" 하면서 그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공론을 벌이다가 인로에게 묻는다. 이에 인로가 "이것은 내 솜씨라네" 했더니, 손님들은 깜짝놀라면서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이에 인로는 "이것은 내 영사시 가운데 한 편이라네, 나는 자작이 아니면 이렇게 초서로 쓰지 않네"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만큼 詩境과 그에 따른 含意가 절묘했음을 말한다.
'붉은잎[紅葉]'은 젊고 한창인 여성의 욕망을 상징한다. 꽃다운 젊은 나이로 오직 임금의 은총을 받기 위해 해바라기처럼 살아야 하는 슬픔, 그 위에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곱게 적어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궁궐을 흐르는 도랑에 띄워보낸다. 어찌할 수 없는 외롭고 답답한 신세를 푸념하며, '단풍잎아! 너라도 세상으로 두둥실 떠가서 넓은 세상에 이르거라!' 하는 마음으로 시를 지어 흘러보낸다.

단풍잎이 맺어준 사랑
사실, 이 작품은 故事를 바탕으로 한 詩이다. 당나라 희종 때 사람 于祐가 御溝에서 흘러나오는 단풍잎 하나를 주웠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쓰여 있었다.

流水何太急 흐르는 물은 어찌 그리 빠른지,
深宮盡日閒 깊은 궁궐은 온종일 한가롭네.
殷勤謝紅葉 은근히 붉은 잎에 감사하노니,
好去到人間 잘 흘러가서 인간 세상에 이르거라.

이에 우우도 붉은 단풍잎에 시를 써서 御溝 상류에 띄웠다. 그 단풍잎에는,

曾聞葉上題紅怨 일찍이 낙엽 위에 애끓는 정념을 지었다고 들었는데,
葉上題詩寄阿誰 낙엽 위에 시를 지어 누구에게 부쳤단 말인가?

라고 씌여 있었다. 그런데 이 붉은 단풍잎을 궁녀 한부인이 주웠는데, 훗날 이 시들이 인연이 되어 혼인을 하게 되었다는 고사로, 《太平廣記》에 소개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든 중국이든 궁중 여성들의 삶은 마찬가지였다. 폐쇄된 공간에서 오로지 임금만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젊음을 소진해야만 했던 여성들의 원망과 푸념이 절절이 묻어난다. 과거 사대부들은 이같이 임금에 대한 宮女의 처지를 자신들의 처지에 빗대면서 많은 궁녀들의 애환을 노래하였고, 이것이 '宮詞'라는 문학 양식을 탄생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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